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98화 (98/500)

제 2장 책임전가 ⑵

‘죽었겠지.’

현우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다크니스 길드는 한국을 대표하는 8개 의 길드 중에 하나다. 의뢰를 받아들이면 실패하지 않았다. 성공 가능한 의뢰만 받 았다는 뜻도 되지만, 받아들인 이상 목적 은 완수되었을 것이다

‘ 박우식이라면.’

동안의 암살자 박우식.

다크니스 길드의 상위 길드원 중에서도 10위에 꼽히는 최강의 유니크다. 전투능 력도 뛰어나지만, 암살에 관해서는 일가견 이 있었다. 어려 보이는 순한 외모에 속아 선 안 된다 사갈보다 더 독한 성격이었다.

‘안되지.’

현우는 학교에 나와 있었다. 하라는 당 분간 만나지 않을 생각이다. 맘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손에 넣고 싶지만 놈을 제거 하고 곧바로 만나면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 지 않았다.

더욱이 하라는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를 보이면 알아차릴 가능성이 컸다. 어차피 놈을 제 거한 이상 간격을 두고 만나는 것이 나았 다 툭

학과로 걸어가는 중 어깨를 부딪쳤다

한데, 그냥가고 있었다

“이보}:”

학생이 돌아섰다.

현우의 동공에 지진이 발생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었다.

받아들이고, 납득하는 데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네가 어떻게?”

학교에 있어선 안 되었다. 저세상에 가 서 염라대왕과 마주 앉아 식사하고 있어 야 할놈이 버젓이 눈앞에 있었다.

“아 현우 선배였군요. 휴대전화를보느 라 앞을못봤습니다. 미안합니다.”

정우가 반가운 얼굴로 아는 체를 했다.

현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납득과는 별개로, 엄연한 현실이다.

“혈색이 안좋은데, 어디 아픕니까?”

“아니다.”

“꼭 귀신을 본사람 같아서요.”

평소와 달리 현우는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다 감정적인 동요가 없다면 거짓말이 었다. 그러나곧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실없는소리 하지 마라”

“하긴,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한테 할 말은 아니죠.”

현우의 두 눈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서 노력하고 있었다. 정우의 몸을 샅샅이 스캔했다. 방금 전의 말투는 뭔가를 아는 듯해 보였다. 그러나 막상 찾으려고 하니,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알고 있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태연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길드로부터 연락이 왔다. 결행하겠다고 예고를 보내왔다. 그렇다면 놈은 저세상 에 있어야 한다. 멀쩡히 길거리를 돌아다 니고 있어선 안 된다.

일이 잘못되었다는 뜻인데, 그럴 가능 성도 희박하다. 박우식과 전투를 벌이고, 다음 날 학교에 나올 수 있는 학생은 없다. 자신조차도 박우식과는 척을 지고 싶지 않을 만큼 상종 못할 인간이었다

‘결행하지 않은건가?’

어찌 된 연유인지는 몰라도 박우식이 암살을 미룬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멀 쩡히 나타난 정우를 설명하지 못했다. 혹, 놈의 능력이 박우식을 월등히 넘어선다면 모를까, 그건 지나친 비약이었다. 전문학 교 1학년, 그것도 마법학과의 학생이 산전 수전 다 겪은 동안의 암살자를 능가한다 고? 그리 주장한다면 비웃음을 사기에 층 분하다.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는 겁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나중에 또 파티에 초대해 주십시오. 꽤 재밌었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그날 정우의 만행이 여전해 생생했다.

학과에서 벼리고 있는 놈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도 초대를 해달라니, 약을 올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속내와 달리 현우는 흔쾌히 응해주었 다

‘다음에도 살아 있다면 말이지.’

박우식이 나선 이상, 놈은 죽은 목숨이 다. 하루의 시간을 더 번 것에 불과했다. 오늘이 잘난 체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될 테니까.

두우웅!

현우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액정엔 다크니스 길드라고 적혀 있었다.

정우의 암살이 늦춰진 이유를 전하기 위

해서 연락이 온듯하다

“다음에 뵙죠.”

“알았으니, 가봐”

정우가 돌아서 가자, 현우는 전화를 받 았다.

- 나다

목소리를 인식한 현우는 경직되었다. 의심은 하지 않았다. 목소리에 실린 위압 감만으로 충분했다.

“마스터께서 어인 일로?”

-변명을 하시겠다.

상대는 다크니스 길드의 길드장, 다크 마스터 최경환이다.

현우조차도 그와는 직접적으로 말을 섞은 적이 없었다. 비록 일우그룹의 후계 자라고 해도 한낱 길드원에 불과했다. 그 럴 리는 없겠지만 다크니스 길드가 작정하 면 일우그룹도 무시하기 힘들다

-이번 일을 일우가 주도한 거라면 가만 두지 않을거다.

“왜그러시는 겁니까?”

-박우식이 죽었다.

현우는 멍청하지 않다. 제법 머리를 굴 릴 줄 안다. 그럼에도 방금 전의 말뜻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다른 이도 아니고 길드의 최상위 길드원인 동안의 암살자, 박우식이 하루아침에 죽다니. 그 를 죽일 수 있는 자가 얼마나 된다고, 하물 며 배후엔 다크니스 길드가 있었다. 박우 식을 죽이면 다크니스 길드의 표적이 된 다. 그걸 알고도 감행할 간 큰 인간이 있 단말인가.

“혹, 의뢰를하다가?”

-박우식이 설익은 핏덩어리에게 당했다 고 말하고 싶은 것이냐!

“아니라면 누가?”

-팽가다:

예상한 범위를 초월했다.

현우의 말투가 떨렸다

“?…팽가가 어째서?”

-그건 네놈이 더 잘알겠지.

“저완관계없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조사해보면 알겠지. 자중하며 기다리 고 있어라

전화는 끊어졌다.

현우는 망연한 현실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멀뚱히 서 있었다. 말 같지도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되었 다. 그런데 벌어져 버리고 말았다. 자신이 감당할 범위를 벗어난 엄청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어떻게?”

박우식이 죽었으니, 다크마스터의 분노 는 당연했다. 하지만 그 대상이 하북팽가 였다. 자칫 잘 못되었다가는 불똥이 자신 은 물론 일우그룹 전체로 번질 수도 있었 다

“이럴 때가아냐.”

현우는 서둘러야 했다. 가만히 있어서 는 안 되었다. 한시라도 빨리 아버지에게 연락을 취하고, 돌아가는 사태를 살펴야 한다.

멈칫!

전화를 걸려던 현우는 망설였다.

사실이 알려지면 그룹의 후계자 자리도 위태롭게 된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고 현실이 변하지도 않는다. 이미 그룹에도 연락이 갔을 것이다.

‘이런 젠장!’

사태가 꼬이려고 하니, 한없이 꼬이고 있었다.

빠득!

현우의 분노는 원인제공자인 정우를 향 했다. 놈과 연관이 된 후, 하는 일마다 족 족 실패하고 있었다. 정우의 태연한 얼굴 이 상기되자 억장이 무너졌다. 이 지경이 된 것을 정작 놈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더 열이 받는다

‘?…죽일 테다!’

가급적 자신의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 았지만, 이쯤 되니 직접 죽이지 않고서는 분이 풀리지 않는다. 그러나 당장은 자신 이 관여한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급 선무다. 어떻게 해서든 꼬리를 잘라내야 한다.

“감각마저 무너졌군.”

정우는 히죽거렸다. 일정한 거리를 두 고 부딪쳤을 때부터 이상하다는 걸 깨달 았어야 했다. 뛰어난 유니크라면 어떤 상 황에서도 본인만의 제공권을 유지해야 했 다. 하지만 현우는 다른 생각에 빠져 기본 적인 것마저 잊고 있었다. 실력은 있어도, 등 뒤에 칼 맞고 뒈지기에 딱 좋은 먹잇감 이다

‘이대론 뭔가아쉽지.’

현우가 먼저 시작했지만, 결판을 내는 건 정우의 몫이다.

내가 끝났다고 해야 끝나는 거다.

“적당히 거리를두고추격해.”

-예, 단주.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서 머리카락보다

작은 칩에 여러 가지 정보를 담거나, 빼 올 수 있었다. 현우와 부딪칠 때 정우는 옷깃 사이로 도청장치를 달아 놓았다 도청장치 에서 발생하는 전파를 알아챌 가능성이 있기에 흑금단에게 추적을 맡겼다.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전송하도록 명령했다.

“썼으면 돌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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