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24화 (124/500)

제 2장

혼란의 소용돌이 (1)

근래에 전국을 뜨겁게 달군 이슈.

-다크니스길드 해산.

정보를 통제한다고 해도 사실을 완벽 히 숨기기란 불가능하다. 정보화 시대, 개 인이 가진 정보를 언제든 언론에 노출시킬 수가 있었다. 사람들 뇌리에 부리 깊게 박 혀 있는 의심은 사회적으로 만연한 음모 론을 부추겼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선까 지는 정보를 드러낼 필요는 있었다.

기실 이번 사태는 감출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다크니스 길드가 중소 규모의 길드도 아니고, 한국을 대표하는 8개의 길드 중에 하나다. 소속된 길드원만 해도 수천이 넘는다. 그 많은 길드원의 입을 모 조리 다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일우그룹 후계자 살해.

연이은 대형 사건의 투척.

경기도 용인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아 닌 밤중에 울려 퍼진 격렬한 파장, 폭발음.

사람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인명피해 는 다행히 없다고 알려졌지만, 여론을 뜨 겁게 달구었다 일우그룹 후계자가 다크마스터 최경환 에게 살해당했으니 당연했다. 자세한 내막 은 수사 중이라 알려지진 않았다. 다만 다 크니스 길드의 해산에 일우그룹이 관여했 고. 앙심을 품은 최경환이 채현우를 죽였 을 거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었다

-다크마스터 최경환의 죽음

일우그룹 후계자의 살해보다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일전에 소리 소문 없이 잦아들었던 흑

호문과는 성격이 다르다. 혹호문주의 죽 음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혹호문 내부에서 벌어졌고, 결계를 치고 통행을 차단해 소문의 확산을 미연에 차 단했다.

그와 달리 최경환의 죽음은 화려했다.

경기도 용인 기흥구에 대결의 여파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유니크 의 강함에 대해서 새삼 실감하게 했다. 블 록버스터 급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존 재들이 우리 주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터넷의 실시간 검색어에 다크마스터 와 금강문주가 1위와 2위에 올라와 있었 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수많은 댓글이 설왕설래했다.

-거기 가봤어? 능선이 사라졌더라고.

-ox! 인간들이 아니었어

-6. 25때 융단 폭격보다 심하다던데!

-봤어, 나도! 완전히 황폐화됐어

-무서워서 살겠나! 작정하면 다 죽는 거아냐

-톡 쳐도 사망일 텐데, 개기지 말아야 겠다!

개나 소나 속성을 개방하면서 유니크 가 특별하진 않았다. 그러나 최정상에 있 는 유니크는 격이 다른 사람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압도적인 강함은 마물을 막아주 는 것을 떠나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그럼에도 군중 심리는 다양했다. 불안 에 떠는 자들과 달리 우상화하는 이들도 있었다. 인간의 원초적인 강함에 매료된 것이다.

-금강문주 쩔지 않냐!

-화면에 다 잡히지도 않더라, 사람인지 문짝인지?

-나,이사람 부산에서 봤에

-인천에서도 본 거 같아

-잠깐, 이 사람그 식신이잖아!

-식신이 금강문주였어?

-그렇게 먹고도 살이 안 찌네 부럽다!

-먹으면 다근육이 되나봐!

-나도 갖고 싶다 참몸

-사모님은 좋겠다.

-나도이쯤되면 괜찮아

-시끄러, 좀만아!

최경환과 채현우의 죽음보다 금강문주 의 활약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가 있 었다. 무려 일주일간 유지되었고, 실물사 진이 유포되었다. 부산에서 식당가를 초 토화시켰다는 과거까지 들춰지면서 연관 검색어로 올라왔다. 네티즌 수사대의 놀 라운 활약상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식신의 이미지가 무시무시한 능력을 상 쇄하면서 금강문주의 이미지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힘만센 먹(방)(바)보.

개인 방송 國가 당시에 있었던 일들을 연일 떠들어댄 효과다.

언론과 동떨어져 사는 금강문도 소식은 듣고 있었다. 무문, 길드, 연합 내에서 꼴 통으로 분류되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구 축했건만 여론의 힘은 컸다. 금강문의 이 미지가 다른 길드나 문파보다 좋아졌다. 김 총관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연일 광 고까지 해서 금강문을 띄웠을 때는 쳐다 보지도 않았건만 인생 1방이었다.

“졸지에 스타 됐네.”

“좋겠어요.”

“좋기는 개?뿔! 귀찮기만 하지,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이호극은 애써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시답지 않은 인기에 연연하는 가벼운 사 람이 아님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가볍게 힘을 줬건만, 몸이 알아서 얘기를 했다.

“좋으면서.”

“아니라니까.”

“봤어요, 아까”

이호극은 헛기침을 했다.

크홈!

문파로 오는 중에 소녀 팬들이 다가와 서 사인을 부탁했었다. 생경한 일이었다. 거리를 지나다니면 반경 20m 내외로 개 미 새끼도 얼씬하지 않는다. 주말 신촌이 나 홍대를 한가하게 걸어 다니기도 했다 그런 자신에게 어린 소녀들이 겁도 없 이 다가와서 몸을 콕콕 찔러본다. 진짜냐 며? 사인 좀 해달라기에 사인은 없고 인감 도장은 있다고 했더니, 인증 샷이라도 찍 어달라고 부탁해서 V자를 그려주었다.

“그리 영계, 영계 하시더니.’

“쉿 큰일 날 소릴! 너 나 죽는 꼴 보려 는거냐!”

이호극의 레이더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평소의 아내는 둔감한 미련 곰탱이지만, 이럴 때는 촉이 육감을 벗어난다. 자칫 귀 에라도 들어가는 날엔 금강불괴라도 각오 해야했다 특히 아내의 쏘아붙이는 주둥이는 보 통 인내심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다크스타 의 정신공격에도 끄떡하지 않았지만, 아내 의 잔소리는 참기 힘들다. 다른 건 다 참아 도 아내의 주둥이는 요물, 그 이상이었다. 김 총관과 더불어 아주 짜증나는 스타일 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무서워하다니, 서글 프네요.”

“너도 결혼해봐. 현실이 아름답기만 한 가.”

“그럴거면 왜 결혼했어요?”

“그땐 정신이 없었지, 결혼이란 게 원래 정신없을 때 후딱 해치워야 하는 거야. 나 이 들어봐라 생각하는 거 많아서 결혼하 기 더 힘들다. 그리고 너도 봐서 알다시피 내 마누라가 좀 예브냐.”

성 여사도 젊을 때는 한창 잘 나갔다고 한다. 일대에서 알아주는 여신으로 불렸 었다. 결혼 당시만 해도 이호극은 도둑놈 소리를 들었다. 어떻게 너 같은 상판으로 성 여사를 넘보냐고.

머슴이 마님을 노린다며 결사반대를 외 치다가 무수히 많은 젊은 열사들이 이호 극의 주먹에 장렬히 전사했다.

“사내의 로망은 청순가련 아니더냐.”

“틀린 말은 아니네요.”

생머리에 청바지만 입어도 테가 나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사내라면 한 번쯤 꿈을 꿔본다. 그런 여인과 평생을 살아보고 싶은. 하지 만 세월의 힘은 엄청났다. 그 시절의 성 여 사는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처럼 한 떨 기 수선화 같았으나, 현재의 성 여사는 어 찌나 대가 세신지 바람도 피해 다닌다. 문 주가 호들갑 떠는 것만 봐도 견적은 충분 하다 정우도 세월의 힘을 인정했다. 10년 전 처음 봤을 때의 성 여사와 현재의 성 여사 는 또 달라졌다. 하지만 문주와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도 생각한다

“결혼은 무덤이야, 환갑 전에 하는 게 딱 좋아”

“맞을 짓을 골라서 하시니까 그렇죠.”

“좋은 시절도 3년 안 간다. 3년도 길지.”

“그러면서 저한테 예린이를 보내려고 한거예요.”

“ 미안하구나.”

웬일로쿨 하게 인정을 하네.

전투를 제외하면 옹고집으로 들어차 있 는 분이. 그만큼 결혼생활이 쉽지 않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주었다. 이호극처럼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도 결혼을 어려워하 는데, 이 시대의 보통 남녀는 더 어려울수 밖에.

“금수저가 그런 말 하면 욕먹어요.”

“따지고 보면 너도 금수저잖아”

“전 자수성가죠.”

“18살에나도너만큼 아니었다.”

정우와 이호극은 금수저다. 가지고 있 는 재물과는 별개로 태생이 천재다. 보통 사람은 따르지 못할 압도적인 재능을 가 진 부류, 그 자체로 금수저였다. 재물이나 명예, 권력은 솔직히 맘먹으면 얼마든지 쟁취할수 있다

“우리 같은 부류가 여자도 많이 만나고, 애도 많이 낳아야 해. 그래야 인구수가 적 정 수준을 유지하는 거라고. 너도 알다시 피 인구야말로 국가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짆아”

“어째, 이상한 쪽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

가네요. 하지만 싸질러 놓는다고 다는 아 니잖아요.”

“잘 키우면 되지, 애들은 원래 혼자 잘 크는 거야”

“공식 석상에서는 그런 말 하지 마세 요.”

애를 낳아 기르고 가르치는 데 들어가 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70년대만 해도 인구가 많다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운동을 했건만 격세지 감을 느낀다. 요즘엔 정부에서 애 좀 많이 낳으라고 그렇게 닦달을 하는데, 사람들 이 애를 안 낳는다. 낳으면 개고생이라는

걸 알기에 겁부터 내는 거다.

여하튼 문주의 자기 합리화가 담긴 궤 변이 틀리다고 볼 순 없다. 있는 자들이 곳 간을 열던가, 아니면 지들이 더 많이 나서 경쟁력을 키우던가.

하지만 가진 자는 절대 쌀이 썩어나도 곳간을 열지 않는다. 그건 역사가 증명을 해준다.

“내 딸은 언제든 환영한댄다”

“제가 성격적으로 좋은 편은 아니잖아 요. 효린인 저보다 좋은 사람 만날 겁니 다”

정우는 부모님의 마음을 안다고 자신하

지 못했다. 5번의 전생을 했고, 매번 부모 님보다는 사육사에 의해서 길러졌다. 사 랑받고 자란 사람이 사랑을 베푼다고 하 지 않던가. 정우는 이제 막 사랑을 받고 있 었다. 또한 자식을 낳아 길러 보지 않은 사 람은 부모님의 사랑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 한다.

현재의 정우는 배워가고 있는 중이었 다. 무공이나 전술, 전략, 심계는 천하제일 일지 몰라도,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초보자였다.

‘차차알아?가자;

하라를 위해 목숨을 걸지는 않는다. 그

건 어리석은 짓이다. 다만, 힘이 닿는 데까 지 최선을 다해 지켜줄 순 있었다. 그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기 힘든 변화다. 요즘도 이런 변화에 깜 짝깜짝 놀란다.

내가 이렇게까지 착해졌다니, 라는 자 화자찬이랄까?

“내 딸은 나보다 강한 녀석 아니면 안 돼.”

“무서운 말을 서슴없이 하시네요. 그러 다가 평생 연애 한 번 못해요.”

한국에서 이호극을 넘어서는 사람은 손에 꼽히는 데다가 다들 60대가 넘는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가 분명하다. 결혼을 환갑에 하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실감 하게 해준다. 효린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 지만

“네가있는데 뭔 걱정이야”

“포기를 모르시네요.”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이놈아”

그러거나 말거나, 정우는 선택을 했다. 자기만족을 위한 문주의 바람일 뿐, 들어 줄 마음이 조금도 없다. 선을 넘어 온다면 문주라 해도 참지 않는다.

정우에게 나이를 거론하는 것도 사실 은 무리다. 정신 수명을 따지면 정우보다 높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혹, 진강백 이 환생한다면 모를까.

이호극이 둔해 보이기는 해도 눈치가 아예 없는 편은 아니다. 낌새가 이상하자 그 즉시 말을 돌렸다.

“여하튼 너 때문에 돌아다니지를 못하 겠다.”

“스타란 원래 피곤한 법이에요. 그리고 언제부터 남의 시선 신경 썼다고 엄살입니 까:’

하라가 문주의 엄살을 들었다면 코웃 음을 쳤을 것이다. 국민여동생이라 불리 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하라의 인기 는 문주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신안을 개 방하지 않고 밖을 돌아다니면 관중이 구 름떼처럼 몰린다. 드라마와 영화까지 히트 를 하는 바람에 아시아에서는 스타 중에 스타였다. 200억 소녀라는꼬리표가 괜한 소리가 아니다. 한마디로 걸어 다니는 기 업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하는 말이야 너 답지 않게 왜 그런거냐?”

“이래야쌩까지 못하죠.”

정우는 다크마스터를 함정으로 끌어들 이고 난후 결계를 개방해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일대를 차단하지 않고 언론에 노출 되도록 방관했다.

팽가에서 뒤늦게 찾아왔을 때 다크마 스터의 시신을 공개된 장소에서 건네주었 다. 이분인가. 팽가가 다크니스 길드를 노 린 이유까지 인터넷에 일부 공개되었다. 부분적인 정보제공으로 인한 누리꾼의 살 붙이기로 비화는 물론 괴담을 형성했다. 현재 뜨겁게 달구는 이슈이며, 팽가의 처 신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팽가에 빚을 지우기 위해서 란말이지.”

“알다시피 이놈들이 오리발 내미는 데

는 선수잖아요.”

“하긴 전적이 많지.”

“빼도 박도 못하게 하려면 여론만큼 좋 은 수단도 없죠. 우린 적당히 구색만 맞춰 주면 됩니다.”

혹호문 사태를 봐서 알다시피 팽가는 오리발을 내미는 수준을 벗어나, 적반하 장의 태도를 보였다. 죄가 있음에도 불구 하고 팽가의 무인이 실종되었다고 외교적 으로 압박을 가했다. 인구깡패이자 강대 국의 협박이나 다름이 없었다 세계에서 특허권을 무시하기로 악명이 자자한 중국이 자국 기업을 편들어주기 위해서 역으로 소송을 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팔은 안으로 굽듯 당하는 입장에 선 화나지만, 사실 자국 입장에서는 당연 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못하는 우리 정 부나 기업을 탓해야 했다.

이게 우습게도 중국이 우릴 보는 시선 과 일맥상통한다.

수치스러운 역사지만, 우린 중국의 영 향권에서 벗어난 기간이 길지 않다. 항상 상국으로 대하며 받들어왔다. 과거와 달 리 경제와 문화적으로 중국을 넘어섰다고 하여 짱개나 되놈으로 부르기는 하나. 중 국은 여전히 우릴 한 수 아래 즉, 속국으 로 본다. 이런 시선은 국민 개개인에게도 남아 있었다. 국가적으로도 반한감정을 앞세우며, 남경대학살 때 일본의 강요에 의해 몽둥이를 들었던 우리를 가오리(고려) 방즈라 비하를 해온 것만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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