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19화 (119/500)

제 7장 진짜로 왔네 ⑵

집 근처 공원에서 하라를 만났다. 문경 에서의 촬영을 오늘 끝냈다고 했다.

쉴드는 넋이 나간 채 입을 다물지 못하 고 있었다. 눈앞에서 연예인을, 그것도 한 창 잘나가는 국민 여동생을 보게 되어 감 개가 무량했다

“ 반가워.”

“저희야말로 가문의 영광입니다.”

하라가 손을 내밀자, 쉴드는 두 손으로 공손히 수줍게 악수를 청했다. 손에서 느 껴지는 따스한 온기에 혼이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눈이 부시다는 말을 이럴 때 하는 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화면에서 보 는 것과 실제의 차이가 컸다. 새삼 주군의 위상을 실감하게 되었다

“나이도 같은데, 말놔”

“안됩니다. 저희에게는주모이십니다.”

지나치게 정중한 쉴드의 태도에 하라는 정우를 돌아봤다. 신안이 발동되어 진심 인지를 읽은 것이다.

-주군에게 충성을!

정우를 향해 절대적 충성, 쉴드의 뇌리 깊숙이에 박혀 있었다. 존경과 고마움, 동 경하는 마음까지 우상화의 끝판왕이었다. 이 정도면 거의 사이비 교주 수준이다. 애 들을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까지 완벽한 충 성을 얻어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야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

“나는 그저 재능을 이끌어 주었을 뿐이 야”

“세뇌당한 것같은데!”

“그렇게 의심되면 네가 살펴보면 되잖

아”

“하라면 못할 줄알아?”

하라는 천원일기공을 운용해 속성을 강화했다. 이렇게 되면 사람이 가지고 있 는 과거의 기억까지도 끄집어 낼 수가 있었 다. 쉴드의 기억이 스며들어 왔다. 그런데 별로 좋지는 않았다.

‘뭐가 이렇게 찌질하냐, 읽고 있는 나도 찌질해지겠네.’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자신감을 가지 고 나댈 때가 있다. 그런데 쉴드의 기억은 궁상맞음의 극치였다. 여태 살아오면서 자 기주장을 해 보지 않았다. 주구장창 처맞 은 학창 시절까지 읽고 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뭐, 이런 것들이 다 있나 돌아보게 해주었다.

“네가 사람만들었네.”

“주군이야말로 저희의 태양이십니다!”

“그런데 그 말투 좀、나이도 같잖아”

“나이는중요하지 않습니다?”

절대적 무한신뢰.

공산당도 아니고, 정우가 하늘이 노랗 다고 하면 노랗다고 할 위인들이었다. 그 만큼 무한 신뢰를 보내주었다. 하지만 그 것뿐이 아님을 실감했다.

“영향을 안받네.”

“그렇지.”

신안이 통하지 않았다. 등급이라도 자 신보다 높으면 몰라 그렇지 않았다.

하라는 전투능력에 비해 정신 컨트롤 속성인 신안으로 인해 등급이 꽤 높은 편 이다. 열일곱 살의 나이에 7급은 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쉴드의 정신지 배가 불가능했다. 마치 단단한 방탄유리 가 영혼을 뒤덮고 있는 느낌이었다

“너에 대한 무한신뢰가 방패 역할을 하 네.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쉴드의 가장중요한 덕목이지.”

하라는 할 말을 잃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 정도였나?’

여유로운 표정과 달리 정우도 이건 예 상치 못했던 결과다. 혹시나 하고 데려와 봤는데, 하라의 신안을 벗어나다니. 새삼 스러운 시선으로 쉴드를 보게 되었다

‘ 반성해야겠군.’

내가 거두고도 정작 신뢰를 하지 않은 것이다. 쉴드에 대한 미안함이 조금 더 상 승했다. 앞으로 더욱 애지중지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저사인좀 안될까요?”

“핸드폰 줘 봐.”

“감사합니다. 주모!”

“주모는 빼고, 이상하잖아”

주군의 아내라는 뜻 같은데, 그냥 들으 면 옛날 술집이나 주점에서 술 파는 여인 이 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조선 시대도 아 니고 주군이나 주모가 다 뭐야 사극 드라 마를 찍고 왔는데, 또 다시 사극에 갇힌 것같다.

핸드폰에 사인을 받은 쉴드는 뛸 듯이 기뻐했다.

“평생 지우지 않겠습니다!”

“저는가보로 물려줄겁니다!”

사인을 받은 쉴드는 곧장 아지트로 돌

아갔다. 더 있으면 주군과 주모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눈치 없는 놈들이, 그새 분위기 파악이 되었다

“쟤들 강하잖아”

“뚫을수 있겠어?”

“전력을 다하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해.”

“시간이 지나면?”

“나도 가만있진 않아”

하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특별히 강해 질 이유가 없었다. 훈련 기간이라도 길면 납득이라도 하지, 고작 4개월에 불과했다. 이런 속도로 강해지면 나중에는 천하무적 도 가능할 것 같다. 어디서 저런 종자들만 골라서 모집을 했는지, 정우는 여전히 특 별했다.

“됐고, 너지?”

“ 뭘?”

“일우그룹 말이야?”

“일우그룹이 뭐?”

“정말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하라는 눈이 뚫어져라 정우를 노려보았 다. 뭐라도 하나 건져 보겠다는 심보다. 신 안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봤지만, 벽은 열 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열어.”

“ 뭘?”

“뚜껑.”

“싫은데?”

“ 너구나?”

정우는 아차 했다. 굳이 신안을 발휘하 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있었 다. 더욱이 예전처럼 생각을 내 맘대로 조 절하기에는 하라의 신안이 만만치가 않았 다. 원치 않은 정보까지 넘어가는 수가 있 었다. 그리되면 계획에 지장을 초래한다

“눈치는 귀신이네.”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본 그대로야.”

“정말로 현우 선배가 너를 죽이려고 한 거야?”

“ 맞。]:”

“그래서 어쨌는데?”

“감당할수 있겠어?”

깊게 가라앉은 정우의 분위기에 하라 는 움찔했다. 물어보기가 겁이 났다. 돌아 가는 정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스케일을 벗어날 것 같았다. 예전부터 봐왔지만 이 인간은 큰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 향이 있었다.

그러나 정우를 믿는다. 인과가 분명하

지 않으면 절대 나서지 않을 성격이다. 이 번에는 그렇다. 분명 현우 선배가 먼저 정 우를 건드렸다. 다크니스 길드에 청부 살 해를 시킨 것만 봐도 그 자식은 결코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없다.

“알고 싶어.”

“암살자가왔었어, 그리고 죽였지.”

정우가 풀어 놓은 내용에 하라는 심장 이 두근거렸다. 태연히 사람을 죽였다고 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북 팽가와 흑호문, 다크니스 길드, 일우그룹 에 이어 혹막까지 종합선물세트였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동생이 납치될 뻔했어. 그리고 하북팽 가에서 파고들어 왔지. 너라면 어떻게 했 을 것같아?”

“ 나라면?!”

가족이 관련되었다

하라는 답을 하지 못했다. 충분히 가족 에게 위협이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상대는 만만치가 않았다. 대륙에서도 명성이 자 자한 하북팽가였다. 중국 정부까지 등에 업고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너는분명 말했지.”

“그래, 맞아”

하라는 할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정

우를 감당할 수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 런데 이제 와 두렵다고 한다면, 한 입으로 두 말한 계집이 된다. 남자의 입만중천금 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여자도 한 입으로두말하고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 너 잘났다.”

“예전부터 잘났었잖아”

“말이나 못하면.”

“키스도 잘할걸?”

“어떤 년이야?”

정우는 초보자여야 한다. 능숙하다면 다른 년이 개입했다는 의미가 되었다.

하라의 두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그리

고 자신을 이렇게까지 컨트롤하는 정우를 보자, 맥이 다 풀렸다 사람을 가지고 노는 건 자신보다 정우가 더 잘했다

“하여간못이기겠다니까.”

“밤에는 네가 이길 거야.”

“ 당연하지.”

“그게 당연한건가?”

해 본 말인데,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어 떡해?

찔러본 정우가 오히려 무안했다. 좀 전 까지 당황했던 모습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헷갈리게 했다.

‘너도요물이다:

그래도 미련한 곰보다는 요물이 훨씬 낫다.

반평생을 바쳐서 이룩한 공든 탑이 하 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뿐이 랴, 이제는 모두의 추격을 받고 있었다. 사 로잡히는 순간 목숨을 장담하기도 어렵게 됐다 허탈함이 밀려왔다.

어째서 이리됐을까?

그는 원인을 분석했다. 모든 일에는 원 인과 결과가 있기 마련이었다. 시작점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답을 찾아냈다.

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말 같지도 않

은 일 때문에 길드가 풍비박산이 난 것이 다

원인은 하나의 의뢰로 인해서다. 애송 이 놈 하나 처리해 달라는 요청, 그로 인 해 박우식이 죽었다. 무문연합과 팽가가 개입해 추격을 했고, 길드는 의심을 받았 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길드를 해산시키기 위해 개입했다고 판단해 어쌔신나이트를 파견했고, 결과적으로 재앙이 되어 돌아 왔다.

“ 일우그룹.”

최경환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변명 할 틈도 없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제대로 된 대처를 하기 어려웠다. 지부는 이미 항 복을 선언했고, 자료의 대부분이 넘어간 상태다. 설령 팽가의 일이 아니더라도, 길 드를 유지하기 어려운 일들이 자료에 있었 다 그러나 혼자 죽진 않는다. 일우그룹에 대한 자료가 있었다. 중요한 자료는 일우 그룹과 반대편에 선 자들에게 넘겼다. 곧 일우그룹은 큰 풍파를 겪고, 다크니스 길 드와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이걸론 부족해.”

일우그룹을 무너뜨리는 걸로는 성이 차 지 않았다. 시초를 제공한 애송이를 처리 해야 했다. 우연이 겹쳐서 재앙이 됐다 변 명을 한들, 이제 와 무슨 소용이란 말인 가. 결국 다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됐어?”

“찾았습니다?”

“숨겨 놓는다고 못 찾을 줄 알았더냐.

가자”

“예. 마스터!”

최경환을따르는 5명의 길드원.

다크 스타(Dark-Star). 다크니스 길드의 숨겨진 힘이다.

최경환이 직접 찾아서 길러낸 최상위의 유니크다. 이 녀석들만 있으면 어지간한 문파도 감당이 되었다. 최후의 순간 길드 를 폭파해, 숨겨진 힘이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최경환은 마지막으로 이놈만 정리를 한 후, 한국을뜰 작정이다. 계획은 이미 세워 놓았고, 사람을보내놨다.

그는 숨어서 지내지 않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다크니스 길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만약을 대비해서 물색해 놓 은장소였다.

경기도 외곽으로 빠졌다

꽁꽁 숨겨 놓았다고 해도 벗어나진 못 한다. 일우그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훤히 꿰뚫었다.

용인의 인근, 시골마을

사람은 꽤 살고 있었다. 교통도 좋은 편 이고.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린 최경환은 다 크 스타를 이끌고, 목적지로 스며들었다. 산 아래 만들어 놓은 전원주택이었다 전원주택을 기감으로 확인한 최경환은 완벽한 어둠이 되었다. 마치 어둠의 물처 럼 빨려 들어갔다 드륵!

목표물이 머물고 있는 방문을 열었다. 침대에 목표물이 곤히 잠들어……?

최경환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숨을 쉬고는 있는데, 기복이 미약했다. 곧 끊어 질 듯하다. 문이 열리고 나서 무언가가 풀 려 버렸다.

‘ 뭐지?’

그때였다.

방 안의 불이 들어오고 목소리가 들렸 다

“진짜로 왔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