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71화 (71/500)

제1 장

l\4T(lVk)nster-training) (1)

전문학교는 학과 성적에 따라서 지원금 을 차등 지급한다. 상위 10위까지는 전폭 적인 지원을 하며, 상중하로 구분 최하위 5개 학과에는 기본 지원금을 주되 페널티 를 먹인다. 페널티가 5점 이상 쌓이면 학 과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마법학과는 매년 최하위에 머물고 있 어, 폐지 1순위에 꼽힌다.

이번 MT에서 성적을 끌어올리지 못하 면 위험한 처지다. 과가 없어지면 학생들 은 전과(轉科)를 하거나, 학교를 그만두어 야 한다. 교수도 졸지에 일자리를 잃고 실 업자로 전락할 수 있었다.

리차드 교수야 벌 만큼 벌었고 능력이 있으니 자리에 연연하지 않은 편이나, 정 교수와 남 교수는 달랐다. 잘리면 다른 일 자리를 잡기도 어렵다. 필드에 나가서 마 물을 사냥하고 싶지도 않다. 학교에서 애 들이나 가르치며 편하게 정년까지 일하고 싶을뿐이다.

마법학과가 유난히 들썩이고 있었다.

“엄살 피울 때가 아니다. 어서 마력을 발산해(어서 능력을 개화하란 말이다, 나 잘리 는 거 보고 싶은 것이냐)!”

“힘들어서 더는못하겠어요, 교수님!”

“조금만 더하면 룬을 하나 더 만들 수 있어, 이대로 실패자가 될 셈이냐(이대로 날 실업자로 전락시킬 셈이냐)!”

“그 전에 마력이 고갈되겠어요!”

“이게 다 너희 잘되라고 하는 거다(잘리 면 너희가 우리 가정 지켜줄 것도 아니잖아)!”

정 교수와남교수는오랜만에 열혈 교

수가 되었다. 시도 때도 없이 열정을 불태 우며, 학생들을들들 볶았다. 말로는 너희 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떠들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안정된 안위를 위해서다. 어쨌든 노력은 노력, 학생들의 수준이 제법 오르 기는 했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학생들 답게 굴릴수록 마법이 늘었다.

이를 무심히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스마트한 정장에 깔끔한 헤어의 외국 인, 리차드교수였다.

‘쯧쯧, 헛수고를하는군.’

노력은 분명히 중요하다. 노력 없는 성 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들들 볶는 다고 일취월장할 만큼 마법이 만만하진 않았다. 성공한 자들은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실상은 듣기 좋은 미사어구 에 불과하다:

‘안타깝지만.’

리차드 교수는 자질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마나의 축복과 빠른 두뇌회전, 창 의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토대가 이루어지 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밀어붙인다 고 마법이 늘지는 않았다. 충만한 자질과 각고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분야다.

이는 연구결과로도 나온 팩트(Fact)다. 최소 5급을 넘어야 마법사로서 빛을 보게 된다. 그 이하는 하급 마법사를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기연을 만나 일정 수준을 벗어나 는 경우도 있겠지만, 한계는 존재했다. 일 반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틀에 박히 지 않은 창의성을 갖추어만 했다.

그리고 인재가 없다 해도 천재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호오, 벌써 6륜에 다가서다니.’

채윤정이 눈에 띄었다

리차드 교수는 흐뭇해했다. 학생이 아 닌 직속 제자를 비교해도 윤정의 성취는 빠른 편이다. 1학기 만에 벽을 넘어 새로 운 경지에 올라선 것이다. 이대로만 간다 면 조만간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를 수 있 었다. 5급의 자질에 부단한 노력이 합쳐진 결과다. 역시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다.

“훌륭하구나, 이대로만 하면 된다”

리차드 교수의 격려에도 윤정은 기뻐하 기는커녕 시무룩하기만 했다.

‘이대로라고요?’

정우와 대련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현실과 조우했다. 발버둥을 쳐도 넘어설 수 없다는 절망감이 가로막고 있었다 윤정의 고심에 리차드 교수는 의문이

들었다

“고민이 있다면 털어놔 보렴. 최대한 답 을해주마.”

“더 강해지고 싶어서요.”

마법사는 예민한 존재다. 미세한 감정 의 변화에도 예상치 못한 파격을 가져올 수 있었다. 리차드 교수는 뭔가 큰 고민이 있나 걱정이 되었었다.

“허허, 네 나이 때 이만한 성취를 이룬 마법사는 흔치 않다. 그러니 조급해할 필 요가 없느니라:”

“알고 있어요.”

예전과 달리 교수님의 격려에 힘이 나기 는커녕 한숨부터 나왔다. 정우와의 대결 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무한 패배 의 연속, 대응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의 무력함과 정우의 강인함이 대조되 었다.

“무인과 마법사의 대결을 어떻게 생각 하세요?”

“정우와 대결을 한 모양이구나.”

리차드 교수는 눈치가 빨랐다. 어찌된 연유인지 상기되었다. 입학 테스트를 할 때도 정우는 무인으로서 어느 정도는 완 성되어 있었다. 은연중 풍겨 나오는 분위 기를 봐선, 실전 경험도 상당할 듯하다 나 이답지 않은 성숙함과 강인함이었다

“당장은 네가 정우보다 부족할지 몰라 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마법의 위대함 을 깨닫게 될 것이다 너의 재능을 믿고 부 단히 정진해라”

“그럴까요?”

“당연하지 않느냐.”

리차드 교수는 마법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러나 무공을 비롯한 속성을 경 시하진 않는다. 마법은 만물의 이해와 분 석을 모토로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격언과 상충했다. 당장은 정우의 생소한 무공에 당황했을지 몰라 도, 시간이 지나면 윤정이 능히 정우를 앞 서리라 확신했다.

이는 오랫동안 마법을 익하고, 학생을 가르친 안목에서 비롯되었다

‘그렇더라도 6륜에 오른 윤정에게 이렇 게까지 압박감을주다니.’

정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실력일지 확인해 보고 싶다. 마법 사로서의 호기심도 작용했다. 무인이나 마 법사나 호기심 빼면 시체나 다름이 없었 다 정우와 하라는 훈련장의 모퉁이에 있었 다. 둘만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어느 누구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리차드 교수의 눈빛에 의혹이 깃든다.

‘홈.’

모처럼 학교에 나온 하라의 성장도 눈 에 띄었다. 마법을 수련한지 얼마 되지 않 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빠른 성취다. 하지만 하라는 잠재등급 최상위인 6급의 자질을 타고났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이기도 하다.

반면 정우는 달랐다. 전음입밀을 구사 하는 걸 봐선 꽤나 높은 수준의 무공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법은 무 공과는 전혀 다른 분야다. 17살에 각성을 해 입학을 하고 나서야 마법을 배웠다. 더 욱이 잠재등급이 하급에 속하는 3급이었 다

‘5 륜?’

불과 몇 달 사이에 마법이 상당한 경지 에오른듯하다.

리차드 교수는 순간 자신의 눈과 감각 을 의심해야 했다. 이분이 아니다. 정우의 마나컨트롤이 자신이 전수해준 오피셜 컨 트롤과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형태의 마나컨트롤이었다. 제법 뛰어난 마나컨트롤일 듯한데, 설령 그렇다 한들 지나치게 빠른 성장이다.

‘어디.’

탐지 마법이 절대적이기는 해도 확신하 기에는 믿어지지 않은 성취다. 이는 평생 의 경험을 부정하는 결과다.

리차드 교수는 아무도 모르게 마법을 펼쳤다. 일종의 테스트로 상대방의 성취 를 정확히 가려낼 수 있었다 ?■?공간분쇄 (Space-break).

제공권을 뚫고 들어가 감각을 흐트러뜨 리는 마법사의 견제마법 중에 하나다. 이 를 간파하고, 방어하는 수준에 따라서 마 법사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었다. 리차드 교수가 학생의 수준을 검증하기 위해서 흔히 사용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우웅, 팟!

기운의 충돌이 일어났지만, 미풍(微風) 이 벽면에 닿은 정도의 소리가 났다. 다들 마법에 열중하고 있는 중이라 변화를 느 끼지 못했다.

‘ 첩!’

마법을 구사했던 리차드 교수는 달랐 다

공간분쇄는 과격한 뜻과 달리, 실제는 공간을 뚫고 들어가는 미세한 컨트롤인 관건인 마법이다. 상대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마법을 구사하도록 조절했다. 한데 정우의 공간을 파고들려는 찰나에 거대한 벽이 나타나 막아섰다.

울컥!

마법이 튕기면서 반진력이 발생했다. 충 격은 고스란히 리차드 교수의 카이클 컨 트롤을 건드렸다. 단순한 반진력이 아닌, 배가 되어 돌아온 마나폭발이었다.

기습을 기습으로 돌려받은 후.

‘아 실수 교수님인 줄몰랐네요.’

정우의 태연한 전음에 리차드 교수의 동공이 놀라 버렸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튕겨져 나오는 타이 밍에 마력 조절이 흔들렸었다.

‘무인의 제공권을 함부로 파고들면 위

험해요. 저니까, 조절을 한 겁니다 다음부 턴 조심하세요.’

이어지는 정우의 전음에 리차드 교수는 뒷목을 잡을 뻔했다.

교수라서 봐주었다는 뉘앙스였다. 인정 하고 싶지 않은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조 금 전의 공방은 마법과 무공의 대결이었 다. 마치 마법이 무공에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다. 마법사로서의 자긍심을 건드리는 발칙한 발언이다.

‘ 제법이구나.’

젠틀한 이미지를 구축한 리차드 교수지 만 정우의 도발을 듣고 나니 오기가 발동 했다. 교수로서의 지위와 체면도 잊은 채 학생과의 경쟁에 들어섰다. 얼마나 대단한 무공을 익히고 있기에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지 검증했다

‘이번에도 막아보거라;

‘무공으로요? 마법으로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하나, 당장의 대답은 만 냥으로 늘인 격이다.

리차드 교수는 울화가 치밀었다. 당연 히 무공이어야 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마법으로 막겠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무 시하는 발언이다

‘네 꼴리……(아차), 맘대로 하거라’

‘호오, 이거 제가 교수님을 잘못 알고 있었군요.’

외양은젠틀한데, 내심은 다르?다.

우리말로 호박씨를 까지 말라는 충고가 떠오른다. 외국인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 만 리차드 교수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도가 높았다. 단번에 속뜻을 알0}들었다. 그리고 뉘앙스는 만국공용어였다. 나보다 아래다, 라는 강력한자존감이 실렸다.

이러니 교수로서 쌓아 놓은 이미지가 한순간에 폭망할 수밖에. 정우는 사람 속 을 뒤집어 놓는 법을 정확히 꿰뚫었다. 이 런 건 배운다고 학습이 가능하지 않다.

한마디로 타고났다고 봐야 했다. 정우는 무공도 강하지만, 아가리 파이팅(Mouthbattle) 이 달인의 경지였다. 입으로 한 번 죽이고, 무공으로 상대를 두 번 죽여주었 다. 당하는 입장에선 죽어서도 원한을 잊 지 않았다.

파파팟!

정우와 리차드 교수간의 제공권 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영역을 파고들려는 자와 막아서는 자의 경쟁이다

주르륵!

리차드 교수의 미간과 귀밑머리 사이로

홍건히 땀이 들어차 흘러내렸다. 심력과 마력의 소모가 상당하다는 반증이다. 근 래에 들어 이만큼이나 자신을 애먹인 상 대가 있었나 싶을 지경이다. 적당히 시험 하려고 찔려보려다가, 줄을 타도 지독한 똥줄을 타고 말았다.

‘보통이 아니구나.’

밀고 밀리는 공방전에 리차드 교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놀랍도록 정교 한 컨트롤의 향연이었다. 강력한 힘으로 밀어냈던 처음과 달리 공수가 완벽하게 맞물리며 마법이 파고들 여지를 주지 않고 있었다. 세밀함이 궁극에 이르자, 마치 마 주 보는 거울과 같았다. 반진력이 생기지 않아 충격을 받지 않는 대신, 정신적 데미 지가 상당했다.

‘윤정이가 답답해하는 이유를 알 것 같 군.’

리차드 교수는 정우를 인정했다. 마법 의 위대함을 몸소 가르쳐 주려고 했건만 무공이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나 있었다. 더욱이 조금 전의 공방에서 틈틈이 마법 을 구사했다. 마법에선 아직 세밀한 컨트 롤이 부족함에도, 이를 무공으로 커버하 고 있었다.

무공을 주(主)로 두고, 마법을보조수단

으로 사용했다.

‘그사이에 발전하다니.’

대결 중에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대 단하지만, 마법과 무공의 차이를 염두에 두지 않는 역발상의 기지가 놀라웠다. 경 계의 파탄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범함과 창의성, 이를 감당할능력까지 갖추었다

‘창의성이야말로 마법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 중에 하나이건만’

한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잠재등 급이 3급이면서도 마력이 상당했다. 마법 은 5륜에 겨우 머무는 수준이면서, 마력 은 그 이상이었다 불균형 속에 파격과 조 화를 통해 마법과 무공을 동시에 발전시 키고 있는듯하다 속성만 놓고 보면 평범하지만, 정우의 실체는 비범함을 넘어섰다. 정우만 따로 떼어놓는다면 천재라 불려도 손색이 없 다 그러나 너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토 대가 부실해지는 경우가 있다. 천재라 불 리는 자들이 종종 범하는 오류가 바로 그 것이다.

‘놀라운 성취지만,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다. 감당할수 있겠느냐?’

‘당분간은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정우는 마법이 무공을 따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을 직시했다.

리차드 교수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정 우는 무공을 통해 마법을 완성시키고 있 었다. 이는 마법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 려운 방식이었다. 정우의 마력에 불협화 음이 섞여 있었다면 방식을 제고해 보라고 권유했을 텐데, 깨끗했다. 평생을 매진해 도 넘지 못할 벽을 단숨에 헐어버린 제자 가 대견하지만 얄밉기도 하다.

‘안되지요.’

‘빈틈이 없구나:

전음과 메시지 마법을 주고받는 사이에

리차드 교수가 기습적으로 마법을 구사해 봤다.

아니나 다를까, 여지없이 차단해 버리 는 정우의 철벽수비였다. 작은 방심도 허 용하지 않는 치밀함과 끝까지 안 지겠다는 오기가 뒤섞인다

‘그래도 나는 네 전임교수다.’

‘학생으로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동방예의지국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것도 옛말이구나.’

‘그럼 봐드릴까요?’

‘네 말투, 분란을 몰고 온다는 걸 알고

는 있는것이냐?’

정우는 답하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닌 데, 작정하고 시비를 거는 놈들에게 예의 를 차려줄 마음 없었다. 애초에 시비를 걸 지 말아야 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인과와 옳고 그름이 존재한다. 화를 자초하지 말 고 피해 다니라는 조언은 강자에게 통용 되지 않는다. 진정한 강함은 강자를 찍어 눌렀을 때 비로소 가치를 가진다.

‘강한 놈을 괴롭혀야 제맛이지.’

약해 빠진 놈들을 상대로 우쭐대고 싶 진 않다 하지만 강자, 약자를 막론하고 건 드린다면 그에 합당한 대접을 해줄 것이 다 게다가 약자와 강자의 경계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언제든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었다. 막말로 약하면 잡아먹히는 약 육강식의 세상이다 강해지기 위해서 최선 의 노력을 경주해야 했다

‘앞으로 기대하마’

‘기대가 아닌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 다:

‘그것이 마법이었으면 좋겠구나.’

‘무엇이 되었든요.’

‘말이라도 좋게 하면 어디가 덧나느냐.’

‘입에 발린 말을 신용하진 않으시잖아

요.’

리차드 교수는 마지막까지 마법에 대한 자부심을 놓지 않았다. 정우의 무공을 인 정하면서도, 마법학과임을 잊지 말라고 당 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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