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랜덤 케이브 (3)
꽈르르르르!
주먹과주먹의 격돌.
믿어지지 않은 파괴력의 현장이 재현되 었다. 둘을 중심으로 지면의 거죽, 건물이 끊어 오르는 라면 국물처럼 원을 그리듯 퍼져 나갔다. 넘쳐흐른 지면의 거죽이 출 렁거리며 물결을 밀어 버렸다.
두두둥!
굉음이 토해진다.
이호극은 전력을 아끼지 않았고, 대왕 도깨비도 위기를 감지하고 쏟아냈다.
퍼퍼퍼펑!
천지개벽을 일으키는 와중.
정우는 하던 일을 마저 했다. 남아 있는 외눈 도깨비를 정리해 나갔다 6급을 제압 했더니 이번에는 7급이었다. 대왕도깨비 를 보좌하는 마물이다. 왕의 좌우라고 할 수 있으니, 무문으로 따지면 호법이었다.
정우에겐 6급이나, 7급이나.
팔못쓰(8급도 못되는 쓰레기)다.
펑펑!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7급의 마물이 가죽 공 터지듯이 폭발했다. 허공을 격한 무형권의 극의를 대수롭지 않게 뿜어냈다 외눈 도깨비는 잡것들이 아니라고 항변했 으나, 하급마물과 처지는 같았다.
“우린 몇 마리 제압하는데도 등골이 휘 는데, 저래도 되는 거냐?”
“태생부터 우리와는 질적으로 다른 세 계에 살잖아”
청금단의 단주 황우철, 부단주 나윤성.
그들은 깊은 한숨을 쉬어야 했다. 어린
시절부터 봐온 정우는 남다른 수준을 벗 어났다. 괴물이라는 칭호도 이제는 식상 할 지경이다. 지금도 봐라. 문주님이 상대 하는 8급의 마물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 도, 7급 마물을 애기 손모가지 비틀듯이 비틀어 버린다. 그래서 정우가 더 무섭다. 7급이면 마물 중에서도 상급에 속한다. 그런 마물을 저리 쉽게 처리하는 것 자체 가 반칙이었다.
“얼마나 강해졌을까?”
“어릴 때도 추측불가였는데, 지금이라 고알겠냐.”
“어디까지 강해질지 궁금하긴 하다.”
“됐고, 이번 달 훈련에서 버틸 궁리나 해.”
“아! 상상하기도 싫다”
정우의 시험 기간이 다가왔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각오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 서는 마물을 한 마리라도 더 처리해야 한 다 공력은 물론 속성을 강화해야 했다.
“문주님의 인기도상상초월이지?”
“팬클럽이 생길 줄이야 부럽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에 모두가 속고 있었다.
이호극도 이미지를 고려하는지 요즘은 스타일에 신경을 썼다. 성질도 많이 죽었 고. 그렇다고 해서 막 대하진 못한다. 사자 가 성깔 죽인다고 해서 토끼가 되진 않는 다 쩌어어어엉!
관통되는 울림.
나아간 이호극과 멈춰선 대왕 도깨비가 교차되었다.
-?하등…동물 따위에게!
대왕도깨비의 가슴이 뻥 뚫려 있었다.
이호극이 권을 내지르면서 뚫고 지나간 것이다. 금강용권(金剛龍勢이라나, 그와동 시에 대왕 도깨비의 가슴에 품고 있던 케 이브 코어를 끄집어냈다.
쿠우웅!
케이브 코어가 사라진 대왕 도깨비는 버티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좀 걸렸네요.”
“ 까다로웠으니까”
8급의 마물답게 대왕 도깨비는 강했다 육체적인 강함분만 아니라 공력과 속성을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 있었다 이호극이나 정우가 아니면 대적하기 어 려운상대다.
“이제 시작이니, 여유 부릴 때는 아니네 요.”
“어쩌겠어, 들들볶아야지.”
국내 최초의 랜덤 케이브, 파급력은 상 당하겠지.
막아낼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고심 을 해야 했다. 대왕 도깨비의 속성, 죽음 의 진언은 최소 7급의 유니크에겐 치명타 를 선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유니크 등 급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현재에 만족한 다면 인간은 마물에게 잡아먹힌다.
“청금단은 에너지 스톤을 회수하고, 흑 금단은 케이브 주변을 통제해.”
“예, 단주”
정우와 이호극이 결계를 벗어나자 사람
들이 몰려왔다
우르르르!
기자들이 냄새를 맡고 득달같이 달려 들었다. 마이크를 들이대며 어찌 된 연유 인지 직접적으로 질문했다. 특종에 목숨 을 건다는 말이 괜히 나오지 않았다. 죽을 지도 모르는데 무섭지 않은 모양이다.
“문주님!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말씀해주십시오.”
정우는 이호극의 인터뷰를 사전에 차단 했다. 입을 열었다가 여태 만들어 놓은 이 미지가 한순간에 추락해 버릴 위험이 있 다. 이호극은 입만 열만 깨는 부류에 속한 다. 뇌와 입이 KTX라 걸러지지가 않는다.
“피해가 큰 걸로 보입니다. 대처가 미흡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초등 대처가 빨랐다면 인명피해가 발 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것 아닙니까?”
“왜 이제야 출동하게 된 겁니까?”
특종을 원하는 기자의 공격적인 질문 이 퍼부어졌다.
금강문은 최대한 빠르게 도착해 사람 들을 구하고, 물적 피해를 최소화시켰다. 기자들의 질문 자체가 맘에 들지 않았다. 정우는 발끈하려던 이호극을 차단하고 경 위를 설명해 나갔다. 딱 봐도 ‘그럼 네가 해보던가!’ 라고 했을 위인이다.
“케이브 오픈 시 파동이 기존과 달라 감지가 되지 않았습니다, 라고 말씀을 하 십니다.”
“감지가 불가능하다니요, 그런 경운 없 다고 들었습니다. 혹, 대처가 미흡했던 걸 외부 요인으로 돌리려는 건 아닙니까?”
“외국에서도 최근에서야 랜덤 케이브 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일 겁니다, 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그렇다면 큰일이군요. 이후의 대책은 있습니까‘?”
큰일은 무슨?
나오는 족족 죽여 버리면 그만이지, 라
고 말하려는 이호극의 솔직한 주둥이를 정우는 또다시 막았다.
“파동을 분석한 후에는 좀 더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 겁니다, 라고 말씀하십니 다:’
이호극은 선수 치는 정우에게 전음을 보냈다
‘복화술하냐? 왜말을못하게 해?’
‘신비주의 컨셉이에요.’
‘벙어리 아니고? 한데, 그런 게 먹혀?’
‘ 당연하죠.’
이호극은 긴가민가했다. 이놈이 자신을 가지고 노려는 수작 같아 보인다. 하지만 여태 이놈 말을 들어서 잘못된 적이 없었 다. 정우가 호법이 된 이후로 금강문은 전 성기를 맞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있다 가면 되는 거냐?’
‘아니죠.’
‘아니라고! 그럼 어쩌라고?’
‘날아가는겁니다?’
날아가라니?
못할 것도 없기는 하다만, 유치했다. 히 어로 코스프레도 아니고. 그러나 지체했 다가는 이놈이 망토와 팬티까지 준비를 할 것 같았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이 라서 이쯤에서 자리를 뜨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이호극도 막무가내지만, 정우도 벽창호일 때가 있었다. 지 꼴리는 대로 할 때가 있다.
퓨웅!
이호극이 허공으로 치솟아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멍!
질문을 던진 기자들은 당황했다. 대체 왜 저러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말을 좀 붙여 보려던 것분인데. 그게 그렇 게도 어려운 일이었나? 아니면 이번 랜덤 케이브 오픈에 대해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건가? 전자는 그렇고, 후자에 무게가 쏠린 다
한편으로.
‘혹‘?’
‘신비주의는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게 언제 적 건데?’
신비주의 컨셉은 한물간 지 오래다. 그 러다가 평생 말 한번 못하고 사라진 경우 가 많았다. 요즘은 자기 자신을 포장하고 PR을해도 부족했다.
“아직 사태 수습이 이루어지지 않았습 니다 정리가 되면 그때 자세하게 말씀드리 겠습니다?”
정우는 이쯤에서 회견을 끝내고, 기자 들을 물렸다.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 기자 들이 아우성을 쳤지만 강제력을 썼다
‘의문은 확대되어야 제맛이지.’
이호극의 돌발 행동에 대한 해석이 도 마에 오를 거다. 긍정적인 의견이 대다수 일 테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분명히 있을 거다.
정우는 부정적인 시각에 주목했다.
-속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케이브가 인천대학교 내에서 오픈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 어졌습니다. 파동이 감지되지 않은 케이브 오픈은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며, 대대적 인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자 세한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알려드리겠습 니다 파동이 변하고 있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최상급의 케이브 가 감지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무문, 길드, 연합에서 합동조사를 벌였 다
8급 마물이 출몰한 것치고는 인명 피해 는 크지 않았다.
금강문의 신속하고 기민한 조치가 한몫
했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결계를 쳐서 2 차 피해를 줄인 것이 컸다. 마물이 도심으 로 빠져나갔다면 대참사가 벌어졌을 것이 다. 6급 마물 1마리면 1000명의 시민을 순식간에 학살할 수 있었다.
케이브 파동을 감지 못해 피해가 발생 했지만 구조된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금 강문은 최선의 대응을 했다고 알려졌다.
-이번에도 금강문주래.
-해결하고 곧바로 날아갔다던데.
-진짜대단하다.
-최고의 유니크이면서 부드러운 사람이
라니.
-어울리진 않아도 좋네.
금강문주의 활약상이 공개 되면서 여 론의 주목을 받았다.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슈퍼스타 부럽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 해도 이번엔 엄한 사람들이 피 해를 봤잖아
-맞아 죽은 사람도 꽤 있던데, 그에 대 한 내용은 쏙 빠지고.
-혹시 이번에도 유니크 간의 전투가 벌 어진 거 아냐.
-다크니스 길드는 아직도 통제하잖아
-우리 주변에서 유니크가 싸운다고 생
각해봐 남아날 것 같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린 양민학살 이네.
음모론을 제기하는 부류도 있었다.
케이브와 마물의 등급이 상향되고, 유 니크의 등급도 올라갔다. 유니크 간의 경 쟁이 벌어지면 파급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