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83화 (83/500)

제 5장

분란엔 기름을 부어야 제맛 ⑴

마물 사냥은 끝이 나 있었다.

능선을 사이에 두고 양 방향에서 이루 어졌던 전투는 서로의 위치를 확인한 후 협심했다. 정우의 조는 마법으로 지원하 고, 설현의 조는 근접전투를 담당한 것이 다. 결과적으로 조합은 잘 맞았다. 원거리 에서 날 개미를 처리하고, 지상의 사막개 미를 근접거리에서 속성으로 얼렸다 허억, 허억!

조의 구분 없이 다들 숨이 턱 끝까지 차 있었다. 수도 수지만, 사념파로 인해 속성 사용이 방해를 받았다 조금 더 지속되었 다면 정신적인 충격이 상당히 컸을 것이 다. 사념파의 무서움을 체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끝장을 낸 모양이다.”

“자기가한말은반드시 지키네.”

“단호박이 따로 없다.”

정우는 여왕개미를 잡으러 간다고 했었

여왕개미는 사막개미를 통제한다. 순순 히 길을 터줄 리 만무했다. 사막개미는 죽 자 살자 달려들었다. 그런데도 정우는 유 유히 걸어갔다. 달려드는 족족 갈가리 찢 겨져 나가는 사막개미를 보고 있자니, 죽 기 살기로 싸워야 했던 자신들이 초라하 고 허망했었다. 케이브에 들어올 때보다 월등이 강해졌건만, 여전히 갭이 어마어마 했다.

정우가 작정했으면 언제든지 개미지옥 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는 뜻이 되니, 더 짜증이 치민다.

“결국 그 인간은 즐기고 있었던 거야!”

“우리가 피 말라죽기를 베랐을지도!”

“쉿! 듣겠다!”

“… 슬(설)마?”

놀란 승구는 평소 안 쓰던 사투리가 튀 어나왔다.

정우의 귀는 어디에도 있었다. 뒷담화 임에도 불구하고 앞담화가 되어 버린다. 괜히 안 좋은 소리를 했다가는 마지막까 지 생고생하는 수가 있었다. 한 사람이 잘 못해도 연대책임이 되어서, 입조심해야 했 다. 원래 강함의 차이가 크면, 우리 같이 있으나 없으나 마나 한 존재는 신경을 쓰 지 않는 반면 정우는 지나치게 세심하다. 작은 시시비비도 가리고 넘어가는 꼼꼼함 이 돋보인다 저녁노을이 지고 있었다.

태양이 능선에 걸쳐 모래사막을 붉게 물들였다.

조원들의 시야에 그림자를 길게 늘어트 린 대상이 잡혔다.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걸어오고 있었다. 그림자가 져서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척이면 척이었다. 사 막개미로 포위된 진형에서도 제 집처럼 가 고 싶은 대로 가 버린, 정우였다

“그림자도 겸손이 없네.”

“그렇게 말이야.”

오만함의 아우리가 저 멀리에서부터 여 기까지 전달이 되었다. 말뿐인 허풍쟁이라 면 또 몰라, 실력도 출중해서 조원들을 환 장하게만들었다

“뭘 들고 오는것 같은데?”

“저걸든다고해야 하는거냐?”

정우의 후방

상공 2m.

두둥실.

허공에 붕 떠서 날아오고 있는 대상이 있었다. 본인의 의지가 섞여 있다고 하긴 무리다. 가까이 올수록 실체가 드러났다.

석양빛으로 형성된 실루엣의 굴곡, 들어가 고 나오고의 환상적인 비율이 그려진다.

“설현?”

“설마!”

“아냐!”

“맞네!”

얼핏 봤을 때, 혹시나 할 때, 부정할 때,

확신할 때가 교차했다

설마가 아니고 설현이라니?

레드아이즈의 설현은 현재 한창 잘나고 있는 여 아이돌이다.

걸그룹 홍수 시대에도 설현은 빛이 나

는 존재다. 방송으로만 봤던 아이돌을 실 제로 보자, 조원들은 반쯤 넋이 나가 있었 다. 얼굴은 둘째 치고 비율이 예술의 경지 였다. 저게 사람이 맞나 싶을 지경이다 지 금까지 봐온 여자에 대한 관점을 통째로 흔들어 버렸다

“진짜잖아, 참가한다는 말은 들었는 데.”

“우리와같은 케이브였다니, 영광이다!”

“사진 찍어도 될라나?”

“어림없는 수작 부리지 마, 초상권 침해 라고!”

설현을 향한 남심은 10대에서 30대를

관통 40대 중반까지 아우른다고 한다. 이 는 전문 리서치 기관에서 입증한 팩트다. 어쭙잖은 짓을 했다가는 몰매 맞기 딱 좋 았다. 전문학교 내에서도 설현의 팬층이 꽤 있었다. 섣불린 팬이라고 나섰다가는 학교 내에서 마물로 오인받아 사냥당할 수도 있다.

‘저 봐, 저게 당연한반응이라고!’

설현은 익숙한 반응에 안도했다. 정우 의 무신경한 태도에 매력이 떨어진 건 아 닐까, 걱정이 되었었다. 연예인은 단순히 얼굴만 예쁘다고 되지 않는다. 본인을 드 러내는 특별한 매력을 발산할 줄 알아야 한다. 매력이 없으면 아무리 예뻐도 스타 가 되지 못했다. 일례로 예쁘고, 연기도 잘 하는데 뜨지를 못하는 연예인들이 꽤 있 었다.

‘고자가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여자 대우는커녕, 돌멩이 취급을 하고 있었다. 고마운 마음 이전에 여자로서 자 존심이 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 지만 남성으로 태어나서 성적인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았다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설현은 나름 일리 있는 판단에 한결 마 음이 편안해졌다. 이쯤 되니 함께 목욕탕 을 가서 등을 밀어도 괜찮을 듯싶다

“몸은 괜찮아?”

설현의 조장인 유지아가 상태를 물었 다. 사념파를 차단하기 위해서 사막개미 의 군집을 뚫고 나갔었다. 걱정이 되지 않 았다면 거짓말이다. 조장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설현에게 떠넘겨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좀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다행이다 그런데 마물은?”

사념파가 끊어졌을 때 사막개미를 통제 하는 마물이 죽었음을 조원들도 깨달았 다. 그 다음부터는 어렵지 않게 사막개미 를 막아낼 수 있었다.

조원들은 설현이 마물을 처리했기를 바랐다. 그럼 이번 MT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된다.

“ 미안.”

“그렇구나.”

조원들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설 현이 돌아온 것에 만족했다.

해가완전히 졌다.

하늘에 별이 새겨졌지만 불을 켜야 했 다. 내일 아침에 MT가 끝이 나기에 밤을 보내야 한다.

정우의 조와 설현의 조는 같이 야영을 하기로 했다. 의도치 않게 만나게 되었지 만 같이 싸웠다는 전우애가 조금은 있었 다

불을 피우고 빙 둘러앉았다. 사막이다 보니, 기온의 차이가 컸다. 밤사이에 체온 이 내려가지 않도록 유지해 주어야 했다.

정리가 되고 여유가 생기자, 서로에 대 해물었다.

여태 통성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각 자의 소개를 하게 되었다.

“마법학과였어?”

“그래.”

설현의 조원들은 놀란 눈초리였다. 그 녀들이 아는 마법학과는 최하위의 성적에 만, 같이 싸웠다는 전우애가 조금은 있었 다

불을 피우고 빙 둘러앉았다. 사막이다 보니, 기온의 차이가 컸다. 밤사이에 체온 이 내려가지 않도록 유지해 주어야 했다.

정리가 되고 여유가 생기자, 서로에 대 해물었다

여태 통성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각 자의 소개를 하게 되었다

“마법학과였어?”

“그래.”

설현의 조원들은 놀란 눈초리였다. 그 녀들이 아는 마법학과는 최하위의 성적에 외하더라도, 능력은 인정해야 했다. 인생 에 두 번 다시 경험하기 힘든 강렬한 만남 이었다

‘하지만 취향이 독특하잖아’

정상적인 사내와는 명백히 다른 반응 을 보였다. 그것으로 확신은 층분하다. 어 린 나이에 정체성이 흔들릴 만큼 충격을 받았기에 그만큼이나 강해졌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3급의 잠재등 급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빠른 성장이었 다

‘그래야 하고.’

지극히 주관적인 결론을 내린 설현이

다. 사내라면 누구든지 본인의 매력에 빠 질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의 발론이기도 하다. 일반인이 그러고 다니면 공주병 말 기에 자뻑이 심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연 예인으로서 자신감은 중요했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없이는 대중에게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는 법이다.

착!

마비가 풀린 설현은 조원들 틈에서 일 어나 정우의 옆자리에 앉았다. 성적인 정 체성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니, 편해진 것이다. 한 방에서도 3일 밤낮을 함께해도 안전할 수밖에 없다 스윽!

정우의 시선엔 의문이 담겼다. 첫 만남 이 유쾌하지는 않았을 텐데 연예인이라서 그러나 사교성이 남달랐다 설현의 친근한 표정에 어딘지 모르게 거부감이 든다. 이 질적이면서도 수치스러운 기분이랄까? 근 래에 맛보지 못한 신선한 감정의 변질이었 다 배시시!

불빛에 반사된 설현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감돌다. 자체발광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어울리는 대상이 또 있을까? 여 아이돌의 경우 연기를 겸업하기도 한다.

이때 여배우의 아우라에 먹히는 광경이 종종 발생하는데, 설현은 달랐다. 어디에 갖다 놓아도, 전투를 끝내고 땀에 쩔어 있 어도 완벽한 미(美)를 발산했다.

“뭐하는 거야?”

“뭐하긴, 얘기나하자는 거지.”

정우는 친근하게 대하는 설현이 껄끄럽 게 다가왔다. 귀찮음과는 또 다른 감정의 변곡점이었다.

“나하고? 그럴 만한 사이가 아닌 걸로 아는데.”

“같이 위기를 극복한 사이에 까칠하게

굴 것까진 없잖0h”

정우의 시각에선 위기라고 할 수도 없 는 일이지만, 상대적이었다. 모두에게는 첫 사냥이었고, 힘든 전투였었다 간혹 층 격적인 상황을 맞이하다 보면, 본인의 평 소 성격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를 때가 있 다. 사회경험이 있다 해도 설현의 나이는 17세에 불과하다 이성적인 이해보다는 감 성적인 면이 작용했으리라 판단된다.

“강하더라”

“ 칭찬이냐?”

오는 내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던 것과는 대조적인 반응이다. 한데, 말투에 진정성이 묻어 나온다. 간혹 배우도 해 봤 다고 하니, 연기일 수도 있었다.

“그럼 욕이겠어?”

“너도제법이다.”

“인색하긴, 잘한다고 해주면 어디가 덧 나는것도 아니고.”

설현에게 있어 정우는 충격적인 존재 다. 등급이 높지도 않은데, 동년배 중에서 격이 다른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낮은 잠 재등급을 극복하고, 저처럼 강해지기까지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을까. 짐작을 하고 도 남음이 있었다. 그 노력만큼은 인정해 주었다. 그녀는 특히 노력하는 사람을 좋 아했다. 타고난 배경과 자질에 안주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지.”

설현의 남다른 애정이 느껴지는 충고였 다

안타까움이 묻어 나온다.

그 나이에 어쩌다가 그렇게 됐냐, 라는 의미도 함축되었다.

정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대화가 엇나 가는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잘못 알고 있 지 않고서야 저런 말이 나올 수가 없다. 친 절한 만남이 아니었음에도, 스스럼없이 찰싹 달라붙은 것만 봐도 이상한 일이다. 하라와 이어진 계기와 비슷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때완 달랐다. 매력을 어필 할만한 부분을 모르겠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다르다는 것은 나쁜 게 아냐, 속상해 하진 말고.”

다르기는 하다. 너희하고 갭의 차이가 엄격히 다르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 이 나빠지고 있었다. 설현의 눈동자는 말 하고 있었다 너와 나의 몸은 다르지만 정 체성은 같을 수 있다고. 눈빛 연기를 아주 잘한다.

“괜찮아 나만알고 있을게.”

“너 나좀보자”

“부끄러워하긴, 나도 몇명 알고 있어. 소개해줄까?”

“ 따라와”

정우는 설현을 끌고 애들과 거리를 벌 렸다.

멀어져 가는 정우와 설현을 본 조원들 이 수군거렸다. 설현이 친근하게 대할 때 부터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스스럼없 이 다가가 정우에게 말을 붙이는 것부터 가수상했다.

“있네, 있어!”

“부럽다!”

“뭐가 저렇게 쉽냐!”

있는 놈들은 어렵지 않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없는 놈들에 게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대업(大業)이 었다. 대의명분과 본인의 초라함에 한숨 이 흘러나온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생기 는 연애고자들의 서러움이 폭발했다. 역 시 나쁜 놈?이 대세였다. 정우는 악질 중에 악질이니, 필시 절세미인하고 살 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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