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을 기도하다니, 브레스를 발출하 는 드래곤의 아가리로 직행한 꼴이다. 전 생에 수없이 많은 암살 시도가 있었다. 그 안에서 진강백을 제외하고 누구도 성공하 지 못했다. 하물며 기본도 되지 않은 어설 픈 놈들의 암살 따위에 당하겠는가. 애초 에 현우의 옆에 없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 지 않는다. 그는 현우의 수행비서다. 현우 가 있는 장소엔 항시 자리하고 있었다. 밀 리고 있는 와중에도 끝까지 본인을 숨기 고 있다는 점에서 윤기성이 암살자임을 눈 치챘다. 설령, 모른다고 해도 그 정도 수법 에 넘어갈 정우가 아니다 제 4장
짜고 치는 고스톱(탄) (7)
“ 젠장”
윤기성은 꼼짝없이 붙잡혔다. 환영을 찌르기 무섭게 육신이 마력에 갇히고 말 았다.
정우는 미러-이미지와 홀드를 동시에 걸었다. 환영을 찌르는 순간 홀드에 걸리 도록 설계한 것이다. 만약을 대비해 함정 을 판 현우와 윤기성이지만, 그것조차 대 비하고 있었다.
“이리 내.”
정우는 꼬마의 사탕을 빼앗듯, 윤기성 의 비수를 건네받았다 푸욱
비수가 살을 뚫고 심장을 파헤쳤다.
윤기성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져 버린 다.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아무런 말도 없 이, 심장을 찔렀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 을 알면서도,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살려!”
“심장이 뚫렸는데 살려고?”
“?…난이렇게……
윤기성은 채 말을 끝내지 못했다. 불신 과 원망이 뒤섞인 동공은 서서히 잿빛으 로 변해갔다 홀드가 풀리자 실 끊어진 인 형처럼 고꾸라졌다. 좀 전까지만 해도 그 룹 후계자의 수행비서로서 잘나갔던 인생 이었으나, 죽음 앞에서는 공평했다.
스윽!
정우의 시선이 현우와그들을 향했다
씨익!
미소를 짓는다.
오싹!
현우와 그들은 소름이 돋았다. 상식을 가뿐히 벗어나고 있었다. 윤기성의 암즙을 피한 것은 둘째 치고, 일말의 주저 없이 윤 기성을 죽였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결코 간단치 않았다. 그 사람의 일생을 끊어내 는 일이다. 실력의 높고 낮음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을 죽이고서 태연히 웃고 있 는 자는흔치 않으니까. 죽여 본 자만이 가 지는 여유였다.
“잠깐, 우린 정말■로 이일과관련?… 크 억!”
말을한자
이성운의 단발마가 울려 퍼졌다. 그의
이마에 칼이 들어가 박혔다. 윤기성의 비 수였다. 두개골을 깊숙이 찔러 비수의 손 잡이만 덩그러니 남았다.
쿠당!
이마에 칼이 박혔으니, 죽음은 필연이 되었다. 저러고서도 살면, 그게 더 두려운 현실이다. 좀비는 인간이 아닌 마물이니 까. 별의별 속성이 판을 치고 있어, 좀비 마스터가 없다고는 단정하기 힘들다. 간혹, 네크로서맨서에 손을 대는 자도 있었다.
“이런, 맞을 줄은 몰랐는데.”
정우의 빈말이었다. 하지만 얼핏 이해
는 될 거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를.
저들은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 었다. 비수는 금속 재질이고, 당연히 막았 어야 했다. 문제는 그들에게 남아 있는 속 성력이 바닥이라는 점이다. 비수조차 막 을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 꼴 이다.
으아아악!
동료의 죽음
9명이 되어 버린 선배들은 기겁했다. 현 우의 말을 들었을 때는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동기가 죽었다. 지나치게 간단하게 죽어서,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공포가 밀려오?자, 사리분별이 되지 않았 다. 한시라도 빨리 사지에서 벗어나고 싶 은 마음뿐이었다.
“도망쳐!”
“사람살려!”
약 맞은 벌레처럼 뿔뿔이 흩어지며 도 망쳤다.
정우는 이를 간과하지 않았다. 시작하 지 않았다면 모를까. 선을 넘어 버리고서 용서를 구하는 건 염치없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저들은 생명 연장을 위한 그 어떠 한 가치도 증명하지 못했다. 그런데 살인 현장에 있었다 있어선 안 되는 장소, 보지 말아야 할 상황을 목격한 자의 최후는 정 해져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살아 있는 입 구멍은 뭔 말을 할지 모른다고 했다. 알려진다 해도 두렵지는 않으나, 목적을 위해서는 은밀함 이 필요하다.
-윈드커터.
정우의 마법 주문이 발동 퍼져 있던 마 력이 응축되어 어둠을 가른다. 뻗어나간 날카로운 예기는 주인의 명을 받아 일체 의 주저함 없이 수행했다.
슈아아앙!
베어낸 어둠속
스적!
갈라진 공간에서 수급이 떨어져 내린
다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는 수급, 부릅뜬 두 눈에는 공포가 새겨져 있었다. 저승에 가서도 잊 지 못할 공포의 흔적이었다.
부들부들!
현우는 지독한 악몽을 꾸는 기분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작금의 현실이 와 닿지 않았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일 우그룹의 후계자이며, 유니크로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두려 움에 벌벌 떠는 쥐새끼나 다름이 없었다.
빠드득!
현우는 분노했다. 저놈 때문에 인생이 망가져 버리고 있었다.
한편으로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놈의 나이와 잠재등급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놈 이 일우그룹의 후계자인 자신의 목숨을 틀어쥐고 있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이었다.
정우는 현우와 마주 섰다.
“말해줄까?”
“?…빈정거리지 마라!”
“알고는 죽어야지.”
“날…… 죽이겠다고? 그런 짓을 하면 네가 무사할 성싶어! 너는 물론 네 가족 도?… 크악!”
현우의 고개가 팩 하고 돌아갔다. 입술 이 터지면서 핏물이 분사되었다.
범위를좁혀야지 덜 맞지.
한 대로 끝날 거 매를 벌고 있었다.
“이 새끼가 감?…!”
현우의 고개가 연이어 좌우로 돌아갔 다
빠악, 빠악!
정우는 참지 않았다. 본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현우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이 순간 현우는 벌레보다 못한 존재였다. 아! 그런 말을 할수도 있다. 상대가자신을 벌 레처럼 본다고 해서, 똑같이 대하면 너도 벌레 같은 존재가 되는 거라고. 돼지 눈엔 돼지가 보인다고 했던, 무학대사의 이론이 다 그러나 정우는 상관하지 않았다. 똑같 은 놈으로 봐도 무방하다. 달리 봐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사람을 도울 때도 나고, 사람을 죽일 때도 나다. 애초에 성인군자 는 되고 싶지도 않고. 이에는 이, 눈에는 눈도 사실 성에 차진 않는다.
은혜도 100배, 원한도 100배다.
“나를 유인한걸로알고 있지?”
“?…무슨 뜻이냐?”
“흑막에 의뢰했잖아.”
“?…그걸 어떻게?”
정우의 입에서 혹막이 거론되자, 현우 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뱉어낸 말을 주워 담지는 못한다 떠보기 위한술 책치고는 흑막의 이름이 흔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알고서 하는 말이었다.
“결계를 쳐 마법을 쓰지 못하면 직접 해 결할 수 있을 줄 알았겠지. 하지만 세상이 그리 편하게 돌아갈 리가 없잖아 혹, 여태 까지 내가 운만으로 빠져나왔다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실망인데.”
“운이 아니라고?”
3번이나 함정을 팠다. 정우는 번번이 빠 져나갔다. 그간은 운이 좋아서 벗어났다 고 봤는데, 돌이켜 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한두 번은 운으로 쳐도 그 이상은 운이라 고 보기 어려웠다. 그걸 인정하고, 확인했 어야 했다.
현실 부정은 쉬운 방법이다.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현실을 바꿀 수 있다
‘천운 그게 나하고 상관이 있나.’
정우는 늘 운이 없다고만 생각했다. 5 번이나 전생했고, 5번이나 죽었다. 운이 좋았다면 5번의 전생 동안 잘 먹고 잘 살 았겠지. 매번 한 고비를 넘기지 못해, 부귀 영화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죽었다. 다 시 생각하니 열 받네.
“처음부터 나를노린 것이냐?”
“말 깉지도 않은 소린 집어치우고.”
현우가 정우와 연관된 주요한 원인은 하라다. 그녀로 인해 악연이 생겼다. 그러 나 정우와 하라는 유치원 때문에 알고 지 낸 사이다. 그때부터 노렸다는 건 상식적 이지 않았다. 미래에 연적이 될 테니, 싹을 제거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문제, 왜 마법이 금제되지 않았
을까?”
“어째서냐?”
현우에게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 리였다.
눈치를 챌 법도 않데, 정우는 혀를 찼 다
힌트를 주었다
“난 너와 조우하고 한 번도 자리를 옮기 려고 하지 않았어. 그게 결계에 갇힌 사람 의 행동이라고 할수 있을까?”
“결계가 아니구나!”
정우는 혹막을 장악한후, 이 일대에 마 력진을 설치해 놓았다.
현우는 마법이 구속된 줄 알고 득의만 만했겠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마력을 충 원받고 있었다. 마르지 않은 샘물을 끼고 있는데, 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다니. 승부 는 그때부터 결정이 난 것이나 다름이 없 었다.
빠드득!
현우는 연거푸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이제까지 놈의 손바닥 안에서 놀았다. 자 신은 장기판의 졸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 런 줄도 모르고 장단에 맞춰 놀아나다니. 화가 치밀어서 참기가 어려웠다. 평소의 냉 철했던 이성은 박살 나 버리고 말았다. 감 정을 주체하기가 어려울 만큼 북받쳐 올 랐다.
“이 와중에 화를 내다니, 강단은 있네.”
정우의 싸늘한 눈빛에 현우의 분노는 식어 버렸다. 모골을 스며드는 살기는 단 순한 협박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미 11명 이 죽었다. 자신이라고 죽이지 않는다 장 담하지 못한다. 일단은 살아야 했다
“나를 살려주면 네가 원하는 걸 들어주 마”
“능력은 되고?”
“나는 일우그룹의 후계자다! 한국에서
일우그룹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
“안타깝지만 일우그룹은 힘이 되어주지 못해.”
참으로 어리석지 않은가. 결국에는 배 경에 기대고 있었다. 본인의 능력으로 이 룬 것도 아니면서. 그것이 얼마나 나약하 고 부질없는 모래성인지를 깨닫지 못하다 니.
“무슨 말이지?”
“설마 너 하나를 위해 내가 이 고생을 했을 거라고 보는 거냐.”
현우의 뇌리로 스쳐 지나가는 조각들.
-대한그룹, 다크니스 길드, 하북팽가,
혹막
편린들이 짜 맞추어졌다. 그러자 놈이 그리는 거대한 흐름이 나타났다. 스케일 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상상도 못할 현실 과 조우하고 말았다. 이놈은 괴물이 분명 하다. 자신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을 자행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이건 개 인이 하기에는 너무나 크고 무서운 계획이 다
“일우를 제물 삼아 기존의 틀을 부숴 버릴 거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계획이 통할 성싶으 냐!”
“되든 안 되든 너하고는 관계없잖아”
“?…그런!”
현우는 뒷걸음을 쳤다. 그에게 있어 정 우의 실체가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었다. 정우를 중심으로 붐어져 나온 기세가 악 마의 형상을 취했다. 현세에 강림한 진정 한 악마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악 마를 향해 발톱을 내밀었다.
“……가까이 오지 마라!”
“죽지는 않을거야”
현우는 분노와 절망을 동시에 느꼈다. 놈은 끝까지 자신을 이용할 심산이었다. 여기서 벗어나 놈의 무서운 계획을 알려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일우는끝장이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냐?”
“가족은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먼저 가족을 건드린 쪽은 현우다. 본인 딴에는 길바닥에 박힌 돌부리 정도로 봤 겠지만 돌부리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정 우는 그저 받은 대로 돌려주고 있을 뿐이 고, 시작에 불과했다. 가치에 있어 우선순 위는 사람마다 다르다. 정우에게 가족은 전부고, 일우그룹은 발톱에 끼인 때만도 못했다 그렇잖아, 발톱에 때가 끼면 벗겨내야 지.
공포에 질린 현우는 뒷걸음을 치다 돌
아서 도주했다.
웃음이 나온다.
감히 나를 앞에 두고 등을 보이다니.
크억!
정우의 기격이 현우의 의식을 끊어냈 다
전투가 끝나기가 무섭게 검은 그림자가 밀려왔다. 멀찍이서 대기를 하고 있었던 혹금단이다. 그들은 일대의 전파를 차단 하고, 만약에 있을 상황에 대비해 놓았다. 하지만 저들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주의 손바닥 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리해.”
“예, 단주.”
정우는 근처에 볼일이 하나 더 남았다. 마저 끝을 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