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97화 (97/500)

제 2장 책임전가 ⑴

육체는 자율적인 운용이 가능해졌다. 몇 날 며칠 잠을 자지 않아도 피로가 쌓이 지 않는다. 현천공의 자연흡기와 배출 시 스템의 완벽한 조화라고나 할까.

정우는 내외공을 굳이 활용하지 않아 도 자연적으로 항시 최적화를 이룬다.

쓰읍, 후우우!

가부좌를풀고, 일어났다.

방문을 열고 나가니, 아버지가 분주하 게 출근 준비를 하고 계셨다. 김 여사께서 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계셨다. 나이가 들 면 잠이 없어진다고 하던데, 그렇지도 않 았다. 김 여사는 한창 잠이 많을 시기라고 주장하신다.

“수연이 좀 깨워라”

동생은 김 여사의 유전자를 확실하게 받아 챙겼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한번 잠에 빠지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른다. 속된 말로 누울 자리만 있으면 어디서든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 이다. 유니크로서는 최적화된 장점이기도 하다. 전장에서 평온한 잠자리는 흔치 않 으니.

“숙녀의 방은 함부로 들어가선 안 된다 고했겠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연의 방은 자동문이었다. 그런데 대가리가좀 굵어지 더니 요조숙녀를 흉내 내며, 금남구역을 설정했다. 저만의 비밀을 간직한 채 일기 장도 못 보게 했다. 오빠의 고상한 취미를 방해하다니, 얼마나 재밌었는데. 초등학 생 때가 가장 웃겼다. 그 시절에 뭐가 있겠 냐 싶겠지만, 초등학생의 고민도 어른 못 지않았다.

“원한다면.”

정우는 동생의 방문을 열지 않았다.

남아도는 공력을 활용했다. 공령체에 도달하면서 공력을 써도 써도 마르지 않 는다. 대량 소모 시 후폭풍은 있겠지만 공간을 투영하여 의지를 일으켰다. 현 천안(玄天眼)을 발휘, 공간을 이용한 도청 및 감시를 실시했다. 예상대로 동생은 일 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숙녀의 방이라더니.’

개판 5분 전보다 더 더럽다. 여기저기

어질러 놓은 옷가지는 물론, 이불을 걷어 찬 채 대(大)자로 뻗어서 자고 있다니. 요 즘 요조숙녀는 저런 스타일인가? 내가 요 조숙녀의 개념을 잘못 알고 있었던 모양이 다

‘새끼 곰 같네.’

엉망진창으로 잔다 해도, 수연은 내 동 생이다. 아주 귀여워서 가만두고 싶지가 않다. 하루라도 동생을 건드리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돋을 것 같다 아악!

고요한 숙면, 꿈나라의 왕자님과 행복

한 나날을 보내던 수연

비명과 동시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극심한 고통이 이마를 강타했다. 어찌나 아픈지 꿈과 현실을 관통하여 강렬한 인 상을 남겼다.

왕자님과의 키스가 아니라, 죽방이 날 아왔다. 사랑을 받아주려다 강냉이를 털 리는 말 같지도 않은 개꿈이 되었다 벌컥!

수연이 문을 박차고 나왔다.

“자는 사람한테 뭐 하는 짓이야?”

“금남의 구역이라며.”

들어가진 않았다.

보무도 당당한 정우다.

그런 오바를 기가 막힌 표정으로 바라 보는 수연이다. 내 오빠지만 상식적인 선에 서 생각을 하면 안 되었다. 공력을 이용해 서 벽까지 관통하다니, 인간 같지도 않은 오빠다. 도대체 얼마나 강해야 저런 망할 짓이 가능한지 알고나 싶다.

“그래도 그렇지, 이거 안보여‘?”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정우는 급히 합장을 하며 자비로서 불 타의 진리를 구연했다.

빠직!

수연의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아침부 터 이마에 불이 나고, 혹이 난 것도 억울 해죽겠는데 오빠라는 작자가 놀리고 지랄 이다. 부처님은 중생구제라도 하지. 저 인 간을 만나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하늘이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엄마, 아빠는 나를 먼저 낳지, 왜 오빠를 먼저 낳아서 이런 상 황을 만드느냐 이 말이다

“잘하면 눈에서 레이저 나오겠다.”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 삐뚤어진 다!”

“그럼 안 되지, 바르고 곱게 커야지.”

“싫다면?”

“ 맞겠지.”

수연은 열불이 터졌지만, 주먹을 바르

르 떨 뿐 개기지 못했다. 오빠라는 작자의 인간성을 13년 동안 겪어 왔다. 본인이 원 하는 테두리를 벗어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인간이다. 무공만 강한 게 아니라 성 격도 만만치 않고, 두뇌도 뛰어났다. 너무 잘난 오빠를 둔 동생의 불행한 현실이랄 까. 남의 집 오빠처럼 불완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억울하면 강해지든가.”

“그게 동생한테 할 말이야! 이 악마야!”

“악마라니, 위대하신 오빠에게.”

“위대는 개뿔!”

“한판 뜨자는 거냐?”

“?…(빠득)!”

수연은 이를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 다. 아침부터 오빠한테 처맞고 난후 학교 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은 씻고, 혹 부터 가라앉혀야 했다. 보살이 되어 중생 구제를 할 나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다 짖었으면 빨랑 씻고 밥이나 처먹어 라”

“내가 개야 짖은후에 처먹게?”

“어이쿠! 제가 실례를 했군요, 공주님. 왕자님의 죽빵은 괜찮았나요?”

“동생 놀리니까, 재밌어?”

“?…아니.”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정우는 내심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연이를 놀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 었다. 살아오면서 느끼는 거지만, 동생의 다양한 표정변화는 삶에 활력소를 제공 해주었다. 전투와 1순위를 다툰다.

‘우리 귀여운 동생, 누가 데려갈지 상상 만해도 짜증이 치미네.’

정우는 동생을 위해 즐겁게 요리를 했 다. 어머니를 대신해서 종종 주방을 관리 감독하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주방을 전적 으로 맡겨 놓으면 엉망이 되기 일쑤다.

내공을 활용해 주방의 찌든 때를 제거

하고, 음식쓰레기를 분쇄했다

장소 활용의 기본은 정확한 목적지에 있었다. 쓰던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 놓아 야 했다. 기억하고 있는 대로 돌려놓았다.

“된장찌개가 좋겠다.”

냉장고에 있는 호박과 시중에서 파는 된장을 이용했다. 보통은 할머니가 보내 준 된장이 최고라고 하나, 우리 할머니는 보통 분이 아니다. 요리를 잘하는 축에 속 하지 않는다 된장 같은 경우 사서 쓰는 게 최고라는 지론이시다. 그리고 외식을 사랑 하신다. 집 밥을 거부하시는 할아버지의 단호함에서 고충이 느껴진다. 할머니가 요 리하는 날에는 꼭 친구들과 약속을 잡으 셨다.

지글지글.

된장찌개를 끊이고, 스팸을 익히고, 달 걀과 참치를 섞어 익혔다. 그야말로 완벽 한 고칼로리 식단이었다. 다이어트와는 무관한죽음의 칼로리다.

“동서양의 조화가 아름답구나.”

된장과스팸, 어울리는 한쌍이었다

화장실에서 세안을 하고 나온 수연의 입이 댓 발 튀어나왔다. 오빠의 동생 괴롭 힘을 질타하는 행위예술이었다 집안의 여 론을 모아야 했다. 엄마는 현재 꿈나라에 갇혀 있었다. 깨웠다가는 여론 형성에 악 영향을 준다.

일단은 아빠라도. 딸 사랑은 아빠라고 했으니까:

“아빠가좀말려 봐.”

“안됐지만, 오빠는투자자란다.”

수연이 참다못해 아버지에게 손길을 내 밀었으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정우는 아들이기 전에 회사의 투자자 다. 아침에 일어나서 요리를 해주는 것만 으로도 감지덕지했다. 아버지를 옭아매려 는 동생의 마수를 원천봉쇄했다. 행여라 도 딴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아버지의 단 속도 철저하다

“납품기일이 예상보다 늦어지네요.”

“우리 사이에 빡빡하게 굴지 말거라”

“회사를 주먹구구식으로 운용을 하니, 중소기업을 벗어나지 못하는 겁니다. 앞으 로도 이런 식이면 투자를 보류할 수도 있 습니다:’

가족 간에 돈거래도 밀당이 있어야 한 다. 혈연관계라서 무조건 퍼주면 후일 알 거지 되기 딱 좋았다 기분이 상할수도 있 으나, 매정할 때는 매정해야 했다. 특히 일 과 관계되면 빈틈없는 철저함은 기본이다.

“이 매정한 녀석아, 그러고도 네가 내

아들이냐!”

“그럼요,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아들입 죠.”

윤철은 아들의 번번함에 울화가 치미 는 걸 겨우 참았다. 얄미운 말만 지껄이고 있지만, 실상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시간마 다 사람을 보내 일정대로 흘러가는지 감시 했다. 투자란 이렇게 하는 거다, 라는 모범 을 보였다. 조금이라도 차질을 빗으면 얼 마나 닦달을 하는지, 아들이 아니라 상전 이다. 좀 더 알아보고 아들에게 말을 했어 야 하지 않았나, 후회가 되기도 했다.

“대한전자에서 사람이 올 거예요.”

“혹, 하라때문이냐?”

윤철은 고지식한 면이 있었다. 가급적 이면 공과 사는 구분하는 성격이다. 이번 엔 어쩔 수 없이 아들의 손을 빌렸지만, 아들의 여자 친구까지 이용하고 싶진 않 았다. 만약 그렇다면 계약은 하지 않을 것 이다.

정우는 이러니 회사가 잘 돌아가지 않 는 거라고 봤다. 아버지가 일군 회사다. 그 런데 본인이 잘 모르고 있었다.

“아버지 회사예요, 자부심을 가지세요. 아시다시피 전 공과 사는 철저한 편이잖아 요.”

“그런 거면, 오해해서 미안하구나.”

하이퍼 팩토리의 제품은 성능이 뛰어나 고, 불량률이 적었다. 물론 자세한 내막까 지 아버지에게 설명하진 않았다.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끈끈한 유대 관계를 드러내야 할 시기였다.

정우는 아버지를 달래 놓은 후, 삐쳐서 모래를 씹고 있는 수연도 챙겼다.

“이거 받아”

“뭔데?”

“ 열어봐.”

“또놀리는거아니지?”

“속고만 살았나.”

“그런 말은 오빠가 해선 안 되지.”

오빠의 장난에 한두 번 당하지 않았다. 상상도 못할 상황 연출을 밥 먹듯이 벌이 곤 했었다. 한 번은 더워서 수영하고 싶다 고 했더니,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태평양 한가운데였다. 그뿐이면 말을 안 한다. 주 변에 상어를 풀어 놓고, 상어가 좋아하는 향까지 묻혀 놓았다. 나는 죽자 살자 헤엄 을 치는데 오빠란 작자가 허공에 둥둥 떠 서 시원하고 좋지? 라고 물어봤을 때 정말 죽이고 싶었다.

스륵!

수연은 포장을 풀고 상자를 열었다.

“이거 설마?”

“내가 언제 거짓말한적 있냐”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은 장갑이었 다. 하지만 흔한 일반 장갑이라고 생각하 면 곤란하다. 블랙로즈가 사용한 한정판 건틀릿 장갑이다. 상급 마물 툰스톤의 가 죽 재질에 금속을 무 자르듯 베는 날카로 운 칼날, 발화속성까지 갖추었다. 수연도 가지고 싶었지만, 가격이 워낙 고가라 살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오빠”

수연이 달려들었다.

정우는 안아 들었다.

수연이 정우의 볼에 입맞춤을 했다.

“내가오빠 사랑하는 거 알지?”

“선물의 의미는 알면 알수록 신비하구 나.”

좀 전까지만 해도 무저갱에서 기어 올 라온 악마 취급을 하더니, 그새 여반장이 되었다. 여자의 마음, 그중에서도 여동생 의 마음은 종잡기가 어렵다.

“나 그런 속물아냐:’

“그새 많이 컸네.”

수연의 육체는 중학생이라고 할 수 없 을 만큼 튼실해졌다. 키도 커서 170cm에 육박했다. 이대로만 성장한다면 최소 180 cm는 우습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 지 정우는 부단히 애를쓸 계획이다.

‘190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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