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87화 (87/500)

살고 싶다는 인간의 본능이 정우의 홀 드 마법을 깼다. 그러나 입만 살았을 분, 육신은 여전히 의식의 통제를 받지 않았 다. 주둥이와 입이 완벽히 따로 놀았다 제 5장

분란엔 기름을 부어야 제맛 (5)

우웅!

지척까지 다가와 살포시 화상을 살짝 입힌 파이이볼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덜덜덜!

죽다가 겨우 살아난 철수, 안면은 극심

한 공포에 젖어 있었다. 촌각의 시간 동안 평생을 산 기분이었다. 극심한 스트레스 를 받으면 급격히 노화한다고 하더니, 10 년은 늙었다. 구사일생, 살았다는 안도감 에 통제력을 상실한 요도가 열리고 말았 다 곧, 바지가축축이 젖어갔다

“쌌네, 역시 불장난은 하지 말아야겠 어.”

실실 쪼개는 정우

그야말로 악당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 었다. 죽다 살아난 철수를 말로써 한 번 더 죽여주었다. 사내대장부라면 죽음 앞 에 초연해야 한다, 호언장담을 했기에 현 실이 더욱 초라해졌다 다행이라면 여전히 넋이 나가 현실을 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 보다 못한 하라가 중재에 나섰다.

“정우야 불쌍하게 뭐 하는 짓이야. 그 만하라고.”

“약한 놈 괴롭힌 건가? 그럴 생각은 없 었는데.”

하라는 나서지 말았어야 했다. 말하고 나서 아차! 했다. 정우의 도발을 키워준 꼴 이 되었다. 별장에 있는 금속조종학과 전 체의 분기를샀다 축제의 자리가 흉흉하게 변했다. 그들

은 이해할 수 없었다. 파이어볼의 파괴력 을 감안하면 당연히 피해야 했다. 철수의 요지부동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냐?”

“수작이 아니라 엄연히 마법입니다.”

설령 마법이라고 해도 납득이 가지 않 는다 정우의 등급은 3급이며, 갓 입학한 1학년생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철수는 학 교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유망주다. 무언 가 자신들이 모르는 수작을 부렸다는 판 단이 섰다.

“이번엔 내가 상대해주마!”

또 다른 상대가 나섰다

금속조종학과 권혁수는 3학년 서열 1 위로, 자부심이 강했다. 이대로 마법학과 의 1학년 애송이에게 조롱을 당한 채로 끝낼 수는 없었다. 마법이든, 아니든 실력 으로 짓눌러야 했다.

“싫다면요?”

“속임수를 쓴거겠지.”

속임수가 아니라면 당당하게 맞서라고 강요했다. 정우의 주둥이가 마법을 부리기 전에 물러서지 못하도록 권혁수도 배수의 진을 쳤다. 사전에 입단속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철수와의 대결로 깨달았다. 저 입 은 아무래도 요물이 분명했다.

“이거 물러설수가없겠군요.”

“시답지 않은소린 집어치워.”

혁수는 곧장 달려들었다. 형식을 따지 는 위인은 아니다. 실전 위주로 속성을 익 혀왔다. 속임수를 썼다고 해도 철수를 꼼 짝 못하게 했다면, 먼저 손을 써야 한다고 판단했다.

“와이어 스파이럴(We-Spiral)『

권혁수는 세밀한 컨트롤에서 일가견이 있었다.

휘이이잉!

날카로운 기운이 공간을 갈라내었다.

‘은사.’

혁수의 팔목에 보이지 않은 가느다란 철사가 있었다. 철사가 풀리면서 맹렬히 회전했다. 회전하는 은사에 바람이 갈린 다. 갈린 바람이 파편이 되어 공간을 흔들 어 놓았다. 은사는 송곳처럼 뭉쳐져 정우 의 정면을 찌르고 들어갔다.

“홀드.”

정우는 홀드를 펼쳤다.

멈칫!

전력을 끄집어내던 혁수의 동공이 철수 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을 사용했 는지 깨달았다.

분명히 마법이다.

‘내가 정지 마법 따위에 걸렸다고!’

술식은 간단할지 몰라도 홀드 마법은 어지간해선 걸리지 않는다. 실전에서 사용 을 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마력이 동반되 어야 하며, 상대의 틈이 있어야 했다. 빈틈 을 파고들어 정지 마법을 썼다면 모를까. 대놓고 사용하는데 걸리다니, 상식적으로 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마법을 모욕한 대가는 치러야겠지요.”

정우를 직시한 혁수는 공포를 느꼈다. 왜 철수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지 깨닫 게 되었다. 지금도 철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충분히 그럴 만했다. 마치 밧줄에 꽁꽁 묶인 채 화형당하는 기분이 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맥없이 당할 수는 없다. 학과의 명예와 자존심을 위해 서라도 정우의 마법을 깨야 했다.

‘젠장! 왜?’

혁수는 홀드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썼 다. 그러나 마법이 풀릴 듯 안 풀리기에 더 환장했다. 차라리 아예 저항을 하지 못하 면 그런가 보다 할 텐데.

‘풀릴 것 같으냐:

정우는 기초 마법에 권능을 부여한 상 태다. 무형의 기운으로 상대를 격살해 버 리는 무형살기를 홀드에 접목했다. 복잡 한 수식의 마법은 아직 어렵지만, 기초 마 법은 융합이 가능한 상태였다. 굳이 강렬 한 살기를 동반하지 않아도 상대를 손쉽 게 제압할 수 있었다.

스윽!

정우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철수의 강 철봉을 집어 들었다.

유유히 걸어가 혁수의 앞에 섰다. 부르르!

혁수의 동공이 흔들린다. 설마 하는 심 정일 것이다. 모두가 보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강철봉이 다가오고 있었 다 퍽!

대가리가 터지면서 핏물이 튀었다.

풀썩!

마법이 풀린 혁수는 중심을 잃고 바닥 에 쓰러져 버렸다. 얼굴이 피범벅이 되며 선혈이 낭자한 공간으로 변했다. 심신의 충격이 컸는지 전신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부르르르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정우가 저런 식으로 대응할 줄은 예상 못했다. 혁수의 행동이 지나치기는 해도 무방비 상태였다. 쇠몽둥이로 대가리를 치다니, 김종서를 때려잡은 수양대군의 무 자비함과 교차되었다.

당황은 곧 분노가 되었다

정우가 어떤 수를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같은 학과의 후배가 치욕을 당하 고, 선배가 무참히 쓰러졌다. 그것도 쓰레 기 처리소라 불리는 마법학과의 1학년에 게. 이 사실이 외부로 유출되면 금속조종 학과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다

“이 새끼가!”

“조져!”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 버리고 말았

다. 신성한 대결이니, 뭐니 해도 자존심이 상한 이상 눈에 뵈는 게 없다. 학생의 패기 와 똘기가 집대성되었다.

히죽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부나방을 보며 정 우는 웃었다. 별것도 아닌 쭉정이들이 주 제를 망각하고 있었다. 그리 나온다면 똑 같이 대응해주는 것이 인지상정. 사방에 서 날카로운 금속이 정우를 향해 날아들 었다.

보다 빠르게.

‘이런.’

현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작금의 사태는 계획한 바와는 거리가 멀 었다. 하라가 보는 앞에서 정우에게 망신 을 주고, 자존심을 뭉개는 선에서 끝을 내 려고 했다. 피가 난무하는 유혈사태를 만 들려는 의도는 없다. 그렇다고 말리자니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정우를 단죄 하고 싶다는 원초적인 감정이 앞섰다.

“선배, 안말려요?”

현우는 하라를 데려온 걸 이 순간 후회 했다. 놈■이 이렇게까지 막나갈 줄 알았다 면, 혼자만 데려올 것 그랬다. 그럼 별장 안에서 놈을 처참하게 망가뜨릴 수 있었 다. 사후조치야 적당히 무마할 능력이 되 었다.

그나저나 하라가 보는 앞에서 꼴이 우

습게 되었다.

‘저따위 놈 때문에.’

이 굴욕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 는 반드시 오늘의 빚을 몇 배로 갚아 주리 라 다짐했다.

어쨌든 당장은 말려야 했다.

“그만… 아니?”

현우의 말보다 정우가 더 빨랐다.

퍽퍼퍽!

강철봉에 맞은 3명이 로켓처럼 날아가 처박힌다. 이어서 파고든 정우는 종횡무진 했다 휘두르는 족족 처맞고 쓰러졌다. 금 속을 조종하기도 전에 벌어진 대참사였다. 짧은 공간에서 정우는 더 발랐다.

찰나에, 덤벼들었던 30명 중 20명이 피 떡이 되어 쓰러졌다. 얼굴이 피로 범벅이 되어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남은 10명은 저항하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 보고도 믿 지 못할 광경의 연속이었다.

유혈이 낭자한 공간을 정우는 유유히 걸어 나왔다.

저벅저벅.

현우의 앞에 섰다.

감추고 있던 본색을 드러냈다. 무겁게

가라앉은 눈빛은 좀 전까지의 능글맞았 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불과 몇 초 만에 학 과의 애들을 쓰러드리고, 공포에 잠식시켰 다. 무의식적으로 몸이 떨려오고 있었다.

“좀 더 빨리 말씀하셨으면 손을 늦추었 을 텐데, 좋은 자리를 망가뜨리고 말았네 요. 오늘은 좀 그렇고 나중에 제가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하라야, 가자.”

“어, 알았어.”

정우는 하라의 손을 잡고 별장을 빠져 나와차에 탔다.

현우는 멀어져 가는 정우의 차와 엉망 진창이 되어 버린 별장을 망연히 돌아보 고 있었다. 별장은 아비규환의 난장판이었 다. 강철봉에 처맞고 쓰러진 채 피를 철철 흘리며 파닥거리고 있었다?

허허

허탈한 미소가 번져 나왔다.

현우의 두 눈이 서늘하게 식었다. 분노 가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고통에 몸 부림치는 선후배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자신을 향해 걸어오던 정우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현우는 알고 있었다. 한순간이지만 놈 에게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살0[오면서 누군가를 두려워해 본 적이 없었다. 이는 평생을 가도 잊지 못할 수모였다.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그는 이를 갈았다. 단순히 망가뜨리는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놈이 소중하 게 여기는 것부터 순서대로 부서뜨리며, 절망을 선사해야 속이 후련할 것이다.

* * *

내 인생의 극딜 캐릭터답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하라는 한

숨이 쉬어졌다. 일이 꼬이기 전에 손을 썼 어야 했다. 그러나 말리기도 애매한 상황 이었다. 전후 사정을 살피면 현우 선배의 계획은 치졸했다. 정우의 실력을 알지 못 했다고는 해도, 학과 후배를 시켜 시험하 려고 했던 의도는 명백하다. 하지만 그렇 다고 대가리를 깨 버리고 시작할 줄 누가 알았을까?

‘통쾌하다고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해 야할지 갈피를못 잡겠네.’

현우 선배가 이쯤에서 포기할지는 미지 수다. 반대로 독이 잔뜩 올라 있을 가능성 이 크다. 정우도 얌전히 있을 것 같지도 않 고.

크크!

입꼬리가 실실 쪼개져 있었다

“그거 병이야!”

“뭐가?”

“도발한다고, 다들 너처럼 행동하진 않 아”

“그럼 비굴하게 넙죽 엎드릴까?”

“누가 그러래.”

하라도 자기 남자가 남 앞에서 설설 기 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다. 남자라면 응당 당당하게 맞서 싸워 자기 여자를 지킬 수 있어야 했다. 분란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 라는 마음과는 별도로 이율배반적인 현실 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래도 선을 지키려고 노력은 했다고.”

“애매하게 지켰잖아?”

사고를 화끈하게 치기는 했는데, 선을 완전히 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 우 선배는 이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수 도 없는 처지다. 먼저 시비를 걸고서 도리 어 당했으니, 소문이 퍼지면 망신이었다.

피해자를 대량으로 양산했으면서도, 정 우는 떳떳하기만 했다. 자기 멋대로 행동 하면서 사연을 만들어 놓았다. 이걸 미담 이라고 지껄이는 놈이 있다면 가만두진 않을 것이다. 자신을 데려간 것도 현우 선 배가 손을 쓰지 못하도록 만들 구실일 공 산이 크다.

약을 대로 약은 정우였다.

“사랑한다.”

“망할!”

“난 이제 네 거야”

“ 지랄!”

“욕하는모습이 더 귀엽다.”

“웃기시네!”

얼렁뚱땅 넘어가는데 왜 좋냐, 변탠가?

하라는 심장이 떨렸다는 사실에 답답 함이 밀려왔다. 싫다고 하자니, 오늘 같은 날이 계속 올 것 같지도 않았다. 콩깍지가 제대로 씌웠음을 인정해야 했다. 이쯤 되 니 신안에도 렌즈를 껴야 할 듯싶다 정우 와 연관이 되니 사태를 냉철하게 바라보 지 못하고 있었다.

‘참을수 없겠지.’

정우는 다음 수를 고민했다. 어차피 고 개를 숙인다 해도 하라를 놓지 않은 이상 포기하지 않을 위인이다. 보다 확실하고, 깨끗하게 짓밟아 주는 편이 효율적이다. 누가 더 위인지 가려진다면 깨닫게 될 것 이다

“이왕이렇게 된거 쉬다 갈까?”

“?…나 쉬운 여자아니거든!”

“말까지 더듬고, 무슨 생각을 한 거 냐?”

“?…내가 뭘?”

“국민여동생께서 많이도 알고 있구나.”

“알긴 뭘 알아!”

“몰라 그럼 평생 손만 잡고 살래?”

“.

하라는 노코멘트 했다.

진짜로 손만 잡고 평생 살라고 하면 같 이 살 여자 아무도 없다. 1박 2일 동안 손 만 잡고 자도 빡 칠 텐데. 하라가 비록 이 슬만 먹고 살 것처럼 생기기는 했어도, 보 통 사람하고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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