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92화 (92/500)

제 7장 불을 지피다 (2)

벌써 2번째, 처음이야우연이라 치부할 수 있었다. 혼자가 아니었으니 변수가 개 입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MT가 끝 나고 벌인 별장 파티에선 이해하기 힘들었 다 현우는 그날의 기억이 생생했다. 놈을

꼬여 하라가 보는 앞에서 망신을 주려고 했건만 도리어 꼴이 우습게 되고 말았다.

문제는 드러난 놈의 능력이었다

‘어떻게 한거지?’

서양과 달리 한국은 마법에 관해선 불 모지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마법이 일정 한 경지에 이르면, 다중 속성을 사용하는 자와 다르지 않은 능력을 보인다. 범용성 과 멀티 속성을 감안하면 마법을 발전시 켜야 하지만, 한국인의 급한 성격이 방해 를 한다. 마법은 범용성이 큰 반면 빠르게 늘지 않는다. 그러나 속성은 잠재등급만 높으면 속성으로 강해질 수 있었다

‘말이안되짆아.’

마법은 오랜 기간 수련을 해야 겨우 일 정한 경지에 오른다고 한다. 더욱이 잠재 등급이 3급에 불과하다. 반년 만에 월등 히 강해지다니,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더욱이 그날 보여준 수법은 마법이라고 하 기에도 어폐가 있었다.

‘놈의 움직임도 이상하고.’

그만하라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20 명이나 되는 학과의 선후배를 쓰러뜨렸다. 방심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고 해도, 현 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그러나 어떤 수작 을부렸는지 짐작이 되지 않아나서지 않 았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

똑똑

윤 비서가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어떻게 됐습니까?”

“대출금을 상환했습니다.”

“어떻게요?”

“투자자가 있었습니다”

“대체 누가요?”

“하정우입니다.”

‘*..2”

현우는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혔다

하이퍼 팩토리의 대출금 상환을 늦추

기 위해서 사전에 연막을 쳤다. 본격적으 로주문을 넣을 것처럼 가계약을 한후, 딜 레이(Delay)를 시켰다. 무작정 딜레이를 시 키면 회사 내에서 말이 나올 것 같아서 원 천기술을 조건으로 달았다. 둘 중 어떤 선 택을 하더라도 그룹 차원에서는 이득이었 다 하이퍼 팩토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은 상업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한데 투자자가 나타났단다. 그룹차원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미치지 않 고서야 투자를 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한데, 투자자가 하이퍼 팩토리 하 사장

의 아들 하정우였다. 아들이 아버지의 회 사를 도운 것이다. 딱히 이상하게 보이진 않는다. 문제는 하정우의 나이가 17살이 란 점이다. 특별한 배경도 없는 놈이 수십 억을 가지고 있다니,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없었다^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겁니 까?”

“저도 믿기 어려운 일이어서 조사를 해 봤더니, 놈?이 하라 아가씨를 자주 찾아갔 습니다.”

유하라는 현재 가장 잘나가가는 아이 돌이다. 예전부터 유명해서 일찌감치 100

억 소녀라는 말이 떠돌았다. 수익의 상당 부분을 하라가 관리하고 있었다. 그렇다 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하하, 아주잘됐군요.”

“어찌 그리 생각하십니까?”

하이퍼 팩토리를 무너뜨리고, 놈을 나 락으로 떨어뜨리려고 했었다. 하지만 보기 좋게 당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분노하기는 커녕 웃다니, 윤 비서는 이해하기 어려웠 다

“예로부터 부를 축적할수록 날파리가 꼬이는 걸 극도로 경계하기 마련입니다.”

“ 과연.”

* * *

하라는 근래에 들어 정우를 자주 만났 다. 방송국에 있을 때도 정우가 찾아와서 식사를 사주었다. 평소의 정우답지 않은 행동이기는 했다. 단순히 자신한테 잘 보 이려고 노력한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망할 놈의 의심병이기는 하다.

“혹,죽을병걸렸어?”

“평소에 잘하라며, 잘해줘도 불만이 냐.”

“수상해.”

보통 사람이면 신안으로 탐색이 가능한

데, 정우는 오리무중이었다. 속에 뭘 품고 있는지 도통 짐작하기를 어렵게 했다. 사 람들 마음을 알고 싶지 않아도 알아야 할 때는 괴로웠는데, 정작 알고 싶은 사람 속 을 모르니 또 답답하다. 본인이 생각해도 이중적인 잣대임을 하라도 알고 있었다

“잠깐, 어떻게 들어온거야?”

“그냥들어왔어.”

방송국은 경비가 삼엄하다. 아무나 막 들어오지 못하도록 통제를 한다. 곳곳에 상위 등급의 유니크가 배치되었다. 그런 곳을 정우는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었다. 신안처럼 공간을 통제하는 것도 아니고.

까면 깔수록 숨겨진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냥들어왔다고?”

“사각을 이용했지.”

“그게 말이 돼?”

“시선을 컨트롤 하면 간단하지.”

간단 어디가?

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사각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방송국은 사람이 많은 장소 다 곳곳에 시선이 있을 텐데. 아무도 의식 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되었다. 경비에 배 속된 유니크까지도 속인 것이다. 다들 눈 뜬 장님도 아니고, 그런 것이 가능한 건지 의구심이 든다.

“마지막으로 자연스러움이 중요하지.”

“연기를 해도되겠다”

자연스럽게 통과를 한 후, 아무렇지 않 은 척 뻔뻔하게 행동했다. 지나치게 태연 해서 방송국의 누구도 정우를 의식하지 못한 것이다. 능력도 굉장하지만, 뻔뻔함 도 천하무적이었다. 하라의 매니저마저 방 송국 사람인 줄 아니, 말 다 했다.

“오늘 액션 신이라며, 도와줄까?”

“ 됐거든.”

하라는 액션 연기가 된다 굳이 합을 맞 추지 않아도 액션이 눈에 들어오고, 알아 서 피할수 있었다. 그러나 정우와 액션의 합을 맞추면 허점투성이가 된다. 액션의 디테일이 지나치게 섬세해서 사람 짜증나 게 했다. 적당히 해도 될 걸, 지적하니 실 전에서 오히려 어색해졌다.

“금방끝나니까, 좀만 기다려.”

“오늘 같은 날 가긴 어딜 가겠니, 걱정하 지 말고 연기에 전념해.”

“사고나 치지마”

“알다시피 나는 사고를 치지 않아”

“퍽이나 그러시겠다”

하라는 며칠간 보인 정우의 정성이 고 마우면서도, 꺼림칙했다. 이렇게까지 할 녀석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사 귀기로 했으니 달라지는 것도 당연했다. 모처럼 정우가 적극적으로 나오는데, 괜한 의심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러다가 돌아서 면 어쩌라고, 기회란올 때 잡아야했다.

하라가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정우는 공용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연예인들이 들락날락하고 있는 와중에도 관심을 기 울이진 않았다.

방송이 끝났는지 그룹이 우르르 들어 왔다. 그중 정우를 아는 체하는 아이돌이 있었다. 방송을 마친 레드아이즈의 민설현 이었다.

“네가여긴 어쩐일이야?”

“하라보러 왔어.”

“학교는 마치고 온 거야?”

“ 대충은.”

정우는 건성으로 대답을 했고, 설현은 끈덕지게 물었다. 아예 옆자리에 앉아 사 사건건 물어보며, 트집을 잡았다.

“누군데, 우리의 막내께서 관심을 가지 는걸까‘?”

“상황을 봐선 일방적인 것 같은데, 단호 박이 따로 없네.”

레드아이즈의 맴버들은 저희끼리 속닥 거리면서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들에게도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다. 설현이 살가 운 구석이 있기는 해도, 남자한테 먼저 관 심을 보이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다음엔지지 않을거야.”

“전에도 말했지만 넌 내 상대가 아냐.”

“잘난 체하지마.”

“잘난 체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 지?”

“내가 뭘?”

“날 넘고 싶으면 아이돌부터 그만뒀어 야지, 시간이 남아도나.”

설현은 반박하지 못했다. 정우의 능력 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 그런 주제에 방 송과 학교를 겸업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이기고 싶다면 방송을 그만두고 훈련에만 전념해야 했다. 한 가지에 매진하고도 넘 어설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두 마리 토끼 를 잡으려고 하다니, 욕심이 지나쳤다. 그 렇다고 해도 이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데, 그만두라니. 보통은 아픈 부위를 건드 리지 않기 마련인데, 이 인간은 정곡만을 노리고 찔렀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심장을 도려내는 기분이다.

“못됐어!”

“왜?”

“그걸 몰라서 물어?”

“난 너를 구해주고, 식사까지 대접했는 데 어디가 못됐다는 거지? 혹, 보따리까지 구해달라는 거였어?”

설현은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 정우의 말대로다. 자신을 구해주고, 식사를 대접 했다. 더욱이 멋대로 오해를 하고 신경질 을 부렸다. 따지고 보면 추태란 추태는 혼 자서 다 부린 꼴이다. 그러고선 친근하게 대해주지 않았다고 베치기까지, 최악이다 상기하면 할수록 얼굴이 달아올라 화끈 거린다

“사과할 필욘 없으니까, 가서 네 할일

해.”

정우는 그때나 지금이나 신경 쓰지 않 았다. 자기 일 하라고 쿨! 하게 손짓했다. 이만하면 나름 좋게 마무리를 한 듯싶다. 설현도 나쁜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사실 관심이 없으니 설현이 뭘 해도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피해를 준 것 도 아니고. 화도 관심이 있어야 나는 거리 고했다

‘아! 분해!’

설현은 돌아섰다. 정우의 행동이 얄밉 기는 해도, 맞는 말만 골라서했다. 바돌이 로 만들려고 했던 계획은 시도조차 못하 고 말았다. 아이돌을 돌덩이 취급하는데, 빠돌이는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려웠다

타박 타박!

멤버한테로 돌아오는 낙심한 설현의 발 걸음이 무겁다.

“우리의 호프가 한 방 제대로 먹었네.”

“그만해, 나 화낸다.”

“우리 막내, 화났쪄 호호호!”

“아 진짜!”

괜한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한 달은 놀 림거리가 될 팔자다. 짓궂은 언니들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하여튼 저 인간 하고 엮이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살면 서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다.

‘재밌게 노네.’

정우가 보기에 레드아이즈는 괜찮은 팀 이었다. 각각의 컬러가 확실하고, 노래도 그만하면 준수하다. 무엇보다 팀 간의 허 물이 느껴지지 않는다. 팀에서 잘나가는 멤버가 있으면 불화설의 원인이 된다. 현 재 설현은 레드아이즈에서 가장 잘나간다. 한데 부러워는 해도 시기하진 않았다.

찌릿!

설현과의 실랑이를째려보는놈■이 있었 다. 그러나 관심을 기울이진 않았다. 노려 본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하라는 정우와 함께 차를 탔다.

힐끗.

하라는 가는 내내 정우의 눈치를 봤다. 이 인간이 순순히 승낙을 할 때부터 뭔가 찜찜했다. 20살까지는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가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그때마다 가자고 졸랐을 자신이 그려졌었다. 혹시나 하고 며칠 전에 찔러 봤더니, 덥석 무는 것 이다. 그때부터 귀찮을 정도로 매일 찾아 왔다

“안 떨려?”

“왜 떨려?-

“우리 엄마아빠보는 거잖아”

“그래서?”

“걱정 안돼?”

“좋은분이라며.”

“그래도 모르잖아.”

“널 믿어.”

하라는 혼자만 마음을 졸인 것 같아. 억울했다 하긴 정우가 안절부절못하며 오 두방정 떠는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마물을 찢어 죽이는 남다른 강심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오늘 같은 일은 대수롭지 않겠지.

“선물 사자.”

“정말?”

“빈손으로 갈순 없잖아”

“진짜로 수상해.”

정우는 백화점에 들러 하라의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장만했다.

집까진 한시간이 걸렸다.

하라의 집은 대 저택이었다. 안으로 들 어가서 주차를 해야 될 정도로 규모가 컸 다. 한국의 재계 서열 5위 안에 든다고 하 더니, 명불허전이다 아!

하라의 눈빛이 흔들린다. 예상치 못한 사람이 거실에 앉아서 기다리고 계셨다. 해외출장을 갔다고 하시더니, 손녀를 속인 것이다.

“할..아버지.”

“왔으면 냉큼 들어올 것이지, 늙은 할아 비 앞에서 제사 지내는 것이냐!”

하라의 부모님이 조마조마한 눈빛을 보 냈다. 정우를 초대한 걸 알고 있다는 듯, 대한그룹의 총수께서 방문한 것이다. 미리 연락을 못하도록 손을 쓰기까지 했다. 작 정하신 게 분명하다:

“가자”

무거운 분위기가 분명한데도, 정우는 담담히 인사를 했다. 반 여사와는 예전부 터 알고 지낸 사이로 스스럼없는 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동안의 외모를 지 니고 계셨다. 하라의 아버지도 점잖은 호 안을 지니셨다. 반면에 꼬장꼬장한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분이, 하라의 할 아버지였다.

젊은 시절 백두산 호랑이라는 말을 들 을 만큼 걸걸했던 기상을 그대로 간직하 고 있는 하라의 할아버지, 대한그룹의 총 수유만식이다.

정우는 정중히 자신을 소개했다.

“하라의 남자친구 하정우라고 합니다”

“허허, 당돌한 녀석이군.”

무공이나 속성을 수련하지 않아도 연

륜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위엄이 생성 된다.

유만식은 우리나라 재벌 중에서도 자 수성가한 입지전적의 인물로 꼽힌다. 산전 수전 다 겪으며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 자 신 앞에서 강단을 보이는 자는 드물었다. 고작 17살의 꼬맹이가 넉살을 부릴 줄 누 가 알았겠는가. 마음가짐은 나브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전해진 소문을 알기에 좋 은 인상이랄 순 없었다 반 여사가 직접 차와 다과를 가져와 식 탁에 올려놓았다. 정성이 깃든 반 여사표 수제 다과였다.

침묵이 흘렀다.

노려보는 유 회장과 담담한 정우의 신 경전이 벌써부터 시작되었다. 손녀의 배경 을 탐하고 있다는 소문이 정우에 대한 좋 지 않은 감정을부추겼다.

유 회장이 침묵을 깨며, 초반부터 강수 를 두었다. 그에게 있어 시간은 금이었다. 사설로 시간 낭비를 원치 않았다.

“집안 사정이 어려웠다고 하던데, 한가 한모양이군.”

“어디서 들으셨는지 몰라도, 사실이 아 닙니다”

“대출금 상황이 어려워 회사가 어려웠

던걸로아는데, 아닌가?”

“아버지가 어렵다고 해서 제가 어려운 건 아니지 않습니까.”

논리를 따지면 맞는 말 같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집안의 가장이다. 가 장이 어려운데, 멀쩡한 집은 존재하지 않 았다. 경제위기 때마다 잘려 나간 아버지 들로 인해 풍비박산난 가정이 엄청났었다.

“나하고 말장난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면, 내가 잘못 알고 있다 말하고 싶은 것이 냐?”

“자세히 알아보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정보력이 따르지 못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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