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규모를 키우다 ⑴
흉포한 기세, 잔털마저 곤두서는 살기 가 흉흉하다. 마주하고 있는 10개의 동공 이 강도 9.0의 지진이 난 듯 흔들리고 있 었다. 그런데 용케 피하지는 않는다 어린 양을 상대로 노려보기를 멈추지 않는 흉포한 면상의 사나이들. 오기가 발 동했는지, 더욱 인상을 구겼다 반드시 고 개를 돌리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빠드드득!
이를 갈며 시각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청각까지도 끊임없이 자극했다. 그럼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자 흉악한 면상을 밀착 시키며 위압감을 배가시켰다.
허어억!
어린양들.
준기와 동기들은 거침 숨을 토해내며 물러서고 말았다.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몸의 잔 경 련이 이를 증명해준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를 여실히 체감하게 했다.
그러나 해냈다는 성취감이 있었다. 목 표는 1분이었다. 심력 소모가 상당하기는 했어도 버텨내었다. 하는 일마다 실패했던 과거를 청산한 쾌거였다.
“쫄지 않았어”
“우리가 해냈다고!”
“우리도 할수있어!”
준기, 성재, 진광, 인영, 호진은 뛸 뜻이 기뻐했다. 누가 보면 한반도의 오랜 숙원 인 통일의 과업을 이룬 듯하다 시무룩!
준기와 동기들의 기쁨에 흑금단원들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흑금단에서도 특 별히 흉포한 얼굴을 가진 죄로 지칭 앱솔 루트 쉴드(절대방패)의 안면적응훈련에 이 용당한 것이다. 외모비하의 최적화를 이루 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얼굴 팔아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어 깨 펴라”
“그래도 그렇죠, 이게 사람이 할 짓입니 까, 쪽팔려서 주변에 말도 못합니다!”
양용익 부단주의 위로에도 단원들의 사 기는 최악이었다. 얌전히 있어도 사회에 불만 많은 얼굴이라며 지적당하기 일쑤였 던 어린 시절이 상기되었다. 순수하게 기 뻐해도 주변에선 화내지 말라고 당부했었 다. 양아치도 얼굴은 잘생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 어난 게 아닌데 억울하다.
“그렇게 억울하면 남자답게 외쳐.”
..아”
외치라니, 누구한테?
명령을 내린 단주한테 개기라는 건가? 불만을 토로했던 단원들의 얼굴에서 핏기 가 사라졌다.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근래에 들어 단주의 폭력 이 예전보다 줄어들기는 했어도, 상식을 가뿐히 벗어나 주었다. 언제든, 어디서든 눈과 귀가 있어 뒷담화는 엄두도 나지 않 는다.
“부 단주! 차라리 저희를죽여주세요!”
“동귀어진은 사양이다.”
“답답해서 하는 소리죠, 게다가 저놈들 이 정말 절대방패가 맞습니까?”
“알게 뭐냐, 까라면 까는 거지.”
말은 그렇게 해도 저놈들의 정보를 긁 어모은 장본인이 양용익이다. 분명 덜떨어 진 놈들이 맞는데, 위기 시 드러난 능력은 결코 만만히 볼 순 없다 순간욱! 해서 휘 둘렀던 주먹을 막아낸 솜씨는 우연이 아니 었다. 무공의 기본도 배우지 않은 놈들이 속성만으로 무인의 주먹을 막은 것이다
‘하도 맞아서 본능적으로 최선의 도피 처를 찾은 걸지도 모르지.’
양용익은 편하게 생각했다. 사실 저놈 들의 방어력은 인정하지만, 쓸모가 있을지 는 장담하지 않았다. 능력이 있다고 해서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자신들은 그저 단 주의 명을 충실히 따르면 그만이다.
단주는 알면 알수록 정상적인 사고방식 으로 이해를 할 수 없는 존재다. 상식적인 인간은 감당하지 못한다. 이럴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면 된다. 관여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고.
“휴식 끝”
훈련은 계속되었다.
같은 공간에서 혹금단원과 합숙을 하 는 것 자체가 훈련이었다. 준기와 동기들 은 밥을 먹는 것도, 빨래를 맡기 것도, 어 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밥 먹을 때는 바 늘방석에서 모래를 씹는 기분이고, 빨래 를 맡길 때는 빨래 방망이로 죽지 않을 만 큼 맞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극복해야 했다.
저녁 시간.
정우가 집을 찾았다
절대방패의 훈련 상태를 파악했다. 며
칠 전까지만 해도 고개도 못 들었던 녀석 들이 제법 적응이 되었는지 자신감이 붙 은얼굴이다.
“지내긴 괜찮아?”
“아저씨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본인들의 성취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 닌 반응이나, 충분히 놀라운 발전이었다. 결여된 자신감은 본인에 대한 초라함에서 기원한다. 자신이 없기에 주장을 못했다. 주변의 반응보다 자발적인 성취감이 더 중 요하다.
“이젠 마물을봐도 놀라지 않겠네?”
사람과 마물은 엄연히 다르다. 두려움 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왠지 모르 게 준기와 동기들은 두렵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을 반응 이었다. 텔레비전에 나온 마물도 아저씨들 에 비하면 선해 보였다. 어지간한 하드코 어 공포영화도 너끈히 볼 수 있는 강단이 생겼다.
“할수있을 것같아요.”
완전한 확신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 입으로 말했다는 점이 중요했다. 한 발을 내딛기가 어렵지, 두 번은 쉬웠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저 새끼들이!’
‘우리가 마물보다 못한 거냐!’
‘젠장 그 정돈 아니라고!’
훈련의 성과에 만족해하는 단주였다. 하지만 칭찬을 들어도 단원들은 웃지 못 했다 사람 얼굴이 마물보다 더 무섭게 생 겼다고 하는데, 좋아할 인간이 있다면 미 친놈■이었다. 그렇다고 때려치울 수도 없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단주의 갈굼을 받는 다. 그건 죽기보다 더 싫다. 이러지도, 저러 지도 못하는 가혹한 현실이었다.
“좀 더 수준을 높여 보자.”
“아저씨들보다 더 험악한 면상이 있어
요?”
준기와 동기들의 놀람이 담긴 질문에 정우는 헛웃음이 나올 번했다. 본인들은 모르지만, 갈굼을 받는 이유가 있었다. 단 원들이 주먹을 말아 쥐는 것만 봐도 답은 나온다 은연중 맞을 짓을 하고 있었다 물 론 지적하진 않았다 곧 알게 될 테니까.
정우는 단색의 옷을 가방에서 꺼냈다. 와
눈에 익은 옷에 준기와 동기들은 반가 운 표정을 지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 한 결과 집에만 있게 되었고, 오타쿠 기질 이 다분해졌다. 어린 시절 꿈과 희망을 주 었던 영웅의 전투복이니.
주군이 가져온 옷은 스마트레이저의 전 투복으로 한정 수량 판이다. 지금은 구하 기도 힘들어져서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그건 그거고.
준기와 동기들은 의문이 들었다. 주군 의 취향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걸 왜?”
“너희들 거야.”
“정말로 저희들 주시는 거예요?”
“그럼.”
수집가라면 누구나 원하는 한정 수량 판을 주겠다고 하니, 얼떨떨했다. 그러나 주군은 위기에 처한 자신들을 구해주고, 월급까지 제공해 주었다. 주군은 하늘이 내린 마지막 동아줄이었다. 의심 자체가 불경이다. 그저 감사히 받으면 된다.
“잘 보관하겠습니다.”
“보관할 필요 없다.”
“보관을 하지 말라니요?”
“너희의 평상복이다.”
**..<2”
스마트레인저의 전투복은 구하기 어려 운 한정판이다. 준다면 감사히 받는다. 그 러나 평소에 입고 다니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걸 입고 밖을 돌아다닐 걸 상 상하니, 벌써부터 부끄러움이 발끝에서 머리끝을 강타한다
‘이걸 입고동네를돌고.’
‘이걸 입고 마트를 가고.’
흉포한 면상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 복했는데, 이젠 그보다 더한 수치심을 감 당해야 했다. 부끄러움이 뇌리를 떠나지 않고 맴돈다. 상상만으로 이런데, 직접 입 고 나간다면? 마스크라도 있으면 또 몰라.
“남의 시선 따윈 부끄러워할 필요 없 다.”
주군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저 걸 입고 밖을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 부터 오금이 저려온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수치심과 부끄러움은 보통 사람이 상상하 는 범위를 벗어난다.
‘그럴 줄알았지.’
자신감이 결여된 녀석들의 특징이다. 당당하다면 무엇을 입어도 부끄럽지 않다 알맹이가 중요하지 입고 있는 껍데기는 껍 데기일 뿐이다.
그러나 무작정 밀어붙이면 부작용이 일 어난다. 강요보다는 자발적이어야 효과가 있었다.
:소심해도 남자는 남자지.’
정우는 휴대폰에 저장된 영상을 녀석
들에게 보여주었다. 내용은 유치원에 나타 난 마물을 처리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스 마트 레이저의 활약상이었다.
“뭘 느꼈지?”
“느끼다니요? 이건 영화잖아요.”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진짜라고요? 대체 누가?”
“내 어린 시절이거든. 추억 돋지?”
어린 시절이라고 해도 주군이 스마트레 이저 1호 전투복을 입고 마물을 처리했다 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한편으로 주군에 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분이었다.
“여자애가 보이지?”
“국민여동생 유하라잖아요.”
정우는 핸드폰을 열어 사진을 보여주었 다
팔짱을 긴 채 주군의 볼에 뽀뽀를 하는 여신의 사진. 그녀의 눈빛에서 애정이 폭 포수처럼 넘쳐흐르고 있었다.
“설미'?”
“맞아”
위기에 처한 국민여동생을 구하고, 남 자친구가 되었다는. 영화에서나 나옴 직 한 뻔한 설정이다. 그러나 허구가 아닌 현 실에서 벌어졌다. 백마탄 왕자의 러브스 토리보다 마음에 빡! 하고 와 닿았다
“ 입을게요!”
“평생 이것만 입고 다닐게요!”
“어쩐지 입고 싶더라.”
“우리도 주군처럼!”
나이를 막론하고 사내를 움직이는 원동 력은 여자였다. 그것도 예쁠수록 파급력 은 어마어마하다. 이 순간 이 녀석들이 발 산하는 속성력은 굉장했다. 찰나에 불과 하나, 정우마저 뒤로 밀리는 기분을 느꼈 다
‘이런말도 안되는!’
‘뭐 이런 병신 같은 각성이 다 있어!’
‘이래도 되나 싶다!’
‘새끼들꼴에 사내였어!’
절대방패의 속성등급을 느낀 부단주와 단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좀 전과는 확연 히 달라진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고작 옷을 맞춰 입었을 뿐인데, 사람이 바뀐 것 이다
‘나도좀 놀랐다’
정우는 쉴드라 지칭한 이 녀석들의 자 질을 간파하고, 그에 걸맞은 훈련을 시도 했다. 자질은 입증이 되었는데, 성향이 받 쳐주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감만 채워주면 변화하리라 판단했다
그러에도 불구하고 좀 전의 성장은 예 상 밖이다. 평생 모태솔로를 벗어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공포에서 기인한 성장이었 다
‘익숙해지면 본격적으로 굴려 봐야겠 다’
정우에게도 나름 쏠쏠한 재미가 있기 는 했다. 직접 키울 필요도 없고, 혹금단 에게 명령을 전달하면 그만이었다. 알아서 잘 커간다면 이득이고, 실패한다면 적당 히 부리다가 제 위치로 돌려보내면 된다.
사람을 만들어 본다는 심정으로.
‘올바르게 클까?’
이런 식의 훈련은 정우에게도 생소하 다. 인간 병기를 만들라고 한다면,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전생의 경험을 토대로 병기 를 완성할 순 있었다.
그러나 태양을 바라보며 흔들리지 않고 올 곧게 길러내기란 말처럼 간단하진 않았 다. 이는 정우와는 다른 정파의 훈련 방식 과 일맥상통한다. 단순한 병기가 아닌 인 간을 완성해 나가는 작업이었다.
‘나를 위한일이기도하고.’
저들의 성장을 보며, 전생의 자신을 상 기했다 진강백과의 전투에서 매번 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녀석과 나의 차 이점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었다.
정우는 일단 할 수 있다는 의지와 목표 를심어주었다
“너희는 쉴드다.”
“예, 주군.”
“방패는 뚫리지 않아야 한다 알고 있겠 지?”
“절대 뚫리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