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절대방패(쉴드) ⑴
현우는 할아버지로부터 근신처분을 받 았다. 당분간 은인자중하며, 그룹에는 관 여하지 말라는 뚯이다. 어린 시절부터 총 명함을 인정받아 명목상 실장의 직위를 가지고 있었다. 직위 해제까지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후계구도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 다
꽈득
이를 악물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신뢰는 무너지고, 다크니스 길드에선 의심을 받고 있었다. 길드장이 직접 나선 이상 손을 쓰기가 어 렵게 되었다 만약에라도 일우가 관여되었 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자식 때문에.’
정우와 관련이 되면서 상황이 꼬일 대 로 꼬였다. 악연이라고 해야 마땅했다. 놈 을 끝장내지 않고서는 분이 풀리지 않았 다. 그러나 지금 당장 길드와 그룹의 힘을 빌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드륵!
윤 비서가 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이퍼 팩토리가 대한전자와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 언제?”
“이번에 출시된 신제품에 하이퍼 팩토 리의 배터리 팩이 사용됐습니다.”
“시장반응은 어떻습니까?”
“폭발적입니다. 이미 수주된 계약 건만
해도분기 대비 5배가 넘습니다.”
대한전자에서 제품을 상용화할 때까지
하이퍼 팩토리와 입을 맞춘 것이다. 게다 가 대한전자에서 현재까지 나온 휴대폰을 월등히 초월한 제품을 만들어 냈다. 여기 에 배터리의 효율성이 극대화되자 반응이 뜨거웠다.
“그룹 내에선 휴대폰 사업을 철수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닐 텐데요?”
“신제품 기술 개발에 들어간 비용은 둘 째 치고, 마케팅 대비 적자 폭이 큽니다.”
현우의 아버지는 채명전자를 맡고 있었 다. 휴대폰 사업을 철수해 버리면 그룹 내 의 영향력이 약해진다. 이는 현우에게도 직접적인 타격이 되었다.
“그분이 아닙니다.”
“또 뭐요?”
“하이퍼 팩토리에서 자동차는물론 군 수품까지도 진출을 할 듯합니다. 이를 대 한그룹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기로 했습 니다.”
배터리를 단순히 휴대폰에서만 쓴다고 보면 곤란하다. 사회 전반적인 산업에 활 용이 가능했다. 특히 군수품에 들어가는 대용량 배터리는 활용 폭이 컸다. 일례로 드론과 로봇에도 배터리가 필요하다. 하이 퍼 팩토리에서 개발한 배터리는 지속 시간 과 안전성, 내구력을 갖추고 있었다. 대한 그룹에서 밀어준다면 날개를 단 격이 된 다 부글부글!
현우는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상황이 점점 더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그렇다 고 하이퍼 팩토리를 압박하기에는 위험이 컸다. 대한그룹에서 발 벗고 나선 이상 잘 못되었다가는 그룹 간에 분란을 초래할 수 있었다. 재계 서열상 차이가 크지 않다 고 해도, 대한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상 징성을 갖추었다.
“소문이 번지고 있습니다.”
“무슨소문이요?”
“대한그룹에서 쉬쉬하지만, 재계에 약 혼 소식이 돌고 있습니다.”
“이 빌어먹을놈이, 감히!”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냉담했던 반응이 이해가 되었다. 대한그룹과의 관계가 이 미 물 건너갔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다. 더욱이 책임을 자신에게 있다고 보고 있는 게 분명하다. 당분간 사태가 진정되 기를 관망하려고 했건만 이리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대로는 안돼.’
현우는 뼛속 깊이 체감했다. 정우와는
하늘을 등에 지고 살아갈 수 없는 불구대 천의 악연이었다. 현재의 악화일로를 만들 어낸 원천을 끊어내야만 했다. 그래야 원 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윤 비서, 은밀히 자리를 마련해요.”
“회장님이 아시면 근신으로 끝나지 않 습니다?”
“제말이말같지 않나요?”
“?…아닙니다.”
현우의 광기를 본 윤 비서는 고개를 숙 였다.
윤 비서도 느꼈다. 놈과는 악연이 분명 했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악연은 또다 시 만나게 될 운명이다. 지금도 이런데 놈 이 더 성장한다면 발목을 잡는 것으로 끝 나지 않을 수 있었다. 단순히 운이 좋다고 만보기 어렵다. 어쩌면 발톱을 숨기고, 시 간을 기다리고 있는 잠룡일 수 있었다.
‘ 나에게도.’
그에게도 선택의 기로다 당장은 현우가 후계자에 불과하나, 지금의 시련을 이겨낸 다면 일우의 수장이 된다.
- 될까?
정우의 속내다.
흑금단이야 원체 다루는 방법에 이골
이 나 있었다. 금제를 가하고 두들기면 그 만이다. 그런데 이놈들은 부류가 다르다. 잠재등급이 높기는 해도, 대성할 녀석들 이라고 보기에는 모자람이 크다. 어떤 일 에도 확신을 가졌던 평소와는 달랐다. 모 호함의 결정판, 성공 가능성이 희박할 것 같았다 까놓고 말해 심력, 재력의 낭비일 줄 알 았다.
‘등급이 올랐네.’
궁지에 몰아 데려오면서도 후회가 되었 다
아무리 나라도 이런 쓰레기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부터 들었다. 맘 같아서는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고 싶었 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이상한 곳에 꽂혀서 오기를 부린 꼴 이다
‘이게 다 진강백 그놈 때문이지.’
수 번의 전생, 놈한테 패배한 원인 중에 하나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수하의 부재 에 있었다. 이는 능력의 유무와는 다르다. 전투력만 놓고 보면 내 수하들이 더 강했 으니까. 하지만 이놈들은 협동심이 없다. 다들 지 잘난 줄만 알고, 제 목숨이 가장 중요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주군과 동료, 심지어는 가족의 등에 비수를 꽂았다. 내 아랫놈들이었지만, 정말 개 같은 놈들이 었다.
‘그게 당연한건 줄알았지.’
강자지존, 약육강식.
지금까지도 신뢰하는 말 중에 하나다. 나조차도 약해지면 언제든 죽어도 이상하 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와 달리 진강 백의 수하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배신하 지 않았다. 진강백의 말 한 마디, 아니 말 을 하지 않아도 목숨을 걸고 지켰다. 이해 가 되지 않았다. 남을 위해 자기 목숨을 걸다니, 솔직히 지금도 완전히 이해를 했 다고는볼수 없다 그저 내 가족, 내 울타 리의 안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 했을뿐이다.
전생의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강해 졌고, 나만을 위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현재는 가족이 생겼다. 이들을 위해 내 목 숨을 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지키려 면 혼자서는 어렵다고 봤다. 그렇다고 금 제로 인해 부득이 목숨을 거는 혹금단을 전적으로 신뢰하기에는 꺼림칙함이 있었 다 정우는 제약 없이 복종하는 수하를 만
들어볼 심산이다.
절대방패는 그 첫 번째 시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강함을 넘어 충성심이 더 필요 했다. 명을 내리지 않아도 제 목숨을 버릴 수 있는.
'훗、말같지도몽상이군.’
진심은 통한다
하지만 통하지 않으면?
진심을 배신당하면 인간은 상처받고, 절망하며, 분노하고, 포효한다.
인간의 본성이었다.
얌전한 사람이 화내면 무서운 것처럼.
“주군.”
상념을 깨우는 목소리.
준기의 우렁찬 외침이었다.
슥
정우는 그 즉시 손을 들었다. 오지 말 라는 일종의 표시였다. 그리고 주변을 훑 었다. 혹시나 사람들이 보고 있지 않나 감 각을 시험했었다 다행히도 일행으로 보진 않았다.
‘그새 철면피가되었군.’
준기와 아이들
절대방패는 현재 최강의 안면 방어력을 갖추었다. 어떠한 일에도 쪽팔리지 않을 극강의 철면피를 이루었다. 성장 속도 하 나는 굉장했다.
-스마트레이져다!
-짝퉁이네, 얼굴이 다르잖아
- 촬영하나?
-아닌데, 미친 거 아냐.
-엄마, 저 오바들 봐.
-지지, 너는 저러면 큰일 나
주변의 속닥거리는 목소리.
정우의 예민한 귓구멍 속으로 쏙쏙 들 어와 박혔다.
스마트레이져 슈트를 입고 사람들이 지 나다니는 거리 한복판을 마스크 안 쓰고 걸어 다니라고 한다면? 할 수 있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를 고민해 봤 다. 창피함을 극복하고, 마음을 단련하기 위해 제안은 했지만, 상상 못할 쪽팔림이 밀려온다. 시키고 나서도 많이 미안했었 다
‘직접 입을 때와는 달라, 내가 다 화끈 거리네.’
아는 체를 할 것 같아 거리를 두었다. 말로는 감각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라고 하 지만 품위 유지를 위해서였다.
정우는 인적이 드문 장소로 이동한 후 에야 쉴드를 불렀다. 감각을 극대화하고, 무형의 기운을 뿜어내 접근을 차단했다.
“많이 편해진 모양이구나.”
“처음에는 얼굴이 다 화끈거려서 녹아 버리는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이젠 생리 현상을 제외하면 괜찮아요.”
스마트레이져 슈트는 일체형이라, 볼일 을 보려면 옷을 다 벗고서 봐야 한다는 극 악의 단점이 있었다. 어린이 영화라고 우 습게 봤건만, 여름에 이 짓을 하려면 꽤나 고생일 것이다.
“저,주군.”
“왜?”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데요?”
“착각이다”
“ 먼데.”
정우는 끊임없이 사각을 제어하고 있었 다. 일행처럼 보이기를 원치 않는다. 하지 만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우면 사각의 제어 만으로 불가능하다.
‘안되겠다.’
훈련이 장난 같지만, 그렇진 않다. 쪽팔 림이 사라지면 용기가 생긴다 그리고 쉴드 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신감과 용기다. 낯 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큰 소득이다
‘이젠 됐어.’
적응이 된 이상, 스마트레인져 슈트를
입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쉴드에게 정상적인 복장을 입혔다. 저 러고 다니니, 함께 다니기 민망했다. 적정 거리를 벌리고 다녀야 하는데, 쉴드의 탄 생 목적을 위배하는 행위다. 쉴드는 방패 다. 지키려면 거리가 최대한 가까워야 했 다
“테스트를 하겠다 할수 있겠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우는 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 나와”
-내가 왜?
“오빠가 부르면 이유 불문하고 냉큼 튀
어 와야지.”
-숙제해야 돼, 끊어.
예상대로 동생은 오란다고 한 번에 승 낙하진 않았다. 과제를 해야 한다며 집에 서 나오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동생을 달 래기 위해서 솔깃한 내기를 제안했다.
-내가 미쳤다고 오빠랑 내기를 해.
“용돈이라도 주려고 했는데 아쉽네.”
정우가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오랜 숙 고는커녕 수연은 곧바로 미끼를 물었다. 망둥이는 제아무리 커도 망둥이다
- 잠깐
“ 바쁘다며?”
-오빠 동생 사이에 들어는 봐야지. 내
기가 뭔데?
“별건 아니고, 전번에 길거리에서 본 애 들 있잖0E”
-그 이상한오빠들이 왜?
“뚫어 보라고?”
- 뚫으면?
“100만원.”
뚜
장소를 언급하자, 10분도 걸리지 않았 다. 동생은 총알같이 달려왔다. 100만 원 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하긴, 중 학생에게 100만 원은 컸다. 부모님이 주 는 용돈을 반년은 모아야 가능한 액수다.
“나왔어.”
“달려온 거냐?”
“ 당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