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나 받아주는 건 별개다. 이놈들이 한 짓 은 사회적으로 용인이 되지 않으니까. 그 렇다고 해서 나의 행위를 받아달라는 의 미가 아니다. 어떤 세상이든, 불합리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제 7장 연적 ⑵
‘어쨌든악감정이 더 쌓이겠군.’
5명의 아이들.
착하기만 하고, 찌질하다. 누가 봐도 한 심해 보이지만, 재능은 있었다. 그걸 끌어 내 주기만 하면 된다.
‘자고로 히어로는 갈굼을 당해야 강해
지는 법이지.’
정우는 진강백을 끊임없이 복기하고 있 었다. 전투에서는 패배를 해도, 전장에서 는 승리하는 녀석의 집념을. 영웅이 갖추 어야 할 정석적인 코스를 밟았다. 특히 역 경에 강했다. 5명에게 진강백의 강단과 맹 목적인 충성심을 쥐어준다면, 과연 어떤 시너지가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기는 했다.
‘답은 시간이 알려주겠지.’
갈굼에도 미학이 있다. 어설프게 갈구 면 인간의 정신력은 종잇장처럼 얇아진다. 또한 절대방패는 생존본능이 극에 도달 했을 때야 비로소 손에 넣을 수 있다. 어지 간한 강단이 아니고서는 혹금단의 면상에 면역이 되지 않을 테지만, 면역이 되면 누 구를 봐도 쫄지 않을 강단이 생길 것이다
‘역경을 이겨내 보도록.’
반에 들어가기도 전에 웅성거리는 소리 가 들렸다. 문을 여니 애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에서 근심과 걱정이 묻어 나왔다
“정우야!”
해외촬영이 겹치는 바람에 일주일 간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하라가 나왔다. 최 근 절찬리에 상영 중인 ‘달의 여황’에서 주 인공을 맡으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는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다작의 아이돌이 라 한창 바쁠 때지만 MT< 빠질 수는 없 었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평가를 내리 고, 연합 길드, 무문에 소개하는 자리였 다. 재능을 인정받은 유니크는 학년에 상 관없이 스카우트가 된다.
하여튼 슈퍼스타가 옆에 있음에도 애들 은 자기 고민에 빠져 있었다. 하라가 천원 일기공을 운용해 주변을 강제 컨트롤하고 있었다. 물론 범위와 수위를 조절했다. 강 력한 통제력을 발휘할 경우, 오히려 역작 용이 발생할수 있었다.
“나의 사랑을 받아맛!”
“아직 멀었어.”
하라는 정우한테만은 강력한 마인드 컨트롤을 발휘했다 7급에 오른 신안이 개 안되어 정우의 정신을 건드렸지만, 역시나 통하지 않았다 휘청!
맨몸으로 철벽을 두드린 듯, 충격으로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 아찔함에 하라는 한동안 멍해 있어야 했다
“진짜 10년 동안 한번을 안 봐주네.”
“봐주면 네 꼭두각시가 되라는 거잖아.
그래서 뭐하려고?”
봐줄게 따로 있지, 신안에 무방비로 걸 리면 정우라고 해도 제정신 유지하기 어렵 다. 하라의 신안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해졌고, 천원일기공은 날개를 달아주 었다 천원일기공을 완성한 전생의 신기자 도 하라보다는 빠르지 않았다.
“할짓 못할 짓다하겠지.”
“그게 국민 여동생의 입에서 나올 소리 냐.”
“국민여동생은똥 안싸냐!”
“이거 순사기꾼이네.”
달의 여황에서 보여주었던 청순가련은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특히 가식에 속아 광신도가 되어 버린 10대부터 30대의 남 자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해외 팬들도 이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했다.
“이제 와새삼스럽게 뭘 그래.”
“여자는 너무 솔직해도 매력 없다”
“언제는 그게 매력이라며?”
“사람이 항상 밥만 먹을 수는 없잖아”
“반찬 아무리 먹어 봤자 배 안 부르거 든!”
“사람이 어떻게 배만불리고 사냐.” 윤정은 두 사람의 다툼을 묵묵히 지켜 봤다. 만나면 매번 저런 식이었다 결코 사 귀는 사이처럼 보이지 않지만 무시 못 할 편안함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할 벽이 둘러쳐져 자신을 밀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강해.’
어처구니없는 패배를 한 이후로 정우를 이기기 위해서 불철주야 매진했다. 정우의 가르침을 받아 육체도 단련되었고, 마법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상대를 하면 일격에 기절하고 말았다
‘진심을 다해서 좋다고 해야 하나.’
여자라고 봐주지 않는다. 실전 대결을 원하면 그 즉시 일격으로 끝을 냈다. 하지 만 수를 써 보기도 전에 매번 당하니 답답 함이 쌓인다. 해결할 실마리라도 있어야 연마를 하지, 이건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다.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잖아:
정우의 능력치는 따라올 자가 많지 않 았다 순수 전투력만 놓고 보면 교수와 학 생을 포함해서 비교 대상에 올려놓을 만 한 상대가 없다. 단연 돋보이는 군계일학 이었다.
‘마법도 그렇고.’
잠재 등급을 비웃듯이 하루가 다르게 마법도 늘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케이 브를 꺼냈더니, 돌아오는 말이 가관이었 다
-마나 컨트롤을 개선하고 있는 중이야
자신의 육체를 실험삼아 마나 컨트롤 을 개조했다는 말에 윤정은 크게 화를 냈 었다. 작은 실수로도 마나가 폭주해 육체 가 감당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제 막 마나 컨트롤을 배운 주제에 대마법 사도 하지 않을 짓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류하지 못한 것은, 정우의 마 나 컨트롤이 비교도 하기 어려울 만큼 개 선되었기 때문이다.
-꽤 많이 발전했지?
부정하고 싶었지만, 부정하지 못했다.
아토믹 컨트롤의 범위를 벗어나, 새로운 영역에 도달한 것이다. 직접 목도하고도 믿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런 굉장한 일 을 대수롭지 않아 했다.
한편으로 짜증도 났다. 정우의 재능을 시기해서 그런 건 아니다. 발전된 마나 컨 트롤은 충분히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노 력으로 탄생한 독문 마나 컨트롤이면 소 중하게 다루는 것이 당연했다. 마법사에 게 마나 컨트롤을 내놓을래? 죽을래? 묻 는다면 100이면 100, 목숨을 내놓는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알려주었다.
이렇게 막 알려줘도 되는 거냐고 물었
더니, 대답이 가관이었다.
-이게 뭐라고.
남은 평생을 수련해야 하는 마법의 지 고함이 한순간에 휴지 쪼가리에 싸구려 취급을 당한 것이다. 전 마법사가 발을 벗 고 나서서 응당 응징을 가해야 하나. 저 인 간이 곱게 당해줄 리 없다는 사실만 확인 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수틀리면 곱 게 끝나지 않았다. 그건 팩트다. 빈정상해 달려들었다가 정말 개처럼 처맞았다.
-누울 자리를 보고 누우라고 했어.
차별받지 않아 기분이 더럽기까지 했 다. 우대를 바라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잔 데 일생을 살면서 그토록 자존심 상해 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정우가 밉냐?
아니라서 짜증난다.
밉지가 않았다. 자기가 하는 일에 자신 감이 넘치다 못해 오만하기는 해도 냉철한 사고를 바탕으로 했다. 우연으로 치부하기 에는 용의주도한 면면도 갖추었다. 완벽함 속에 어둠을 품고 있어 멋있어 보인다
‘내가미쳤지!’
윤정은 그렇게 긴 한숨을 쉬었다.
“케이브에 들어가서 시험을 본다더라.”
“가드 없이 괜찮겠어?”
“°E 진짜 예전의 내가 아니라니까.”
“아니긴, 그린골만 보이면 족족 잡아 처 죽일 것같은데.”
“넌 나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냐!”
“누가 보면 상처받는 줄 알겠다”
서로에게 비수를 날리면 껄껄거리는 걸 보면 제정신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다정한 연인처럼 보이다가도, 언제 그랬듯이 모 를 만큼 신경질을 부리기도 했다. 서로 대 수롭지 않게 주먹질을 하는데 위력이 상 당하다 보통 사람은 맞으면 전치 8개월은 나올 것이다.
“아빠가 너 한번 보재.”
“몰라서 물어?”
“가기가 싫어서.”
“네가 자꾸 머뭇거리니까, 아빠가 다른
사람 알아보라잖아”
“그러든지.”
“이 인간을 정말!”
하라의 나이를 감안하면 혼인을 하기에 는 이르다. 그러나 재벌가일수록 미리 혼 처를 정해 놓는 경우가 있었다. 결혼을 사 업을 위한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빤고지식한분이 아냐;
“네 할아버지는 고지식한 걸로 유명하
잖아”
하라에게 있어 아빠는 현재의 삶을 살 아가게 해주는 안락한 방패막이다. 그에 반해 대한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할아버지 는 뜻을 정하면 굽히지 않는 외골수적인 성향이 강했다
“네 말대로 할아버지는 가문에 어울리 는 사람을 원해.”
“혼처가 들어왔구나.”
“며칠 전에 듣고서 바로 거절했어.”
“상대는 봤고?”
“찾아왔었어.”
정우는 순간 고민했다. 하라가 다른 사
람을 만나봤다는 사실에 편치 않은 감정 의 변화가 생겼다. 평소 허물없이 대하는 몇 없는 친구 중에 하나였기에 크게 마음 을 쓰지는 않았었다.
‘이거 설마?’
나 가지기는 싫고, 남주기는 아까운.
쓰레기 같은 감정은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놓아주어야 한다. 수컷 의 동물적인 감정에 얽매인다는 것은 자 존심이 용납지 않는다. 진정으로 하라를 마음에 품고 있다면 모를까. 하지만 이런 감정의 변화는 정우로서도 처음이었다.
‘이거알면서도 싫어지네.’
정우가 고민하는 사이 옆자리에 앉은 하라가 갑자기 팔짱을 끼며 몸을 밀착했 다. 푹신하고 포근한 감촉이 팔과 어깨를 감싼다.
“내 마음 알면서. 난 어디에도 안 가. 고 민하지 않아도 돼.”
하라는 정우의 고민을 읽었다. 그것만 해도 큰 성과다.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귀신이다됐구나.”
“살아 있는 사람유령 만들지는 마”
신안이 통할 리는 만무하고, 정우가 표 정관리를 못한 것이다. 그런 마음을 알아 준 하라가 고마운 반면, 판단을 내리지 못 한 우유부단함을 반성해야 했다. 수 번의 전생에서 겪어 보지 않은 생소한 감정의 변화였다.
저벅!
교실로 들어선 사내.
시위를 압도하는 분위기에 모두의 시선 을 잡아끌었다. 작지 않은 키에 균형 잡힌 육체, 스마트한 외형을 지녔다. 입고 있는 옷만 봐도 보통 사람과는 다른 레벨이 느 껴진다 실상 그가 차고 있는 아이템이 일 반인은 살 수 없는 고가로 구성되었다.
전문학교 5학년, 채현우
재계서열 8위인 일우그룹의 장손이다.
하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현우 선배, 여긴 어쩐 일이에요?”
“당연히 널 보러 왔지.”
“전분명히 거절했는데요.”
“혹, 네 옆에 있는 녀석 때문이야?”
“ 맞아요.”
하라의 말이 화근의 빌미가 되리란 걸 안다. 그럼에도 정우는 꼭 잡은 두 팔을 밀 어내지 않았다. 하라도 혼인하기 싫어서 둘러대는 핑계가 아님을 확인시켰다. 서로 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은 것이 다. 이럴 때는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의도치 않은 일로 인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었다 현우는 하라의 명백한 거절에도 그다지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은은한 미 소를 지으며 담담히 받아들이는 듯했다 현우의 시선이 하라를 지나쳐 정우를 마주했다.
“첫 MT 지?”
“그렇습니다.”
“건투를 비마”
“선배님도요/
다툼이 벌어질 줄 알았건만 현우는 별 말하지 않았다. 새겨두기 위해 찾아온 사 람처럼 유유히 교실에서 사라졌다.
“성공했네.”
“뭐가?”
“알면서 왜 그래.”
“일부러 데려온 거아니거든.”
정우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현우 를 데려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하라는 그 렇게 하지 않았다. 우격다짐으로 밀어붙 이고는 있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했 다. 게다가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정우 다
“크크크크.”
“그렇게 웃지 마 미쳤어!”
정우의 미소에 하라는 소름이 돋았다. 이 인간이 이런 미소를 지을 때마다 대형 사고가 터져 왔었다. 그래서 어설픈 질투 심 유발 작전 따위는 시도하지도 않는다. 괜히 엄한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는 수가 있었다.
“저선배포기 안해.”
“내가알아서 할게.”
“그렇게 못할걸 알텐데?”
“젠장 속이지를 못하겠네.”
현우는 굳이 MT를 거론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시비가 아니라 건투를 비는 것처 럼 보이지만, 사고를 일으킬 게 분명하다.
왜냐고? 그가 가진 속성의 원천이 하라와 딱 맞는다. 그를 보자마자 느낌이 왔다. 궁 합이 제대로라고.
“적당히 할게.”
“ 행여나.”
“티 났어?”
“아! 미치겠네!”
하라는 적당히 끝이 날 거란 기대를 하 지 못했다. 현우 선배는 보이는 것과 달리 음습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어둠은 왠지 모르게 꺼림칙하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숨기는 것 으로 따지면 정우도 만만치 않았다
“이럴 때는 나를 걱정해야지.”
“말같지도 않은소리하지마!”
하라는 정우를 걱정하지 않는다. 이 인 간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존재가 있다 고 믿지 않는다. 까도 까도 끝이 보이지 않 은 양파 같은 인간이다. 그리고 절대 승산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성격도 만만 치 않아서 상대가 치사하게 나오면, 그 이 상으로 치사한 수단을 서슴없이 쓴다.
그것도 대놓고.
항상 그럴싸한 명분을 만들기에 빠져나 갈 명분도 있었다. 중학교 내내 정우한테 당한 애들은 말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다 가 급격하게 노안이 되었다. 그런 애들이 30명이다. 다들 추악한 놈들이기는 했지 만
“이래서 거절한 건데.”
“벌어질 일은 벌어져.”
“그게 할소리야!”
이 상황에도 느긋하고, 평온한 데다가 즐기고 있었다. 이런 인간을 좋아하는 하 라는 가슴이 썩어 난다.
“크크크크!”
“웃지 말라고.”
‘크크크크!’
“속。-루.두 웃지 마.”
“들렸어?”
“열어 놓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