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공략하다 ⑵
바드드득!
무인 하나를 잡아 허리를 입으로 물어 뜯고 씹는 강영학이었다. 상하체가 분리 되어 떨어져 나간 상체가 하체를 그리워했 다. 입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가운데, 잘근잘근 씹어 먹어 주는 인육성애자였 다. 그 괴기하고, 공포스러운 광경에 선수 를 취하려던 무인들은 발걸음을 멈춰 세 웠다. 이런 식의 싸움은 익숙하지 않은 게 분명하다. 능력이 있다고 해도 사람을 죽 이는 일이 쉽지는 않다.
“무공 좀 배웠다고 깝치는 놈들치고 제 대로 된 놈못 봤거든. 어서 와서 날죽여 보란 말이다 피라미 새끼들아!”
현재 무문의 수뇌와 전력은 길드의 중 심으로 파고들었다. 외곽에서 설마 저와 같은 최상위 서열의 길드원이 뛰쳐나올 거 라고는 예상 못했다.
모두가 망설이고 있을 때.
저벅저벅.
강영학을 향해 걸어가는 존재가 있었 다
“겁대가리 없는새끼가!”
허공으로 붕 떠오른 강영학이 바닥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사람 크기만 한 주 먹이었다. 체중이 고스란히 실려 있어 위 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꽈아아앙!
내리친 바닥을 중심으로 균열이 원을 그리며 퍼졌다. 허공으로 돌 파편이 튀었 다. 지진이 난 듯 지면이 들썩거렸다가 가 라앉았다.
일순 전장이 고요해졌다.
“ 다했냐?”
사위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들려온 목소리.
으득!
강영학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휘익!
20m에 달하는 강영학이 허공으로 들 렸다. 자의라면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의 지를 배반하고 내던져진 것이다.
쿠우응
엉덩방아를 찧은 강영학의 두 눈이 어 이없음을 담았다. 자신이 언제 던져진 적 이 있었던가. 갓 태어났을 때 엄마도 무거 워서 바닥에 떨어뜨렸던 적이 있었건만. 자주 떨어뜨리는 바람에 지능이 이 모양 이 꼴이긴 하나 순간적으로 공기보다 가벼 웠었다.
벌떡!
일어선 강영학이 목표지점을 찾았다.
“ 가깝지.”
멀지 않은 지점, 눈앞에 있었다.
강영학의 동공을 파고든 빛이 번뜩였 다
날카로운 예기.
서걱!
무언가가 잘렸다.
쿠우웅!
매끄러운 단면이 서서히 기울어 가더니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누군가의 팔이다.
“?…뭐야?”
강영학의 시선이 오른쪽 어깨에 향했 다. 좀 전까지만 해도 무인들을 짓이겨 버 렸던 팔이 잘려 나갔다. 금갑공을 익혀 금 강불괴라 자신하는 육체였다. 대포를 맞아 도 끄떡하지 않을 육신이 이토록 간단히 잘려 나가다니, 비현실의 극치다.
크아아아?!
잘린 어깨 부위에서 고통이 밀려왔다. 강영학의 동공에 핏발이 서며 비명을 내 질렀다. 타인의 고통에 희열을 느끼는 그 였지만, 본인의 고통에는 익숙하지 않았 다 서걱!
정우의 칼질은 멈추지 않았다. 목표지 점을 놓치지 않고 칼의 궤적에 두었다.
강영학의 왼팔이 잘려 나갔다. 부들부들!
강영학은 그간 느껴보지 못한 생소한 감정을 맛보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자신은 분명 죽게 될 것이다. 죽음의 공포 가 밀려오자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 다. 자신이 하달받은 명은 외곽에서 활개 를 치다 적당히 빠져나가라는 것이었다. 다크마스터가 외곽에는 뛰어난 무인이 없 을 거라고 했었다.
하지만 괴물이 버티고 있었다
“도망치려고?”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벌떡 일어나 등을 보이고 도망치던 강 영학은 발을 내딛지 못하고 기울었다.
칼의 궤적에 두 다리가 있었다. 상체는 나아가고 하체는 제자리를 지키는 모양이 나왔다.
쿠아아앙!
바닥에 엎어진 강영학은 속성이 풀리면 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본래 신체 도 상당히 큰 축에 속했다. 어쨌든 사지가 잘려 바동거려 봤자 제자리걸음이었다 착
정우는 가슴을 밟아 짓눌렀다
공포에 질린 강영학이었다.
“인육을 좋아하나 봐'?”
“?..살려?”
정우는 잘려 나간 강영학의 팔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자 어서 먹어.”
..?
“아깐 잘도 먹더니, 왜 안 처드세요?”
“O o o o윽
강체로 입에 쑤셔 넣어 주었다. 강역학 은 먹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정우 는 친히 칼로 벌려 주었다. 그리고 입에 물 린후발로 찼다.
푸악
피를 토하며 바동거리는 강영학의 몸부 림에 모두는 움찔했다 공을 탐했던 자들 마저도 이쯤 되니 다가서기 어려운 분위기 를자아냈다.
“먹으면 살려준다니까. 인심 썼다, 한
팔만 먹어.”
애를 달래듯 먹으라고 강요하는 정우였 다
무인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크레이지라 불리는 강영학이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다. 미친놈도 괴룡에 비하면 얌전한 고양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처먹으라고 했다.”
크아아악!
정우는 강영학을 곱게 대해주지 않았 다 사람 고기를 선호하는 놈이니, 그에 걸 맞은 대접을 해줄 분이다. 전생에서도 인 육을 처먹는 놈들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 리고한두 번 한게 아님을 딱봐도 알수 있었다. 이대로 간단히 죽이면 편한 죽음 이었다. 죽을 때까지 괴롭혀줄 의무가 있 었다.
우적, 우적!
정우의 살의에 제압된 강영학은 기어이 자기 팔을 씹어 먹어야 했다 팔을 다 먹었을 때 강영학은 정신을 잃 어버렸다. 본인의 팔을 먹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기세 좋더니 배포가작네.”
정우에게는 싱거운 전투다. 사실 큰 기 대를 하지는 않았었다. 설치는 놈들치고.
대부분은 쭉정이에 불과했다. 다크마스터 가 외곽에 남겨 두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최대한 크게 사고를 치고, 이목을 끌기 위한 재물이었다.
‘시간 됐네.’
정우는 길드의 중심으로 앞장서서 치 고 들어간 이호극에게 전화를 했다.
가열하게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던 이호 극의 핀잔이 들려왔다.
-나 지금바쁜거 안보이냐?
영상통화가 아니라 보이진 않지만, 충 분히 연상은된다.
“그만하고 나오세요.”
-?그놈 잡아야지.
“싫으면 말고요, 하지만 후회할 겁니다.” 정우는 전화를 끊었다. 선택은 문주에 게 달려 있었다. 그러나 나오지 않으면 문 주는 몰라도 3형제는 꽤나 큰 고통을 받 게 될 것이다.
“여전히 화끈하네.”
흑금단주로 위장한 정우의 주변으로 사람이 없다. 강영학을 처리한 솜씨는 둘 째 치고, 일련의 과정이 섬뜩했다 금강문 의 괴룡은 일반적인 상식을 가뿐히 초월 해 주었다. 그로 인해 가까이 접근하지 않 았다.
말을 건넨 여인은 일전에 만난 화천문 의 염화, 권우화다. 그녀는 잔인한 광경을 보고도 비위가 상하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안 무섭나?”
“효과는 죽이잖아”
“확실히 보통은 아니군.”
“내가이래 봬도 곱빼기는 돼.”
“말장난하는건가?”
“분위기 좀 전환하자는 거지.”
정우의 행동으로 인해 길드원들의 사기 가 대폭 감소했다. 강영학처럼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 번의 공포로 희생을 최대 한 줄였다. 게다가 강영학은 육체변환이 속성이다. 재생력이 뛰어나다. 한 팔이 잘 려 나가기는 했어도 남은 팔다리는 이어 붙일 수 있었다. 보기에는 잔인해 보여도 실상 효율적인 판단이었다. 강영학을 그 대로 놔두었다면 무인들의 피해가 더 커졌 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 판단은 좀느려.”
“그게 무슨 말이야?”
“나 같으면 길드로 돌아오지 않았을 거 야”
“돌아오지 않다니?”
“그런데도 최경환은 돌아왔지.”
불길한 기운이 권우화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설마, 그런 짓을 하려고? 그랬다가는 살아남지 못해!”
“냉철한 자도 때론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정적일 때가 있지.”
다크마스터는 궁지에 몰린 상태다. 그 도 무문연합과 팽가의 연수를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도망쳐 버리는 편이 나았다. 한데, 그는돌아왔다?왜그랬을까?
‘ 억울하니까’
최경환에겐 이 상황 자체가 억울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억 울하게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길드마저 무 너져 버릴 위기에 처했다. 그간 이룩해 놓 은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모래성처럼 허 물어졌다. 과연 그러고도 정상적인 판단 을 하는 자가 있을까? 더욱이 최경환은 다 시 일어나기에는 너무 멀리 가 버리고 말 았다. 한국에서 그는 이름 석 자를 내걸고 다닐 수 없는 처지다.
“그런데 넌 왜 가만히 있어?”
“전화는 했다.”
“그게 끝이야?”
“그럼 뭐?”
권우화는 소름이 쫘악! 끼쳤다. 인간의
내면 심리를 이토록 잘 파악하는 녀석이, 상황 대처에는 미적거린다. 일부러 그러는 걸까? 그렇다면 큰일이다. 최경환이 최악 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무문의 수장들이 위험했다.
염화는 곧장 아버지에게 연락을 취했 다
?왜 그러느냐?
“옆에금강문주는요?”
-그러고보니, 없구나!
“함정이에요!”
권우화가 통화를 한 후, 얼마 지나지 않
았을때.
꽈아아앙!
길드의 중심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성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일대가 크게 요 동을 치고 있었다. 내부에서 함축된 거대 한 에너지가 공간을 휩쓸어 버렸다 8급의 마물인 폭탄마의 케이브 코어를 연구해 만든 마력탄이었다 후아아앙
거친 굉음과 폭발의 여파가 주변을 잡 아먹었다. 그렇게 모두를 혼란의 소용돌이 로 빠뜨리고 있을 때, 권우화는 보았다
‘허!’
대수롭지 않게 길드에서 걸어 나가고
있는 흑금단주가 있었다. 흑금단도 뒤를 따랐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 다는 듯한 대응이었다. 허겁지겁 성을 빠 져나온 금강문주와 3형제가 대조적이다.
권우화는 미리 예견을 하고 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혹금단주를 향해 성 난 전음을 보냈다. 조금 더 일찍 말했으면 아수라장을 피했을 것이다.
-너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을 뻔했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군. 나는 그저 예측을 했을 뿐이야 너 같으면 예감 만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 과연 믿어 줬을까? 그것도 금강문의 무인인 내 말을.
되돌아온 전음에 권우화는 반박하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다. 길드에 오자마자 금강 문주는 제일 먼저 튀어 나갔다. 그런 상황 에서 함정이 있을 수 있으니 돌아오라고 한다면,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 다. 금강문이 공적을 독차지하는 걸 막기 위해서 수를 쓴다고 여길 가능성이 더 컸 다
‘정말 무서운 녀석이네.’
권우화는 흑금단주에 대한 평가를 최 대치로 올렸다.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7급 의 유니크를 애들 다루듯이 하고, 심기는 제갈공명의 싸대기를 날리고도 남았다. 근래에 들어 금강문이 독주하는 이유를 알것같았다
‘매력적이기도하고.’
혹금단주의 무력은 금강문과 달랐다. 그는 칼을 썼다 금강문의 독문무공인 금 강팔격을 구사하지 않았다. 게다가 금강 문주의 혈통도 아니다. 주변의 배경이 아 닌 본인의 노력만으로 완성된 무인이다. 그 런 자는 어느 자리에 있어도 돋보일 수밖 에 없다.
“제대로 알려줘야 할 거 아냐, 늦었으면
큰일날 뻔했잖아”
“전투에 눈이 먼 분이 하실 말씀은 아 니신데요.”
이호극은잠시 입을 닫았다가, 잊어버리 고 재차 투덜거렸다. 본인이 불리한 걸 오 래 기억하는부류가 아니다.
“싸움 좀 제대로 하나 했더니, 치사한 수를 쓰고 지랄이야”
“방법은 나브지 않았습니다. 한꺼번에 보내버릴 수도 있었으니까요.”
“결계를 치지 않았으면 도시가 날아갈 뻔했다고.”
금강문으로 돌아가는 와중, 이호극답지
않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지금 이 순간 김 총관 못지않았다.
정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홀렸다. 새겨들을 말이 이렇게까지 없기도 쉽지 않 은데 쓸데없는 단어를 잘도 나열했다.
실제로 폭발이 도시를 덮칠 위험은 크 지 않았다 다크니스 길드를 처리할 때 유 니크 연합과 길드에서 7급 이상의 결계사 를 대거 파견했다. 안에서 벌어지는 사고 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꽁꽁 싸맸다. 그리고 당분간 다크니스 길드는 출입금지 구역으로 놓이게 될 것이다. 사유야 케이 브가 오픈되었다고 하면 그만이다
“이제 어떻게 하려고?”
“다크마스터를 잡아야겠죠.”
“작정하고 도망친 놈이야, 잡을 수 있겠 냐?”
“굳이 잡으러 갈 필요는 없어요.”
제 발로 오게 하면 된다.
현 시점에서 하북팽가가 적극적으로 나올 게 분명하다. 그들 입장에선 다크마 스터에게 또 한 번 농락을 당한 꼴이었다. 최경환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게 분명 하다.
그러나 하북팽가로 인해 길드, 무문 연 합의 입장도 곤란해졌다. 결계를 쳤다 해 도 다크니스 길드는 도시 한복판에 있었 다. 문제를 자꾸 확대시키는데 좋아할 수 는 없다^ 이번 다크니스 길드를 공략한 건, 다크 마스터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 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관찰했다.
‘집요한구석이 있으니까:
그는 원수를 두고 가만히 있진 않을 거 다. 아마 어딘가에 숨어 바득바득 이를 갈 고 있을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