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74화 (74/500)

제 2장 슈트 좋네 (2)

회르르르!

파이어볼이 직경 20m로 거대해졌다. 열기도 좀 전과는 비교도 하기 어려울 만 큼 불타올랐다. 주변 공기를 달아오르게 하더니, 모래까지 녹여내고 있었다 불 색깔 봐라

붉었던 색깔이 이젠 백화(白火)를 이루 었다.

만발한 벚꽃 같다.

엔딩이 멀지 않아보인다.

꿀꺽!

득의만만했던 인권의 미소가 거짓말처 럼 싹 사라져 버렸다 보기만 해도 뜨겁고, 눈이 다 따가울 지경이었다. 발끝에서 머 리끝을 강타하는 전율이 오금을 저리게 했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반발심 이 치솟는다.

“그?따위 헛수작이 통할 것 같아!”

“말까지 더듬으면서, 당당한 척은.”

인권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봤자 잠 재등급 3급의 쓰레기에 불과했다. 마법을 배운 기간도 얼마 되지 않았다. 저건 환상 을 이용한 속임수가 분명하다. 반드시 그 래야 하고.

:소혹호도 저것에 당했던 거겠지.’

또다시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치솟 았다. 이리된 이상 적당히 손을 봐주는 것 으로는 어림도 없다. 이번 기회에 다시는 개기지 못하도록 단단히 짓밟아 주어야 했다

“또다시 속임수를 쓰다니, 마법학과답

게 치사하다!”

“그리 생각해준다면야.”

나야 좋지.

정우는 망설이지 않고 파이어볼을 던졌 다. 원체 크기가 커서 빠르게 던질 필요도 없다. 여기다 싶은 장소에 대충 던지면 어 지간해서는 맞는다. 포물선이 아름답게 그 려지고 있었다. 피하려고 한다면 누구나 피할 수 있는 속도다 정우는 밑밥을 깔았다.

어찌 대처하는지 지켜볼 요량으로.

그리고 보면 속이 아주 시커멓다.

“속임수니까, 피할 필요도 없겠네. 그

치‘?”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공기를 타고 유인권의 귓구멍을 또렷하 게 꿰뚫었다. 점점 더 다가오고 있는 파이 이볼이 망막을 건드리고 있었다 속임수가 분명한데, 온몸이 땀으로 번들거렸다. 게 다가 주변의 공기가 급속도로 올라가면서 타들어간다. 지글지글, 물 끓는 환청소리 가 들려오고 있었다. 신기루에 오아시스가 있었나.

‘…속임수겠지?’

당당하게 놈의 속임수를 부서뜨리고, 대가를 치러주어야 한다. 그래야 이제까지 당한 망신을 되돌려 줄 수 있었다.

한데, 왜 이렇게 소름이 돋고, 타들어갈 듯 목이 바짝 마르지.

인권은 동료를 돌아볼 시간이 있었다.

조원들은 속임수가 확실하니 당당하게 맞서라고 응원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들은 멀찍이 벗어나 안전지대를 확보하고 있었 다?혹시나 했던것이다.

“인권아 파이팅!”

“속임수야.”

“저 봐, 엄청 느리잖아”

정우는 고의적으로 속도를 좀 더 늦추 었다. 저들의 행동을 조원들에게 보다 확 실하게 각인시켜주려는 듯. 대화를 유도하 고, 여유를부렸다.

파이어볼이 정면을 장악할 때쯤.

주르르르

땀이 비 오듯이 홀러내리는 인권이다. 피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 았다. 파이어볼이 던져질 때까지만 해도 속임수 같았는데, 속임수라고 하기에는 지 나치게 현실적으로 뜨겁다. 닿기도 전에 몸은 물론 영혼까지도 타 버릴 기세였다.

‘속...임수가 맞는데... 맞아야 하잖 아?…?’

피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유인권의 자존심과 학과의 명예가 걸려 있었다. 마법학과에 당한 것도 부족해, 부 려 놓은 말까지 되돌렸다고 소문이 돌면 골치 아팠다.

“역시 상위권의 학과답게 담력이 대단 하다. 감탄을 금치 못하겠어. 내 조원들과 는 비교가 안 되는구나.”

빈정거렸던 정우가 진심으로 경탄을 마 다하지 않았다 엄지척까지 투하했다.

그럴수록 유인권은 궁색해져만 갔다. 이제 거의 다 왔다. 피하기에는 조금 늦었 다. 아무리 느려도 지척까지 다가온 상태 다

작은불똥이 튀었다.

‘?앗! 뜨거…?’

뜨겁다고?

거인화를 이루면 육체는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사막의 열기도 뜨겁지 않았 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뜨겁다.

‘으어어어!’

위험하다고 몸이 반응을 해오고 있었 다 이대로 있다가는 영혼까지 타 버릴 것 같았다. 죽음의 공포가 밀려온다.

후0}아앙!

파이어볼이 떨어져 내렸다.

불길이 치솟아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하늘로 불기둥이 솟는다. 이어서 응축된 염화가 폭발을 일으키며 공간을 녹여 내 렸다.

:a. O O O;

타올랐던 열기에 모래가 녹아 버리면 서, 섞여 있던 석영이 정제되지 않은 유리 처럼 빛을 내다가 깨져 나갔다.

정우의 조원들은 파이어볼의 가공할 파괴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호형호제를 허락받지 않은 홍길동도 아니고, 파이어 볼을 파이어볼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로 육체 변환학과의 조원들도 마찬가지다. 두 눈을 의심케 하는 파이어볼의 위력이 었다. 저걸 정통으로 맞으면, 아니 스쳐 맞 아도 엄청나게 뜨거울 것이다. 먼저 나대 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 할 지경이었다.

부르르!

모두에게 충격과 공포를 심어준 광경, 제일 타격이 큰 사람은 아무래도 당사자인 인권이다.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다가 정말로 타 죽을 번했다. 아니, 반드 시 타 죽었을 것이다. 떨려오는 손발이 충 격을 대변해 주었다.

“이... 살인마!”

“왜또 그래?”

태연이 웃으며 답하는 정우

오싹

인권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저놈의 무 시무시한 파이어볼보다, 저 입이 더 무서 웠다. 빌어먹을 주둥이 때문에, 자존심이 지키려다가 진짜로 타 죽을 뻔한 걸 상기 하면 소름이 돋는다.

히죽

정우는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피하지 못하고 인권이 죽는다 해도, 탓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누가 봐도 인권 이 객기를 부리다가 사망한 사건으로 처리 가 될 테니까. 그리고 케이브 내에서 학생 간의 다툼은 예견되었다. 사유가 분명하 다면 죄를 묻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마물 이 등장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고. 널린 게 마물이라 증거인멸도 간단했다.

“설마 쫀 거야?”

그럴 리가 없을 거라는 확신, 정우의 표 정 연기가 압권이었다. 하라의 연기 상대 를 해주면서 연기가 더 늘었다.

빠득

이가 갈린다.

인권의 속을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로서는 짜증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정우의 말도 안 되는 파이어볼을 피하느 라, 볼썽사납게 도망쳐야 했었다. 더욱이 정우는 휴대폰으로 그 상황을 찍고 있었 다

“허튼수작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거 다!”

“와우 끝까지 도전정신이 투철하네.”

이 지경에 와서도 싸움을 포기하지 않 는 인권의 투지에 정우는 칭찬을 마다하 지 않았다.

보통은 쪽팔려서 얼굴도 들지 못할 텐 데, 두꺼운 낯짝 덕분인지 몰라도 그새 당 당해졌다. 하긴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봐 도, 주제 파악 못하는 놈들이 꽤 있으니 까. 원한다면 끝까지 가줄 수는 있었다.

“이젠 내 차례다! 진심을 다한 솥뚜껑 펀치!”

처음에도 솥뚜껑 펀치였던 걸로 아는 데, 하긴 마음먹기에 따라서 위력은 천차 만별이니 따지지는 않았다. 솥뚜껑 펀치 든, 사발 펀치든 위력만 있다면야 초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초식이 아무리 멋 있어도 위력이 개똥이면, 개똥인 거다.

‘저 정도의 파이어볼이면 마력소모가 심할 테지.’

인권은 생긴 대로 노는 주제에 나름 계

산이 깔려 있었다. 단순한 파이어볼이 아 닌 전 마력을 집중시킨 마법이란 판단을 내렸다.

“이걸 어째.”

정우의 머리 위로 태양이 떠올랐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개다.

멈칫!

야심차게 달려들었던 인권이 급히 브레 이크를 밟아 제동을 걸었다. 체중을 실어 서 제동거리가 좀 길다. 어쨌든 태양이 이 토록 가까이에 있을 리 없다. 태양은 지구 와 1억 4960km나 떨어져 있다고 들었다. 현실이 급박하니 별 잡스러운 기억까지 떠 오르고 지랄이었다.

“하나로는부족할거 같아서.”

“…부족하다니!”

어디가.

직경이 처음보다 10m 이상 더 늘었고, 온도도 올랐다.

예를 들면 화력을 올리기 위해서 아궁 이에 장작을 왕창 집어넣은 것이다. 구들 장 위에서 주무시는 사람 생각도 안 하고.

“그럼 간다.”

“?…잠깐!”

“왜 이러셔, 사내대장부들께서.”

주저하지 않고 파이어볼을 던졌다.

상대방의 의사는 정중히 거절했다. 엄 살 피우지 말라는 적절한 조언을 곁들여 서.

슈아앙

속도도 처음보다 빠르다.

‘생각할시간은 충분히 줬잖아’

맞출 생각이었으면 첫 파이어볼로 끝낼 수도 있었다. 꼴사납게 피할 거란 계산이 바닥에 깔렸었다. 인간은 위기의 순간 생 존 본능이 극에 달하기 때문이다.

푸아아앙!

불덩어린 호수에 떨어진 빗방울처럼 퍼 져 나갔다. 모래가 타들어가용암이 되었 다 가공할 열기가 온 사방을 뜨겁게 달구 는 사이, 인권과 동기들이 소금쟁이인 양 사방팔방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간신히 열 기를 벗어났지만, 안심할 때가 아니었다.

“어이쿠 피했네.”

...헐!”

이번에는 4개다.

왜 배수로늘고 지랄이야

속도도 배로 늘었다.

인권과 동기들은 죽음의 고비를 맞고 있었다. 저걸 맞으면 확실히 죽었다. 사방 에 떨어져 내린 불바다가 그 증거였다. 스 치기만 했는데도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기 분이었다. 간발의 타이밍으로 생과 사가 갈리고 있었다

“피했네, 알지?”

이번에도 피했으니 8개다.

인권과 동기들은 모르고 싶었다. 알기 에 짜증과 공포가 치밀어 올랐다. 속도도 더 빨라져서 똥줄을 태워주었다. 흔적도 남지 않고 녹아내리는 파이어볼의 위력이 었다. 모공이 놀라서 땀을 실연당한 여인 의 눈물처럼 쏟아내고 있었다.

“또 피했네.”

“설마?”

설마는 항상 사람을 잡아서 참 좋다. 말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는 조상님들의 지혜 fl 를 엿볼수 있다.

정우의 지론이기도 하다

“맞아, 16개.”

“거.. 짓말!”

“셈은정확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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