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랜덤 케이브 ⑴
케이브 오픈 시 파동이 변했다. 이에 따 라 마물의 등급이 급격히 올랐다.
상승 주기도 빨라졌다.
보통 10년을 봐왔건만, 이젠 1년을 넘 지 않았다.
기존6급이 7급을 넘어섰다.
유니크의 속성이 증가한 만큼 케이브와 마물도 강해진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 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물론 지역에 따라 서 케이브 등급 편차는 간혹 있었다.
불규칙하게 열리는 케이브와 마물의 등급 상승 그로 인한 파급력은 컸다.
1달사이에 랜덤 케이브가 오픈되면서 마물이 뛰쳐나왔고, 초기 케이브가 열렸 을 때와 비슷한 인적, 물적 피해를 봤다
각국의 유니크 협회는 케이브 오븐 파 동을 재검토하고, 마물의 등급에 따라 유 니크의 파견 등급을 올려야 했다. 어설프 게 속성을 개방한 유니크를 보내봤자 희 생만 커졌다. 결과적으로 최상급에 오른 유니크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그들이 있 고, 없고에 따라서 피해의 규모가 달라지 기 때문이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인천대학교.
국내에선 최초 랜덤 케이브가 오픈되었 다. 케이브의 마물이 몰려나오고. 학교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 방학 기간 이라서 다행이다. 아니었다면 대량학살이 자행될 뻔했다.
-케이브 등급 8급
최초의 랜덤 케이브임과 동시에 최고
등급의 위험도를 자랑했다.
케이브가 열리고 마물이 튀어나오는 데 걸린 시간이 10분이었다. 기존대로라면 2 시간에서 3시간은 걸렸어야 했다.
파동을 감지한 사람들이 대피하기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짧은 시간 신축한 대학교 건물이 반파 되었다.
케이브에서 출몰한 마물은 인간형의 외눈 도깨비다
형태에 따라서 촉수형, 곤충형, 짐승형 으로 구분을 한다. 팔다리를 가지고 직립 보행을 하면 인간형으로 취급했다.
크어어엉!
외눈 도깨비는 이마 위 솟아 오른 불의 색깔에 따라서 등급이 구분이 되는데, 활 개를 치고 있는 외눈 도깨비는 6급이며 100마리나 되었다.
유니크 등급 5급은 되어야 상대가 가능 하다
파아아앙!
외눈 도깨비는 지능이 있지만, 야성이 더 강했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보이는 족 족 들고 있는 가시 달린 방망이로 후려쳤 다 크어어엉!
외눈 도깨비의 포효에 사람들의 고막 이 터져 나갔다. 자율신경이 현격히 떨어 져 버린 사람들이 방향을 잃고 혼란을 겪 는다
“사람살려!”
“살..려 주세요!”
외눈 도깨비는 천천히 걸었다. 도망치 는 인간들을 굳이 쫓지 않았다 우리 안에 몰아넣은듯, 사냥을 즐겼다.
도깨비 방망이의 위력은 엄청났다
꽈아앙!
땅을 쳤을 분인데, 지면에 균열이 생기 면서 뻗어나갔다. 20m나 떨어 진 도서관 의 한 축이 폭삭! 가라앉는다.
도서관 내부의 전경이 외눈 도깨비의 시선에 고스란히 잡혔다. 도깨비의 기감 은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 있었다. 도망을 쳐봤자 소용없는 짓이다. 더욱이 눈이 하 나인 것과 달리 시력이 굉장히 좋았다. 100m 밖에서 기어 다니는 개미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다.
우아아아아!
외눈 도깨비의 등장에 비명이 토해진 다
취업 준비를 위해 일요일도 없이 도서 관을 출첵한 학생들에겐 날벼락이었다.
남보다 더 노력을 했는데, 남보다 더 일찍 죽게 생겼다. 이러고 보면 사람 팔자라는 것이 꼭 노력한다고, 착하게 산다고 해서 명줄이 길진 않았다. 운명이 야속한 이유 이기도 했다.
오늘 따라 유독 공부가 잘되고 있던 여 학생.
김-모.
유연-양
그녀는 도깨비의 포효에 몸이 얼어 버 렸다. 마치 사자의 포효에 경직된 토끼처 럼 벌벌 떨었다. 김 모, 유연 양에게는 이 모든 일이 꿈처럼 다가왔다. 눈앞에서 함 께 공부하며, 쉬는 시간에 차를 마셨던 친 구가 도깨비 방망이에 고깃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옛날 옛적에 도깨비 방망이는 뭐 든지 들어주는 요술 방망이라고 들어왔건 만, 현실의 도깨비 방망이엔 인간의 살점 과 핏물만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김 모, 유연 양도 고르게 다진 고기산적 이 될 운명이었다.
‘누가… 날좀!’
그녀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포효 에 말문까지 막혔다. 할 수 있는 건 간절히 비는 것이 전부였다 크륵크륵!
외눈 도깨비는 인간의 간절함을 비웃고 있었다. 야들야들한 인간의 살덩어리에 입 맛을 다셨다. 공포에 질려 있는 먹잇감을 내려다보며 희롱했다. 그러더니 망설이지 않고 방망이를 내리찍었다.
‘ 엄마!’
김 모, 유연 양은 눈을 질끈 감았다. 살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기 힘들었다. 마물 이 출몰한 살육의 장, 그 안에서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공 부만 한 학생들에게 기대를 해 봤자 무의 미했다.
‘어?’
대가리부터 몸통까지 잘 다져진 고기산 적을 예상했던 김 모, 유연 양은 기다려도 오지 않은 방망이에 허전함을 느꼈다. 와 도 벌써 왔을 시간이었다 그녀는 겁이 나지만 눈을 떴다.
“찍으면 금이라도 나오나?”
그런 일이 가능하면 금을 가진 사람들 은 금값 하락을 걱정해야 할 거다. 모든 가 치는 희귀성을 우선 시 하니까.
김 모, 유연 양은 차갑게 식은 자신을 돌아봐야 했다 공포와는 다른 종류의 싸 늘함이다. 이 와중에 그런 썰렁한 농담을 하다니. 제정신 같지 않았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크어어엉!
외눈 도깨비가 격렬한 포효를 내질렀 다
식사 중엔 개도 안 건드린다던데. 씹기 좋게 잘게 다져 먹으려고 했건만, 방해에 분노했다. 포효에 실린 기세가 엄청났다. 능히 사자후에 비견되는 도깨비의 일갈이 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포효에 휘말려 칠 공에서 피를흘렸을 터.
“도깨비 흉내는 그만하고.”
우리나란 예로부터 도깨비를 신성하게 생각했다. 그저 나쁜 짓만 일삼는 요물로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물과 도깨비는 전혀 다른 존재, 생김새만 비슷할 분이다. 대머리라고 다 같은 대머리가 아니듯이.
사내의 충고에도, 외눈 도깨비는 방망 이를 내리친다.
“?…위험해요!”
김 모, 유연 양이 소리쳤다.
그녀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 마저 잊고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다음 장면에 또다시 묵음(默音) 처리를 당했다. 강제 음소거의 현장이었다 착!
회심의 일 수.
외눈 도깨비의 방망이질은 허무하게 막 혀 버리고말았다.
받침을 대듯.
사내는방망이를툭! 쳤다.
부걱!
일심동체, 신곤합일(身根合一).
방망이를 내 몸처럼.
외눈 도깨비의 경지가 낮지는 않았다. 무식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6급, 그 이상 의 완력과 깨달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방망이와 하나였던 외눈 도깨비의 오른팔이 나무젓가락처럼 부러 지며 덜렁거렸다.
와
김 모, 유연 양은 입은 벌어질 대로 벌 어졌다. 도깨비의 덩치는 건장한 사내보다 족히3배는 더 컸다. 팔뚝이 성인남성의 몸 통만한데, 톡부러져 버리다니.
“금나와라 뚝딱.”
충격을 받고 물러난 외눈 도깨비의 현 실 인식은 거기까지였다.
방망이를 잡은 정우는 대가리를 후려 쳤다. 금이라도 나온다면 사양하지 않겠 다는 명백한 의사를 내비쳤다 부가가각!
불을 정확히 노린 배트질이다.
모난 뿔은 정을 맞듯.
외눈 도깨비는 피하지 못했다.
정우의 배트 스피드는 시속 150000km을 가뿐히 넘어선다. 눈으로 보고 피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도깨비의 불이 부서지며 대가리가 허무 하게 박살났다. 다행히 피는 붉지 않고 초 록색이다. 붉은 핏물은 혐오감을 부추길 수 있었는데 자체 삭제되었다. 초록색 물 감보다 옅은 연두색이라, 붉은색을 섞어 노란색을 만들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 다 쿠우웅!
머리를 잃은 도깨비의 최후는 벌러덩이 었다.
덜덜덜!
김 모, 유연 양은 벌벌 떨었다. 발아래 대가리를 잃은 도깨비가 쓰러졌다 인간이 아니라 마물이라고 해도 비위가 약한 사 람은 보기가 껄끄러웠다.
그녀는 비위가 극도로 약한 사람이었 다
우웨웩!
오늘 먹은 라면에 김밥이 소화되지 않 고 고스란히 흘러나왔다. 학생답게 단출 한 식사였음을 확인했다.
툭툭툭!
정우는 구역질하는 그녀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얼마든지 토해도 되었다. 이런 상 황에서 공중도덕까지 지킬 필요는 없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이물질이 묻지 않도 록 넘겨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간혹, 술에 취해서 머리카락을 물고, 빠는 고상한 숙 녀 분들이 있었다 먹을 것 많은 세상이다 굳이 머리카락까지 먹진 않아도 된다. 나 중에 맹장에 쌓여 터질 우려가 있으니, 조 심할 필요가 있다
“괜찮아요. 그럴 수 있으니까. 그리고 계속 보다 보면 적응이 될 거예요. 마물도 잘만 정제하면 훌륭한 고깃덩어리거든요. 며칠 굶으면 마물도 없어서 못 먹을걸요.”
누가 그런 것 듣고 싶데요.
간신히 구역질을 멈춘 김 모, 유연 양은 또다시 헛구역을 할 뻔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저…… 뒤요”
정우의 뒤.
동료애에 불타오른 외눈 도깨비 2마리 가 달려들었다. 머리통이 박살나는 장면 을 보지 않았기에 달려들 용기가 있었다. 하지만 비애로 끝이 났다. 동료애는 아름 답지만, 현실은 잔혹한 법이다. 눈치 없으 면 일찍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