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09화 (109/500)

제 4장

짜고 치는 고스톱(탄) (5)

땅거미가 짙게 깔리는 시각, 정우는 뚯 하지 않은상대를 만났다 멈칫!

인적이 드문 공장 부지에서 해가 지는 시간에 낯익은 얼굴을 볼 확률은 천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선배가 여긴 어쩐 일입니까?”

“나도 땅 좀알아보려고 왔지.”

“일우에서 부지를 원하는 건가요?”

“그렇진 않아 개인적인 일이거든.”

반 이상이 어둠에 가려져 있어도 얼굴 의 윤곽은 선명했다.

뜻하지 않은 인물은 전문학교 5학년 채 현우다. 일우그룹의 후계자가 누추한 장소 에 직접 찾아오다니, 보기 드문 일이기는 하다. 게다가 혼자 오지 않았다. 그의 주변 으로 10명이 더 있었다.

“필요하다면 제가 양보하겠습니다.”

“그보다는 용도가 궁금하진 않아?”

양보하겠다고 했는데, 용도를 묻는다. 대화의 핀트가 빗나가고 있었다. 현우의 눈빛도 예사롭지 않았다. 짙은 땅거미와 맞물려 더욱 어둡고, 음습해 보였다.

정우는 석양을등진 채, 의도를 물었다

“어떤 용도입니까?”

“무덤.”

“이 일대는 풍수지리를 봐도 무덤으로 적합하지는 않습니다?”

“상관없어.”

“왜죠?”

“네 무덤이니까”

대화가 끊어졌다

우연히 찾아온 게 아님을 밝히는 현우 다. 친절히 목적을 말해 주었다. 공기가 싸 늘하게 식어가며, 살의가 피어올랐다. 그 동안 정우에게 당한 것을 모조리 다 돌려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최후는 반 드시 자신의 손으로 끝장을 낼 계획이다.

본색을 드러낸 현우의 입가에 살의가 맺혔다.

= = X三 I

*1 ~I~?!

직접 손을 쓰지 않았을 분이지, 현우의 능력치는 낮지 않았다. 유니크 등급 최상 급에 도달해 있었다. 나이를 감안하면 천 재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실력이다. 속성 을 퍼뜨리자, 지면이 흔들렸다

“사람들이 알면 좋지 않을 텐데.”

“안다면 그렇겠지.”

“작정을 하고 왔군.”

“그렇다면 어쩔 테냐, 이젠 네놈의 운도 끝이다!”

젠틀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현우의 얼굴에 흉신이 그려졌다. 거듭되는 실패로 인해 냉철함을 잃은 대 신, 살심이 그 자리를 메웠다 궁지에 몰리 니 감추어 두고 있던 본성이 나타난 것이 다 정우는 태연히 상황을 돌아보았다.

“결국 이런 식으로 나온단 말이지.”

“태연한 척해봐야 소용없다.”

“선배라고 대접을 해주니, 진짜로 잘난 줄아나 봐”

“건방을 떨수록 고통만 가중될 거다.”

정우가 마법을 펼치려는 찰나였다. 심 장을 중심으로 마나가 집중되려고 흐}자, 공간이 뒤틀리며 결계가 형성되었다. 마나 에 반응하도록 설계된 마법진이다.

“마나 결계!”

“네놈의 속성은 봉쇄되었다. 크하하하

하!”

현우는 통쾌했다

그동안 너무 나댔다. 자기 주제를 모른 다면 가르쳐 주어야 했다. 하지만 그날 보 여준 능력은 예측한 범위 밖이었다. 정확 한 전투능력을 모른다면 최대한 속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해야 했다. 마나 결계는 6륜의 마력을 제한한다. 설령 그 이상이라고 해도 마나 결계 안에서 제 위 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치사하지 않나?”

“억울해도 하는 수 없다. 이것이 세상이 니까!”

“그 말되돌려주지.”

“할 수 있다면 해 보거라. 발버둥은 환 영하마”

현우의 배후에 선 자들.

금속조종학과의 6학년, 현우의 선배다. 마법학과의 애송이로 인해 금속조종학과 의 명예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현우의 방 식이 과격하기는 해도, 그다지 죄책감을 갖진 않았다. 마물이 튀어나오는 현실이었 고, 언제든 사람은 죽을 수 있었다. 사람 하나 더 죽는다고 해서 알려지진 않는다. 더욱이 현우의 뒤에는 일우그룹이 있었다.

두둥

속성을 발휘했다. 사방에 금속을 퍼뜨

려 놓았다. 고철에 불과하건만, 속성에 의 해 날카로운 병기가 되었다.

날이 돋은 금속의 창

떠오르는 월광에 반사되어 예리함을 번 뜩인다, 어두워진 하늘을 가득 메웠다. 어 디로 가도 창의 영역이었다. 잔뜩 성이 난 고슴도치를 보고 있는 듯하다.

“피할수 있으면 피해봐라”

“내가 왜?”

정우는 멀뚱히 서 있었다. 날이 선 창 중에 하나가 날아오고 있음에도 의식하지 않았다. 그저 정해진 수식에 의해 마법을 영창 했다.

-배리어.

정우가 마법을 일으키자, 현우는 비웃

었다. 놈이 가지고 있는 수단은 마법뿐이 다.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상 허약한 인간에 불과했다 스 0 9 I

T1 "―I―I O i

일기일창(?氣-槍).

공기를 베어내며 섬뜩한 소리를 자아냈 다

처어어엉!

어둠을 꿰뚫으며 울려 퍼지는 시끄러운 금속음, 사방을 흔들었다. 적막함을 깨버 리는충돌의 여파였다

“아니?”

예측하지 못한 현실의 조우.

현우는 납득하지 못했다. 암반에 두드 렸을 때의 거친 파열음이 아닌, 살가죽이 뚫리는 소리가 들려야 한다 이는 놈의 마 법이 통했다는 의미가 된다. 마력을 너프 시키는 마력결계에서 마법을 사용하다니, 상식적이지 않았다. 최대 7륜의 마법을 제 어하는 마력결계라고 했었다 이를 무시할 존재는흔치 않았다.

“대마법의 경지?”

정우의 마법은 5륜의 경지였다. 대마법 에 오르려면 한참을 더 수련해야만 가능 하다. 그럼에도 마나결계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럴 리 없다!’

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동양에서 대마 법의 경지를 개척한 인물은 없었다. 서양 에서도 대마법사는 극소수이며, 연륜이 높았다. 열일곱 살에 대마법사라니, 세 살 배기도 믿지 않을 일이다. 한순간이나마 그런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수치스럽게 다가왔다 인간은 본인이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 현실을 부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현우도 대다수의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속임수를 쓰다니!”

한 번은 통했을지 몰라도, 두 번은 통하 지 않는다. 반드시 놈의 비명과 통곡을 들 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성이 풀리지 않는다. 3번이나 농락을 당하고, 또다시 놈에게 당할 순 없다.

“전력으로 공격해.”

현우의 지시를 받은 10명의 선배.

하늘을 수놓은 날카로운 창을 빠른 속 도로 쏟아냈다.

그야말로 창의 폭우

속도는 가속되어 어둠을 꿰뚫는다. 피

할 공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도망을 쳐도 창의 영역에 갇힌다.

꽈아앙

거친 폭발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위력은 점점 더 강해졌다. 속성을 받은 금속 창은 일반적인 금속보다 훨씬 강력 한 파괴력을 가졌다. 이는 속성 등급이 높 을수록 비례했다. 게다가 10명이 전력을 싣고 있었다 퍼퍼퍼펑!

튕겨져 나간 금속은 반진력을 더해가며 재사용되었다. 마치 창끝에 실이 연결된 듯, 연이어 배리어를 두드렸다. 부딪치고, 튕기고를 반복할수록 파괴력이 강력해졌 다. 정우의 입장에서는 육방이 가로막혀 있는 형국이었다 그렇게 1분이 흘렀다.

“?…어째서?”

배리어는 부서져야 했다. 살기 위해 이 리저리 도망을 다녀도 부족하다. 한데, 도 망은커녕 제 자리에서 어찌하나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게 다냐?

정우의 행동 하나하나가 말해주었다

건방이 하늘을 찌른다. 저 위에서 내려 다보는 전능자, 발버둥 치는 벌레를 보는 시선과 같았다. 그것이 현우의 속을 긁었 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는 자신이 되어 야했다. 저놈이 아니라 빠득!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의 연속이었다. 마 나결계 속에서 마법을 발휘하는 것도 놀 라운데, 10명의 합격을 대수롭지 않게 막 아냈다.

이들 10명은 현우가 직접 막대한 비용 을 들여 포섭한 금속조종학과의 인재였 다. 성격이 맞아서 최후의 카드로 남겨 두 었었다.

‘도대체 무슨짓을 한거냐?’

마나결계가 잘못되지 않고서야.

그렇다고 해도 정우의 마법은 이해 불 가다. 이렇게까지 대단한 마법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고작 해 봐야 잠재등급 3급의 쓰레기다. 그에 반해 자신 은 6급의 잠재등급이었다. 주변의 환경도 격차가 있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놈이 재벌인 자신과 비교된다는 것 자체 가 모욕적이었다.

“너 따위가 내 상대가 될 것 같으냐, 데 스트럭션 해머(Destruction-Hammei)!”

현우는 속성을 극대화해 허공에 거대 한 쇠망치를 완성했다. 튕겨져 나간 금속 창을 결합한 초대형 망치다. 피할 공간 따 위는 주어지지 않았다. 반경 50m 내외가 人}정권이었으며, 퍼져 나갈 파장은 지대를 흔들어 놓고도 남는다: 꽈아아아아앙!

100톤이 훌쩍 넘어가는 해머의 장도리 질

수정 알처럼 빛을 발산하는 정우의 배 리어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대지에 못을 박듯, 균열이 퍼져 나갔다.

철컹, 쿠우웅

작용반작용의 원리가 통용되었다

두드리면 부서져야 반진력이 덜하다, 부

서지기는커녕 금성철벽을 두드린다면 되

돌아오는 힘은 감당하기 어렵다.

휘청!

배리어가 고무공처럼 금속 해머를 통통 튕겼다. 쏟아냈던 속성을 타고 전이되어 내부를 진탕시켰다.

부르르!

현우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10명의 선배들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으 로 이건 불가능했다. 설령 마법을 배웠다 고 해도 전문학교 1학년에 불과하다. 수십 년을 배워도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르는 자는 극소수다. 새파랗게 어린 놈이 대마 법사의 뺨을 세게 후려치고 있었다.

“받았으면 돌려줘야겠지.”

방어에 주력했던 정우가 공격주문을 외 웠다.

촤악

배리어를 중심으로 거대한 빛의 날개가 형성되었다. 마치 하늘에서 하강한 천사의 날개처럼 강력한 빛의 포화가 발산되었다. 활짝 편 날개는 길이가 무려 30m나 되었 다

“파닥거려 볼까나.”

빛의 날개가 좌우로 날갯짓했다.

펄럭!

어둠을 휘젓는 빛의 날개는 아름다워 보이나, 현우와 10명은 섬뜩함을 느껴야 했다. 동공으로 밀려오는 광망(光苦)의 깃 털이 예리한 날을 번뜩거린다. 영혼은 이 미 갈려 나가고 있었다. 멍하니 있다가는 육신마저 베인 고깃덩어리가 될 것이다.

스스 스스I

TTTT 11 너’!

어둠을 가르는 깃털의 포화, 금속의 창 과는 대조를 이룬다.

현우와 10명은 급히 속성을 발휘했다.

“철의 방패!”

튕겨져 나갔던 금속이 모여들어 현우와

10명을 중심으로 거대한 방패가 되었다. 응집된 철의 방패는 공간을 반사시켰다.

파파파팟!

빛의 깃털이 철의 방패에 꽂혔다.

금속과 깃털의 관계를 감안하면 납득하 기 어렵겠지만, 뚫어내고 있었다

-속성, 가속중첩!

현우와 10명은 빛의 날개를 가벼이 여 기지 못했다. 속성을 발휘하면 무형의 기 운이 연결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 속으로부터 전해지는 반발력을 고스란히 체감하고 있었다. 홀로 감당을 하기는 어 렵다고 판단 속성을 합쳤다.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으면, 파동을 동일화하여 공력의 전이와 비슷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물론 힘을 합치기 위해 서는 상당한 수련이 필요하다. 속성이 같 다고 해서 무턱대고 합일을 시도했다간, 개개인이 가진 특성이 파고들어 심신이 파 괴될수 있다 파파파팟!

철의 방패를 빼곡하게 메운 빛의 깃털.

정우는 마법을 정비하며 주문을 변형 했다. 단순히 펼쳐낸 것으로 끝내지 않고, 마법의 연계를 이루었다. 그리고 쏘아낸 빛의 깃털은 지금을 위한 연출에 불과하 다. 그 정도에 당하면 준비를 한 사람으로 서 솔직히 섭섭하다. 성대한 잔치를 준비 했는데, 막상 아무도 오지 않으면 허무한 거처럼.

“생으로 깃털을 뽑으면 화가 치밀겠지.”

깃털의 분노.

윙 블래스트(Wing-Blast).

철의 방패를 메워 놓은 빛의 깃털, 좀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빛의 포화를 이루 었다. 극한에 다다르는 빛의 포화는 어둠 을 지배하며 시야를 가렸다. 짙은 어둠도, 광망의 빛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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