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03화 (103/500)

핑크색 트레이닝복만 입고 달려 나온 수연이었다.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현천공이 한층 더 성장했음을 알수 있었 다 제 3장 절대방패(쉴드) (2)

우웅!

정우는 케이브를 열었다. 안으로 들어 가서 테스트를 해 볼 심산이다 쉴드의 방 어력은 들쑥날쑥한 편이었다 컨트롤이 가 능한 영역까지 난이도를 높여 볼 작정이 다 면상테러리스트인 흑금단과 달리 수연 은 꽤나 귀엽고 예브게 생겼다. 겉보기로 만 보면 순정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사기 캐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귀여움 에 속아서는 안 된다. 독버섯이 아름다운 것처럼, 수연은 앙칼진 구석이 있었다. 독 사는 해독약이라도 있지, 수연에게 잘못 물리면 약도 없다.

“수연 아가씨의 공격을 막으라고요?”

“그래.”

“자칫 아가씨가 다칠 수도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너희는 절대 못 이겨.”

“예?”

쉴드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 다. 주군의 강함이야 두말하면 입 아프지 만, 아가씨는 중학생에 불과했다. 게다가 우린 5명이다.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한편으로 주군이 자신들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인정을 받을 테다!’

‘우린할수 있어!’

‘주군의 절대방패가 될 거야!’

이번 기회에 주군에게 능력을 보여주어 야 했다. 또다시 버림받고, 과거의 비참했 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씨익!

쉴드를 찬찬히 관찰했다. 수연의 입꼬 리가 올라갔다. 오빠의 꼼수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뛰어오면서도 오만 가지 상념이 스쳐 지나갔었다. 흑금단 아저씨들과의 대 결이었다면 살짝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 인간들은 오빠의 말이라면 물불을 안 가 리는 데다가, 제 목숨을 공깃돌처럼 던지 는 자살테러 인간형이었다. 이 나이에 살 인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렇다 해도 패배는 염두에 두지 않았 다

오빠의 혹독한 수련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니까. 더욱 이 쉴드의 면면을 살펴보니, 견적이 얼추 나왔다. 나이 차이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 하고, 억울함이 잔뜩 묻어 나왔다. 오빠의 평소 성향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모아 왔는지 의문이 들 지 경이다.

100만 원이 손에 들어온 거나 다름이 없다.

‘방심은 금물이지.’

수연은 실룩거리는 입꼬리를 단속했다. 살아오면서 여태까지 경험한 세상과 사람 들 중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 오빠였다.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을 완벽함 과 재수 없음이 교차했다. 내 오빠지만 이 다지도 완벽하게 강하면서도 빈틈이 없는 인간은 본 적이 없다. 비교할 친구 오빠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후후.

정우는 의욕을 불태우는 동생의 욕망 으로 가득찬동공을보았다. 중학생의 순 수한 눈망울과는 거리가 멀다. 돈 앞에 장 사 없다고, 어른이나 아이나 매한가지였 다. 훈련에 박진감을 실어줄 요소가 충만 하다.

그렇다면 가만있을 수 없지, 정우는 기

름을 부어주었다

“살살해라 불쌍한 애들이다?”

“그런다고 방심하진 않아”

“오빠로서 동생한테 용돈 주려고 한 내 기니까 야박하게 굴지 마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고 싶지 않거 든?”

쉴드는 이를 악물었다. 패배는 이미 기 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자신들 따위는 안 중에도 없었다. 주군의 동생이라고는 하 나, 자신들도 사내였다. 무시당하고 사는 건 더 이상 원치 않았다 반드시 주군에게 필요한 인간임을 증명해야 했다

“오빠들, 각오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 야”

“그 말 확실히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의외로 패기만만하네, 내가 어리다고 만만히 보이나 봐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100만 원은 양보할 수 없어 욧!”

수연은 100만 원에 눈이 멀었다. 한편 으로 수천억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생을 부 려먹는 오빠가 얄미웠다. 하나, 어쩔 수 없 다. 나는 고작 집안 서열 4위, 막내에 불과 했다. 유니크가 되어 돈을 벌기 전까지는 오빠에게 용돈을 타 쓸 팔자다. 요 근래 부모님도 오빠한테 의지하고 있었다. 집안 의 실질적인 가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역으로 가엾은 동생은 오빠에게 이용만 당하고, 궁핍한 삶을 살아야 했다.

촤악!

쉴드는 부채를 펼치듯 방패 진형을 갖 추었다.

파앙!

기회는 왔을 때 잡으라고 했던가.

수연은 오빠에게 맺힌 한풀이를 하듯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운용된 현천공이 오른발에 공력을 전달하자, 지면이 반동 을 일으켜 중력을 거부했다.

그녀는 절정을 넘어 초절정의 초입에 올 라섰다 일반적인 상리는 가뿐하게 무시해 버리는 보신(步身)이었다

10m의 간격이 찰나에 사라져 버렸다.

헙.

쉴드의 입에서 헛바람에 새어 나왔다. 방심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 랐다. 귀여운 여동생으로 봤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었다

파파팟!

정면으로 치고 들어왔던 수연이 눈앞에

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휘 휘

다시 나타났을 때는 오른쪽으로 5m, 다시 왼쪽으로 6m, 순간순간이 변화무 쌍 그 자체였다. 사실 눈이 따른다고 보기 도 어렵다. 어디서 공격을 해 오는지 방향 을 잡지도 못했다.

‘눈 돌아가겠네.’

정우는 수연이 펼치는 허허실실 전법의 창시자다. 몇 번 보여주었더니, 곧장 현현 보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었다. 잔영을 활 용하여 시선을 분란, 실과 허를 감추었다. 극성에 달하면 이형환위는 우스울 것이 다

‘앞에서 당해보면 귀신이 곡하는 기분 이지.’

정우는 동생의 현현보에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전생을 돌이켜 보면 자신은 누구 에게도 본신의 무공을 전수해 준 적이 없 었다. 설령 그것이 피를 이어받은 혈육일지 라도. 내 것을노리는놈들이라 규정하면, 일말의 사정을 두지 않고 삭초제근 해 버 렸었다.

그것이 무림의 생리이며, 내 삶의 방식 이었다.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겼건만, 동생이 내 무공을 익히며 강해지는 모습을 보니 부듯한 감정이 들었다. 핏줄은 당긴다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동생이 이런데, 내 자 식이면 어떤 감정일지 뭉클해진다.

‘좀더 닦달해 주마’

5단공에 들어선 건 확실했다. 이대로만 성장을 해도 또래보다는 확실히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우는 만족하지 않았다. 무 공에 발을 들였다면 반드시 최강자를 노 려야 했다. 어중간함은 익히지 않은 것만 못했다 후후휘

마음 아프지만 채찍질을 아끼지 않겠노

정우는 다짐했다.

오싹!

고속이동을 선보이던 수연, 오빠의 미 소를 봤다.

악어의 미소가 이럴까?

왠지 모를 소름이 전신에 쫘악! 끼쳤다.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 쉴드 오빠들이 어 딘지 모르게 덜떨어지고 어수룩해 보이기 는 해도, 오빠가 만들어 놓은 구성이다. 무 언가 특별한 구석이 있을 수 있었다 수연은 고속이동을 펼치며 쉴드의 약점

을 찾았다

‘너무 많잖아’

방심을 유도하는 것 같아 꺼림칙하기는 한데, 약점이 지나치게 많았다. 활짝 개방 되어 있었다 저게 어디가 절대방패라는 건지, 수연 은 납득하지 못했다.

‘일단 한방’

고속이동의 탄력을 활용, 주먹을 내질 렀다. 현천공이 운용되어 전신의 기력을 활성화시킨다. 이어서 육체에 가미된 내력 이 중첩, 권기를 형성했다.

슈아앙

공기를 가르는 주먹질.

꽈아앙!

거친 폭발음이 케이브를 진동시켰다.

수연은 눈을 의심했다.

‘뭐야, 이거?’

분명 고속이동을 통해 사각을 활용했 다. 대응을 하기에는늦었다. 방패 진형의 선두에 있던 오빠는 눈까지 감고 있었다.

그런데 막았다.

권기를 통해 느껴진 반진력이 상상 이 상으로 강력했다. 내력을 받아치며 되돌 리는 이화접목의 수법이었다. 사량발천근 이나 이화접목은 간단치가 않다. 특이 전 력이 실린 공격을 되돌리는 것은 극한에 이른 무인에게도 어려운 수법이었다

충분히 자랑을 해도 부족하지 않은 훌 륭한 방어다. 그러나 막았다고 하기에는 자세부터가 이상했다. 두 팔을 든 채 고개 는 반대쪽으로 돌렸다. 마치 허둥지둥하다 맞을 것 같아서 자동반사적으로 피한 모 양새다 소 뒷걸음치다 우연히 쥐를 잡은 형국 과얼추 비슷했다.

‘우연이겠지?’

수연은 납득하지 못했다. 저런 식의 방 어는 들어본 적도 없다. 오빠의 가르침에 도 존재하지 않는 방어수법이다. 항상 상 대를 직시하며, 감각을 열어 놔 어떤 상황 에서도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 다 슈슈슈

속도를 높이고, 파괴력을 상승시켰다.

우연이라도 막혔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 다 또 막힌다면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 었다.

수연의 주먹에서 나선이 그러졌다. 찌르 며 나아가는 권의 기력이 공기를 회전시키 며, 권풍을 일으켰다 정확히 50보 내에서 펼치는 권풍의 연

게틀링건처럼 쏟아진다.

퍼퍼퍼펑!

연이은 폭발 파장이 번져 나가며 공간 을부수었다

범위에 닿기만 해도 휘말리는 경력의 포화.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무지막지 함이 정우와꼭 닮았다.

‘안?… 보여!’

‘이쪽인가?’

‘그쪽일걸?’

‘아닌데?’

‘여긴가?’

쉴드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어디서 어떻게 공격이 오는지 보이지 않았다. 주 군의 동생이라 해도, 상식을 벗어나는 강 함이었다.

‘애……초에 상대가 아니잖아’

‘죽……었다!’

‘죽긴 왜 죽어!’

‘그럼 보여?’

‘아니?’

주군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는 이 해가 되었다. 공격이 올 때마다 소름이 돋 °E 죽을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도 신기할 지경이었다. 아가씨가 여잔지 괴물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지경이다. 고 작 100만 원에 자신들을 죽이려고 작정을 했다

‘이거 봐라:

정우도 좀 놀랐다.

첫 공격이 실패를 한 후, 동생은 작정 하고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쉴드의 안위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고 맹폭을 가했다. 100만 원의 가공할 위력이었다.

그런데도 막아냈다.

‘맞는 데 이골이 난 놈들인 줄은 알았 지만.’

알고서 막았다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었

다. 마치 몸 전체가 위기를 느끼고 귀신같 이 반응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전신이 모 조리 다 극도로 예민한 감각기관이 된 것 처럼.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삶에 대한 무한한 생존본능이 알아서 공격의 범위를 찾아가고 있었다. 방어 자 세는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속성이 이를 뒷받침해주었다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속성전이를 한 단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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