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장
구라로 밀어붙이다 ⑴
좌에서 우, 빠르게 치고 들어가서 급소 를 가격했다. 어린 소녀의 일격이라고 하기 에는 괴열한 파열음이 생성되었다.
꽈아앙!
전력이 실린 권격을 발출했던 수연은 둔탁한 암반을 두드린 듯, 충격을 받고 뒤 로 물러섰다. 지나치게 간단히 막아냈다. 속성을 개방한 수연은 물의 정령과 바람 의 정령을 동시에 다룰 수 있었다 오빠의 괴물 같은 방어력을 뚫어내기 위해서 물의 정령으로 결계를 치고 공간 을 투영하여 잔상을 완성해 내었다. 잔상 을 이용해 간격을 벌리고, 바람의 정령의 소환 속도를 높였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 며 완성한 연계 수법이었건만, 오빠의 손 짓에 허무하게 막혔다.
“현천안을 이루면 실과 허의 구분은 어 렵지 읺아”
“그렇게까지 동생을 이기고 싶어! 어떻
게 한번을안 져 주냐.”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한 번이라도 곤란하게 만든다면, 원하 는 선물을 사주기로 했었다. 그러나 수연 은 매번 낭패하기 일쑤였다. 내력이 월등 히 강하면 또 몰라, 오빠는 자신보다 낮은 공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적은 공력임에도 운영능력과 기술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 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내 친구들 오빠는 이렇게까지 악착같 이 동생을 이기려고 하진 않아 때마다 용 돈도 주고 선물도 사 준다고!”
“거짓말은 입에 담지 마라 세상에 그런
남매는 없다”
어디서 입에 발린 구라를.
정우에겐 통하지 않았다. 비교를 해 봤 자 남매는 비슷하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 은 있지만 티를 내지 않는다. 매일 티격태 격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다 오빠 같은 줄아!”
“나같은오빠가 있을 리 없지.”
“칭찬아니거든”
“마음이 아프구나, 이 오빠는 동생을 위해 시간을 쪼개가며 훈련을 시켜주고 있건만 살짝화나려고 하네.”
수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빠는 가
족 앞에서도 객관적인 편이었다. 동생이라 고 해서 우대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객관적이지는 않았다 훈련에 감정을 실을때가곧잘있었다
“오빠, 내가사랑하는 거 알지?”
“살기 위해 발악을하는구나.”
“?죽이려고?”
꽃다운 13살 수연은 단명하고 싶지 않 다
“사랑하는 동생을 내가 왜 죽이겠어.”
“반은죽일 거잖아.”
“반은 살잖아”
“내가 호락호락하게 당할 줄 알아!”
30분은 방어, 10분은 공격이다. 방어 를 했으니, 정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수 연은 10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막아야 했 다 그러나 치는 족족 수연은 다 맞고 있었 다. 피하려고 해도 최단거리에 오빠의 주 먹이 막아섰다 퍽!
속성도 소용없다. 정령을 소환해 시간 을 끌려다가, 역 소환 당해 충격을 받고 피 를 토할 번했다. 진짜훈련을할때 오빠는 일말의 사정도 봐주지 않는다. 악마가 따 로 없었다.
겨우 10분이 끝났다.
덜덜덜!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수연은 너 널너덜 걸레가 되었다. 인정사정을 두지 않는 오빠의 잔인무도함을 세상이 알아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또 천사표 오빠가 된다. 이중성 쩔었다.
“엄살은 피우지 말고.”
“엄살 아니거든, 오빤 익마야!”
“ 화낸다:’
“농담이야, 헤헤! 진심 아닌 거 알지?”
수연은 태세전환이 빨랐다. 집안의 가 장은 아버지이지만,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건 오빠였다. 게다가 오빠는 지나치게 짠 돌이다, 돈도 많으면서 동생 용돈을 제대 로 주지 않는다. 매번 목적을 달성해야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박하게 준다.
정우와 하라는 목욕을 한 후, 옷을 갈 아입고 식탁에 앉았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를 했다.
아버지가 입도 뻥긋하지 않고 밥만 드 시고 있었다
“아버지. 계속이러실 거예요?”
“공과사는 구분해야지요. 엄연히 투자 잔데.”
“같이 망할순 없잖아요.”
“그렇고말고요. 망하지 않도록 불철주
야 노력하겠습니다. 투자자님이 무서워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겠네 요.”
아버지는 그때 이후로 정우에게 존댓말 을 쓰며, 투자자로만 대했다. 단단히 비쳤 으니 알아서 처신을 잘하라는 무언의 압 박이었다.
정우는 아버지라 해도 져 줄 마음이 없 었다. 공과 사를 그토록 원한다면 해주는 수밖에.
“대한전자에서 수주를 해왔는데, 안 되 겠네요.”
“아들, 왜 그러니?”
“에너지 스톤 공급에 관한 기획서도 재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녀석, 인정머리 없이 이럴 거냐!”
“사장님께서 계속 불편하게 나오는데, 저라고 별수 있겠습니까.”
“어련하시겠어요, 투자자님!”
정우와 아버지의 밥상머리에서 벌어지 는 신경전에 집안의 실질적인 주인이 불편 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켜보려고 했는데, 한도 끝도 없었다.
“처 드세요, 여보. 그리고 아들!”
“아무렴요.”
“옙!”
윤철과 정우는 찍소리도 하지 않았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부자간의 다툼을 잠 시 미루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세웠다. 그러나 실상은 한번 삐치면 대책 없는 김 여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미봉책 에 불과했다 식사를 마친 정우는 자리에서 일어났 다
“하라만나고올게요.”
“이 시간에?”
“문경에서 촬영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조심해서 갔다와.”
밤 9시다. 문경시는 경상북도에 위치했
다 자동차로 가도 꽤 시간이 걸리는 거리 다
정우는 공인을 받은 이후, 하라의 촬영 지를 방문했었다. 하라는 새벽 늦은 시간 까지 연기를 하고 있었다.
제2경인 고속도로를 탔다. 평일이라도 오전에는 막히는 편이지만, 이 시간은 한 산했다. 인천으로 올라오는 차량은 있어 도, 내려가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미끼를 물었군.’
사이드 미러를 보니 따라오는 차량이 있었다.
정우는 화성까지는 고속도로를 타다가
방향을 틀어 빠져나왔다
‘시작해 볼까’
의뢰가 들어왔다. 막대한 지원을 해주 는 후원기업이었고, 소속 길드원의 의뢰였 다. 어렵지 않은 의뢰이기는 하나, 자연스 러운 사고로 위장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 다. 시간이 드는 의뢰다. 목표물의 동선을 파악하고, 준비를 해야했다.
“동선에서 이탈했는데, 다음을 노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애송이 하나 처리하자고 시간을 더 끌
라는거야?”
투입된 자들 중 호리호리한 체격의 사 내가리더다.
이름은 박우식.
그의 투입은 의외이기는 하다. 길드 내 에서 5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다. 젊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나이가 많아 동안의 암살자로 불린다. 목표물이 비록 특이한 능력을 가졌다고는 하나, 이제 막 유니크 에 입문한 애송이에 불과했다. 길드장의 요청이 아니었다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파악한 내용만으로도 충분했다.
“알아서 제 죽을자리로 가는군.”
목표물이 인적이 드문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화성 일대는 케이브가 빈번하게 열리 는 바람에 발전이 더딘 편이었다. 예전부 터 좋지 않은 동네로 소문이 난데다가 케 이브까지 열리면서 인구 유입이 많지 않았 다 목표물이 멈춰 섰다.
차에 추적 장치를 달아 놨기에 거리를 두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일정한 거리 를 두고 그들도 차에서 내려 움직였다.
화성의 이름 없는작은산
완벽하게 외지였다. 케이브가 열린 흔적
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상하긴 하군.’
박우식은 의아한 느낌을 받았다. 매일 출퇴근을 하다시피 문경으로 갔었던 목표 물이 굳이 이 시간에 외진 장소를 향해 자 발적으로 가고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가 까운 거리까지 접근하기는 했으나, 그것만 가지고 추적당하고 있다고 의심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더욱이 화성으로 진입할 때 는 시야 밖이었다.
“놈의 주변을포위해.”
“알겠습니다.”
이상하긴 했지만, 기우로 치부했다 17 살 애송이가 추적을 파악하고, 대비를 하 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설령 대비 를 한다고 해도 이런 식은 아니다.
사고사로 위장을 하려면 최대한 흔적 을 남기지 않고 제압해야 한다. 어렵진 않 았다. 오늘처럼 어두운 밤이라면 더더욱.
사사삭!
지면을 밟고 미끄러지듯이 나아갔다. 소리가 나지 않았다. 길드라 해서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길드는 무문과 달리 활용 폭이 넓고, 목적 을 위해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편이 다
10명이 부챗살처럼 펴지며 목표물을
둘러쌓다
촤작!
목표물이 그제야 포위당한 사실을 알 고 움찔거린다. 어둠을 투영하여 흔들리 는 눈빛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챘다.
저벅저벅!
다 잡은 먹이를 두고 서두르는 맹수는 없다. 먹이의 숨통을 끊어놓을 때까지 냉 철하게 행동한다.
“당신들, 누구야?”
적의가 담긴 목표물의 상투적인 질문에 박우식은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제 와 현실이 변하지 않을 터, 가엽게 되었다
“왜이러는겁니까?”
혀를 차면서도, 박우식은 웃고 있었다. 그는 태생이 살인자다. 상대가 어리든, 나 이가 많든 상관하지 않았다. 의뢰를 받으 면 언제나 목숨을 끊어냈다. 그리고 끊어 내기 직전이 그에게 가장 큰 재미를 주었 다. 살기 위해 아등바등해도 죽음을 피하 진 못한다. 인간의 마지막 발악이야말로 살인의 묘미였다.
“ 가만.”
박우식이 휴대폰을 꺼냈다. 안에는 저 장된 동영상이 하나 있었다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낯이 익은 인물의 동영상이었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네가 자초한 일이다. 너는 나를 궁지로 몰 지 말았어야했어.
현우의 동영상이다. 죽이기 전에 반드 시 정우에게 보여주라고 했다. 왜 죽어야 하는지를 알고서 죽으라는 뜻이었다
“이젠이유를알겠지, 꼬마야.”
목표물은 고개를 숙이며 떨고 있었다 부들부들!
분하겠지, 당연했다. 초연한 척할 뿐, 죽 음 앞에서 담담한 자는 본 적이 없었다. 하물며 목표물은 나이도 어렸다. 저 나이 에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진 못한다.
스윽!
목표물이 고개를 들었다
“이런 미친!”
두려움에 떨고 있을 줄 알았건만 환하 게 웃고 있었다.
겁이 나서 미치기라도 했단 말인가.
“네놈이 실성을한 것이냐!”
“난 지극히 멀쩡해.”
“설마 죽이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 니겠지?”
“안 되지, 난죽일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