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68화 (68/500)

제 6장 역지사지 ⑵

“무슨…… 크악!”

정우가 손을 휙! 젓자 넷의 고개가 똑 같이 오른쪽으로 휘어졌다. 휘두른 건 1번 인데, 넷이 똑같이 당했다. 선명한손바닥 자국이 얼굴에 새겨졌다. 1타 2피도 아니 고 4피가 가능했다. 범접하기 어려운 실력 임을 깨닫게 되었다. 여차하면 기습을 가 하려고 했건만, 씨알도 먹히지 않을 허술 한계획이었다

“너희의 고상한 취미를 감상해주마”

정우가 벗겨져 있는 양준기에 시선을 주자 넷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휴대폰을 꺼내 버젓이 촬영을 하고 있 었다. 방금 자신들이 했던 일을 마저 진행 하겠다는 신인 감독으로서의 의지가 엿보 인다. 하지만 조연에서 곧바로 주연으로 발탁이 된 넷에게는 억울함의 연속이었 다

“원래 예술이라는 게 처음에는 인정을

못 받아. 하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 는 대접을 받을 거야 그리고 재밌는 건 혼 자만 보면 안 되지, 너희 부모님한테도 보 내줄게.”

.

이해가 되면 될수록 상상을 불허하는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이러지 마! 제발 용서해줘!”

“대체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야!”

“너하고 상관없잖아!”

상관이 없다니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 를 하냐

정우는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투자할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지금도 극적인 상 황 연출을 위해서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 는데. 극한 상황에 처해 봐야 강인한 인상 을주기 마련이다.

“경……찰에 신고할 거야!”

“하고 싶으면 해, 알다시피 그런다고 사 회가 알아주진 않으니까. 너희가 무슨 말 을 해도 응답하지 않을걸.”

선량한 학생이 왕따를 견디지 못해 자 살을 해도 사회적 이슈로서 오래 가진 않 는다. 하물며 양아치가 자신들의 불합리 함을 호소한들 눈이나 깜빡할까 더욱이 정우도 저 녀석들과 같은 나이다

“그리고 말이야 나는 싫다고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성격이야.”

사악하게 웃는 정우

그들은 악마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 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준기에게 자신들 이 악마라면, 정우는 누구를 막론하고 악 마가 될수 있었다

“이런 짓을 하고 무사할 것 같아!”

“뭐래.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내가 하면 불륜이야? 너희도 했잖아.”

“오?…지 마!”

“참말 많네.”

정우는 시간을 오래 끌지 않았다. 버러

지들의 인권이나 의사 따윈 관심 밖이다. 지금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다.

“꼭두각시의 술이라고, 어지간한놈들 이 아니면 내 맘대로 조종이 가능하지.”

“그런 게 있?…!”

인재와 친구들은 제 스스로 옷을 벗었 다. 강제로 당하고 있다는 억울함을 표현 해야 마땅하나, 안면 근육이 제멋대로 웃 고 즐기고 있었다. 행위에 대한 즐거움으 로 가득 찼다. 황홀한 표정 연기가 압권이 다

“하하하하, 나는 이런 것 진짜 좋아 (오?…지 마, 새끼야! 징그럽다고)!”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오?…면 죽여 버릴 거야! 안 돼)!”

“나는 이 자세가 정말 좋더라(우웩! 이건 아니야 꿈이야)!”

“아아아앙! 너무 좋아(난…… 이제 다시 는…… 크。}악)!”

시간이 지날수록 버러지들이 받는 정신 적 충격은 상당했다. 이제까지 알고 있었 던 폭력과 가학의 세상을 벗어나 버렸다. 일이 다 끝나고 난 후, 놈들은 의식이 사라 지고 백짓장이 되었다.

“버러지는 재활용도 안되지.”

혹금단으로 받아주기에도 모자란 놈들

이다. 강단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양아치 는 양아치다. 정신에 충격을 줬으니, 남은 삶은 자신들이 행한 그대로 받으며 살아 갈 것이다. 이런 놈들은 그래야 한다. 간단 히 죽으면 인생 편히 가는 거다 헙!

의식을 회복한 양준기는 꿈을 꾸는 기 분이었다. 오랫동안 괴롭히고, 구타하며, 정신적으로도 상처를 준 녀석들이 개처럼 빌고 있었다. 게다가 저런 변태 놈들한테 이제까지 괴롭힘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화 가 치밀었다. 끝까지 저항하고, 반항을 했 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나약한 자신이 미 련하고 한심해 보였다

스스로가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아닌가요?”

“맞아아주한심해.”

정우는 안일한 배려를 하지 않았다. 오 히려 비수를 던져 마음을 갈가리 찢었다 준기는 괴로웠다. 평소에도 늘 들어왔 던 말인데, 오늘따라 받아들이기가 힘들 었다. 저 악마 같은 놈들의 온갖 모욕적인 욕설보다 더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계속 비참하게 살아가야 하는 건가요‘?”

“그걸 왜 나한테 묻지? 결정은 네가 하

는 거야. 설마 세상이 널 위해서 살아갈 방법까지 찾아줄 거라고 믿는 건 아니겠 지?”

정우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오히려 일 어서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것 이 준기의 다급한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안돼! 저 사람을놓치면.’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했 다

어쩌면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일 수 있었 다. 선택을 하지 않으면 오늘과 다르지 않 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달라져 야 했다. 유니크 전문학교에 입학을 한 것 도 달라지기 위해서였다. 눈앞에서 압도적 인 강함을 봤다. 저 사람의 강함은 그 어 떤 것보다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다. 자신 은 한 번도 손에 넣어 보지 못한 강함을 저 사람은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변태 같 은 놈들을 사로잡아, 꼼짝도 못 하게 했 다

‘크크크크, 사람 꼬이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지.’

전생에서도 자주 써 먹었던 수법 중에 하나다. 남녀를 불문하고 10에 9는 먹힌 다. 절망의 반대말은 희망이다. 위기는 사 람을 약하게 만들고, 희망을 갈구하게 된 다. 삶의 한줄기 희망속에 간절한 울림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 이다.

그것이 설령 썩은 동아줄이라 할지라 도

‘하나, 둘?…!’

정우는 숫자를 세며 걸어갔다

곧걸려들 거다.

“잠?…깐만요.”

예상대로다.

“왜?”

돌아서지 않은 채 대답했다. 빛의 실루 엣 사이로 비쳐지는 암영이 준기의 마음 을 강하게 이끌었다. 하늘이 부서진다 해 도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굳건함이 전해졌 다

“저도 당신처럼 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한 꿈을 꾸는구나.”

“역시 그렇군요.”

“하지만 나의 손발 정도는 될 수는 있겠 지.”

“정말인가요?”

“그것으로 족하다면.”

정우는 끝까지 강요하지 않았다. 또한 자신처럼 강해진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유혹을 하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유혹을 한다.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유혹의 미 학이었다. 시각적인 효과도 굉장했다. 은 연중 휘광을 뿜어내기 위해서 공력을 활 용했다. 비쳐지는 그림자 사이로 빛이 돋 아 보이는 공력CG는 사림으로 하여금 무 한한 신뢰감을 주었다.

‘넘어왔네 넘어왔어.’

정우는 자신했다. 이 방법으로 넘어오 지 않을자는세상에 없다 특히 준기 같은 녀석에게는.

자 어서 내게 충성의 맹세를 하거라

‘내가할수 있을까?’

‘못 하면 어떡하지‘?’

‘아냐, 할수 있을 거야!’

‘그래도 안되면?’

주군으로 모시겠다고 맹세하리라 굳게 믿었던 정우는 뜨끔했다 이 새끼가 할 수 있다고 하다가, 또 못 한다고 하고. 사람 가지고 놀고 있었다. 역 시 처맞는 놈들은 은연중 맞을 만한 이유 를 양산해 내었다. 사람을 답답하게 하는 데 천부적인 자질을 갖추었다.

‘설마?’

준기의 자존감이 상상 이상으로 저하 된 모양이다. 어렵게 절대방패를 구했는 데, 여기서 물러서기도 아깝게 되었다. 그 렇다고 돌아서면 상당히 구차해진다. 모양 새가 빠지는 행동을 할 바에는 다음 타깃 을 구하는 편이 낫다.

‘이거 은근히 자존심 상하네.’

정우는 시간을 끌지 않았다. 결정은 본 인이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방 패가되지 못한다.

‘수족이 아니라, 제자라고 할걸 그랬 나?’

상황 연출은 최고였는데, 당사자의 심 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 이번 실패로 말미암아 다음에는 더욱더 완벽한 연출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저 할게요.”

준기의 대답.

안도한 정우는 그제야 돌아섰다.

“후회하진 않겠지?”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준기는 확신에 찼다.

저 사람이라면 자신을 바른 길로 이끌 어주리라

‘크크크크!’

무더운 여름이시작되는7월.

온난화로 인해서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7월이면 한여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찜통이다. 게다가 도심 의 평균 온도는 시골보다 몇 도 이상 더 높 아 옷차림의 자유분방함이 눈을 호강하 게 해준다.

반면 2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유니크 전 문학교는 일반적인 대학교와 복장이 달랐 다.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남녀의 구분 없이 활동성이 편한 복장을 착용하고 있 었다.

유니크 전문학교는 케이브를 통제하기 위해 마련된 학교다. 당연히 전투에 특화 되어 있고, 실생활에서도 돌발상황에 대 비를 해야했다.

“와! 덥지도 않나, 옷을 다 입고 다니 네!”

한껏 부풀은 한여름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고 싶었던 강천의 투덜거림이었다. 안 구정화가 시급했건만 남녀의 비율이 7 대 3이었다. 속성이 생기면서 여자도 전투에 특화된 경우가 있다고는 하나, 남자에 비 하면 여전히 숫자가 적었다.

“연예인도 몇몇은 있으니까 대쉬해 봐.”

“그림의 떡하고, 현실이 같냐!”

아름다운 외모에 잠재 등급까지 높은 연예인도 간혹 있다. 하지만 강천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이 없었다 직접적으로 사귈 수 있는 애들을 골라야 하는데, 난 이도가 꽤 높았다. 이러다가는 연애 한 번 못 하고 아름다운 황금기가 지나갈 수 있 었다.

“넌 좋겠다”

“부러우면 능력을 키워.”

“나 정도면 괜찮은 거야, 네가 사기캐라 서 그렇지.”

“아니면 적당히 눈 낮춰.”

“나 눈안 높거든!”

본인 딴에는 눈이 높지 않다고 하는데,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하라를 바로 옆에 서 보고 자랐기에 기대치가 높았다. 저번 에 마음에 들어서 연락을 주고받자는 참 한 여자애가 있었음에도 강천은 거절했었 다. 심장이 울리지 않는다나. 개소리를 잘 도 떠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여자가 없다 고 하니, 아무래도 40살 넘어서 정신 차릴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때쯤 되면 원하는 여인상과는 더욱 거리가 멀겠지만.

“여자는 외모가 아니라 마음이야”

“웃기시네.”

교과서적인 충고를 했던 정우는 답지 않게 민망했다.

왜냐?

강천이 정곡을 찔렀다.

“티 났어?”

“당연히 티 나지.”

정우도 굳이 변명하지 않았다. 이왕이 면 다홍치마라고 예쁜 여자가 좋다. 속물 이라 욕해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 다. 여자가 남자의 능력을 보듯, 남자는 여 자의 외모를 본다. 이것은 생명체의 공통 적인 본능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씨도 착하고, 얼굴도 몸매도 예쁜 여자를 원한다.”

“미친 새끼!”

드라마가 세상을 망치고 있었다. 여인 이 백마 탄 재벌 왕자님을 꿈꾸듯 남자도 청순가련의 나만 사랑해 줄, 살림 잘 하 고, 시부모님한테 잘하는 여자를 원한다. 덤으로 돈도 잘 벌고, 시댁도 넉넉하면 좋 겠고.

造직하고 좋잖아;”

“지나치게 솔직해서 재수 없거든!”

“가식 떠는 것보다낫지.”

“너는 좀 떨어야 해, 사람이 어떻게 매 번 솔직해. 나 속 터져 죽으라고 그러는 거 야?”

“티 났어?”

“이걸 확 마!”

정우는 주먹을 들어 올리는 강천에게

고개를 내밀었다

한 번 쳐 보라는 의사표현이다.

“확 뭐?”

“젠장 이길 수가 없어서 참는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정우는 진짜로 맘 을 움직인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전생 에서 수없이 만났던 여인들 대부분이 천 하절색에 재색을 겸비했었다. 그럼에도 끌 리기보다는 단순히 욕정을 채우기 위한 소모품으로 여겼었다. 당대의 절대자이자 마도의 왕이었으니 당연하다는 생각을 해 왔다.

‘마음의 울림이 있다면.’

외모야 얼마든지 바꿔줄 수 있었다. 세 상이 좋아졌고, 정우가 작정하면 골격을 바꾸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의도가 담기 지 않은 순수함 절대선이 과연 존재할까? 라는 고민을 여전히 하고 있었다. 한편으 로 진강백이 절대선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착한 녀석들의 삶이라’

정우는 그것이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번에 그런 놈들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 강천이 상념을 깨웠다.

“내동생울리면가만안 둬.”

“네 수작을 모를줄알아”

“역시 티 나는구나.”

“피는 못 속이니까.”

강천은 동생이 정우와 결실을 맺는 날 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때가 되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정우에게 형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막말로 정우는 성격이 약간 이상하기는 해도, 능력 하나만큼은 최강이었다.

“근데 너요즘뭐하는 거냐?”

“뭐가?”

“이상한 놈들 모으고 있잖아”

“모아 놓으면 꽤 재밌는 그림이 될 거

다”

“설마?”

강천이 보기에 전혀 쓸모가 없어 보였 다 딱 봐도 의욕이 없었다 그런 녀석들을 모아봤자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옆에 있 으면 답답해서 괜히 숨이나 막히지.

정우가 물었다.

“넌 집에서 말고 맞아본 적이 없지?”

“그럼 너는?”

“나도 없지. 그래서 알고 싶다.”

“이상한 취미네.”

“보면알게 될거야.”

정우는 진강백과의 전생 대전을 상기했 다. 다섯 차례의 전투에서 양패구상을 당 했지만, 전체적인 전력을 감안하면 자신이 우위에 있었다. 진강백이 비록 준비성이 철저하고, 신념이 확고하다고는 하나 열세 였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격돌할 때 마다 전력에서 밀렸음에도 끝까지 굽히지 않고 나아갔다.

과연 그것은 어떤 힘일까?

솔직히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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