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91화 (91/500)

제 7장 불을 지피다 ⑴

윤철은 중소기업을 운용하며, 차세대 배터리 팩을 생산했다 과거에는 리듐 이온 배터리를 생산하 다, 격변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에너지 스톤을 활용한 배터리 팩을 제조한 것이 다. 하지만 하청을 주로 하다 보면 대기업 의 횡포에 시달리는 경향이 많았다. 경기 나 실적이 조금만 안 좋아도 일감이 줄고, 대금이 연체되었다 윤철은 대기업 하청에서 벗어나고, 다 른 업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끊 임없이 배터리 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투자와 연구를 아끼지 않았다.

매해 수익의 절반 이상을 R&D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투자 규모에서 대기업과 비 교가 되지 않고, 시설 면에서도 격차가 있 어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으면 결과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윤철의 끈기가 빛을 발해 배터리의 효율을 무려

30%나 끌어올리는 신공법을 개발했다

무엇보다 투명 플렉시블 기능이 탑재되 어 활용범위가 넓었다. 종이배터리는 개발 되어 상용화되었지만, 배터리의 효율성 면 에서 문제가 있었다. 획기적이진 않더라 도, 현 시장을 주도할만한 기술이다.

그럼 분위기가 좋아야 하는데, 윤철과 동료들을 낯빛이 좋지 않았다. 다들 시름 을 한가득씩 품고 있었다 눈 밑에 다크서 클이 이를증명해준다.

“이건 너무하는 것 아냐.”

“시제품은 그렇다 치고, 원천기술 설계 도까지 넘기라니. 아예 날로 먹겠다는 심 보가아닙니까:”

윤철의 회사는 총 인원 50명 이하의 중 소기업이다

연구개발에 투입된 인원은 10명 남짓, 그들이 회사의 중책을 맡고 있다. 그러나 나름 체계가 잡혀 있고, 최대한 대기업처 럼 성과급을 지급했다. 그 결과 애사심이 다른 회사에 비해서는 높았다. 애정을 가 지고 키운 회사라서 아쉬움이 더 컸다.

“지들 아니면 할 데가 없나, 더러워서.”

배터리 팩을 개발한 후 은행에서 대출 까지 받아 과감히 투자를 했다 이런 상태 에서 수주가 막히고, 대금 지불이 늦어지 면 기간 내에 대출금을 갚기도 막막할 수 밖에 없다.

다른 기업을 찾으려고 해도 시간이 걸 리는 데다가 미리 만들어 놓은 제품은 재 고로 쌓이게 된다. 그렇다고 원천기술을 넘기면 얼마간은 대금을 받아 회사를 운 용할 수는 있겠지만 곧 비슷한 제품을 대 기업에서 생산할 수 있었다. 그리되면 투 자를 한 대가는커녕, 회사는 또다시 대기 업의 하청에 목을 매야 했다. 기술 성공을 발판으로 좀 더 기업을 키우려고 했건만, 막막한 상황이다

“너무 낙담하지는 마 우린 기술이 있잖

아”

“대출금은 그렇다 치고, 제때에 납품하 지 않으면 저쪽에서 문제를 삼겠다고 했습 니다.”

기간을 끌어 대출금 갚을 시기를 조율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은행과는 사전에 조율이 끝났을 공산이 크다. 작정하고 기 술을 빼앗겠다는 심보다 그런데도 손 놓고 당해야 하다니, 갑을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확실히 이상 은 현실과 엄연히 달랐다. 그러니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외국으로 팔려나가지.

윤철은 시제품 완성 후, 시장을 다변화

하지 않은 채 한 업체와 계약한 걸 후회했 다. 이런 식으로 나을 것이라 예상을 했어 야 했다.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쳐, 냉 혹한 현실을 간과한 것이다.

‘ 미안하구나;

어지간해서는 이러고 싶지 않다. 그러 나 윤철은 회사를 경영하는 사업가다. 회 사가 망하면 혼자만 망하지 않는다. 회사 에 딸린 식구들을 끌고 가야 할 책임이 있 었다. 모두를 거리에 나앉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 투자자가 온다고 했으니, 준비들

하고 있어.”

윤철의 말에 그들은 의아한 기색이었 다. 투자처 대부분이 막혀 있었다. 저쪽에 서 손을 썼는지, 은행에서도 대출을 용인 해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횡포를 고발할 수도 없는 처지다. 갑질 횡포에 대한 기사 가 나오기는 해도, 대기업에 밉보이고 살 아남기란 어렵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기억에 잊히면, 을은 사회생활도 하기 힘 들어진 상태다. 그때만 반짝을이 이긴 것 처럼 보일 뿐. 하청업체들도 그러한 사실 을 알기에 대기업에 바짝 엎드리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투자를 한다는 겁니까?”

“곧 알게될 거야”

준비는 어렵지 않았다. 제품을 어필하 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시제품과 설계도 를 보여주면 된다. 불감청고소원이라고, 서둘러서 자리를 마련했다.

30분후, 투자자가 찾아왔다.

생각보다 젊어 보이는 외모였다. 저 나 이에 투자자라면 재벌 후손이 떠오른다. 그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재벌답지 않게 예의는 있었다.

“제품만 훌륭하다면 투자를 하겠습니 다 시작하세요.”

“알겠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은 윤철이 하고, 지석현 과장과 윤시연 대리가 보조했다. 하이퍼 팩토리가 개발한 배터리 팩의 장점을 부 각하는 가운데, 투자자는 의문점을 예리 하게 짚고 넘어갔다.

투자자도 사전에 철저히 조사했음을 알 수 있었다. 무턱대고 하는 투자가 아님을 알기에 더욱 신중한 프레젠테이션이 되었 다. 또한 시제품의 시연도 꼼꼼하게 확인 했다.

짝짝짝!

투자설명을 마치자 젊은 투자자는 박 수를 쳤다. 시간이 촉박해 서둘렀음에도 프레젠테이션과 시연은 괜찮았다.

“몇 가지 문제점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문제라니요? 효율성과 안전성은 이미 검증을 받았습니다?”

“배터리 팩 자체는 훌륭해요 하지만 배 터리 팩의 핵심인 에너지 스톤을 지속적 으로 공급받을 수 있냐는 겁니다. 제가 알 기로 공급처도 막힌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만”

“투자금만 있다면 곧 해결 가능한 부분 입니다.”

에너지 스톤은 케이브에서 사냥한 마 물에서 나온다. 이를 활용한 사업 분야다.

하지만 윤철의 회사는 자금 압박과 더불 어 공급처와의 계약에서 난항을 빚고 있 었다.

“두 번째로 투자를 한다 해도 활로를 개척하지 못하면 답이 없지 않습니까.”

“굳이 국내를 한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젊은 투자자는 냉철했다. 섣불리 투자 를 하지 않았다. 사태를 파악하고, 유리한 조건을 달았다.

“어찌 되었든 위험부담이 큰 만큼 투 자를 원한다면 지분을 재조정해야겠습니 다”

“얼마를 원하시는 겁니까?”

“40%는되어야 합니다.”

“그건 너무 많습니다.”

“당장 제가 투자하지 않으면 망할 텐데 요. 다른 곳을 알아보신 것도 아니지 않습 니까”

이건 숫제 날로 먹으려는 것 같았다. 이 번만 넘기면 윤철의 회사, 하이퍼 팩토리 는 날개를 달아 비상할 수 있었다. 그리되 면 회사의 가치는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크게 오를 것이다. 30억을 투자해서 수십 배의 가치를 독식할 수 있었다. 게다 가 지분이 40%면 회사의 경영을 좌지우 지할 힘을 가진다.

“과한 처사합니다, 사정을좀봐주십시 오!”

지석현 과장은 젊은 투자자에게 고개 를 숙여가며 부탁을 했다. 이는 사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투자를 하지 않으면 길거리에 나앉아야 한다. 절박한 이때에 마지막 동아줄이나 다름이 없다

“투자의 기본은 냉철한 판단입니다. 그 리고 여러분과 달리 저는 시간이 많습니 다.”

젊은 투자자는 느긋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자신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조급한 사람이 먼저 백기를 들기 마련이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반응 을 살폈다. 여유가 넘치다 못해 자기 회사 처럼 편안해서 이상하기는 했다.

하아

윤철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만만치 않 은 투자자다. 그의 말대로 시간은 투자자 의 편이다. 이대로 질질 끌면 하청을 벗어 나지 못한 채 대기업에 얽매여야 했다. 그 보다는 지분을 주더라도 투자를 받는 편 이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나은 선택이 다. 이후 세금 면에서도 유산 상속보다는 증여가 나을 테니까.

“이렇게까지 할거냐?”

“저는 투자자로서 찾아온 겁니다. 예의 를지켜주십시오.”

그는 투자자로서 존중해 달라고 부탁했 다. 사적인 감정을 대입시키지 말라는 당 부와 함께.

그러나 윤철은 지극히 사적이었다.

“아비를 궁지에 몰아야 직성이 풀리느 냐!”

“부자관계를 거론하시면 어떡해요, 사 적인 자리가 아니잖아요.”

정우는 회사를 이런 식으로 운영해선 안 된다는 조언과 동시에 혈연에 연연한 기업치고 오래가는 기업 못 봤다는 경고 도포함되었다.

“시끄럽고! 어서 투자해!”

“막무가내로 나오면 저도 생각을 달리 해볼겁니다”

투자의 기본은 객관적 지표를 토대로 해야 했다. 아버지라서 투자를 하다니, 땅 을 파봐라, 10원 1개가 나오나. 정우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진 않는다. 그것이 설령 아버지가 운영하는 기업일지라도.

“이 매정한 녀석, 내 너를 잘못 키웠구 나!”

“가족 간에도 돈 관계는 철저해야 합니 다. 망할지도 모르는 회사에 누가 투자를 한다고요.”

“망하긴, 누가 망해!”

오늘내일하는 것도 서러운데, 아들에게 서 망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윤철은 감정 이 폭발했다 아들이란 녀석이, 내 자식이 아버지 앞에서도 객관적이고 지랄이었다

“망하면 노후는 책임져 드릴게요.”

“말이면 단 줄 알아, 나 아직 팔팔하거 든!”

평소 윤철과는 어울리지 않은 행동이 다. 사정이 다급해지니 주변이 들어오지 않았다. 집에서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아 버지가 되어서 아들한테 돈을 빌리고 싶 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회사는 살리고 봐야 했다. 사정이 급해 투자 좀 하라고 했더니, 이놈의 아들이 회사를 날 로 먹으려고 작정을 했다. 그리고 50대의 자신을 뒷방 늙은이로 취급하고 있었다. 화가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이러면 평소에 얌전한 사람도 빡치기 마련이다.

멍!

지 과장과 윤 대리는 망연히 바라보아 야 했다. 사장님과 투자자의 다툼이기는 한데, 그 안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섞여 있었다.

하 사장은 분명 투자자에게 아들이라 고 했고, 투자자는 하 사장에게 아버지라 고 했다. 그럼 서로는 부자관계가 성립한 다

‘잘 아는 투자자라고?’

‘이게 말이 돼!’

‘잘 아는건 맞네.’

너무 잘 알아서 탈이다

윤철의 경영방침은 회사는 회사고, 가 족은 가족이었다. 가족 같은 경영을 내세 우진 않았다. 중소기업이 욕을 먹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사장이 회사를 자기 것 인 양 다루기 때문이다. 혈연을 내세워 능 력도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법인카드를 제 맘대로 사용을 하니 문제가 생길 수밖 에.

윤철은 최대한 가족을 회사에 끌어들 이지 않았고, 회사공금도 회계처리를 해 서 필요한 곳에만 썼다 그래서 회사사람 들은 윤철의 가정에 대해서 모른다. 회사 에 가족이 찾아오지 않으니 당연했다.

그렇다 하나, 투자자가 사장님의 아들 이라니.

“저분, 아니 저 애가 사장님 아들입니 까?”

“맞아내 망할놈의 아들이야.”

망할 놈의 아들치고는 돈이 너무 많다. 돈이 성공의 절대지표가 될 순 없어도, 저 나이에 수백억 자산가라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었다

“대체 족보가 어찌 되기에 혹, 재벌가에 서 버려진 후손이었나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 재벌이 뭐 아무나 되는줄 알아!”

드라마가 사람들의 생각을 망치고 있었 다

듣기로는사장님의 아들이 17세라고 했 다. 그 나이에 투자자를 자처할 만한 자금 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상황도 우습다. 아버지가 곤 궁에 처해 아들에게 돈을 꾸는 형국이다. 게다가 아들은 투자 명목으로 지나치게 꼼꼼하다 못해, 사람을 잡는다. 아들이 아 버지를 일적으로만 보고 있었다.

“이게다 너 때문이잖아”

“생사람 잡지 마세요.”

“생사람은 네 녀석이 잡았지, 어쨌든좋 은 말로 할 때 투자해라.”

“대신지분40%를주세요.”

아버지의 위압에도 정우는 일관성을 잃지 않았다. 끝까지 냉철하게 상황을 판 단하고, 얻을 건 얻어냈다.

“30%, 그 이상은 안 돼!”

“37%.”

“33%, 더 이상은안된다!”

“쳇! 알았어요.”

“집에 들어가서 좀 보자구나.”

“화내시면 투자 안할 거예요.”

“끄응, 아들이 아니라상전이구나.”

부자의 흥정에 회사의 미래가 걸려 있 었다.

지 과장과 윤 대리는 웃어야 할지, 울어 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재벌이 아닌 다음에 야, 수십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 불성설이다. 그렇다면 회사 자금을 빼돌렸 다는 뜻이 되는데, 회사의 자금 출처를 꿰 고 있는 지 과장과 윤 대리였다. 월급을 제 외하고, 남은 돈은 연구개발에 꼬나 박았 다. 따로 비자금을 형성할 만한 구석이 없 다

‘로또 됐나?’

‘유산분쟁은하지않겠네.’

정우는 아버지의 회사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 흑금단의 주요 임무는 가족의 안 전이다. 하지만 부수적으로 가족의 주변 에서 일어나는 일을 꼼꼼히 체크한다. 아 버지의 회사에 문제가 있음을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했다.

‘예상에서 한 치를 벗어나지 않는구나.’

어떤 방식이든 손을 쓸 거라고 봤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치사한 수를 써서, 나름 안심했다. 앞으로 닥칠 시련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양심의 가책은 받지 않 아도 되었다. 무엇을 하든 가족은 건드리 지 말았어야 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최악 의 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최악에는 최악이지.’

무르익어 가는 과정, 정우의 얼굴에 화 색이 돈다. 분란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었다. 무미건조한 삶은 재미가 없 다

“아비의 등골을 빼먹고 잘 사는 놈 못 봤다!”

“악담을, 원래 이런 분 아니시잖아요.”

“그리고못되게 웃지 말거라”

“못된 웃음도 있나요?”

그런 웃음이 있었다. 자리에 모인 사람 들 전부 수긍하는 눈치다. 또한 앞으로 처 신을 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세는 기울었구나.’

‘아드님에게 잘보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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