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07화 (107/500)

제 4장

짜고 치는 고스톱(탄) (3)

“하라보다 내 딸이 더 영계다.”

“그게 딸한테 할 소리예요? 그리고 젊 은 게 아니라 어린 거죠.”

영계는 흔히 삼계탕에 들어가는 재료 다. 살이 연하고, 맛이 좋다. 그런데 이게 비유적으로 어린 여자를 뜻하는 좋지 않 은 단어로 사용이 되고 있었다 요즘은 영 계 좋아하다 감방 신세 지는 인간들이 꽤 많다. 그리고 영계라고 해도 예전 생각 하 면 곤란하다. 영악하기에 어른의 머리 꼭 대기에서 논다.

“어려도 알건 다알아”

“그거 가정 폭력이에요.”

“나는 네가 네 동생한테 한 일을 알고 있다.”

“전 사랑이고요.”

김 총관도 곤란한 표정이었다. 정우와 의 혼사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했다. 금강 문의 미래를 위해서다. 금강문의 상징이 문주지만, 정우의 존재 가치는 그 이상이 다. 저 인간한테 문파의 미래를 맡기기는 불안했다.

그렇지만 강제는 불가능하다. 문주 못 지않게 정우도 쇠고집이다. 실력 테스트를 하겠다면서 문파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지난 일이 상기되었다.

이호극도 정우의 고집을 알기에 우회적 인 방법을 썼다 1번이 되지 않는다면 2번 이라도 얻어야겠다는.

“넌 한 여자에 만족할 수 없는 녀석이 다”

“전 일편단심이에요.”

“아니다, 너는 일부다처제가어울려.”

“조선시대로 돌아가세요. 아니면 사우 디로 국적을 바꾸든가.”

“나도 그러고 싶구나.”

“사모님께 말할 거예요.”

“그말 취소.”

이호극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정우를 사위로 얻어, 장인으로서 한판 뜨고 싶었 건만. 그 케미를 이루지 못하다니, 첫사랑 에 실패한 느낌이다. 일곱 살 때의 또랑또 랑했던 정우와의 첫 만남이 상기되었다. 그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혼약부터 치렀어야 했는데. 하라 그 애를 간과한 것 이 뼈아프다.

“어쩔수 없지.”

“깽판 치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나를 뭐로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아시면서.”

“이 녀석이, 어른 알기를 우습게 알아!”

김 총관도 동의하는 바다 문주란 인간 을 상식적인 잣대로 봐선 곤란하다. 언제 든 상상하는 그 이상의 폭탄을 주저하지 않고 터뜨려줄 인간이다. 문주의 바람대 로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조선이 좀 더 일찍 망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아니면 대륙을 호령하고 있거나. 진 짜중간이 없는 인간형이다. 밑에 있는 사' 람 피곤하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 못 해 대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런데 뭐가문제야?”

“일우그룹의 후계자께서 저보고 주제 를 알고 떨어지라던데요?”

정우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주변에서 우쭈쭈 해주니, 세상이 만만해 보이는 건 가. 아니면 삶이 쉬워서 재미가 없는 건가?

“그 자식, 자살하고 싶은 거냐?”

“저 그렇게 교양 없는 사람 아니에요.”

“오랜만에 웃기는 개소리를 듣는구나.” 평소의 정우라면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 을 내린다. 그러나 건드린다면 문주를 넘 어서는 돌아이 짓을 서슴없이 자행한다. 여태 신문이나 방송의 1면에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가르쳐 주려고요, 기본 상식과 교양을.”

“네가그렇다면 그런거겠지.”

애들 싸움은 맞는데, 김 총관은 걱정되 었다. 다른 녀석도 아니고, 정우에게 도발 하다니.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이 용할 지 경이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 끝내도 벌써 끝냈을 텐데, 시간을 꽤나 오랫동안 잡아 먹고 있었다

“무문연합에서 후기지수로 구성된 단 체를 만든다면서요?”

“관심 있냐?”

“애들 싸움에 제가 왜 껴요. 아드님들 께 양보할게요.”

“네가 끼면 격이 안 맞기는 하지.”

정우가 나선다면 7대 무문의 대장들이 나서야 한다. 애들 노는 장소에 끼면, 학대 에 가까웠다. 한 주먹거리도 되지 않는 놈 들을 상대하는 것도 싱겁고. 요즘은 애를 패면 번번이 어른이 나오기는 하지만

“하는 김에 점수를 좀 따보자고요.”

“점수를 따다니, 무슨 말이야?”

“강현 형님이 사태를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한다면 충분하죠.”

“그게 가능해?”

“가능합니다.”

정우의 확신에 김 총관은 자신이 모르 는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10년 을 함께했다 일상에선 설렁설렁한 편이지 만, 목적을 위해서는 굉장히 용의주도한 녀석이다. 이 정도의 확신이라면 100%라 고 봐야했다

“대체 무슨 꿍꿍이냐?”

“싫으면 말고요.”

정우의 제안은 거절하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김 총관이 원하는 바대로 금강문이 대 외적으로 인정받을 기회였다. 하지만 이 문주는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팽가의 비 위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무문연합의 행태 가별로였다.

“문주님이 바라는 대로 될 거예요.”

“내가바라는 걸네가알아?”

“얼굴에 쓰여있는데요.”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밀어주마”

김 총관과 이 문주는 정우의 제안을 받 아들였다. 돌아가는 정황을 알면 좋겠지 만, 캐묻지는 않았다. 때가 되면 말을 해 주리라 믿고 있었다.

하이퍼 팩토리는 현재 풀가동 중이다. 대한그룹에서 발주한 물량을 맞추기에도 바빴다. 핸드폰 배터리분만 아니라, 자동 차, 군수물품까지도 영역을 넓히고 있었 다 각 제품에 맞는 규격으로 제조해야 하 기에 일손이 부족할 지경이다.

“공장부지를알아보고, 인원을보충해 야할 것같구나?”

윤철의 안색은 평소와 다름없는 반면, 사원들은 혈색이 좋지 않았다. 이대로 가 다가는 쓰러지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었 다

업무 시간을 적절히 배정하려면 인원 보충이 시급하다. 가급적 규모와 인원은 회사의 매출과 순익이 안정권에 접어들 때 하려고 했는데, 이대로는 어려웠다.

“적당한부지를물색해 놨어요. 가서 보 려고요.”

결제 대금을 받으려면 시간이 좀 걸린 다. 당장 부지를 확보하려면 정우의 재정 적 보조가 시급했다. 공장 부지에 관해서 는 정우에게 일임을할 수밖에 없다.

“보충 인원도 선별했으니까, 내일 중으

로 올 거예요.”

“네 맘대로 인원을 선별했다고?”

“예.”

“사람을 뽑는 일이 쉬운줄 아느냐.”

부자관계 이전에 윤철과 정우는 사장 과 투자자다. 지분이 높다 하나, 회사의 채 용과 인사권은 사장에게 있었다. 투자자 라 해도 월권행위다. 게다가 사람은 오래 두고 살펴봐야 했다. 아무나 들였다가 회 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똘똘 뭉친 현재의 화목한 분위기에 불협화음 없이 섞일 수 있는 인재를 봅아야 했다.

“우리 회사의 신조는 사람이다. 아무나 들이지도 않고, 이유 없이 해고하지도 않 는다.”

“사람이 중요하긴 하죠, 그렇다고 아무 나 막 봅지는 않았어요.”

“채용 권한은 내게 있어, 네가 투자를 했다고 해서 관여하는 건 옳지 않다.”

“지분대로 하면 그렇지도 않을걸요. 제 가 아버지보다 좀 더 높으니까요.”

“협박하는 거냐?”

“협박이 아니라 타협이죠. 알다시피 한 사람의 독단보다는 여러 사람의 의견이 중 요하잖아요.”

제법 합리적인 말을 했지만, 윤철에겐 개소리로 들렸다. 누가 들으면 다수의 의 견을 수렴한 것으로 오해하겠다

“이제까지 네 뜻대로만 한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전 항상 열려 있어요. 저보다 좋은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 수렴할 의향이 있습니다.”

윤철은 말을 하다 기가 찼다. 아들의 능 력이 굉장하다는 거야 두말해 봤자 입만 아프다. 어렸을 때부터 남과는 다른 월등 한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이 건 자신감이 지나쳐 오만하기까지 했다. 은연중 자기 자랑을 서슴없이 하고 있었 4. 내 아들이지만, 좀 재수가 없다.

‘우리 아들이 언제부터 이토록 재수 없

어졌을까?’

윤철은 자식 교육을 올베르게 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사람이란 항상 겸 손해야 했다. 그래야 주변 사람들과 어우 러지며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었다. 혼자 잘났다고 설치면, 따돌림을 당하기 마련이 다

“잘났다고, 매사에 이런 식이면 따르는 사람이 없을거다.”

“그렇지도 않은데요.”

“뭐가그렇지 않다는 거냐.”

아비의 말을 부정하다니, 윤철이 나무 라려는 찰나, 문이 열리고 지 과장과 윤 대 리가 사장실로 들어왔다. 회사가 작다 보 니 사장의 집무실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회의 장소는 필요했다. 탕비실을 뚫어 공 간을 확보해 사장실, 집무실, 접견실을 겸 용하고 있다.

“지시하신 대로 공사 부지를 검토했습 니다. 외곽 지역이기는 해도, 인접 도로와 의 접근성이 괜찮은 듯합니다. 그 가격에 이 정도의 부지는 구하기 어려울 텐데, 정 말대단하십니다.”

“지 과장님도 수고하셨어요.”

“제가수고랄 게 있겠습니까, 저는그저

시키시는 대로 검토했을 분입니다.”

“겸손하시네요. 앞으로도부탁할게요.”

“항시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굽실굽실.

지 과장은 나이 어린 정우를 대하는 데 도 정중함이 한가득 묻어 나왔다. 눈빛에 존경이 꿀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그간 정 우가 해온 업무 처리와 결과물은 혀를 내 두르게 했다. 주먹구구식이었던 회사의 체 계를 확실하게 잡아 주었다. 발주가 넘쳐 나는 상황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근 간이 되었다.

게다가 고민거리였던 부지까지 여러 개 선별해 놓았다. 알아서 척척, 그것도 완벽 한 일 처리였다. 이토록 빈틈없이 완벽한 투자자는 보지 못했었다. 저 나이에 이토 록 뛰어난 능력이라니, 까놓고 말해 사장 님 아들 같지 않았다

“커피 드세요.”

“향기가좋네요. 윤대리님.”

“제가 커피 하나는 기가 막히게 타는 편 이에요.”

정우는 한 모금 마시며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맛도좋군요.”

“오실 때마다 준비해 놓을게요. 그리고 제가 항상 응원하는 거 알지요?”

“고맙습니다힘이 솟네요.”

윤 대리의 나이는 서른살, 회사 내에서 무뚝뚝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커피를 타 오라고 시키면, 여자한테 시킨다고 잔 소리를 왕창 늘어놓기도 했었다. 그런 윤 대리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커피를 대령하 고 꼬리 10개 달린 십미호(十尾w처럼 살 랑거리고 있었다. 어디서 배웠는지 몰라도 참으로 막돼먹은 애교이기는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