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30화 (130/500)

제 4장 전이되는 분란 ⑵

정우의 목적은 화천문의 내부적인 혼 란이었다.

방식이 지나치다고?

그렇지 않다

화천문의 대공자는 앙심을 품고 있었 다. 그때의 치욕을 잊지 않고 절치부심한 다면 말리진 않는다. 문제는 그 앙심을 표 면에 드러냈다는 점에 있었다.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표현하지 말았 어야 했다.

금강문에 좋지 않은 소문을 흘린 이상, 가만 놔둔다고 풀리진 않는다. 별거 아니 라고 방관하다, 더 큰 화를 부추길 수 있 었다. 그럴 바에는 싹을 잘라 버리는 편이 이롭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최 악이니까.

정우는 피해가 직접적으로 오지 않는 이상, 손을 대지는 않는다. 하지만 손톱만 큼이라도 피해를 준다면 확실하게 대가를 지불해줬다.

“그래도 이번엔 좀 심한 거 아닐까?”

“화천문의 대공자 알지?”

정우에게 일격혼절(一擊昏絶) 되는 바람 에 엑스트라 급으로 취급받고 있으나, 어 찌 되었든 강현과 더불어 칩룡의 일인이 다. 화룡일수라는 별호답게 담배에 불 좀 붙일 줄알았다.

“알지, 그런데 왜?”

“그놈이 문주님의 뒷담화를 제대로 깠 더라고. 별것도 아닌 일로 생색은 더럽게 낸다고 하더라.”

강천은 돌아가는 사태를 잘 모른다. 관

심도 없는 편이고, 내부의 사정도 논외 대 상이다. 오로지 본인의 무력과 연애에만 몰빵하고 있었다. 그러니 형들보다 발전 속도는 압도적으로 빨랐다. 어쨌거나 집안 사정에 관심은 없어도 부모 욕하는데 빡 돌지 않은 자식은 없다. 패륜이 아닌 이상

“새끼가 돌았나, 이름 좀 있다고 주제를 모르네. 진작 말해야 할 거 아냐, 밟아 주 고올걸.”

“위아래 없는놈이지만 화천문의 대공 자다. 네가감당이 될것 같아?”

등급 차이는 크지 않다. 실제로 붙으면 강천이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천은 형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조금더 하면……?”

“왜 말을 하다가 마냐?”

“헤헤, 내가 넘어갈줄 알아!”

“제법이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더 니, 단순무식한 강천의 경직된 두뇌가 위 기를 감지했다. 여기서 홀라당 넘어가 집 중 훈련을 받는다고 하면, 지옥이 기다리 고 있었다.

‘아빠가 언제부터 좋은 말 들었다고?’

그런 거 신경 쓸 사람하고는 거리가 멀 었다.

강천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확실히 정 우의 유인책은 무시무시했다. 이 인간은 방심하고 있으면 안 된다. 언제든 긴장의 끈을 부여잡고 있어야 했다. 물론 뒷담화 와 앞담화는 감당해야 할 범위가 다르긴 하다. 아버지 앞에서 그딴 개소리를 지껄 일 간담을 가진 위인은 금강문 내에서도 3 명뿐이다.

엄마, 김 총관 그리고 운전하는 정우

정우는 강천이 넘어오지 않아도 느긋 했다. 아직 문파로 가는 시간이 20분이나 남았다 솔직히 20분도 많았다. 강천의 종 잇장보다 얇은 심지를 태워버리는 것쯤은.

솔직히 어린애한테서 사탕 뺏는 기분이 든다.

‘능력 있는여자는피곤하지.’

정우는 염화를 인정한다. 그래서 그녀 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화룡일수 권우 현의 무능을 부각시키면 시킬수록 염왕은 골치가아플 수밖에 없다.

‘권력은 잔인하거든.’

권우현은 욕심이 많은 자다. 일전에 도 발한 이유도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방편이 었다. 회합 자리에서 능력을 보여 위신(威 信)을 세우려고 했다. 그런 자가 자신의 무 능을 인정하고 동생에게 순순히 양보를 할까? 턱도 없는 소리다. 본인의 무능이 드 러나고, 동생의 재능이 발휘되면 될수록 열등감에 시달릴 것이다. 열등감이 극에 이른 사람은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른 다. 그것이 설령 파멸에 이른다 해도.

그러한 예를 정우는 아주 잘 안다.

첫 번째 전생에서 있었던 일이다. 천마 라 불리며 중원을 정복하기 전, 경쟁하던 놈이 있었다 늘, 나와 비교를 당하고 열등 감에 시달려야 했었다. 결국 놈은 극단적 인 선택으로 집단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설마 했는데 마교와 반대되는 소림에 귀의 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땐 정말 황당해서 말도 안 나왔었다. 받아주는 소림도 보통 이 아니기는 했었다. 그러니 천년소림이라 는 말이 나왔겠지, 질기기가 바퀴벌레보다 질겼다. 이 시대에도 소림사가 남아 있는 걸 보면 역사의 승자였다.

‘이번 회합에 염화가 나온다면 빼박이 군.’

염화도 나의 의도를 알고 있을 거다. 하 지만 그녀는 권력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당분간 화천 문은 내부단속을 하느라 정신 못 차릴 테 니까.

“그런데 어땠냐?”

“뭐가?”

“뭐긴 염화말이야”

강천이 따라 나선 목적은 화천문의 꽃, 염화의 자태를 감상하기 위해서다. 이 시 기의 사내는 연하보다 연상에 대한 환상 이 있었다. 사진으로만 봐왔던 염화를 실 물로 만나보고 싶었던 것이다. 확실히 실 제로 본 염화는 색기가 좔좔 흘렀다. 보는 내내 움찔했었다. 오늘 밤이 괴로울 것 같 았다.

“아침에 빨래는 네가 해라.”

“?…뭔소리하는 거야?”

“아니면 말고.”

“나 그런 사람아냐.”

부정하고 싶으나, 강천은 외롭다. 이 시 기의 혈기왕성함을 풀 데가 없음에 한탄 해야 했다. 누군 국민여동생과 섬씽이 오 고 가는데 자신은 죽부인밖에 없었다. 반 드시 올해 안에 여자를 만들고 말리라 다 짐했다

“염화는 똑똑한 사람을 선호해.”

“잠깐 너 혹시?”

“관심을 보의더라고.”

세상 참불합리하다. 있는 놈한테도 왜 이렇게 많은 여인들이 달라붙냐. 그리고 임자가 있으면 확실하게 입장 표명을 해서 없는 사람들을 위로해야 했다.

“하라한테 이를 거다.”

“꺼지라고 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런 다고 너한테 갈진 모르지만.”

“..Q”

강천은 정우의 개 쿨함이 부러웠다. 염 화가 달려드는데, 꺼지라니! 불을 숭상하 는 화천문에 찬물을 끼얹을 놈이다. 그리 고 너무 멋지잖아 내 여자가 있으니, 가까 이 오지 말라는 가장 확실한 거절 방법이 었다. 이러고도 대쉬한다면 염화의 정신 상태를 재고해 봐야 했다.

“기회는 누구한테도 있는 거야?”

“염화는 화룡일수보다 강해.”

강천은 뒤통수를 해머로 세게 맞은 기 분이다. 그토록 색기 좔좔 흐르던 누님이 그렇게까지 강할줄은 몰랐다. 점점 더 매 력이 넘친다. 하지만 자기보다 아래인 사 람을 원하지는 않을 터. 예로부터 무인은 주먹이 짱 세면 그만이라고 했다. 힘으로 자빠뜨린 후, 매력을 어필한다면 100%의 성공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내가 좀더……?”

“왜또 하다 마냐?”

“또 당할 줄알아?”

“여자를 마다하고 대단한데.”

지옥이냐 미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선택은 명확하다. 세상의 절반은 여자 다. 염화에 목숨을 걸 수는 없지 않은가.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고. 불투명 한 미래에 생명을 담보한 투자는 위험했 다 강천은 미래보다 현실을 직시했다.

“염화는 똑똑하고, 강해. 그럴수록 대 공자의 위치가 애매해지지.”

“그러니까 가족끼리 치고받으라는 거잖

아”

강천은 정우가 염화를 들먹인 이유를 깨달았다. 단순히 미모가 뛰어나서 관심 을 기울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인과를 따 지고 들어갈수록 정우의 심기를 엿보았다.

오싹!

강천은소름이 끼쳤다.

프로 이간질러의 싸대기를 칠 놈이다. 정우의 머리통을 열어 보고 싶은 격렬한 충동을 느낀다. 남의 집안을 풍비박살 낼 화근을 던져 놓고도 아무렇지 않다니, 친 구지만솔직히 좀무섭다.

“여동생의 등에 칼을 꽂는 오빠라, 사

극 같지 않냐? 후후후.”

“설마 그렇게까지 하려고? 그리고 너무 하잖아”

그것도 천진하게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 게 말하고 있었다.

강천은 이런 식의 싸움을 원치 않았다. 차라리 시원하게 치고받으면 그나마 괜찮 았다. 이건 혈육 간에 피를 부르는 패륜이 었다. 누가 이긴다 해도 상처뿐인 영광이 고, 자멸하기 딱 좋은 케이스다. 우리나라 의 삼국시대를 보면 답이 나온다. 고구려 도, 백제도 다 집안싸움을 하다가 나당연 합군에 망했다.

“뭐가 너무한데?”

“가족끼리 피를 보는데 아무렇지 않 아?”

“가족끼리 화목하면 아무 일도 아니 지.”

어, 그러네

답이 지나치게 명확하다.

반박은커녕 강천은 입도 뻥끗 못했다. 단순한 성향이기에 가장 이상적인 답변되 었다.

정우는 분란을 던졌지만, 그렇다고 해 서 해결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가족이라 면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게 가족이다. 호수에 던진 파문이 잔물결이 될지, 거친 풍랑이 될지는 화천문의 내부 적인 문제다. 이런 작은 일로 불화가 시작 된다면 가족이라고 부르는 것도 사치다. 차라리 남이 더 낫다.

“너는 아닐것 같냐?”

“나는 형이 문주가 되는 데 아무 불만 없거든.”

강천은 문주가 되고 싶은 마음이 1푼도 없다. 아버지한테는 김 총관 아저씨라도 있지, 내 옆에는 정우가 있었다. 정우한테 얻어맞으면서 문주를 한다고 생각해 봐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리고 수틀리면 정우가 가만있을 위인도 아니다. 금강문 을 위해서라도 강현 형이 되어야만 한다. 내가 되면 솔직히 답 없다

“형이 그릇된 판단을 내려도?”

“그럴 리 없거든.”

“어떻게 그리 단정하냐?”

“난형을 믿으니까.”

금강문이 오랫동안 존속하는 이유가 단순히 강해서가 아님을 직시하게 했다. 서로 간에 끈끈한 유대관계와 소탈함 결 속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문주와 김 총관은 인정하지 않을 거다. 펄쩍 뛰며 말 같지도 않는 소린 집어 치우라고 할 테지. 전생에 악연 중에 악연 이라고, 엮지 말라는 김 총관의 절규가 들 려왔다.

정우는 마침 생각이 났다는 듯, 지나가 는 투로 던졌다.

“전번에 네가 이상하다고 한 애들 말이 야”

“아그 애들 그런데 왜?”

“너보다 강할걸.”

강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 다. 전번에 눈으로 본 놈들이 맞는다면, 길 거리에서 스마트레인져 슈트를 입고 돌아 다니는 그놈들이 분명하다. 보고 있는 동 공이 다 쪽팔려서 어쩔 줄을 몰라 했었다.

그 요상한 놈들이 나보다 강하다고? 아 무리 정우라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발 언이다. 이건 정말 싸우자고 한 소리나 다 름이 없다.

“취소해 나 다른 건 다 참아도 그건 못 참는다!”

“싫다면?”

“그놈들 내가가만 안둔다.”

정우를 걸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거물이 다. 강천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로 축소했 다. 막말로 아버지도 정우가 수틀리면 감 당하지 못한다.

“지면 어쩌려고? 얼굴 들고 다닐 수 있

겠냐.”

“지면 네가 시키는 대로 뭐든지 다 한 다!”

정우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이놈은 언제 봐도 단순하다. 이쯤 되면 의 심할 텐데. 비교하면 수연은 의심병 말기 수준이다. 하지만 단계별로 강천의 팔랑 귀를 자극한 결과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서 점차 무뎌지게 만드는 전략 이다. 보통 사람이 도박에 중독되는 과정 과 비슷하다.

“무승부는 어떡하지?”

“날 모욕하지 마”

다른 놈들도 아니고 그 요상한 놈들을 상대로 무승부라니, 강천에게는 패배보다 더한 치욕이다. 무의 일맥을 수련한 이후 로 오늘처럼 무시당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7살 때 정우한테 패배했을 때보다 더 분하 다

“그렇지, 이건 내가 널 너무 무시한 처 사지?”

“ 당연하지.”

쉴드의 목적과 능력을 안다면 호언장담 은 금물일 텐데.

강천은 의욕을 불태웠다.

이래서 첫인상이 무섭다고 하는 것이

“네가 이기면 염화와 잘될 수 있도록 적 극적으로 밀어주마.”

“그 말꼭지켜!”

“내가 약속 안 지키는 거 본 적 있냐? 확실하게 도장 박아 주마”

“콜 죽었어, 이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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