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36화 (136/500)

제 5장 오빠의 마음 (5)

“안녕하세요, 다시 소개할게요. 강소영 이에요.”

“그래, 난 수연이 오빠 정우야. 만나서 반갑다. 이렇게 만났는데 저녁 같이 먹을 래?”

수연은 흠칫했다. 이 망할 놈의 오빠가

갑자기 왜 이렇게 친근하게 말할까? 평소 대로 할 것이지. 온몸에 돋아나는 소름이 이를 증명해준다

“전 약속이 있어서요.”

“수연이 뒤를 쫓아온 것 같았는데.”

“방향이 같았을 분이지. 쫓아온 거 아 니거든요.”

아닌 척해도 얼굴에 당황이 쓰여 있었 다. 꽤 귀여운 면이 있는 당돌한 꼬맹이다. 이대로 보내주기가 아까웠다. 동생의 반 친구면, 내 동생이나 마찬가지지. 이번 기 회에 오바로서 점수를 좀 따볼 생각이다.

“그러지 말고, 오늘은 과외도 쉬잖아.

부모님도 일이 있어 안 들어오신다며.”

..2≫≫

그걸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평소에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공부를 하면서 속성 운영을 병행하고 있었다. 하 루에 몸이 10개라도 부족했다. 한 달에 하 루, 오늘만 유일하게 시간이 되었다. 그래 서 수연의 뒤를 추격한 것이다. 나몰래 특 별히 배우고 있는 게 있는지 알고 싶었다.

“늦을 거 같다고 말도 해 놨고, 괜찮잖 아”

“……대체 뭐하는 사람이세요? 혹, 절

납치하려고?”

“상상력도 풍부하네. 수연아, 네 친구 참 재밌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그만해!”

소영은 귀신에 홀리듯, 정우의 손에 잡 혀 끌려가다시피 따라야 했다 식당은 대게를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 다. 고가의 식당으로 싱싱한 대게를 판다. 가족끼리 편하게 대화하며 식사할 수 있 도록 방이 따로 있었다 정우는 방을 잡고 대게 3인분을 시켰 다 요즘은 제철이라서 맛이 올라올 때다. 가격은 1kg에 10만 원으로. 다른 가게보 다 비쌌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먹고 싶을 때는 먹어야 하는 법이다. 참아봤자 나중 에 먹지도못한다.

“대게 좋아하지?”

“아닌데요?”

“그럴 리가, 어릴 때부터 대게 킬러였으 면서.”

**..2”

이 오빠,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잖 아

이쯤 되니 소영은 이상한 상상을 했다.

‘혹시 나좋아하나?’

좋아하는 사람의 뒤를 캐는 스토킹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오늘의 만남도 우연 이 아닐지 모른다. 올가미에 걸려들 수 있 으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그리고 상대는 경쟁 상대인 수연 의 오빠고, 잠재등급 3급에 불과했다. 자 신과 어울리는 상대가 아니라, 조금 불쌍 하다

“소영아, 우리 오빠가 많이 별나서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마.”

“혹시 네가말한 거야?”

“그럴 리가, 난 너한테 관심 없는데.” 호오.

우리 동생 상처 주는 말을 대수롭지 않 게 뱉어내네.

경쟁의식을 불태우는 소영이가 불쌍했 다 차이는 앞으로도 더욱 벌어질 텐데, 여 린 소녀의 마음에 생길 상처가 안쓰럽다. 하지만 어쩌랴, 내 동생으로 태어나지 않 은 것이 불행이었다. 소영이도 내 동생이 었으면, 수연이만큼 되었을 텐데.

훌륭한 오빠를 가지지 못한 네 운명으 로여기거라

“홍, 관심 없다면서 나에 대해서 왜 모 르는 게 없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내가?한게 아냐, 오®}■가'?…

수연은 오빠가 네 뒷조사를 다했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변명을 하면 할수록 오빠의 노림수에 걸려드는 기분이 들었다

‘거봐, 나한테 관심이 있었어.’

소영은 수연의 오빠를 경계했다.

대게가나왔다.

정우가 본격적으로 나섰다. 동생이 직 접 발라 먹어도 되나, 이럴 때는 솔선수범 해 주어야 한다. 제법 괜찮은 오빠의 면면 을 보여주어야 수연의 체면이 살 테니까. 이렇게까지 동생을 배려해 주는 오빠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연이하고 소영이는 좀만 기다려.”

“그냥 내가 한다니까”

“난내 동생의손에물묻는걸 원치 않 아”

“웃기시네!”

정우의 친절에 수연은 입이 댓 발 튀어 나왔다. 밥 처먹고 설거지를 만날 시키면 서, 잘도 뻔뻔하게.

‘평소엔 하지도 않는 짓을!’

소영은 눈을 의심했다. 대게가 발라지 고 있었다. 칼을 쓰지도 않았는데 대게의 뼈만 슥슥! 하니 살만 쏙! 빠져나와 접시 에담겼다.

‘손에 뭐가 달렸나?’

대게를 분해하려면 손에 묻을 수밖에

없다. 한데, 이 오빠라는 작자의 손엔 물기 한 점 묻지 않았다. 보고 있는데도 귀신이 곡하는 기분이었다.

“ 저?”

“왜?”

“이거 어떻게 한 거예요?”

“수기야.”

“혹시 그게 의지와 공력을 합일시켜야 하는 검기와 같은 걸 의미하는 건 아니 죠?”

“잘 아네.”

소영은 헛기침을 할 뻔했다.

수기(手氣)는 공력의 정순함과 깨달음이

일정 수준에 이르러야 가능하다. 또한 검 을 사용한 검기(劍氣)보다 훨씬 어렵다고 들었다. 절정의 수준에 이르러야 검기를 형성하며, 수기를 완성하면서 최소한 절정 의 극이나 초절정에 들어야 한다고 이모 가 말해준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수기를 대게를 바르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 그게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 이런 게 발라 먹을 사기꾼을 봤나!

‘역시 나한테 잘 보이려고 한 거야’

소영은 수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눈 속임을 사용했거나, 미리 발라진 대게였을 수도 있었다. 그런 식으로 자신에게 호감 을 사려는 것이 분명하다.

‘ 헐!’

수연은 다른 의미로 놀랐다.

‘삶은 것도 살리네!’

오빠가 발라준 게살은 살아 있었다. 죽 은 것도 아니고, 삶아 버린 게살을 되살려 낸 것이다. 굳이 죽은 걸 다시 살릴 필요는 있겠냐마는 맛이 정말 끝내준다. 하지만 게살을 바르는데 활검(活劍)의 묘리를 활 용하다니, 내 오빠지만 정말 상상을 초월 한다. 쓸데없이 고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었 다

‘죽은사람도살리는 거아냐?’

수연은 고개를 저었다. 오빠가 비록 벽 을 관통하여 동생의 항문에 똥침을 가하 는 인간이라고는 하나,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다고 봤다. 그건 인간의 영역이 아 닌, 말그대로 신의 영역이었다.

‘거절할까, 아냐!’

소영은 정우 오빠의 관심을 받아주는 척하다가 거절하기로 했다. 둘 사이가 보 통이 아니었다. 수연이한테 1방이라도 먹 일 수 있다면 괜찮을 것도 같았다.

“오빠는 나이가 어떻게 돼요?”

“파릇파릇한낭랑 18세.”

소영은 순간 말문이 닫혔다. 나이가 들

어 보이진 않아도 말투며, 덩치며 어느 것 하나 18살하고는 매치가 되지 않았다. 족 히 190은 넘고, 전신이 근육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등급 게이지를 보지 않았다 면 유능한 유니크인 줄 착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유니크 전문학교 2학년이란다

“전문학과 다니면 어떤 관데요?”

“마법학과”

“아까는 수기라면서요.”

“수기도 다루고, 마법은 겸사겸사.”

수기를 다루는 것도 믿지 않았는데 저 덩치로 마법을 배우다니. 기존의 마법사 에 대한 이미지가 와르르! 무너진다. 더욱 이 한국은 서양처럼 마법이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보다는 육체와 속성을 단련하는 편이 낫다고 봤다.

‘허세가 장난아니시네.’

소영은 동생보다 못한 등급으로 인해 오빠가 허세를 부린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실속 없는 속빈 강정은 대접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따지고 보면 불쌍한 사람이다. 장난치려던 마음을 접었다. 이쯤에서 선 을 그어 주어야 했다.

“오빠”

“ 잠깐만.”

정우에게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하라다.

-너 어디야?

“동생이랑 대게 먹으러 왔지.”

-그럼 진작 말하지, 괜히 집 앞에서 기 다렸짆아

“누가기다리래.”

-너그러는 거아냐!

“내가 뭘?”

-요즘엔 전화도 안하잖아

정우는 뜨끔했다. 상황이 종료된 이후 로 하라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았다. 속사 정을 모르니 이 정도지, 이용했다는 걸 알 면 난리칠 게 분명하다.

‘너무 내 생각만했네.’

극도로 예민한 하라는 신안마저도 예리 하다 그때는 방어를 해도 쉽지가 않다. 되 도록 화제를 돌려 파고들지 못하도록 미연 에 방지를 해야 한다.

말하다 끊겼음에도 소영은 안도했다. 서로 속닥거리는 걸 봐서는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 먼저 말을 했다가 아니라 고 했다면 얼굴이 팔려서 자리에 있지 못 할 뻔했다.

“누구?”

“오빠, 여자 친구야. 보면 깜짝 놀랄 거

다”

그럼 대체 이 오빠 정체가 뭐야?

소영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머리만 더 복잡해졌다. 괜히 혼자서 이상한 상상 이나 한꼴이라, 편치 않았다. 당장에라도 불편한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게살 이 맛있어 보인다. 성의를 생각해서 조금 만 맛을 봐주기로 했다.

사르르!

게살의 맛에 소영은 멍했다.

‘너무맛있어.’

어릴 때부터 대게라면 사족을 못 쓰는 소영이었다. 부모님은 그런 자신을 위해서 특별히 대게를 산지 직송으로 가져다주곤 했다. 대게의 맛이라면 누구보다 잘 안다 자부하건만, 그 어떤 대게보다 싱싱하고, 풍미가 죽인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 또 시켜 줄게.”

“고마워요. 오빠!”

맛있는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 게 한다고 했던가, 소영은 혼자서 북 치고 장구를 쳤지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대게의 맛에 홀릭 당했다. 소영은 평소 먹는 양보 다 훨씬 많이 먹고 있었다.

정우는 그런 소영이를 위해서 자신의 대게도 선뜻 양보했다.

‘위선자!’

누구냐, 넌?

평소 오빠와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

다. 수연이 아는 오빠는 저렇게 친절하지 않았다. 게살까지 발라주고, 본인 것까지 양보를 하다니. 집 안에서는 악마, 밖에서 는 천사! 이중생할을 하고 있었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날쌘 다람쥐처럼 허공을 난 그림자는 정 우를 노렸다. 정우는 그 즉시 손가락을 튕 겨 부드럽게 흘렸다.

파파팟!

lm의 허공에서 벌어진 짧은 공방전, 주

인공은 하라다. 보름 동안 연락하지 않은 정우의 무심함에 대한 나름의 응징이었 다. 그러나 정우의 방어력을 뚫지는 못했 다 헐

소영은 먹다가 게살을 토할 뻔했다. 조 금 전의 공방전은 그야말로 고 난이도 초 식의 향연이었다. 10번의 공방이 이어졌 고, 이를 모조리 다 흘려내고, 감싸안아 받아냈다. 극성에 도달해야 가능한 태극 의 원리였다. 보통 사람은 감히 시전조차 하지 못할 극상승의 무리(武理)다.

‘사기가 아니잖아!’

수기를 봤을 때만 해도 사긴 줄 알았건 만, 조금 전의 공방으로 소영은 깨달았다. 이 오바가 보통이 아님을.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유하라!”

“어머, 다른 사람도 있었네.”

정우는 애써 감정을 숨겼다. 소영은 하 라의 신안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도 거리끼지 않고 드러냈으면서. 누가 배우 아 니랄까 봐 전혀 몰랐다는 듯 놀란 연기를 하고 있었다. 한창 연기력이 물이 오른 걸 감안해도, 굉장한 연기력이다.

“오빠여자 친구가‘?”

“거봐, 내가놀랄 거라고 했잖아”

“…그러네. 대단하다.”

“그 정도는 아냐”

알면 더 환장할걸.

소영은 하라의 열성 팬 중에 하나다 잠 재등급 6급이면서 현재 최고로 잘나가는 국민여동생이다. 여기에 재계서열 3위에 드는 대한그룹 회장의 손녀다. 소영에게는 우상과 같았다.

‘하라의 광팬이지.’

정우가조사한 내역에 적혀 있었다

소영은 정우 오빠를 다시 봐야 했다 잠 재등급이 낮아서 허접한줄 알았는데, 굉 장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더욱이 하라 언 니와 친하다는 사실은 부정적인 시각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저사인좀”

“ 알았어.”

넷이서 게살을 발라먹으며, 한가로운 저녁 시간을 맞았다. 소영은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하라는 적절히 대답해 줬다. 중 간중간 정우는 대화에 기름칠을 하며, 풍 부한 식견을 드러냈다 아!

소영은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법사라더니 수연의 오빠는 박학다식했 다. 모르는 게 없으며, 깊이를 재기 어려웠 다

‘이 정도면 점수좀땄겠지.’

정우는 모처럼 오빠로서 한 건 했다고 확신했다.

수연은 골이 지끈거렸다. 평소와 같지 않은 오빠의 언행불일치가 위선자처럼 보 여 무서울 지경이다. 소영이 감탄을 할 때 마다 한숨이 깊었다. 오빠의 실체를 안다 면 저처럼 순진하게 빠져들지 못한다.

그거나 말거나.

‘이게 오빠의 마음이란다.’

정우는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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