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61화 (61/500)

제 4장 언니가 잘못했네 (5)

“그러고보니 마력이 늘었잖아!”

“네가 준마나 컨트롤 덕이야”

윤정은 정우의 마력 증강에 의혹을 품 었다. 아토믹 컨트롤은 리차드 교수님의 오피셜 컨트롤에 비해서는 효율적일지 몰 라도, 아주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 면에 정우의 마력은 어느새 5륜에 근접해 가고 있었다. 잠재 등급이 3급인 걸로 아 는데, 이 속도는 최상위라고 해도 부족하 지 않았다.

‘혹시.’

속성을 높이는 방법이 근래에 들어 밝 혀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 부 류는 극소수였다. 무엇보다 자신의 속성 보다 상위 등급의 경우, 목숨을 장담하기 어렵다. 또한 정우의 나이가 걸린다. 20살 이하의 전문학교 학생은 안전을 책임질 교 수를 비롯해 유니크를 대동하지 않고선 케이브 진입이 허락되지 않았다.

“남의 신상 내력을 파악하려고 여기까 지 온 거야? 그럼 좀곤란한데.”

“아 미안”

윤정은 날카로운 직관을 지니고 있었 다. 마법사라 그런지 몰라도 인과를 파악 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가르칠 무공은 백병투로 근접전을 기 반으로 해.”

“나는 육체를 단련해서 마나를 쌓을 바 탕을 만들고 싶을 분이야 굳이 근접 박투 를 배울 생각은 없어.”

윤정은 대마법사로 가는 길이 깨달음 을 통한 마력의 증강뿐만 아니라, 육체의 단련도 필요하다고 봤다. 역대 대마법사는 바디체인지를 겪어 새로운 경지에 올라섰 다고 했다. 자신 역시도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바디체인지가 필요하다는 결론 을 냈다.

“네가대마법사라면 그렇지.”

“무슨 말이야?”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주제에 대마법사 라도 되는 양 떠드는 거잖아. 혹, 앉아서 수련만 한다고 강해질 거라 보는 거야? 마 법이나 무공이나 전투를 경험하지 않고서 는 원하는 경지에 오르지 못해.”

정우의 질책에 윤정은 끓어오르는 승

부욕을 느꼈다. 비록 마법학과의 3인방으 로 불리고 있지만, 정우에게 뒤진다고 생 각하지 않았다. 전력을 다하면 언제든 제 압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정우의 말 이 틀리지 않았다. 대마법사가 아닌 이상 근접전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전투에 서 항상 마법사가 원하는 거리가 주어진 다는 보장은 하기 어렵다. 이는 정우도 해 당이 되는 말이다.

“나와진짜로 싸워줄수 있어?”

“훈련이라면 모를까, 넌 내 상대가 아 냐:’

윤정은 발끈했다. 나름 천재로 불리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그런데 면전에서 대놓고 상대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이 런 경험이 처음이라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자신의 유니크 등급은 6급이 넘어간다. 나 이를 감안하면 적수가 많지 않았다. 그런 데도 불구하고 정우는 최소한 두 수 아래 로 보고 있었다

“증명할수 있어?”

“어렵지 않지.”

정우의 오만함에 윤정도 지지 않았다.

그녀는 평소 침착한 성향이지만, 마법 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가르침 을 받기 위해 은둔 마법사 중에서도 최고 의 실력자로 알려진 리차드 교수를 찾아 온 거만 봐도 알수 있었다. 마법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만큼, 무시를 참고 넘기지 않았다.

“그럼해 봐.”

“ 얼마든지.”

방 안이지만 윤정은 개의치 않았다. 좁 은 공간에서도 마법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공격과 방어가 가능했다 비슷한 실력이라 면 거리에 구애받지 않다는 걸 증명해 줄 작정이다. 실상 방 안이라는 협소한 공간 은 마법사에게 불리하다. 그럼에도 받아 들인 건 정우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푸욱

찌르고 들어간 손가락이 살을 파고들 었다가 원래의 자리를 찾았다. 부드럽지 만, 팽팽하고 매끈한 피부다. 여자라면 바 라마지 않을 소녀의 피부, 17세의 꽃다운 탄력을지녔다.

아!

피부의 탄력을 시험당한 윤정은 비음 과 동시에 허무한 느낌을 받았다

‘ 뭐야?’

방금 상황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

다. 공격이 들어올 때를 맞주어 대비를 하 고 있었는데, 손가락이 파고들어 와 옆구 리를 누르고 빠져나갔다. 마법으로 무장 하고 있었건만 자동으로 열어주고 닫아주 었다.

“어떻게?”

“너도 알다시피 무인은 마법사의 방어 타이밍을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해. 간단히 말해서 네가 마나를 사용하려는 타이밍 을 노렸을뿐이야.”

아! 그렇구나.

라고 이해가 되기는 개불!

너무도 어이없이 방어가 뚫려서, 윤정

은 기가 차다 못해 공황 상태가 되었다. 게 다가 마력 운용의 결이 보이다니, 그런 것 이 가능한 것인가? 솔직히 한 번도 들어보 지 못했던 생소한 이론이다. 무인과 정식 으로 대결을 해 본 경험이 없었다 해도, 상 식적인 수준을 벗어나 있었다. 최소한 결 과물이 나오기 위한 과정이 필요했다 납득을 위한 과정 말이다.

“다시 노려 봐.”

“ 얼마든지.”

윤정은 자존심을 버리고, 마법을 미리 펼쳤다. 정우가 공격하는 타이밍에 쉴드를 치려고 했는데, 그래서는 좀 전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 될 것 같았다. 마법사는 끊임 없는 연구와 준비를 하는 존재다. 선수가 빠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선방어, 후공격이 효과적이다.

“보인다니까”

정우의 손가락이 쉴드를 그대로 뚫고 들어와버렸다.

오싸

윤정은 마법조합을 비틀어 버린 정우 의 수법에 소름이 돋았다. 마법이 아님에 도 마법의 배열을 흔들어 놓았다. 진동에 의해 벌어진 공간을 여지없이 찌르고 들 어왔다 가속마법을 펼쳐 벗어나려는 타이밍에.

푸욱!

윤정은 내려다보았다.

군살 없이 매끈한 복근을 파고든 손가 락

얄밉게 뱃살에 도장을 찌고, 꿈틀거리 기까지 했다 닿지 않았다고 부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어떻게?”

“결을 보고 사각을 이용했지.”

바로 앞에서 정우를 잃어버렸다. 탐지 마법이 작동하지 않았다. 눈으로도, 마법 으로도 쫓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실로 완 벽한 패배다. 무인에게 유리한. 협소한 공 간이라는 점은 변명이 되지 않았다

“마법을 지나치게 맹신해선 곤란해.”

“다?…시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이대로 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윤정은 전력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었 다. 마력을 개방해 정우의 전력을 가늠했 다. 미세한 움직임도 잡아내서 반격을 하 리라, 의지를불태웠다.

10분후

윤정은 넋이 나가 있었다. 온몸이 땀으

로 번들거리고 있었고, 포니테일로 단정하 게 묶어 놓은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었다. 동공의 초점이 흔들리며, 가쁜 호흡이 현 실을 대변해 주었다.

‘한?…번도못막았에’

헥시온 컨트롤을 극대화했고, 겹겹의 쉴드와 탐지마법, 매직 애로우까지 사용 했다. 그런데도 정우의 공격을 막아내기는 커녕 번번이 옆구리를 헌납하고 말았다. 게다가 손가락으로 찌른 곳이 매번 같았 다. 알고도 막지 못했다는 뜻이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거지?’

마법이 이토록 무용해 보이기는 난생처

음이다

그뿐이면 이렇게까지 초췌해지지 않았 다. 처음과 다르지 않은 정우의 방 안이 심 각한 부조화를 이루었다. 마법을 전력으 로 난사했는데, 방 안을 흐트러뜨리지도 못했다. 정우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서 치사하지만 방 안 곳곳으로 매직 애로 우를 발사했었다. 그런데 매직 애로우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당해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방 안 전체를 컨트롤하고 있었어!’

그런 것이 가능한 일인가?

6륜의 마법으로도 정우의 공간을 흔들

기는커녕 흠집도 낼 수 없었다. 격의 차이 가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 있었다. 아예 다른 차원이었다

“너 대체 ¥구■이T

“알잖아 네 동기.”

윤정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땀 한 방울 흐르지 않고, 평소 모습 그대로의 정 우가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정우는 가 늠할 수준을 벗어나 있었다. 동기 사이에 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다니. 격의 차이 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숫제 상대가 되지 않았다. 어른과 아이의 싸움보다 더 심한 격차가 있었다.

속된 말로 정우는 자신을 맘대로 가지 고 놀다가, 제자리에 다시 갖다 놓은 것이 다. 언제든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 버리 는 공황상태에 빠진 윤정과 달리 정우는 현재의 마법과 전투 스킬의 장단점을 분 석했다.

“속도, 반응, 위력을 따로 놓고 보면 나 브지 않아. 하지만 동시에 살펴보면 틈이 곳곳에 있어. 무엇보다 결정적인 타이밍에 결단이 늦어.”

윤정은 허탈함이 밀려왔다. 리차드 교 수에게 칭찬을 받았던 부분인데, 도리어 지적을 받은 것이다. 비슷한 또래에선 적 수가 많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더욱 분발 하겠다고 말씀을 드리긴 했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째서?”

“실전에서 나이는 의미가 없어. 네가 어 리다고 해서 그 수준으로 봐달라고 한다 면 더는 가르칠 게 없어. 넌 분명 또래에서 는 뛰어난 녀석이니까. 이대로 꾸준히 경 험을 쌓는다면 어지간한 상대가 아니면 지 지 않을거다?”

정우의 평가는 냉혹했다

‘아!’

둔탁한 둔기로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 분이다. 윤정은 자괴감이 밀려왔다. 마법 에 대한 자부심이 산산이 부서졌다. 은연 중 마법이 무공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했는 데, 자신감이 무너져 내렸다. 마음이 무너 지자, 육신이 컨트롤되지 않았다. 강해지 려고 그토록 노력했건만. 꼭꼭 감추어 두 고 있었던 서러움이 폭발하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르륵!

둑이 터지듯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 렸다

‘울 줄은 몰랐는데.’

정우는 윤정을 위로하지 않았다. 이럴 때는 제 스스로 마음이 정리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나았다 드륵!

수연이 음료와 과일을 들고 방으로 들 어왔다. 마땅히 준비를 하지 않아서 수연 이 마트에 가서 직접 사온 것이다.

다다닥!

수연은 정우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이유는 모른다. 그러나 여자가 방 안에서 서럽게 울고 있었다. 여자라고 해서 눈물 을 아무 때나 홀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 다. 더욱이 저토록 펑펑 우는 경우는 좀처 럼 보기 어렵다. 맺힌 게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 나쁜! 왜 여자를 울리고 그래! 언니, 울지 마요.”

동생의 추궁에 정우는 사실대로 말해 주었다. 윤정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는 김 에 한계를 체감시켜 주었다는 아

혹시나 오빠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 지 않았나, 오해를 했던 수연은 평정심을 되찾았다. 확실히 이해가 되었다 그럼 답은 나왔다.

“언니가 잘못했네.”

팔은 안으로 굽는걸까?

생각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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