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64화 (64/500)

제 5장 엮이다 (3)

주호명의 속을 지속적으로 긁어대는 정 우였다. 대화를 하겠다면 대화로 풀어가겠 지만, 시비를 건다면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이 바닥 생리가 한 번 굽히 고 들어가면 겁이 나서 물러서는 줄 안다. 시선이 집중된 공간에서 적당히 물러서면 호구 취급당하기 마련이다. 그럴 바에는 확실하게 신고식을 치러주는 편이 낫다.

‘이놈이 아니더라도.’

무문연합에 모인 무인들은 문주를 보 필한다. 하지만 단순히 호위를 담당한 무 인으로 본다면 오산이다. 이 자리에 모인 무인들은 대부분이 차기 문파의 미래를 책임질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무력을 봄 내는 행위가 멍청한 일로 분류가 된다 해 도, 문파의 위상을 과시할 때 후기지수의 능력은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일문의 문 주가 지니는 상징성 못지않았다.

‘한창 왕성할때지.’

문파를 책임질 후예들은 출중한 능력 과 더불어 호승심도 강했다 금강문주가 비록 외출이 잦지 않기는 해도, 강현이 계속 보필을 해왔었다. 무문 사이에서도 강현은 10룡의 한 자리를 차 지하고 있었다. 반면에 정우는 알려진 바 가전무하다.

처음에야 조사가 되지 않아서 신중하게 움직였지만, 조사가 들어가고 나서 세탁된 신분이 밝혀졌다. 실력을 확인해 보기 위 해서 은연중에 견제를 해오고 있다, 화천 문이 총대를 멘 것이다. 결국 화천문이 아 니더라도 발생했을 일이다

“먼저 오너라.”

“사양하지 않을게.”

정우를 아는 사람이 봤다면 기겁할 행 동이다. 양보할 상대가 따로 있었다. 그러 나 어쩌랴, 이 중에 정우의 진면목을 아는 이가 없었다.

파아

시작과 동시에 공기가 뚫렸다.

금강문의 보신, 탄보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거리를 제로로 만들어 버리고, 주호명 의 선글라스를 가득 채웠다. 나이만 어려 보일 뿐 정우는 거구였다. 이어서 내지르 는 직선의 정권은 나선의 기류를 형성했 다. 비틀린 공기가 빠르게 회전하더니 날 카로운 칼날이 되어 사정권을 갈가리 찢 어발긴다.

슈아아악!

찢어진 공기를 치고 나간 주먹은 공간 을 으깨버렸다. 자작자작 밟아 부수어 깨 뜨리는광경이 연상되었다.

쩌어엉!

관통하는 일격의 파괴력은 집중된 시 선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전신의 털이 쭈뼛쭈뼛 곤두서게 해주었다.

차작!

정권을 내지른 정우의 입꼬리가 올라갔

쩌적!

황급히 거리를 벌렸던 주호명.

선글라스가 깨져 나가면서 놀람을 감추 지 못한동공이 민낯을 드러났다.

‘늦었어!’

주호명은 타이밍에서 한 박자 늦었음을 실감해야 했다. 찌르고 들어오는 타이밍 에 주먹을 찰나 멈추지 않았다면 보법을 발휘하기도 전에 직격을 당했을 것이다.

바득!

상대를 하수로 보고 선수를 양보했더

니,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은 격이 되었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 니다.

주호명의 자존심을 긁어 놓기에 충분했 다. 모두가 보는 앞이었기에 분노를 감추 기 어려웠다.

“금방끝나면 재미없잖아.”

히죽거리는 정우였다. 전투란 모름지기 단숨에 상대의 모가지를 따는 것이 정석 이지만 회합의 자리이니만큼 살생은 금해 주었다. 그리고 본인 딴에 대단한 놈인 듯 하니, 어쭙잖은 재롱이나마 펼치도록 배 려했다.

‘거 봐, 관대하잖아’

이러고 보면 나도 마음이 참 넓은 것 같 아. 재주를 써 보지도 못하고 패대기쳐져 골골거릴 녀석에게 두 번이나 기회를 주었 으니 말이야

“이 모욕감 배로 갚아주마!”

화천문의 엘리트 무인으로서 단 한 번 의 실패도 허용하지 않았던 주호명이다. 방금 수모는 일생일대의 오점이 되었다. 놈을 처참히 망가뜨리지 않고서는 회복되 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시 방심하지는 않았다. 방 금 움직임은 설령 알았다고 해도 위협적이 었다. 방어가 녹록치 않은 궤적, 속도, 파 괴력을 지녔다. 만만히 봤다가는 처음과 다르지 않은 꼴을 면치 못한다.

화르르!

혼을부수는불의 염화, 염천탈혼공(炎 天奪魂功)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염천탈혼공은 화천문의 3대 신공으로, 직계가 아닌 자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무 공이다. 극성으로 익힌다면 문주의 독문 무공인 염화일기공(炎火-氣功)에 필적한다 고 알려졌다. 총 9공으로 되어 있으며 주 호명은 7개의 원을 완성했다. 화천문의 역 대로 봐도 빠른 성취에 해당되었다.

:之 O O j

분출되는 염화에 공기가 무섭게 타들 어갔다. 반경 10m 내외가 열기에 반응했 다 관전 중이던 무인들은 거리를 좀 더 벌 려야 했다. 문파에서 촉망받는 기재라 해 도 열기에 영향을 받았다. 염화로서 일문 을 이룬 화천문의 무공다웠다.

‘이제야 파염신권답군.’

‘지금부터 진짜겠어.’

무인의 본성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비 록 흑금단주가 선수로 이득을 챙겼다지만, 주호명이 진의를 드러낸 이상 승리를 장담 하기 어렵다고 봤다. 주호명은 자신들에게 도 대적하기 벅찬 무인 중에 하나였기 때 문이다.

“부셔주마!”

공방을 알리는 일갈이 퍼지기도 전, 주 호명의 신형이 비틀렸다. 흐릿한 잔영, 극 한에 다다른 환영보(幻影步)였다. 잔상에 미련을 두기도 전에 적의 숨통을 끓어놓 는다고 알려졌다. 가속된 속도를 이용하 여 뻗어내는 일격, 파염신권의 오의가 고 스란히 들어가 있었다 파염신권 제6절초.

천주파염권(天主破炎호).

하기 어렵다고 봤다. 주호명은 자신들에게 도 대적하기 벅찬 무인 중에 하나였기 때 문이다.

“부셔주마!”

공방을 알리는 일갈이 퍼지기도 전, 주 호명의 신형이 비틀렸다. 흐릿한 잔영, 극 한에 다다른 환영보(幻影步)였다. 잔상에 미련을 두기도 전에 적의 숨통을 끓어놓 는다고 알려졌다. 가속된 속도를 이용하 여 뻗어내는 일격, 파염신권의 오의가 고 스란히 들어가 있었다 파염신권 제6절초.

천주파염권(天主破炎호).

화염을 지니고 있어 닿기만 해도 녹아내린 다

추앙

불길 속에서 튕겨져 나온 신형.

“아니?”

모두를 당황하게 했다.

놀랍게도 전력을 쏟아냈던 주호명이었 다. 방금 공격에 실린 진의를 느꼈기에 이 해하기 어려웠다.

“받고, 한방 더.”

정우는 금강팔격의 일로금강을 펼쳤다. 염화에 붉게 달아올랐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호명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파아앙

일로금강은 우직함의 대명사다. 일체의 군더더기를 배제한, 그야말로 단련된 궁극 의 정권이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수천수만 번의 단련으로 완성되었기에 오히려 단점 이 존재하지 않는다. 극한에 다다른 정권 은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이론을 충실히 따른다 크윽!

얼토당토아니한 충격이다

주호명은 방금 공방에 이를 갈았다. 권 격과 권격의 정면충돌에서 압도적으로 밀 려버렸다. 이어서 내지른 이격에 호신기가 유리잔처럼 깨져나갔다. 당하고도 나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그러나 결과는 뚜렷한 개 같은 현실이다.

“수모를 갚아준다며?”

“젠장!”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치고 들어오고 있었다. 일격 보다 이격이 더 강했다. 한 번의 충격으로 기혈이 들끓었다. 또 다시 허용하면 위험 했다. 주호명은 급히 거리를 벌렸다. 선수 를 빼앗긴 이상 제공권을 확보하고, 전열 을 재정비를 해야 했다.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골고루 먹

어.”

정우는 쉬지 않고 주먹을 뻗었다. 상대 가 배부르도록 날려주었다. 맞아서 죽을 지, 배 터져 죽을지는 제 소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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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n ir 스『!

주호명은 아슬아슬하게 피하고는 있지 만, 전혀 쉴 틈을 주고 있지 않았다. 게다 가 대충 휘두르는 듯 보여도 지능적이었 다. 공간 활용이 최적화되어 있었다. 주먹 을 뻗은 다음 피할 공간을 염두에 두고 몰 아붙였다. 곰처럼 우직해 보여도 철저히 계산된 여우 같은 주먹질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피하면 피할수록 꼴불견을 피하기 어려 웠다. 주먹의 궤적이 주호명의 회피 공간 과 착지점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어 바닥 을 구르는 수치스러운 장면이 지속적으로 연출되었다.

“이런!”

주호명은 놈의 공간에 갇혔음을 직시했 다. 한마디로 부처님 손바닥에 아래 손오 공이 된 꼴이다. 권격의 제공권에서 벗어 나려고 노력했건만, 여전히 갇혔다

“무인답게 장렬히 산화하라고.”

정우는 망설이지 않고 일로금강을 뻗 었다. 이제까지보다 족히 2배는 더 강력했 다. 주변의 공기가 빨려 들어갔다가 무섭 게 토해내었다. 가로막은 것이 무엇이든 분 쇄시킬 파괴력을 지녔다 이것이 금강문의 주먹이라고 외치는 듯 하다.

꽈아앙!

굉음이 토해지고, 공간이 분쇄되어 가 루가 흩날렸다. 건물 전체가 흔들릴 무시 무시한 파괴력이었다. 직격을 당했다면 온 전히 시신을 보존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스윽!

정우가 돌아섰다. 파괴의 현장에는 선 혈이 난무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사방 에 피칠갑을 해야 정상이었다.

“역시한수재간이 있네.”

돌아선 시야

주호명이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온몸 이 땀으로 번들거리고 있긴 해도 직격을 당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심적 으로 당황했음이 역력했다. 믿어지지 않은 현실에 얄팍한두 눈이 성형되었다.

“이놈!”

이렇게까지 고전을 하리라고는 생각하 지 못했다. 전력을 다하고서도 수세를 면 치 못하고, 속성까지 발휘하고 말았다. 무 인의 대결에서 속성의 사용은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속성은 가급적 숨기고 있어야 한다 권격이 죽음을 관통하자, 두 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속성을 펼친 것이 다

“환영인 것 같기도 하고, 분신인 것 같 기도하고, 애매하네.”

정우의 공격은 사실 먹혔다. 하지만 파 괴력이 폭발할 접점에서 빈 공간을 쳤다.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과정은 상식적인 속 도의 한계를 벗어나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수가 좋은데.”

분신이든, 아니든 위기를 체감하고 만

약을 대비해 놓은 주호명의 대응은 나브 지 않았다. 무인에게 가장 필요한 재능은 생존본능이었다. 살아 있어야 다음 수를 쓸수 있으니까.

주르륵!

전력을 다한 대결이라고는 믿어지지 않 을 만큼 무미건조한 정우 주호명은 치가 떨렸다. 피부로 느껴진 권격의 파괴력을 상상을 초월했다. 금강문 의 무식함을 제대로 대변해 주었다. 지치 지 않은 체력과 무식한 주먹질, 그것만으 로도 모두를 질리게 했다. 그러나 이대로 망신만 당한채끝낼 수는 없다

“아무리 강해도 맞추지 못하면 무용지 물일뿐이다.”

주호명의 속성은 분신이다.

사사삭!

어느새 10명의 주호명으로 불어나 있었 다

슈악!

정우는 다가오는 주호명의 면상을 후려 쳤다. 기감으로는 주호명이 확실했다. 하 지만 내지르는 순간 권격은 허공을 가로 질렀다.

푸아앙!

후방에서 위기가느껴졌다. 피하고서 반

격을 가했건만, 좌우에서 공격이 들어왔 다. 그리고 허무하게 사라졌던 전방의 주 호명이 일격을 선사했다.

흠!

환영은 아니다. 분신이라고 해야 마땅 하다. 하지만 공격을 하면 환영이 되어 버 린다. 남은 분신이 공격을 할 때 또 진의를 담았다. 상당히 까다로운 속성으로 환영 인 듯환영 아닌 주호명이다.

공방으로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알아냈 다

“하나를 공격해도 남은 하나가 있으면

진의를 옮길 수 있나 보네.”

“알아도 소용없다!”

주호명은 진의를 꿰뚫어 보는 날카로움 에 흠칫했다. 단 한 번의 교전으로 속성을 파악해 버린 것이다. 금강문이 단순무식 의 대명사로 알려진 것과 달리 놈은 비범 했다. 그러나 안다고 해서 막을 수 있다고 본다면 오산이다:

‘굉장한 놈이다:

멀찍이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주호명에게 혹금단주를 시험해 보 라고 명을 내린, 화천문의 대공자 권우현 이다. 염화대주라면 충분히 흑금단주의 내력을 알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를 했건 만 무공에서 밀려버렸다. 밑천까지 발휘 해서야 우세를 점했다.

‘그렇다 해도, 여기까지겠지.’

염화대주의 속성을 깰 수 있는 자는 많 지 않았다. 분신을 전부 공격하지 않는 이 상 어떤 수를 써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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