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80화 (80/500)

제 4장 민설현 ⑵

“우리가 먹은게 멧돼지아냐?”

“여기는 케이브잖아”

“?…설마?”

멧돼지가 아니라면 자신들의 위장에 들 어간 육질의 정체는 뭐야? 케이브에 있는 생명체라고는 학생과 마물이 전부다. 식인 종도 아니고 사람을 잡아먹을 수는 없으 니, 마물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토록 맛 있게 먹었던 바삭하고 육즙이 흐르던 고 기가 사실은……(우웩)! 생각하고 싶지도 않 은 현실과 마주했다.

“마물이든, 아니든 맛있으면 됐지. 안 그러냐?”

“그걸 말이라고!”

몸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 마물이라도 씨를 말리는 종족이 인간이다. 인간만큼 자기 몸을 챙기는 종족이 없다. 그리고 마 물이라고 해도 독성이 없는 식용이었다. 맛만 있으면 된다, 차별을 둘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프리카에서는 밥 한 끼를 해결하지 못하고 굶어죽는 이들이 천지다. 그에 비하면 조원들은 호사를 누 리고 있다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도대체 왜이러는 거야?”

“왜 이러다니, 조장으로서의 의무를 다 하라며.”

맛있게 먹은 걸 가지고 왈가왈부한들 지나간 일이다. 그렇지만 즐기고 있는 정 우를 보고 있자니, 화가 치민다. 저 인간은 우리가 괴로울수록 기뻐하고 있는 게 분 명하다. 그런데 조장으로서의 의무를 다 한다고? 말이면 다 지껄여도 되는 거냐! 적반하장에 몰염치의 극치였다

“못 믿는 것 같네, 증거를 보여줄까?”

“그래 보여 줘봐”

“바로 너희야”

“우리가 증거라고?”

이 와중에 말장난을 하고 있었다. 조원 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분노조절이 하이클래스의 조울증을 넘어 섰다.

“마나가 늘었을텐데.”

“이건 우리의 노력으로 이룬 거라고!”

죽기 살기로 싸우다 보니, 마나가 늘었

다 마치 자신의 공인 양 공치사를 하고 있 는걸 보자니, 억장이 무너진다.

“아직도 모르겠어?”

“뭘 모른다는거야?”

“생사투를 벌인다고 해서 내공이나 마 나가 하루아침에 늘지는 않아. 물론 깨달 음이 뒷받침을 해준다면 어느 순간 각성 을 하기도 하지. 하지만 너희는 그만한 성 취를 이룬 적이 없어. 그런데도 마나가 예 상보다 많이 늘었지. 이걸 어떻게 설명할 래?”

항상 시답지 않은 소리를 하던 정우가 분위기를 잡자, 조원들은 함부로 말해선 안 될 것 같다는 압박감을 받았다. 차분히 사고를 한 후에 말을 해야만 했다. 분위기 파악 못하고 나대는 순간 X될 것 같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그리고 보니.’

‘그러네.’

‘짜증나게.’

속성을 각성해 전문학교에 입학했지만, 마나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시간이 홀러 도 발전하지 않은 속성에 실망하면서도, 등급이 낮아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자위 했다. 그런데 요 며칠 동안 마나가 2륜에 서 3륜까지 올라섰다. 실전 경험을 하면서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까지도 체득했다.

“마물을 죽일수록 마나가 는다는 거 야?”

“이번에 MT를 왜 케이브에서 했는지를 보면 답은 나오지. 단순히 실전 경험만을 쌓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학교는 너희에 게 많은 걸 바라지는 않아 실전이라고 해 도 여긴 학교야. 학교에선 너희가 더 강해 지기를 바라는 거야”

“?…그렇구나.”

젠장 설득당했다.

조원들은 반박하고 싶었다. 그러나 논 리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정우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했다. 전투력도 괴물 같은 놈■이 주둥이도 괴물이었다. 둘 다 괴물이니, 상대할 방법 이 떠오르지 않는다.

‘교장이 누군지 몰라도 멍청하진 않군.’

케이브가 변화를 했다. 속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마물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학생에게 처음부터 많은 것을 바라선 안 된다. 순차를 지키면서 속성을 개화한 학 생을 분별해 내려는 것이 분명하다. 1학년 중에서도 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학생이 있 을 테고, 따로 선별해 케이브 등급을 높이 려는 계획일 것이다.

‘보통은 현장을 따르지 못하는데.’

학교 교육이 필드에서 곧장 통하면 좋 겠지만, 교육이란 것이 언제나 현실을 반 영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번과 같은 발 빠른 대처가 교장의 역량일 수도 있겠 지만, 케이브의 변화가 그만큼 심상치 않 다는 의미가 되었다. 보다 많은, 더 뛰어난 유니크가 필요하다 판단한 것이다.

“너희 스스로 마물을 향해 뛰어들 용기 가있었을까?”

“처음에는 그랬잖아”

“이럴 줄알았다면?”

“그거야?!”

5마리의 개미만보고 달려왔었다. 개미 지옥인 줄 알았다면 달려들지 않았을 것 이다. 듣고 싶지 않은 말만 꼬집는 정우가 얄밉기는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무엇보다 많이 죽일수록 등급이 높을 수록 속성이 빠르게 증가하거든. 이래도 내가 조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 고생각해?”

“그래도 사지로 밀어 넣을 필요는 없잖 아”

“조장의 의무가 단순히 조원들의 무사 귀환만을 위하는 거라고 보는 거야? 나는 너희의 실력을 키워줄 의무가 있어.”

조장의 의무를 거론하자, 조원들은 답 답한 한숨이 나왔다. 평소의 무식함과 작 금의 유식함이 지나치게 대비되었다 또박 또박 옳은 말만 지껄여 주시고 계셨다.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에게 돌 을 던져도좋아, 자!”

정우는 두 팔을 벌려 자세를 취했다.

언제든지 돌을 던져도 탓하지 않겠다 고.

‘던질 수 있겠냐, 크크크크!’

이만큼 설명했는데도 이해를 못한다면 마법학과에 오지 말아야 하는 돌머리다. 마법은 지혜를 쌓아 삼라만상의 흐름을 분석하는 분야다. 당연히 다른 학과보다 지능이 뛰어나야 한다. 게다가 따지고 보 면 은혜를 입고 있었다. 마물에 대한 두려 움을 극복하고, 실전을 경험하고, 마나까 지 늘었다. 이런데도 돌을 던진다면 스스 로 후안무치임을 주장하는 꼴이다.

‘ 빌어먹을!’

‘못하겠어!’

‘씨부럴!’

‘X같네!’

조원들은 눈알에 모래라도 부리고 싶었 지만, 차마 던지지 못했다. 사람의 마음속 에 약한 부분을 제대로 저격당한 것이다.

한편으로 이미 답을 구해놓고, 사람을 어 르고 달래는 정우의 악마 같은 수환에 치 를 떨었다. 더욱이 MT가 끝나고 성적이 좋으면, 모든 공은 정우의 차지가 된다. 고 생은 자신들이 다 하고, 공치사는 정우다 다 받는다.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없어서, 화병 나게 생겼다.

‘몰염치한 놈들은 돌을 던졌겠지.’

소심하고 이기적인 녀석들이기는 해도,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 하진 않는다. 그 것이 조원들의 본성이었다. 현대를 살아가 는 평범한 소시민들과 같았다 정우는 개인주의를 사랑한다. 오지랖

이 넓을수록 피곤한 삶이니까

“이의가 없는걸로 봐도 되지?”

“?그래.”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처지다. 여기 서 정우가 작정하고 빠져 버리면 개미지옥 에 갇혀 개미 밥이 될 수 있었다.

“그러면 내일은 더 열심히 하자.”

“오늘보다?”

“ 당연하지.”

파이팅 넘치는 정우의 액션에 조원들의 안색이 시커멓게 변했다. 저 말은 내일이 더 힘들다는 의미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

지.’

정우는 장황한 설명을 하면서도 납득 을 바라진 않았다. 애초에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밀고 나갈 심산이었다. 조원들의 의 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한번 물어나 보는 심정으로 속내를 풀어준 것에 불과했다.

* * *

연예계가 한번 뜨면 돈을 왕창 긁어모 은다고 해서, 연예인 걱정은 하지 말라는 말들이 떠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뜨기만 한다면야 평범한 사람이 상상하는 그 이 상을 번다. 하지만 어느 분야든 최상위에 오르는 것은 극소수다. 평생을 노력해도 연예인으로서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사라 지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레드아이즈(Red-eyes)는 걸그룹 사이에 서 탑5 안에 드는 현재 핫한 아이돌이다. 하지만 이 자리까지 오는 과정이 만만치는 않았다. 1집에서 얼굴을 알리기는 했어도, 비슷비슷한 걸그룹이 많았다 레드아이즈 만의 고유한 색깔을 알리지 못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각자의 개성을 살려 인기를 끌었고 2집에서 노래가 알려 지면서 확 떴다. 특히 나이는 가장 어리지 만 레드아이즈를 알린 것은 민설현이었다.

신인으로서 패기와 청순한 얼굴과 어울 리지 않는 똘기가 조합하면서 예상치 못한 인기를 받았다. 또한 유니크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도 한몫했다.

설현은 MT 에참가했다.

다들 보여주는 식에서 끝내라고 했지 만 설현은 아니었다. 아이돌의 인기는 한 순간이라는 걸 안다. 항상 다음을 준비해 야 놓아야 했다. 유니크가 되려는 것은 단 순히 아이돌로서의 생명연장이 아니라 노 후를 대비한 안전책이기도 하다.

‘속성이 늘었어.’

설현의 속성은 아이스 계열이다.

마물을 처음 상대할 때는 두려웠지만, 조원들과 합공을 하자 어렵지 않게 사냥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물을 처리할수록 속성이 강해지는 걸 체감했다.

능력 순으로 따지면 설현이 조장이 되 어야 하지만, 아이돌이라 유지아가 조장 을 맡았다. 그럼에도 현장은 가장 강한 사 람이 리더가되기 마련이다.

설현은 마물을 최대한 많이 사냥하려 고 했다. 이유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 다. 20살이 될 때까지는 정식으로 케이브 에 드나들지 못한다. 게다가 아이돌이기 때문에 훈련 시간이 다른 아이들보다 부 족하다. MT에서 최대한 많이 마물을 죽 여야만 했다.

설현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했 다. 욕심이라고 욕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인 간인 이상 욕심은 누구나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것 을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체감했다.

그러나 욕심은 화를 부르기 마련.

위이잉!

모래사막을 울리는 기이한 울림.

설현과 조원들은 당황했다. 속성은 정 신을 집중해야 제 위력을 낸다. 조금이라 도 흐트러지면 원래의 힘을 발휘하기 힘들 었다. 파고들어온 초음파가 속성 사용을 방해했다. 작정했는지 사막개미가 일사불 란하게 움직였다.

‘너무 많아’

원래 이렇게까지 많은 줄 몰랐다. 이 근 처에서 마물이 있다는 정보를 받고 왔을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사막개미라면 어렵지 않게 사냥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웬걸, 모래 속에 숨어 있는 사막개미의 수 가 수백 마리가 넘는 데다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사막개미는 날지 못하는데?”

설현과 조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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