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08화 (108/500)

제 4장

짜고 치는 고스톱(탄) (4)

‘지 과장, 윤 대리! 나한테 이래도 되는 거야!’

사장이 버젓이 눈뜨고 지켜보고 있건 만, 들어와서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있었 다. 이미 회사를 물려주고 뒷방으로 밀려 나간 지분 제로의 전임 회장 취급이다.

윤철은 살아오면서 오늘처럼 배신감을 느껴보기도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아들을 질투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뱉어 놓 은 말이 있어, 주워 담기도 민망한 상황이 되었다.

“사석에서는 편하게 대해주세요.”

“아닙니다. 어찌 제가 감히 투자자님에 게 하대를 하겠습니까. 하명을 거두어주 십시오.”

사극을 찍어라; 사극을!

윤철은 기가 차다 못해 목이 탔다.

“윤대리, 물좀?”

“사장님은 손이 없어요, 발이 없어요?

제가 회사에 물 떠오려고 나왔는지 아세 요.”

“?…미안!”

왜나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정우한테 살랑거렸 던 훈풍이 윤철에겐 태풍이 되어 돌아왔 다. 태풍에 대비하지 못해 정신적 피해가 상당했다.

그렇다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손이 부족하다며 휑! 하고 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남겨진 사장 손을 부끄럽게 만 들고.

“아들아”

“예, 아버지.”

“좋냐?”

“나쁘지 않네요.”

맘 같아서는 아들 녀석을 호되게 갈구 고 싶으나, 윤철은 끝내 의도를 달성하지 못했다. 모든 일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 야 한다. 그것은 자식을 교육할 때도 마차 가지다. 사리분별을 명확히 해야만 참된 교육이다.

그렇다 해도 직원들의 태세 전환은 충 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간 함께한 세월 이 얼마인데, 고작 몇 개월 같이했다고 이 런 식으로 나와도 되는 것인가.

“내일 중으로 인원을 보충해 드릴게요.”

“어허, 채용은 나의 중요한 책무다. 사 람을 보지도 않고 선택하란 말이냐.”

윤철의 말투가 곱지는 않았다. 투자를 하라고 했더니, 회사를 제 맘대로 좌지우 지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회사를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왔다. 또한 채용과 인사권만큼은 아들에게 양보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리고 사람 보는 눈은 누구보 다 뛰어나다고 자부했다.

“그럴 줄 알고 신상명세서를 작성해 왔 습니다”

“네가 작성했다고? 그건 지원자가 작성

하는거아니냐?”

“지원자는 자기한테 유리한 말만 적어 놓죠. 말했다시피 저는 뒷조사를 보다 철 저하게 해 왔습니다”

“그건 불법 아니냐?”

“유두리가 있어야 한다면서요.”

정우는 태블릿에 저장해 놓은 신상명 세서를 아버지에게 보여드렸다.

윤철은 보면서 입이 떡 벌어졌다. 지원 자는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메일로 보낸다. 그러면 회사에서 선별해 필요한 인력을 확인하고, 면접을 보러 오 라고 한다. 대면을 한 후에 괜찮은 사람이 면 입사를 시킨다. 그것이 일반적인 인원 보충과정이다.

‘이건, 스토킹이잖아:

지원자의 일생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 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잘 때까지 꼬박 한 달 동안의 행적이 낱낱이 까발려졌다. 심 지어 은밀하게 벌인 사생활까지도 적나라 하다. 굳이 어떤 자세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는데, 심각하게 꼼꼼했다. 그런 저질 체 력으론 상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사족 까지.

“무슨 놈의 조사를, 이건 사생활 침해

야”

“이 정도 했으면 딴마음을 품지는 않겠 죠.”

“그렇다고는 해도, 이건 너무”

“혹, 마음에 안드세요?”

사장의 입장에선 완벽한 조사다. 사원 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사장의 당연한 본능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보다 더 구체적인 신상명세서는 없다 고 봐도 무방했다

‘능력도 좋고.’

직원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치로 활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조사해온 수치대로라면 하이퍼 팩 토리에 최적화된 인원이었다. 이들을 제외 하고 구인란에 올려 봤자 더 낫다고 장담 하지 못했다.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되지 않 았다.

“정우야 넌 꿈이 뭐냐?”

“ 가화만사성이요.”

“아비는 기브지가 않구나.”

“분발하시면 돼요.”

“의욕을 꺾어 놓고 할 소리냐?”

“충언은 항상 입에 쓰죠.”

윤철은 항복했다.

아들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을 했

는데, 다시 보니 낯설기만 하다.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다. 말 을 해 봤자, 호강에 겨워서 요강에 똥 싸 는 소리 한다고 구박당할 게 뻔하다.

일우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와중, 움 직임이 있었다 당장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일우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또한 어느 선과 연관이 되어 있는지를 확인해 야 했다. 그래서 길드원을 파견해 뒤를 밟 았다. 추적에는 일가견이 있는 놈들이라 어렵지는 않았다

‘흑막’

흥신소 내에서 특급으로 분류되는 조 직이다. 하나, 그래 봤자 흥신소에 불과했 다. 흑막을 믿고 일우가 설쳤다고 하기에 는 무리가 따랐다. 주검이 된 동안의 암살 자, 박우식. 그 혼자서도 혹막 따위는 1시 간 안에 모조리 다 전멸시킬 수 있었다.

그들은 길드로 연락을 취했다.

- 위장이군.

“그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배후를 캘 때까지는 나서지 마라

“예, 마스터.”

그들은 다크니스 길드의 길드원이다.

은신, 추적, 암살에 특화되었다. 특히 그들이 입은 슈트는 특수 재질로 되어 있 어 빛을 투영하여 투명화가 가능했다. 20 명으로 이루어졌으며, 개개인의 전투력도 상위에 속해 있었다. 지니고 있는 속성과 은신술을 결합하면 죽이지 못할 자가 없 다고자신했다

-어쌔신나이트.

그들을 부르는 이름이다. 마스터의 직 속 수하이며, 명을 받아 길드원을 감시, 감 찰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같은 길드에서 도 껄끄러운 존재다.

어쌔신나이트는 혹막을 확인했다

시간이 흘러도 별다른 동향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조급함은 없었다. 이런 일 은 시간과 인내의 싸움이다. 조급함을 이 기지 못해 섣불리 나서는 행위는 어리석었 다

2일 후, 오후 5시.

흑막에서 사람이 나왔다.

어쌔신나이트의 1호, 유성진.

그는 관찰력이 뛰어나다. 무력을 드러 내지 않아도 무의식중에 나타나는 미세한 동작만으로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움직이는군.’

혹막에서 나온 5명.

저들이 핵심이다. 은연중 풍겨 나오는 기세는 물론, 발걸음만으로 저들이 범상 치 않음을 직감하게 해주었다.

그는 혹막의 수장을 안다. 박찬균이 제 법 능력이 있기는 하나, 저 정도의 인물들 을 부릴 재주는 없다. 의도를 가진 누군가 가 흑막을 앞세워 계략을 꾸미고 있는 것 이 분명하다.

‘곧 실체를 밝혀주마.’

혹막의 건물에서 치가 떠났다.

곧바로 추적하진 않았다. 이러면 추적 장치를 달아 놓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러나 추적 장치의 신호를 읽는 유니크도 있었다.

어쌔신나이트는 자신들만이 맡을 수 있는 특수한 향을 차에 부려 놓았다.

거리를 두고 추적을 시작했다

서울에서 외곽으로 빠져 2시간을 더 갔 다

인적이 드문 지역에 차를 세웠다.

목표 지점에는 30명 이상의 기운이 느 껴졌다. 제각각 가진 기운이 상당한 수준 이었다. 혹막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건물 안, 기운들이 속속 빠져나가고 있

었다.

“이런, 눈치챘다.”

상황이 다급해지고 있었다. 눈치를 챈 이상, 추적은 간단치가 않았다. 그러나 곧 바로 행동하진 않는다. 마스터의 명을 기 다려야 했다

_ 사로잡아

“예, 마스터.”

다 도망치기 전에 몇 놈이라도 사로잡 아야 했다. 이대로 혹막의 배후로 사라져 버린다면 증거를 찾아내기 어렵다.

‘어떻게 눈치를 챈 거지?’

1호는 그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은 밀하게 추적을 했고, 감각의 범위 밖이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낌새를 파악하고 벗어나기 시작했다.

정우는 수도권과 외곽의 경계가 되는 도로가 인접한 지대에 공장 부지를 설정 했다.

20개의 공장 부지를 선택하고 일일이 찾아가서 확인하는 중이다. 부지 선택도 집을 알아보는 것처럼 꼼꼼해야 했다. 한 두 푼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人)기를 치는 인간들이 꽤 있었다.

“당신 거라며?”

“……내가 누군지 알아! 날 건드리면 통

천문에서 가만있지 않을 거다!”

평당 가격이 300만 원이었고, 정우는 1000평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대의 시가가 100만 원인 걸 감안하 면 3배를 뻥튀기한 것이다. 그럼에도 사기 꾼은 죄를 인정하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정우의 입술이 비틀렸다.

‘사기 치기 좋은 세상이야’

사기를 치는 놈들은 살인자보다 죄질 이 나빴다. 살인은 보통 한 사람을 죽이지 만, 사기는 여러 사람을 죽인다.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해 남의 가정을 파탄 내는 놈들 은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는 편이 나았 다. 사기도 도박과 비슷했다. 한번 빠지면 영원히 벗어나지 못한다. 형을 살고 나와 서도 사기를 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방법은 혀를 자르는 건데, 그럼 여러모로 귀찮다.

“통천문이 널 안다고?”

“내 동생이 통천문의 무인이다!”

“그럼 아까부터 문밖에서 아우성치는 놈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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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 사기를 치려고 했던 무리가 일렬종대로 묶여 있었다. 얼굴은 울긋불 긋,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남 녀를 불문하고, 개 맞듯이 처맞았다. 팔다 리가 기이하게 꺾여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제야 사기꾼, 유경태는 현실을 깨달 았다.

“?…살려 주십시오!”

“싫은데?”

“좋은 땅구해드리겠습니다!”

“늦었어.”

정우는 세상에 하등 필요 없는 인간들 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사기꾼은 소멸되는 편이 이득이었다. 해 서 이번 작전을 실행하면서 사기꾼이 몰려 들 수 있도록 은밀하게 소문을 흘렸다. 어 린놈이 돈 좀 있어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 했으니, 사기꾼에게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덫을 파고 기다렸더니, 꼬이는 놈들이 상당했다. 개중에는 사람의 생각을 읽는 놈들도 있었다. 하라의 신안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일반 사람들은 걸려들 수밖에 없었다. 작정하고 이런 놈들을 잡기는 귀 찮지만 겸사겸사 처리했다. 일도 하고 사 회봉사도 하고, 나브지 않은 일거양득이었 다. 물론 개인적으로 사기 치는 놈들을 극 도로 경멸하기는 했다.

“파묻어.”

“예.”

법적인 잣대는 들이대지 않았다. 사기 를 쳐 봤자 1년이면 대부분이 감옥에서 나온다. 그럴 바에는 깨끗하게 지워버리는 쪽이 현명하다.

“으아아악, 사람 살려!”

“난?… 죽고 싶지 않다고!”

“경찰?… 불러 주십시오!”

“감옥가겠습니다!”

사기꾼들이 아우성을 쳤지만 흙을 대 량으로 먹여 주었다.

“찾아가진 않아도, 오는 놈들은 처리해

야지.”

걸려든 놈들이 재수 없었다고 봐도 무 방하다

정우는 마지막으로 알아본 공장 부지 를 시찰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착해 보니 저녁 7시가 넘어가고 있었 다.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오는 시기라 해가 금세 서쪽 능선에 걸쳤다 석양이 지 는 하늘은 홉사 선혈을 줄줄 홀리고 있는 듯하다.

휘이잉!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공장 부지는 휑했다. 사람은커녕, 도로 와도 거리가 있었다. 공장으로 활용하기에 는 좋지 않은 부지였다.

그런데도 정우는 꼼꼼하게 확인했다.

푸슥!

잡풀을 밟은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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