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15화 (115/500)

제 5장 공적을 쌓다 (4)

이극은 귀영각의 각주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었다.

귀영대원을 잃은 것과, 진전이 없다는 사실은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게다가 누 군가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또다시 정보가 들어왔다

-다크니스 길드의 안가에 팽가의 무인 이 사로잡혀 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째다. 진의 여부도 분명치 않았다. 정보의 출처도 의심스럽 고, 상황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했다. 무 엇보다 좋지 않은 예감이 스쳤다. 누군가 함정을 팠으리라 경고했다. 어려울수록 돌 다리도 두들겨 봐야할 때다.

하나,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는 현실이 다

일전에 연락을 했더니 본가에서 사람이 왔다. 문제는 그들의 신분이다. 가주께서 하북팽가를 지탱하는 기둥 중에 한 축인 하북삼도(河北三刀)를 보냈다: 이들은 팽가의 장로다.

귀영각주인 이극도 함부로 대하기 어렵 다

-반도의 오랑캐 따위를 두려워한다면 어찌 대륙을 질타하는 자랑스러운 팽가의 후예라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팽가의 장로이며, 하북을 대표 하는 고수다^ 하북삼도 중 건천도(乾天刀)는 하북십강 의 일인이다. 가문과 본인에 대한 자긍심 이 상당했다 이극은 최대한 출처를 확보하려고 노력 했으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었다. 장로들의 의견을 마냥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은 다크니스 길드의 안가로 향했 다. 사실 하북삼도가 있다면 굳이 피하지 않아도 되었다. 성급한 행동이기는 하나, 장로들을 믿었다

‘그랬는데.’

안가에 도착한 이극은 깊은 한숨을 쉬 어야 했다.

하아아

안가는 드러나 있었다. 결계로 꽁꽁 싸 매고 있어도 부족한 판국에 열어 놓다니.

이유는 있었다. 자신들보다 먼저 도착한 자들이 안가를 장악했다.

‘금강문.’

금강문이 다크니스 안가를 확보했다

이극은 어찌할까, 고민을 하다 안가에 서 풀려난 자들을 봤다.

‘삼공자:

혹호문에서 실종이 된 후, 흔적을 찾지 못해 죽은 걸로 결론을 냈다. 그런데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하필이면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곤혹 스러운 만남이자 결과였다.

‘사실이란 말인가:

분명하지 않은 출처로 인해 시간을 잡 아먹어 금강문이 먼저 나선 것이다. 돌아 가는 정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다크니스 길드의 안가다. 확실한 정보가 아니고서야, 무문이 길드를 공격하진 않 는다. 자칫 길드와 무문 전체의 갈등으로 번질 위험이 있었다. 금강문의 성향을 알 지만, 그렇게까지 되기를 바라진 않을 것 이다.

“이보게.”

“ 말씀하십시오.”

다크니스 길드의 안가를 확보한 금강문

의 책임자는 강현이었다.

강현은 귀영각주를 알아보고, 예의를 갖추었다. 그의 등장이 의외이기는 하나, 팽가의 무인이 사로잡힌 걸 상기하면 이해 가되었다.

“안가에 팽가의 무인이 사로잡힌 걸 알 고 있었나?”

“몰랐습니다.”

“몰랐다고?”

“그렇습니다 우린 그 이유 때문에 오지 않았습니다”

정보의 출처를 파악하려던 이극에겐 예상외의 답변이었다. 뜻하지 않았기에 머 릿속이 복잡해졌다. 도대체가 돌아가는 정황을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단서를 잡았 다 싶으면, 의도치 않은 일이 연이어 벌어 지고 있었다. 혼란이 중첩, 가중되었다

“그럼 대체 어떻게 알고 여길 찾아온 것 인가?”

“본문에 의뢰가들어왔습니다. 개인적 으로 친분이 있어서 조사를 했더니 다크 니스 길드와 관련이 있더군요.”

살해 협박을 받은 지인이 의뢰를 해왔 고, 조사를 시작했다는 설명이었다.

증거 자료도 있었다

이극은 의심이 될 만한 부분을 찾지 못

했다.

‘일우의 후계자’

연적을 제거해 달라고 다크니스 길드에 의뢰를 했고, 이를 눈치챈 당사자가 금강 문에 부탁을 한 것이다. 금강문주의 안주 인과 친분이 각별하고, 삼형제 중 막내인 이강천과도 인연이 있었다. 의뢰를 해도 충분히 이상하지 않을 관계였다

‘이런 젠장!’

금강문이 안가를 공격한 시간을 봤다.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정보보다 시간이 늦 었다. 정보를 받는 즉시 움직였다면 자신 이 먼저 다크니스 길드의 안가를 확보했 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번 일은 본가가 주도를 해야만한다.

“이제 됐으니 그만 우리에게 넘기게.”

“안됩니다;”

“안 된다니, 내 말을 무시하는 것인가?”

“팽가의 무인은 돌려드리겠으나, 문주 님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본가의 무인이 관련되었어, 이런 식으 로 나오면 금강문에도 좋지 않을 걸세!”

“그렇더라도 절차를 무시할 순 없습니 다:’

이극은 골이 지끈거렸다. 본가의 무인 은 돌려준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없다는 점은 곤혹스 러웠다. 그렇다고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안가를 먼 저 확보한 쪽은 금강문이다. 무림의 관례 대로라면 금강문에 우선권이 있었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강현은 이번 일이 정우와 관련이 있음 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썼는지 오리무중이다. 자칫 더 큰분 란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 다. 하나, 안가를 습격해 팽가의 무인을 구 한 건 본문이었다. 아버지께서 결정을 내 리지 않은 이상, 이극에게 넘겨줄 순 없었 다

귀영각주 이극은 냉철한 자다. 강현은 그가 강요하지는 않을 거라고 봤다. 하지 만 모든 일이 그렇듯 생각대로 홀러가진 않는다.

“어린놈이 객기를 부리는구나.”

주변을 압도하는 기세가 발산되었다

‘이자는 누구지?’

강현은 그제야 이극만 있는 것이 아님 을 실감했다. 마치 성난 호랑이를 연상케 하는 자였다. 외침과 함께 쏘아내는 경력 이 만만치가 않았다. 자칫 내상을 입을 뻔 했다

“제법이기는 하다만, 경을 치고 싶지 않 으면 썩 비키거라.”

중년인은 하북삼도의 맹호, 팽기성이었 다.

그는 방금 전 무형의 경력을 쏘아냈다. 결코 가볍진 않다. 보통은 내상을 입는다. 이를 해소한 강현의 능력은 인정하나, 그 분이었다. 이 이상본가의 행사가 방해를 한다면 어리다고 해서 봐줄 마음이 없다. 어차피 반도의 오랑캐, 저항한다면 뼛속 깊이 대가를 치르게 하면 그만이다. 예로 부터 반도의 오랑캐는 반항적이라 짓밟아 야말을 잘들었다.

‘ 강하다:

강현은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는 기분 을 맛보았다. 호랑이 앞에 놓인 먹잇감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기세가 꺾인다면 어찌 금강문의 후예라 자처할 수 있단 말 인가.

‘나도 꼴통이군.’

지금은 물러서야 타당했다. 상대는 귀 영각주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자다. 팽 가의 주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것이 분명 하다. 그를 상대하기에는 아직 주먹이 여 물지 않았다 그런데도 피하기보다는 싸워 보고 싶다는 호승지심이 우선이었다. 무식 하다고 동생들을 타박한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럴수 없다고 했습니다:’

“건방진, 후회하게 해주마!”

팽기성의 인내는 한 번으로 족했다. 그 는 성질을 참아가며 사는 부류하고는 거 리가 멀었다. 성향만 놓고 본다면 금강문 과 다르지 않았다. 하긴, 무인이 언제 성질 을 참아가며 살았던가. 힘이 있으면 쓰고 싶어 안달이 난존재였다.

그 순간

강맹한일갈이 터져 나왔다

“어떤 놈이 감히 내 새끼를 겁박하는

거야!”

쩌렁쩌렁 울리는 광포한 포효, 들이닥 친 바람이 후폭풍을 형성했다 찰나에 공간을 파고들어 제공권을 흔 들어놓은 그림자

2m를 가분히 넘어서는 거구였다.

금강문주, 이호극이다.

“아버지.”

“오냐”

강현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자신도 어 쩔 수 없는 아버지의 자식이었다. 아버지 의 등이 이렇게나 든든했던가. 나이가 들 어도 아버지는 아버지일 수밖에 없었다

이호극이 팽기성을 돌아봤다.

“너냐! 내 새끼 겁박한놈이‘?”

“?…뭐라? 입을 함부로 놀리다니, 죽고 싶은것이냐!”

“어쭈, 이 새끼 봐라. 주둥이가 아주 자 유분방하구나.”

“너…… 이놈!”

팽기성은 60년을 살면서 이런 막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누구도 자신을 상대 로 이런 미친 짓을 하지 못했다. 대륙에서 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변방의 소국에 서 당하고 있었다. 너무 기가 차고 어이가 없다 보니 말까지 더듬고 말았다

“반도의 오랑캐 따위가 감히 대륙의 무 인을 능욕하다니, 그 죄는 죽음으로써 갚 아야 할것이다!”

“개소리 그만하고, 덤벼 새끼야!”

이극은 말리고 싶었다. 그러나 말릴 수 있는 상황은 지나가 버렸다. 저런 식으로 나오는데, 어떻게 말린단 말인가.

‘금강문주 미치지 않고서야!’

금강문이 꼴통으로 불리는 이유를 이 제는 확실히 깨달았다. 게다가 문주란 작 자는 문파 최강의 꼴통이었다. 상황 판단 이 되지 않는 건가, 아니면 아예 생각이 없 는건가.

이극은 금강문주의 머리 뚜껑을 열어 보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꽈아아아아앙!

지축을 뒤흔드는 거대한 폭발음, 사방 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내지른 주먹과 막아서는 칼

서로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었다.

즈L츠느즈之으』

I 亡1“―?W

첫 격돌.

상황은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었다.

5걸음을 밀려나간 팽기성.

굳건히 제자리를 지킨 이호극

“이거 봐라, 제법이네.”

이호극은 단 일격으로 끝장을 내지 못 한 것이 못마땅한 기색이었다. 전력은 아 니더라도, 힘을 실어서 펀치를 날렸다. 한 데도 막아내고 멀쩡히 서 있었다. 이건 나 름대로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이었다.

“요 근래 내가 많이 쉬기는 쉬었나 봐. 허접한 놈을 상대로 이격이나 써야 하고 말이야.”

격돌에서 밀린 팽기성의 안면이 붉게 물들며 부들부들 떨었다. 당장에라도 놈 의 사지육신을 찢어발기지 못하면 참지 못 할 듯했다. 그러나 맹호도를 타고 전해오 는 진력은 상대가 만만치 않음을 직시하 게 해주었다. 대륙에서도 이만한 신력을 가진 자는 흔치 않았다. 막돼먹은 어투와 달리 이름이 있는놈이 분명하다

-그는 금강문주입니다!

이극이 서둘러 전음을 보냈다. 격전에 서 우위를 점했다면 모를까 누가 봐도 밀 린 기색이 완연하다. 이쯤에서 선을 긋는 편이 나았다 더 해봤자 손해만 볼수 있었 다. 만약에라도 팽기성이 부상을 입기라 도 한다면 가주를 뵐 면목이 없다.

‘반도의 백혈도라고 불리는놈이구나!’

대륙에서 이런 놈이 있었다. 제 잘난줄 알고 제멋대로 설치는데 무공이 하도 고 강해 건드리지 못했다. 백인문의 문주 백 혈도가 바로 대륙의 꼴통이다. 그렇다 해 도 금강문주의 무력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이야. 알려진 것보다 족히 몇 배는 더 고 강한 무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혼자선 힘들다.’

인정하긴 싫지만 금강문주는 강했다. 혼자 상대를 했다간 또다시 낭패를 당할 수 있었다. 아니면 하북십강의 건천도가 나서야 하는데, 그건 그거대로 자존심이 상한다. 셋이서 한 명을 합공했다는 오명 을쓸수 있었다.

“눈알 더럽게 굴리네, 어서 안 오냐!”

이호극은 마다하지 않았다. 대륙이라고 해서 떠받들어 주니까, 새끼들이 주제를 모르고 있었다. 보여줄 때는 보여주어야 했다 반도에도 강골이 있음을

“건방진 놈! 소국에서 이름 좀 알려졌다 고 뵈는 게 없는 모양이구나! 네놈에게 하 늘 밖의 하늘을 가르쳐 주마!”

“하늘 밖은우주다, 새끼야!”

나도 그 정도는 안다는 아버지의 포효 에 강현은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지구과 학을 배워서 더, 화끈거린다.

이호극과 팽기성이 격돌하는 찰나.

움직임이 있었다.

푸아아앙!

충돌이 일어나고, 양쪽으로 벌어진 공 간

혼천도 팽준경.

그는 팽기성을 도와 이호극을 압박하려 고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세가 전달되 어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사혈을 노려 막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었다.

격돌 후 등장한 사내.

팽준경은 할 말을 잃었다

“합공을 하려면 수를 맞춰야지요.”

혹금단주, 정우.

공간을 쇄도해 팽준경을 막아섰다

팽준경은 믿기 힘든 얼굴을 하고 있었 다. 새파랗게 어린 놈이 자신의 기격 안으 로 치고 들어와 정면으로 격돌했다. 그런 데도 선수를 취하기는커녕 호각지세를 이 루었다. 이호극의 전투력을 감안해서 전력 을 꽤나 실었기에 심적인 충격이 더 크다

“네놈은 누구냐?”

“금강문의 혹금단주, 전호경입니다. 팽 장로님.”

“?…단주라고!”

일개 단주가 팽가의 장로와 맞먹는다.

이걸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나. 이를 지

켜본 이극마저도 이번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금강문주가 비록 꼴통이기는 하나, 반도의 강골이었다 그의 무력은 충 분히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혹금단 주가 이렇게나 뛰어난 무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는 드러내지 않았던 건가?’

금강문엔 이호극이 전부인 줄 알았건 만, 이강현도 그렇고 만만치 않은 전력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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