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75화 (75/500)

제 2장 슈트 좋네 (3)

16개의 파이어볼, 위력은 물론 크기, 속 도, 온도까지도 배로 늘었다. 이쯤 되니 일 대가 파이어볼의 사정권이 되었다. 도망을 치는 것도 불가능했다. 떨어져 내린 파이 어볼이 교묘하게 벽이 되어 자신들을 가 로막았다. 어디로 도망을 쳐도 불의 장벽 이 마주했다. 용암을 무시하고 도망칠 수 있으면 도망을 쳐도 된다.

“교수님의 말씀대로 마법은 위대하구 나:’

자신의 마법에 부듯해 하는 정우

이를 지켜본 조원들.

명호, 승현, 재덕, 승구는 할 말을 잃었 다.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이 현실처럼 느껴 지지 않았다. 열기에 살이 익었는지 볼을 꼬집어도 아무런 감각이 없어서 꿈처럼 다 가왔다.

“파이어볼맞지, 맞잖아‘?”

“생긴 건 파이어볼인데.”

“생긴 것만 그렇지.”

“뭔 놈의 파이어볼이, 저래!”

조원들도 파이어볼은 만들어 낼 수 있 었다. 그 정도도 만들지 못하면 케이브에 진입할 생각은 버려야 했다. 하지만 정우 의 파이어볼은 특별하다 못해, 특대(特大) 였다. 짜장면 곱빼기를 먹고 또다시 곱빼 기가 나왔다고 해야 하나. 인간적으로 저 걸 파이어볼이라고 하기에는 괴리감이 지 나치다.

“혹, 궁극의 염화‘?”

“그럴 리가, 잰 4륜이잖아.”

“4륜구동이겠지?”

“미친, 그럼 우린 전륜(이륜)구동이냐!”

화염계 마법이 궁극에 이르면 헬파이어 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나, 이건 교수님 도 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헬파이 어를 본적이 있어야 비교를 하지.

그런 걸 다떠나서 한가지는분명히 알 수 있었다.

“성질 돋우지 말자”

“승구야 아까 말 심하게 하더라”

“내?가 언제? 생사람 잡지 마.”

죽기 살기로 도망치는 인권과 조원들의 꼴을 보니, 확실해졌다. 받은 걸 그대로 돌 려주면 양반이었다. 온몸에 핏발을 세운 채 도망 다니는 애들을 보며 히죽거리는 정우가 악마처럼 보였다.

저..,자식 즐기고 있다

“애들아”

“?왜요?”

“갑자기 웬존대, 쫄았냐?”

“쫄?기는 누가!”

“그렇다면 다행이고.”

5분 만에 인권과 동기들은 거지꼴이 되 어 버렸다. 죽지는 않았는데, 이게 사람인 지 송장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나른 해졌다. MTi, 케이브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흐흐흑, 엄마!”

“집에가고싶어!”

“흐어어엉!”

덩치는 산만한 놈들이 울고 자빠졌다. 거들먹거리면서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었던 좀 전과의 대비가 극명하다. 그 렇더라도 아직은 17살의 청소년이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공포를 경험하면 당연한 반응이기는 했다.

“그쳐.”

정우가 작게 말했다.

거짓말처럼 울음이 멈추었다.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급 소심해졌다. 인권과 조 원들은 정우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바로 앞에서 파이어볼이 떨어져 내릴 때 멈추 지 않았다면 타 죽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정우는 염라대왕이나 다름이 없었다 정우는 우연치고는 공교롭다고 봤다.

“누가 시켰어?”

“.《?까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투드드득!

정우는 망설이지 않고 인권의 팔을 잡 아 비틀었다. 꺾인 뼈가 살가죽을 뚫고 나 와 현실감각을 깨우쳤다.

“시끄럽다:’

“숩!”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려던 인권이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소리를 냈다 면 나머지 팔까지 부러질 수 있었다. 동기 들도 설마 했다. 대답이 늦었다고 팔을 부 러뜨릴 줄은 몰랐는지, 마른침을 삼켰다

“아니라고! 우린!”

“그러냐, 미안”

“?그런.”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지. 남자답게 잊자”

사람 팔을 비틀어서 부러뜨리고서 저런

말을 하다니, 모두를 소름 돋게 하는 장면 이었다. 그리고 깨달아야 했다. 이 인간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들과는 다른 부류였다.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 을 체감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억장이 무 너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 팔 아니라고 똑 부러뜨리고, 막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 었다.

“하긴 너무 약했지.”

수가 천박하긴 했다.

박기호를 제압한 걸 안다면 인권 따위 를 보냈을 리 없었다. MM 기대하라고 해서 현우의 부추김인 줄 알았다. 아니라 도 상관은 없지만 손속이 과했음을 인정 하고 사과했다. 그럼 된 거다. 사내들은 싸 우면서 정이 든다고도 하지 않던가.

“그래도 오해할 짓은 하지 말았어야지.”

그걸 말이라고.

제 맘대로 상상하고, 아니면 그만인가. 부러진 팔목을 잡고 있던 인권은 귀를 틀 어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놈은 무서운 차원을 넘어, 사고방식이 평범함과 궤를 달리했다. 이런 특상(特上)또라인 줄 알았 다면 절대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상종 못할 돌(+)아이였다.

“육체변환은 자체치유가 가능하잖아,

엄살은 피우지 말자”

육체변환이 가능하려면 육체를 의지대 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골격, 근육, 피 부조직, 혈액까지도 통제범위에 있었다. 이를 가속, 증폭, 재생을 통해 육체를 변 환시킨다 정우의 수법이 과격하기는 해도 어느 정도는 인권의 특성을 감안한 수이기도 하다 물론 재생 시 속도는 속성의 급수와 관 련이 있다. 인권은 5급의 속성을 보유했 다. 팔이 부러진 정도는 반나절이면 충분 하다.

“다음부터는 아무한테나 시비 걸지 말 고, 그러다가 한 방에 훅! 간다. 다른 놈들 은 나처럼 훈훈하게 끝내지지 않아?”

훈훈하긴 개뿔

두 번 훈훈했다간 제명에 못 살겠다.

정우의 장황한 훈계에 인권과 동기들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 좀 전에 죽다 살아났 건만 훈계까지 들어야 하다니, 짜증이 치 밀어 올랐다. 게다가 훈계의 투가 조례시 간의 교장선생님 같았다.

“똑바로 서서 들어야지, 내가 시간이 남 아도는 한가한 사람이 아니잖아”

차렷 자세를 취한 채 짝 다리도 짚으면

안되었다

정우의 훈화말씀은 30분간 지속되었 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을 제 나름대로 정립, 교과서적으로 풀이해 주었다. 머리 에 돌덩어리로 들어찬 녀석들이라 최대한 한자를 배제한 쉬운 한글로 나열했다. 팔 을 부러뜨린 것이 미안했던 점도 작용하고 있었다.

“끝으로.”

끝났나?

“10분만 더하마”

..우”

차라리 죽여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정우의 훈화 말씀이었다

‘무서운 놈’

‘악마가 따로 없네!’

정우의 조원들은 듣고 있다, 졸음이 와 서 쓰러질 뻔했다. 땀을 뻘뻘 홀리면서 신 경 곤두세우고 끝까지 듣고 있는 인권과 동기들이 안쓰러울 분이다. 조금이라도 흐 트러지면 정우의 살벌한 눈초리가 여과 없 이 강타했다.

졸려서 눈을 감았다 눈탱이가 밤탱이 가 된 조원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끝났겠지?

“10분만 더하마”

인권과 동기들은 혼이 승천하는 기분이 었다. 차라리 주먹으로 때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 주둥이는 도저히 참아주기 힘들었다. 남의 억장을 무너뜨리다 못해 산산조각으로 분쇄시켰다. 다시는 상종하 지 말아야겠다는 당위성을 부여했다. 어 디서 이런 괴물 같은 종자가 태어났는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마저 경악스 럽다.

“착하게 살아, 그래야복 받지.”

“끝이지?”

여기서 더하면 혀 깨물고 자살할 기세

“더 할까?”

“이냐!”

“혹, 내 얘기가듣기 싫었던 거냐?”

“그…럴 리가:”

영혼까지 탈탈 털린다는 말을 실감하 게 된 인권과 동기들이다. 기력이 빠져서 더 이상은 서 있지 못했다. 여태 살기 위해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보다 앞선 생각은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 고 싶다는 것이다. 놈과 더 이상 같은 공간 에 있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마법학과가 있는 방향엔 오줌도 싸지 않을 것이다.

인권과 조원들이 죽을힘을 다해 일어서 서 가려고 하자, 정우가 인상을 썼다.

“그냥가게?”

“그럼 뭐?”

“난 너희를 위해 시간을 줄여가며 금과 옥조와 같은 조언을 해줬어. 그냥 가겠다 니. 나만무보수 봉사한꼴이네.”

뭐라는 건지 잠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이해를 할 수 있게 행동으로 보 여주었다. 정우의 눈이 인권과 조원들을 위아래로 훑었다.

“슈트 좋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아니 많이 해 본 작업 멘트다.

중학교 시절 인권과 동기들도 한 번쯤 뱉어봤던 단어의 뉘앙스다. 그러니 그 말 이 주는 의미를 모를 리가 없었다 하물며 정우는 그들보다 두 수 이상 앞 서 있었다

같은 수를 절대 쓰지 않는다

-밴드 좋네.

-고글 좋네.

그래,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사:

-신발 좋네.

‘이런 신발!’

사이즈가 안 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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