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31화 (131/500)

미안한 말이지만, 너한테 죽을 거면 수 집하지도 않았다 제 4장

전이되는 분란 (3)

금강문에 손님이 당도했다고 한다.

“막내가 왔다고?”

“그렇습니다:’

흑금단 부단주, 양용익이 반가운 기색 을 내비췄다. 며칠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 도 몸이 근질 근질거리는 모양이다. 이번 기회에 기강을 확립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불태웠다

일전에 데리고 온 단원들도 얼추, 틀이 잡혀가고 있었다. 초반의 반항기가 빠지면 서 밋밋해진 점이 아쉽기는 했다. 반항기 를 다스리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다. 톡 쏘는 탄산음료를 마시는 기분이랄까.

정우는 애들 관리에서 한발 물러섰다. 일일이 관리를 할 때는 지났다고 봤다. 충 분이 밟아줘서 완전한 사육이 된 양용익 이라면 자기 몫은 할수 있었다.

“믿어도 되겠지?”

“밑겨만 주십시오. 결과로 보여드리겠

습니다?”

“초장에 못 잡으면 손을 더 써야 한다.”

“제 사전에 두 번은 없습니다. 원하신다 면 제 목숨도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네 목숨을 어따 쓰라고.”

양용익의 열의에 조장 급 단원을 제외 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단주는 무서운 범 주를 넘어선 악마의 신이다. 지나치게 먼 세계에 있어서 공포를 인식하기도 어렵다. 실제 자신들을 관리 감독하는 것은 부단 주다. 단주는 퇴근하면 밤 시간에는 만나 지 않는다. 하지만 부단주는 함께 생활하 는 공동운명체였다-

그 차이는 꽤나 크다. 어느 정도냐고? 근무하고 퇴근하는 공익과 하루 종일 대 면해야 하는 현역과 얼추 비슷하다.

‘나름대로 괜찮군.’

충성과 공포, 쉴드와 혹금단의 대비가 극명하다.

그런데 효과는 비슷해 보인다.

정우의 교화 작업에 적응한 양용익은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 있었다. 단원들에게 마왕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특히 신입 단원들은 양용익의 눈빛에 오줌을 지린다 원치도 않은 강제 가입이지만, 벗어나지도 못했다 도망치려고 할 때마다 빈사지경에 이르도록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다.

“구타의 미학을 잊지 말도록.”

“매엔 장사 없지요. 헤헤헤!”

혹금단은 구타와 정신충격으로 완성된 다. 따라서 공적으로 인정이 되었다 다른 어떤 단체와도 구분이 되는 불합리함 투 성이다. 단원들의 인권과 생명은 존중받지 못했다. 명을 내리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 고 따라야 한다. 그것이 흑금단의 존재목 적이다. 억울하다고 항변할 때마다 ‘그럼 착하게 살지 그랬냐.’ 라는 갈굼만 받는다 한번 흑금단은 영원한 혹금단이라는 좌우 명으로 연명할 뿐이다 응?

집무실로 가는 방향

지붕 위에 작은 그림자가 있었다.

금강문에서 애교를 전담하고 있는, 문 주의 유일한 여식 이효린이다. 꿈과 희망 만으로 가득찬 시기에 축 처진 어깨가 고 독과 비애를 나타냈다.

“효린이는 저 위에서 뭐하는 거야?”

“실연의 상처를 달래신다고 하셨습니 다”

“실연이라면 설마?”

“상심이 크십니다”

“그렇다 치고 위험하게 지붕 위에는 왜

올라가 있는거야?”

“해와 달에게 기도를 드리는 중이랍니 다.”

10살짜리 꼬맹이가 별걸 다 하고 있었 다. 해와 달은 음과 양을 의미했다. 해가 뜨면 달을 보지 못하고, 달이 뜨면 해를 보지 못하듯 이어질 수 없는 운명적인 관 계를 나타냈다.

정우는 말문이 막혔다.

‘가지가지 하'는군.’

누가 바람을 잡았는지는 물어보지 않 아도 명약관화다. 이 망할 놈의 문주는 애 까지 동원해서 발목을 잡고 있었다.

좌우간 효린이를 지붕 위에 그대로 둘 수도 없다. 떨어져서 다칠 리는 없겠지만, 누가 볼까 낯 뜨겁다.

“또 누가알고 있냐?”

“본문에서 모르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 려울겁니다.”

하긴 지붕 위에 있는 효린이를 보고서 의문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다들 지나가면서 연유를 물었겠지.

“그럼 성 여사도?”

“알고 계십니다.”

어쩐지 요즘 들어 김 여사와자주 회동 을 한다 했더니, 둘 사이에서도 뭔가 오고 가고있는게분명했다 며칠 전부터 성 여 사의 눈빛이 예전과 달랐었다. 남편의 성 화에 못 이겨 낳았지만. 효린이를 생각해 정우를 자식 그 이상으로 대해주었었다.

‘동네방네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정우는 골이 지끈거렸다. 문주와 삼형 제는 막 대한다 해도 양심의 가책은 받지 않는 편이다. 다 본인들 잘되라고 내린 극 양처방이니까. 하지만 효린이는 어린 시 절부터 봐온 귀여운 친구 동생이다. 내 동 생이야 집에서 부딪치고 살지만, 효린이는 예쁜 모습만 볼 수 있었다. 비유는 그렇지 만 남의 개가예쁜 것처럼.

정우의 신형이 지붕 위에 당도했다.

효린이는 돌아보지 않았다.

“효린아 그만 내려가자.”

“오빠는 신경 쓰지 마. 난 괜찮아”

내가안괜찮다, 이 녀석아

문주의 혈육답게 고집이 세서 한번 시 작을 했다 하면 되돌리지 않았다. 지붕에 서 강제로 내려오게 한다고 해도, 또 올라 가면 그만이었다

‘지붕을 부숴버릴까?’

전생의 정우라면 충분히 그리하고도 남 았다. 벼룩 1마리 잡자고 고루거각을 불태 워 버린 적도 있으니까. 지금 생각해도 그 땐 철이 없었던 것 같기도 했다. 다시 지을 거면서 웬 뻘짓이냐는 마의의 타박이 기억 났다.

“효린아‘?”

“난 괜찮아”

그렇게 대답하라고 시키던?

질질 짜며 매달리지는 않지만, 정우의 발걸음을 막아 세우는 데는 부족함이 없 는 효과적인 대응이다. 문주가 아니라 김 총관의 조언이 분명하다.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여우같아 졌다.

‘애한테 좋은거 가르쳤네.’

벌써부터 이러면 나이 들어서 요물 소 리 듣기 딱 좋았다. 효린이는 지금도 학교 에서 인기가 높은 스타였다. 간혹 방송국 에서 아역을 해 보지 않겠냐고,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

부모가 이호극인 걸 알고 급히 취소했 지만, 요즘 같은 인기를 얻고 있다면 재도 전도 가능할 거다. 이호극이 딸과 함께 ‘금 강문주의 일상’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한다 면 꽤나 충격적인 방송으로 자리매김하게 될것이다.

“기다려줄게.”

“정말이지?”

그 말을 기다렸구나.

“10년.”

“콜”

그냥 질러 봤는데, 받을줄이야

배팅실력이 상당하다.

10년을 기다리라고 한다면 싸대기 맞 기 딱좋은 변명인데, 효린이는 달랐다. 물 론 10년이 흘러도 스무 살이니, 기다린다 고 해도 손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우는 이쯤에서 마무리한 것을 다행 으로여겼다.

사람의 마음은 변덕이 죽을 듯하다. 효

린이는 사춘기도 지나지 않았다. 어린 시 절에 짝사랑했던 연상의 남자를 10년이 지난 후 다시 보면 대부분은 배불뚝이 아 저씨가 되어 있을공산이 컸다. 그래서 첫 사랑은 추억으로 남겨두라고 하는 것이다. 괜히 찾아가서 만났다가 꿈과 희망을 잃 는 수가 있다. 기억은 사람의 사고와 환경 에 영향을 받아 왜곡이 된다. 그걸 명심해 야한다.

휘익!

정우는 효린이를 안고 지붕에서 내려왔 다

방에 데려다준 후, 문주의 집무실을 찾

았다.

“접니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후다닥!

자리에서 얌전히 차를 마시고 있던 손 님이 벌떡 일어났다.

신속하게 정우의 정면으로 쇄도했다

‘뭐지?’

이호극과 김 총관은 돌연한 사태에 당 황했다. 손님은 앞으로의 관계 개선을 위 해서 온, 일종의 사신(使臣)과 같았다. 정식 절차를 밟고 본문을 방문한 손님이기에 이호극도 푸대접하진 않았다.

착!

정우의 앞에 선 사내.

예를 갖추어 90도로 인사했다.

“단주님을 뵙습니다!”

“오냐”

정우는 또 당연하게 받는다.

그 일련의 상황

이호극과 김 총관의 혼을 쏙 빼놓았다. 손님은 하북팽가에서 왔다. 일전에 실종 되었다가 강현, 강우, 강천에 의해 구출된 팽가의 3공자 팽세기다. 그런데 대화도중 일어서더니 정우에게 극진한 예의를 차렸 다. 마치 하지 않으면 봉변을 당할지도 모 른다는공포가 담겨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어리둥절한 이호극과 달리 김 총관은 조각난 퍼즐을 차분히 이어 붙었다. 일련 의 사태가 이상하기는 했었다. 혹호문의 괴멸 과정에서 하북팽가의 무인이 죽고 실종되었다. 그 이후 실종되었던 팽가의 무인이 생뚱맞게 재등장하고, 기가 막힌 타이밍에 구출했다.

이로 인해 다크니스 길드까지 해산되었 다 본문으로서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결과 였다. 이것이 과연 천운이 따라서 벌어진 일일까? 그리 생각한다면 세상을 너무 만 만히 본 것이다.

“짜고친고스톱?”

“총관님은 역시 예리하시네요.”

김 총관은 아연실색했다. 말을 하고서 도솔직히 믿기 힘들었다. 혹호문부터 시 작해서 다크니스 길드까지 정우의 손안에 서 놀아난 격이다. 이제 막 18살이 된 새 파랗게 어린 녀석의 지략이 이토록 뛰어나 다니, 무서울 지경이다.

“뭔데? 알아듣게 좀말해봐.”

이 와중에 돌아가는 정황을 파악하지 못한 이호극이었다. 까놓고 말을 해줘야 알아들었다. 단편적인 말만 듣고서는 판 단하지 못했다

“위험할 결정이다. 이쯤에서 마무리 짓 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하북팽가 때문만은 아닙니다.”

하북팽가를 비롯한 오대세가는 물론, 더 나아가 구파일방까지. 현재는 내적으 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내부 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체제의 일원화를 위 해 외부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그 첫 단추 가 한국 무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동아시 아를 통합하려면 한국과 일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합된 중국은 우리에게 버거운 상대

입니다. 혼란을 가중시키면서 선수를 치 는 편이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저들이 뭉칠 기회를 제공할 수 도 있어.”

내부적으로 혼란스럽다 해도 외부의 적 이 강하게 나온다면, 타협을 하기도 한다. 고구려의 남진에 맞서 신라와 백제가 연합 군을 형성한 것처럼.

“그럼 다른 방법이라도 있는 겁니까?”

답답함이 밀려왔다

김 총관은 정우가 세워 놓은 계획에서

허점을 찾지 못했다. 이보다 더 좋은 계획

은 없었다. 이쯤에서 저들이 순순히 물러 서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북팽가가 아니 더라도, 중국 무림은 호시탐탐 한국 무림 을 노리고 있었다.

“나 빼고, 자꾸 이상한 소리 할 거냐!” 정우와 김 총관의 설전에 이호극만 따 로 놀았다. 대화의 요점을 파악하기는커녕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알아듣지도 못했다.

이호극을 위해 정우가 쉽고 간단히 풀 어주었다.

“대륙이랑 한판 붙자는 겁니다”

“그런 거였어.”

김 총관의 속은 썩어 문드러졌다. 이 망

할 놈의 문주는 사태의 심각성 따위는 안 중에도 두지 않고 있었다. 그저 싸운다고 하니까, 좋아 죽는다. 한편으로 정우가 얄 미웠다. 싸움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는문주다. 선택은 정해진 거나 다름이 없 었다 멍석 깔아주면 제 세상처럼 미쳐 날 뛸게 분명하다

“총관님,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장 그럴 리도 없고, 저들이 도발하지 않는다 면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국지전은하겠다는 거냐?”

“언제는무림이 평온했나요.”

김 총관은 정우가 놀리고 있다는 걸 깨

달았다. 효린이가 지붕 위에 있었던 원인 제공자가 자신임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 다. 받은 게 있으면 확실하게 돌려주었던 정우다. 묵과할 녀석이 절대 아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군.’

효린이와 정우의 혼사를 적극적으로 원하는 사람중에 김 총관도 포함이 되었 다 그리고 지금은 더 절실했다 한국 무림 을 흔들어 놓고, 대륙마저 발아래 두려는 녀석이다. 적이 된다는 상상만으로도 끔 찍했다. 효린이가 아니라 더 큰 걸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정우를 본문에 박아 두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계획대로 팽세기가 돌아왔으니, 협상을 할 차례다

반도와 대륙, 누가 더 이득이 될지는 두 고 보면 알게 되겠지.

“그럼 협상을해볼까?”

“원하시는대로 적겠습니다.”

정우의 의도대로 협상은 진행되었다.

팽세기는 팽가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았 다.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기를 하는 형식 이다. 하나, 전적으로 금강문에 유리한 형 식이면 팽가에서 의심할 소지가 있었다. 그럴 때는 모호하게 입장을 표현해 놓았 다 예를 들면 문파의 대소사엔 관여할 수 없다고 명시해 놓은 후, 직계에 해당하는 자의 요청 시 개입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적었다.

‘저게 무슨 협상이냐!’

‘협상이 아니라강욘데.’

‘저런 협상이면 나도 하겠는걸.’

‘문주는 좀 빠지시죠.’

군데군데 치고 들어올 빈틈은 막아놓 고, 찌르고 들어갈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 이는 팽세기를 세뇌했기에 가능한 방식이 다. 다른 이들과 다르게 팽세기와 팽위관 은 애를 먹어야 했다. 세뇌한 흔적을 들키 지 않도록 영혼에 직접 각인을 시키는 작 업은 상당히 피곤한 일이었다. 물론 혹금 단을 통한 무차별 구타와 가학은 기본이 다

‘지금부터 시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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