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27화 (127/500)

제 3장 랜덤 케이브 ⑵

휘잉!

정우의 손을 떠난 도깨비 방망이가 허 공을 날아 외눈 도깨비의 등 뒤를 노렸다.

검의 극성에 다다른 이기어검(以氣御劍) 보다 무식한 이기어곤(以氣御根)이다.

방망이가 날뛰고 있었다. 병기의 크기

에 따라서 소모되는 공력과 정신력이 어 마어마하다. 이 장면을 무인이 봤다면 기 겁하지 않을 수 없다 퍼퍼퍽!

대가리를 맞고, 외눈을 찔린 도깨비는 목석이 되어 넘어갔다.

김 모, 유연 양은 고정된 채, 얼이 나갔 다

그녀는 이 사내가 유니크라는 것을 안 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대단할 줄은 몰랐 다. 상대는 건물을 두부처럼 부숴버렸던 무시무시한 마물이다. 그런 마물을 눈 깜 짝할 새에 해치웠다. 그러고도 마냥 태연 하다. 이런 건 위험의 축에도 끼지 않는다 는것처럼.

“거기 숨어 있는 분도 나오세요.”

도서관에 김 모, 유연 양 말고도 몇 사 람이 더 있었다. 자기들만 살기 위해 숨어 있었다고 욕하진 않는다. 그들이 나선다고 될 일도 아니고, 도깨비는 시력분만 아니 라 후각도 뛰어나다. 시간이 문제지, 정우 가 제 때 등장하지 않았다면 가시 방망이 에 편육이 될 팔자였다.

숨어 있던 사람 중 남학생이 김 모, 유 연 양에게 다가와 사과했다. 무서워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괜찮습니다. 부끄러운 거 아니니까, 고 개 드세요.”

“감사합니다 구해주셔서.”

“유니크로서 당연한 임무입니다. 그러 니 부담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나중에 세 금은 꼬박꼬박 내세요. 그게 도와주는 겁 니다.”

정우는 유니크의 교본을 들고 있는 사 람처럼, 정석대로 대화를 했다. 덤으로 의 도된 사명감을 불태웠다. 김 모, 유연 양을 비롯한 모두에겐 선망의 대상으로 비쳐졌 다

‘전투는 기본이고, 여론은옵션이지.’ 도깨비가 건물을 부숴 주는 바람에 안 과밖의 직선통로가 생겼다.

정우는 손을 휘저었다.

파파팟!

거치적거리는 건물의 파편이 좌우로 벌 어지면서, 길이 생겨났다.

사람들을 인솔해 밖으로 나오자 난장 판이 된 학교 건물이 드러났다. 신축한 건 물이 무너져서 아깝지만, 괜찮았다.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시점이다. 부서진 건물 을 새로 지으면, 역설적으로 경기에 긍정 적인 영향을 끼친다. 강에다가 수십조를 꼴아박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실상 마물 이 출몰하게 되면서 그나마 건설이 명맥 을 유지하고 있었다.

꽈아아?앙!

지축을 뒤흔드는 폭발

대학교 전체가 들썩였다. 상황을 모르 는 사람이라면 지진이 일어난 줄 착각했 을 것이다. 폭발과 함께 건물이 부서져 나 가면서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푸슥푸슥!

정우는 사방으로 튀어 나오는 파편을

쳐냈다.

먼지가 가라않고 드러난 광경.

헙!

김 모, 유연 양과 구출된 사람들은 헛 바람을 삼켜야 했다. 미세먼지가 숨구멍 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것마저 잊고 있었 다. 먼지 많이 먹으면 후일 기관지를 비롯 한 호흡기에 악영향을 끼칠 텐데, 안타깝 다 크어어엉!

포효.

아니다.

비명.

맞다.

30마리의 외눈 도깨비와 거구의 사내.

수적인 차이는 극명하다. 그러나 살충 제 맞은 모기인 양 도주하는 쪽은 인간이 아닌 도깨비들이었다. 이미 20마리의 도 깨비가 저세상 구경을 한 채, 가지고 있던 에너지 스톤마저 보양했다

“어딜 가냐?”

사내는 도망치는 도깨비들을 일일이 찾 아가 방망이로 내리쳤다. 살기 위해 도주 하는 도깨비를 기어이 잡아채서 뭉개버렸 다. 도깨비들이 최후는 끔찍했다. 죽방한 방에 눈알에 튀어나와 시신경이 제멋대로 펄럭거리고 있었다. 눈알을 잃은 장님 도 깨비가 허우적대다가 허리가 역으로 꺾여 서 뒈졌다.

이매망량(繼®®®, 일권일살(一筆一殺).

주먹 1방에 도깨비 1마리.

불패금강(不敗金剛), 명부마왕m 府魔王).

명부를 다스리는 마왕의 현신.

이호극은 물 만난 물고기, 고삐 풀어 놓 은 망아지인 양 제 세상처럼 날뛰었다. 호 탕하게 웃으면서 주먹을 날린다. 도깨비를 추살하는 기괴한 광경은 사람들의 상식적 인 선을 초월하고 있었다. 그토록 무서웠 던 마물들이 오히려 불쌍하다는 생각마 저 들었다 한데, 낯이 익다.

“저 사람은?”

“불패금강이라 불리시는 금강문의 문 주님이십니다 하늘이 내린 무패의 금강역 사라고 보시면 이해가 바를 겁니다”

정우는 김 모, 유연 양의 의문을 깔끔 하게 풀어주었다.

인터넷상에서 한창 유명세를 달리고 있 는 이호극이지만 사진과 실제는 괴리감이 컸다. 더욱이 전투에 미쳐서 날뛰는 광경 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사실들이 거짓처럼 다가왔다. 여론에 비춰진 금강문주는 정 의감이 투철한 용사였다. 이 시대에 필요 한 영웅으로 겹겹이 포장을 당했다. 하지 만 마물의 등장을 반기는 이호극을 보고 나니, 의구심이 차올랐다.

“웃고 계시는 것같은데요?”

“웃는 게 아닙니다 마물이라 해도 엄연 히 살아 있는 생명체 슬픔을 웃음으로 승 화하기 위해서 노력하시는 겁니다”

정우의 지극히 주관적인 사견과 구라가 작렬하고 있었다. 상황은 해석하기 나름이 고, 사람들은 이호극의 성향을 모른다. 작 의적인 미사어구를 남발했다.

“?그런 건가요?”

“문주님은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여린

분이십니다:

그렇게만 알고 있으라는 정우의 강압적 인 해석이었다. 기타의 소수 의견은 가뿐 히 묵살해 주었다. 정 그렇게 궁금하면 직 접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애를 쓰고 계시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 깝지 않습니까 문주님의 진심을 여러분이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김 모, 유연 양도 더 이상은 따져 묻지 못했다. 어찌 되었던 자신들을 구하기 위 해서 달려온 구세주였다. 저분이 아니었다 면 자신들은 고래 밥도 아닌 도깨비 밥이 되었을것이다 구출을 받은 대부분은 믿고 있었다

언론이 포장한 좋은 이미지 덕분이었 고, 생명의 은인이라는 감투가 모든 걸 상 쇄했다. 싸우면서 웃든, 울든 그건 스타일 이다. 마물을 처리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 했다

‘혹시나 했는데, 굉장하네.’

이호극의 어디를 봐서 여리단 말인가?

아는 사람이 이 말을 들었다면 말 같지 도 않은 개소린 집어치우라고 호통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일반 대중은 금강 문주의 본 모습을 모른다. 한국을 대표하 는 무문연합의 한축을 담당하지만, 실체 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래서 이미지가 중요하다. 사람들의 뇌 리에 박힌 고정관념은 어지간해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금강문에 대한 인심을 쌓아 놓을 필요가 있었다.

돌아선다 해도 쌓아 놓은 인심이 있다 면 상쇄는 안 되도 도움은 되겠지.

“자자, 이럴 때가아닙니다. 이곳은 위험 하니 어서 결계 밖으로 나가십시오.”

정우는 혹금단과 청금단을 데리고 왔

청금단은 학교 내부에 진입을 해 도깨 비를 소탕하고, 혹금단은 학교 전체를 감 싸는 대 결계를 쳤다. 학교 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인명 구 조보다 결계가 우선이었다. 마물이 1마리 라도 외부로 빠져나가면 더 큰 인명 피해 를 초래할 수 있었다 이번 작전은 초등 대처와 더불어 인명 구조에 초점을 맞추었다.

최초의 랜덤 케이브이기에 피해 없이 완 벽히 막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 대한 피해를 줄이고, 사람을 구해야만 금 강문이 책임 소지에서 벗어날수 있다.

왜냐고? 권한을 가진 만큼. 금강문은 이유 불문 관할 구역을 지킬 의무가 있었 다 결계의 생문(生門)이 열렸다.

자체적으로 이름을 모자이크한 김 모, 유연 양이 돌아봤다.

“왜 그러세요?”

“고마워요.”

“당연히 해야할 일입니다.”

“저 김유연이예요.”

“알겠습니다김 모, 유연 양”

“김유연이라고요.”

“알아요, 알아”

공포에 젖어 정신이 없는데도 참으로 예의 바른 대학생이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밟았다 정우는 최대한 정중히 대했다.

청금단은 안전한 장소까지 사람들을 안내했고, 가기 전에 인적사항은 챙겼다.

가공할 기파에 일대가 흔들린다.

정우의 시선이 오픈 된 케이브로 향했 다. 100마리의 외눈 도깨비는 선발대다. 밖의 동향을 살피기 위한 정찰병이다.

“ 나오셨네.”

마물등급 최상위.

도깨비의 왕

-8급, 대왕도깨비.

외눈 도깨비의 덩치를 가뿐히 상회한 다. 거의 30m에 육박하는 거대한 신체, 주변을 압도하는 위압감이 번져 나왔다. 일대를 장악하는 무지막지한 투기를 발산 하고 있었다 숨조차 맘대로 쉬는 것을 거 부했다.

-건방진 전부죽어라

쩌어어엉

우리가 알고 있는 언어와는 다르다. 마 물의 언어를 인간이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뇌리를 파고들어 해석이 되었다. 심어(心語)의 경지 에 이른 무형격살이었다. 죽음의 진언(眞 言)이 사방을 짓눌렀다:

‘대장은대장이구나:

육신을 파고들어오는 찌릿찌릿한 살의 를 느낀다. 이제까지 만나본 마물과는 차 원이 달랐다. 토해낸 진언만으로 결계가 들썩이고 있었다. 난동을 부린다면 결계 가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쪽 대장도 만만치 않지.’

영향을 받을 위인은 애초에 아니다. 죽 으란다고 죽을 사람도 아니고, 죽이려고 해도 죽이기 까다로운 사람이 이호극이 다

정우도 이호극의 바퀴벌레보다 질긴 생 명력에 질린 적이 있었다 다크마스터 최경 환과 끝까지 갔었다 해도, 이호극이 죽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끈끈하고 불가 사의한 생명력을 갖추었기에.

아니나다를까.

이호극이 허공을 날아올랐다. 맛있는 것은 아껴 먹으려고 했던 사람답게 기대가 큰모양이다.

“붙어 보자!”

■하등생물 따위가 감히

대왕 도깨비는 덩치와 달리 날렵했다.

이호극의 공격에 기민하게 대응을 해왔다. 치고 올라오는 이호극의 권격을 정면으로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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