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67화 (67/500)

제 6장 역지사지 (1)

허름한 빈건물

1명이 쓰러져 있고, 4명이 발로 밟고 있 었다. 유독 나이가 많아 보이는 녀석을 제 외하고 다들 스무 살을 넘지 않아 보였다. 철천지원수라도 만나 복수를 하려는 듯 날 잡고 패고 있었다. 그러나 대화는 원수 하고는 거리가 멀다. 이런 걸 보며 사람은 결코 착하다고 보기 힘들다. 힘이 강하면 그 힘을 쓰지 안달이 난 동물이나 다름이 없다.

“이 새끼가 등급 좀 높다고 눈에 뵈는 게 없는모양이야!”

“어디 또 막아보시지!”

“다들 보는 앞에서 우릴 개망신 줬겠다! 죽어, 이 새끼야!”

어디를 가든, 어느 세상을 가든 남 잘되 는 걸 두고 보지 않는 양아치는 존재한다. 이는 군대를 가보면 쉽게 알수 있다. 군대 가 힘든 이유가 자율적인 삶을 통제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실제는 양아치 때문 이다. 양아치도 군대에 오기 때문에 더욱 힘이 드는것이다 유니크 전문학교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 다 힘이 있다고 약한 애들을 정신적, 육체 적으로 괴롭히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있어도 유니크 전문학 교는 다른 일반 학교와 달리 강제하지는 않는 편이다. 마물과 생사를 넘나드는 전 투를 해야 하는 유니크 양성소에서 일상 생활도 견디지 못하는 자를 배려하진 않 는다. 그래서 학교를 관두는 대부분은 자 퇴가 많았다. 케이브가 불완전해지는 시기 라 그런 성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특히 상급 케이브의 오픈이 빈번해지고, 예전보다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더더욱.

퍽퍽퍽!

4명은 분풀이를 하듯 밟아댔다. 작정하 고 밟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죽어도 이상 하지 않지만, 엎어진 학생은 그럭저럭 버 티고 있었다. 하도 많이 맞다 보니, 자연적 으로 맷집이 늘어난 듯했다. 이걸 두고 전 화위복이라고 한다면, 맞고 있는 학생을 두 번 죽이는꼴이 되겠지만.

“그러게 왜 나대? 주제를 모르니까 이 꼴을 당하는 거야 속성 좀 각성했다고 네 가달라질것 같아?!”

“꼴에 착한 척은.”

노력한 만큼 인정을 받는다. 그것이야 말로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기치, 대한민 국을 지탱하는 힘이다. 양준기는 살아남 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처맞아야 하는 현실이 억울 했다. 막말로 교수님이 시키는 대로 속성 을 발휘했을 분이다. 공격이 통하지 않아 점수를 낮게 받은 건 본인들 탓이었다

‘못하겠어!’

억울하면 저항해야 한다. 모두에게 알 리고, 도와달라고 부탁이라도 해야 했다.

그런데 양준기는 저항은커녕 끌려 다니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답답해서 억장이 무너지는 행위였다

‘난왜이 모양이지!’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공인 왕따 에 매일 구타를 당했다. 언제나 저항하지 못한 채 얻어맞기만 했었다. 그래도 참을 수 있었던 건 잠재 등급 때문이다. 잠재 등 급이 높게 나왔고, 전문학교에 들어가기만 하면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 은 여전히 아름답지 않았다. 집안이 여유 롭지 못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데다 가 의지가 많이 꺾여 있었다. 저항을 하려 고 해도 돌아오는 보복이 두려워 눈도 마 주치지 못했다.

“어쭈 이 새끼 봐라! 방어를 하시겠다!”

“그나저나 병신 같은 능력 아니냐, 컨트 롤도 엉망이고.”

“그래도좋잖아. 아무리 때려도 죽지는 않으니까.”

“우리를 위해 하늘이 내린 샌드백이지.”

그들 넷은 저희끼리 낄낄대며 양준기를 두들겼다. 자신들이 항상 밟아 주던 놈이 속성 등급이 높아 건방떠는 걸 두고 보지 않았다. 우위에 있는 놈을 짓밟았을 때의 쾌감을 주었다. 실상 컨트롤이라도 제대로 한다면 꽤나 까다로운 속성인데, 쓸 줄 몰 랐다. 그런 주제에 착한 척을 하다니, 웃기 는 놈이다.

“이거 그만해야 되는 거 아냐? 혹시 이 새끼가 각성해서 졸라 쌔지면 어떡해, 아 구! 무서워라!”

“이 새끼는 그럴 강단도 없어! 그러니 이 모양이지!”

“돼지 목에 진주지. 이런 새끼가 우리보 다 등급이 높다니! 젠장!”

“이럴 거면 우릴 주라고! 병신 새끼야!” 구타로 끝나지 않고, 자존심까지 짓뭉 개고 있었다.

그들 중 2명은 양준기하고 같은 중학교 를 나왔다. 그때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쭉정이 주제에 속성이 높으니, 선생들이 대접을 해줄 때 얼마나 배알이 꼴리던지.

“네 동생 많이 컸네.”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돌려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이제 고작 17살밖에 안 된 놈들이 하는 짓은 어른보다 잔혹했다. 게 다가 법적으로도 자신들은 보호를 받고 있었다. 세상이 들썩인다 해도 변하지 않 는다는걸 아주잘안다.

“동……생은 안?… 돼!”

동생의 거론에 양준기가 꿈틀거렸다

“이 새끼 봐라, 꼴에 오빠라 이거냐!”

“이런 것도 오빠라는 걸 알면 동생도 싫 어할걸.”

“맞아 우리가 더 행복하게 해줄지 누가 알아”

양준기가 반항하자 또 다시 밟아대는 녀석들이었다. 아예 죽일 듯이 몸 구석구 석을 밟으며, 옷까지 벗겨 놓았다

“이 상태로 돌아다니면 아주 재밌겠다:

“그러진 말자. 학교 안 나오면 어떡해.”

“하긴, 그러면 재미없지.”

“우리의 유일한낙인데.”

그들은 양준기를 벗겨 놓고 사진을 찍

으며 낄낄거렸다 교수에게 말하면 사진을 유포해 버리겠다는 협박도 마다하지 않았 다. 자세도 잡아주어, 수치심을 배가시켰 다

“크크크크.”

웃으면서 감상을 하고 있는데, 익숙지 않은웃음이 끼어 있었다.

웬 녀석이 자신들 사이에 껴서 웃고 있 었다. 덩치라도 작으면 말을 하지 않지, 상 당히 큰 축에 속했다.

“?…뭐야?”

주변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긴장했다. 경각심이 없었다고 해도 바로 옆에 서 있었다.

“이게 그렇게 재미가 있어? 요즘 들어 이상한 놈들이 많다고 하는데 취미들이 아주고상하네.”

“넌 뭐하는 새끼야!”

갑작스러운 등장에 긴장했었는데 놈의 등급 게이지를 확인하고 안도했다. 태연한 표정과 덩치에 놀라서 움찔거렸을 분이다.

“이 새끼도 덩치만큰쭉정이네.”

“3급 찌끄러기가 어디서 까불어!”

“잘 됐네, 같이 좋은 장면 좀 찍어보 자!”

셋이 흉흉한 기세를 드러냈다. 자신들

은 등급 평가에서 4급을 받았다. 급의 차 이가 전투력의 차이는 아닐지라도, 이 나 이대에서는 평가의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 다. 3급 주제에 덩치만 믿고 아무 데나 끼 어들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줄 요량이다. 빡빡한 수업 일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어줄 대상을 만난 것이다.

“난 이런 데 취미가 없는데. 알잖아, 인 재야?”

수호, 민기, 철수가 멈춰 섰다

그리고 뒤돌았다

부들부들!

가만히 서서 떨고 있는 인재를 보았다.

분말을 뒤집어 쓴 듯 하얗게 탈색이 된 얼 굴은, 그 순간 더 늙어 보였다. 흡사 악마 를 본 인간처럼, 떨림은 점점 더 커지고 있 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3 급 쓰레기가 대단할 거란 기대는 하지 않 았다.

“인재야, 저 새끼가 이상한 짓 한 거야?! 그럼 우리가손을좀봐줄까?”

그 말에 상대가 웃었다.

씨익!

인재의 얼굴은 피가 빠져버린 사람처럼

변했다.

“?…건드리지 마!”

정우와 시선이 마주친 인재는 두려움 에 벌벌 떨었다. 과거의 악몽이 되돌아와 현재가 되고 있었다. 녀석과 마주치지 않 기 위해서 다른 도시로 왔건만, 왜 이곳에 있는거야?

“오랜만이다, 인재야. 한데 많이 늙었 다”

노안지수(老顔指數)를 0-10 으로 나누어 계산을 해 보면, 인재는 10급이었다. 상당 한 노안으로 나이를 말하지 않으면 존대 를 받는다 담배를 살 때도 민증을 꺼낸 적 이 없을 만큼 고퀄리티의 노안이다. 설령 걸리더라도 편의점만 망하지, 본인은 유유 히 벗어날수 있다.

‘?…그게 다누구 때문인데!’

속성 등급이 계급이 된 세상, 학교에서 도 마찬가지다. 등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대접을 받는다. 그에 반해 등급이 보통이 거나, 낮으면 부류에 끼지 못한 채 낙오자 취급을 받는다. 그때 인재의 눈에 띈 상대 가 정우다. 3급의 속성 등급을 본 후, 아 무 생각 없이 건드리고 말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주제를 모르고 악마 를건드렸음을 속성 따위는 실상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애들을 괴롭힌 것과는 차원이 달 랐다. 인간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지 않는 이상, 상기된 과거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그래서 그 런지 3년 동안 급격하게 늙어 버리고 말았 다. 이제야 정우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 를 만끽하고 있건만, 왜 다시 돌아오고 지 랄이냔 이 말이다. 절이 싫어서 중이 떠났 더니, 절이 따라오고 지랄이었다.

“저 새끼 3급이라고 병신같이 왜 쪼는 거야?”

“건드리지 마 절대! 죽는다고!”

인재의 만류는 늦었다. 사람은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아둔한 생명체다. 더욱이 인내하고는 담을 쌓은 놈들이 말 로 설득이 되겠나.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경험을 해 봐야 현실을 깨닫기 마련이다.

시간은오래 걸리지 않았다.

파팟!

인재는 보았다. 사람이 공기보다 가벼 운 질량을 소유하고 있음을. 대단한 수를 쓰지도 않았다. 손가락으로 툭툭! 쳤더니 친구들이 허공으로 맥없이 날았다.

쿠다다당!

바닥을 뒹굴던 친구들의 동공이 혼탁 했다. 처맞았음에도 이해 못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뭐가보여야 대응을 하지.

헉!

인재도 허공을 날았다

하지만 억울했다.

“왜?”

“은혜를 원수로 갚으면 섭섭하지.”

날아오르는 와중 인재는 복받쳐 오르 는 감정에 기절조차 맘대로 못 했다. 은혜 라니? 어디가 은혜라는 말인가. 중학교 내 내 정우한테 갈굼당하기만 했다. 저놈은 장난이라고 했지만 자신은 돌에 맞은 개 구리 신세였다. 그동안 착하게 살진 않았 어도, 저놈한테 그딴 말을 듣고 싶지는 않 다. 다른 사람은 다 욕해도 저놈은 절대 아니어야 했다. 그런데도 버젓이 은혜를 거론한 것이다. 뻔뻔하기가 지상 최강이었 다

“그 눈빛은 뭐냐? 이젠 은혜도 잊은 모 양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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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나 때문에 무사히 중학교도 졸업하 고, 성적도 올랐잖아 사람이 이런 막대한 은혜를 모르면 금수만도 못한 거야 그럼 내가빡쳐, 안빡쳐?”

“.<?”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다. 어지간해서는

퇴학을 시키지 않는다. 설령 퇴학을 시켜 도 다른 중학교로 가면 그만이다. 인재는 학교에 가고 싶지도 않았다. 정우 때문에 정시에 등흐}교를 하고, 자율학습까지 해 야 했다. 제가 선생도 아니면서 문제를 내 고, 틀리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렀다 그 런데 이 개 같은 상황이 개근으로 이어졌 고, 성적이 오르기까지 했다. 부모님도 이 제 정신 차렸구나, 라고 헛다리까지 짚으 셨다.

“대답 똑바로 하라고 그랬지, 그새 잊은 거야?”

“?…맞아! 네 말이 무조건 맞아! 내……

가 금수만도 못 한 짓을 했어!”

정우는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나올■ 때까지 피를 말렸다.

인재는 충격으로 인한 고통도 잊고 대 답을 해야했다.

“그래, 그렇게 인정을 하면 얼마나 좋 아”

안심하면 곤란했다.

“그런데…… 왜?”

인재는 또 한 번 허공을 날았다. 끝나 는 줄 방심하고 있다가 1방 더 처맞아서 혀를 깨물고 말았다. 바닥에 떨어진 후에 도 비 맞은 개처럼 바르르 떨었다

“금수는 맞아야 사람이 되거든.”

장소도 딱 적당했다. 어디서 이런 장소 를 구했는지, 인적이 드물어서 딱 좋다: 시 간상 소음이 발생할 수도 있겠으나, 정우 에게는 기막이 있었다. 얼마든지 내질러도 좋다. 이번에 고음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 해볼의향도 있다 툭툭

정우는 혈을 두드려 녀석들을 깨웠다.

크아아악!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넷이 깨 어났다. 인재를 제외하고 셋은 얼이 나가 있었다 아직 사태 파악을 못 했다.

“둔한놈들이네.”

안타깝지만 어쩌랴, 몇 방 더 선사해주 었다.

팩!

한 방 맞을 때마다 혀를 쭈욱! 내민 채 바닥에 고꾸라졌다. 저항이고, 뭐고, 보이 지가 않았다.

풀썩!

인재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중학교 때 도 악마 같은 놈이었는데, 전문학교에 가 더니 버전이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이젠 가늠할 수준마저도 벗어나 있었다. 더욱 상종 못 할 악마가 되었다.

“여기가 네놈들 안방이야? 언제까지 처 자고 있을거야.”

기절하는 시간조차 아까웠는지 정우는 곧바로 깨웠다. 그래도 일어나지 않으면 숙박비를 받을 기서였다

“뭐하고 있어?”

눈치를 줬지만, 넷은 눈만 붕어처럼 껌 뻑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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