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장 언니가 잘못했네 (4)
“ 엄마.”
“?…응?”
“좀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할까요?”
“아니, 뭐?”
공격적이고, 수비적이고 알아야 조언을
해주지.
괜히 정우를 불러서 돈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는 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착실히 예금, 적금을 들라고 조언을 해주 기에는 쪽팔림이 얼굴을 달아오르게 한 다. 이렇게 잘 알고 있었으면 정우의 말을 듣고 투자를 하는 건데, 아깝게 되었다. 30억을 2천억으로 만들었다면 수익률만 단순히 계산해도 70배에 달했다.
“설마 예금이나 적금 들라는 건 아니 죠?”
“설마!”
“그럼 뭐가 좋을까요? 요즘 들어 미국 의 금리인상과유럽, 중국, 일본의 양적 완 화로 금리 예측이 쉽지가 않은데. 특히 내 수경제가 침체되고, 부동산의 가격하락으 로 인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 가 나오고 있잖아요. 개인종합자산관리 프로그램도 비과세 혜택이 있다고는 하는 데, 은행이 걷는 수수료와 자금을 묶어 두 어야 한다는 점에서 곤란한 점이 많아서 요. 저도 요즘 들어서는 투자처가 마땅치 가 않았거든요.”
“아시”
감탄을 하면 어떻게 하냔 말이다
김 여사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뉴스보 다는 드라마를 애청하는 그녀로서는 금시 초문의 단어들이 나열되고 있었다. 아들 이랑 대화를 하면서 오늘처럼 벽을 느껴 보기도 처음이다. 내 자식이지만, 남의 자 식처럼 낯설었다.
“도심의 빌딩을 산다 해도 입주하는 기 업들이 외곽으로 빠지는 바람에 공실률이 더욱 커지고 있거든요. 엄마는 제가 모르 는 다른 투자 방법이 있는 건가요?”
“호호호!”
그저 웃지요.
김 여사는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아들 의 박학다식함에 두손두발다들었다. 여기서 자신한테 돈을 맡기라는 말은 죽 어도 못한다. 나름 신세대 엄마라고 자처 했건만 자부심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난 네가 돈을 허투루 쓰지 않을까, 걱 정해서 말한 거야 잘 관리한다니 다행이 구나.”
“고마워요. 엄마”
정우는 굳이 토를 달지 않았다 이쯤 설 명했으면 김 여사도 알아들었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에게 맡기는 건 세뱃돈으로 족했다. 아들로서 말썽 부 리지 않고, 착실하게 학교를 다니는 것만 으로도할일을 했다고 봤다.
패배를 인정한 김 여사, 눈알은 빠르게
다음 수를 찾고 있었다. 이대로 물러서면 지난번에 산 구두와 코트로 인해 적자가 예상되었다.
“아들, 다 컸구나:’
“아직 멀었어요.”
“아냐, 다 컸어.”
“100만원 낼게요.”
너도 다 컸으니, 이제 어른으로서 가족 의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는 김 여사의 눈빛을 읽었다 정우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원래부터 100만원은 내려고 했었다.
하나, 김 여사에게 자산을 맡길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이는 가족을 믿지 않아서 가 아니다. 엄마, 아빠, 동생을 신뢰하고 사랑하지만 돈 관리는 전혀 다른 문제다. 가족 간에도 금전관계는 확실해야 한다. 무작정 퍼준다고 좋은 거라고 생각하면 커다란오판이다 돈은 사람을 망가뜨리는 가장 큰 요인 이다. 아닐 거라고 판단하지 마라, 돈을 주 다 보면 돈의 노예가 되고, 무기력해진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살아가 는 동기가 될 수 있었다. 다만, 큰 병이 걸 리거나 어려운 일이 발생한다면 최대한 발 벗고 나설 것이다.
공짜는 아니더라도.
“아들, 좀더 쓰면 안될까?”
“반으로 줄일겁니다.”
정우는 과욕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 았다. 엄마라도 범위를 벗어난 과욕은 받 아줄수 없다.
“흐응, 너무 인색해 그러면 밥 안 차려 준다.”
“괜찮아요, 사 먹으면 돼요.”
김 여사의 요리 솜씨가 좋기는 하나, 정 우는 가리지 않는 식성이었다. 둘러보면 맛집이 수두룩하다.
“집 밥이 좋은 거야”
“전 외식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아 니면 나가살까요?”
지금 나이에 독립이 이른 편이기는 해 도, 원한다면 나가서 60평대의 좁은 아파 트를 매매해서 적당히 살면 된다. 살림이 야 가정부를 고용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 이다. 흑금단도 있고 하니 굳이 고용하진 않아도 되지만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 해볼 심산이다.
“우리 아들, 정말얄짤 없구나.”
“엄마 아들이라서 그래요.”
김 여사는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 다. 100만 원이라도 보태면 살림에 큰 도 움이 된다. 하지만 아들이 2천억을 가지고 있었다. 갭이 지나치게 커서 많이 아쉬웠 다. 한편으로 아들이 저 나이에 자기 몫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듯하기도 했다. 성 인이 되고서도 부모 밑에서 용돈 타서 쓰 는 니트족보다는 훨씬 나았다 또한 돈 많 다고 여기저기 빌려주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빠!”
“넌또 왜?”
“2천억이나 있으면서 나한테는 30만 원 에 퉁 친 거야?”
오빠가 수천억 자산가다. 가족은 아무
도 몰랐다는 사실에 배신감이 들었다. 수 연은 30만 원짜리가 되어 버린 기분이었 다
“30만 원에 합의 본 사람은 내가 아니 라 너다.”
“그건 오빠가 2천억인 줄 몰랐으니까 그 렇지.”
“알았으면 어쩔 건데?”
수연은 끝내 말을 못했다. 더 달라고 하 기에는 치졸해 보인다. 그때로 돌아가서 좀 더 버티지 못한 자신을 한탄해야 했다. 초딩 인내심의 한계였다. 그렇다고 이제와 사실을 고자질하면 오빠는 분명 보복을 해올 것이다. 훈련을 빙자해서 동생을 괴 롭힐 게 뻔하다. 오빠는 충분히 그리하고 도 남는 인간이었다. 가족인데도 불구하 고 공과는 철저해서 재수 없었다
“오빠, 나옷하나만사줘.”
“난네 부모가 아니다”
지금 멀쩡히 잘 살고 계시는 부모님을 가리켰다.
듣고 있던 부모님은 고개를 돌렸다.
“사랑하는 동생이 이렇게 간절히 부탁 하잖아”
“주접떨지 말고, 네 방이나 청소해.”
“동생한테 주접이 뭐야! 오빠미워!”
삐져서 일어서는 수연에게 정우가 한마 디 했다
“이번에 실력이 늘면, 원하는 걸 들어주 마”
“정말?”
“그럼.”
“좋았어!”
금전관계는 철저해야 하지만, 가족이기 에 기회는 준다. 또한 동생에겐 동기를 부 여해 줄 필요가 있었다. 노력을 해야 원하 는 것을 얻을 수 있음을 알아야 했다. 공 짜 좋아하면 머리가 벗겨질 수 있으니. 남 자도 대머리는 노안의 아이템인데, 여자에 게 대머리는 치명타 그 이상이었다.
헐
동생을 어르고 달래는 아들의 솜씨에 김 여사와 아버지는 혀를 내둘렀다. 말이 좋아 달래는 거지, 가지고 놀고 있었다. 동 생이 초딩이기는 해도 똑똑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수연이건만, 정우의 손바 닥 안이었다.
‘우리 아들맞아?’
집으로 채윤정이 찾아왔다.
아토믹 컨트롤을 받는 대신 윤정에게
육체 단련을 위한 무공을 가르쳐 주기로 했었다. 정우가 찾아가기로 했는데, 윤정 이 집에서는 힘들다고 해서 약속 장소를 변경한 것이다.
아!
윤정을 본 부모님과 동생의 표정이 압 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정은 금발의 이국적인 외모에 동양인이 따르지 못할 육 감적인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평상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접 하기 어려운 아우라를 풍긴다. TV에 나오 는 걸 그룹도 윤정에 비하면 부족해 보인 다
“같은 학과 동기인 채윤정이라고 합니 다:’
“어, 그래.”
외국인인 줄 알았는데, 유창한 한국어 발음에 부모님과 동생이 또 놀랐다. 한국 에 오래 살지 않고서는 나오기 어려운 발 음이었다
‘ 대단해.’
윤정도수연을보고속으로 놀랐다. 피 부로 느껴지는 기운이 범상치 않았다. 상 당한 잠재력이 전해졌다. 어쩌면 자신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그에 반해 정우의 부모님은 평범했다. 불협화음 이 절로 체감된다
“내방으로 들어가자”
“그래.”
윤정을 방에 들이려고 할 때 수연이 전 음을 보내왔다.
-이젠 하다 하다 외국인까지 사귀는 거 야?
-학교동기야.
-웃기시네, 효린이하고 하라 언니한테 이를 거야!
-그런다고 콩고물이 떨어지진 않아
흥정을 하려고 했던 수연은 오빠의 단 호함에 전음을 잇지 못했다. 확실하게 현 장을 잡지 않고서는 소용없는 짓이었다. 아마 현장을 들켜도 오빠는 발뺌할 공산 이크다.
‘바람둥이, 뿡뿡붕이다!’
정우의 방에 들어온 윤정은 주변을 살 폈다. 방 안은 지극히 단조로웠다. 아니, 단 조로운 수준을 넘어서 그것밖에 없다. 자 신이 올 줄 알고 치웠다고 하기에는 방 안 이 새집처럼 깨끗했다. 평소 정우의 생활 방식을 읽을 수 있었다.
정우는 케이브를 아공간으로 활용하면 서 굳이 방 안에 옷가지를 비롯한 사소한 것들은 챙기지 않았다. 케이브에 넣어서 가지고 다니고 있었다. 그러니 방 안이 단 조로울수밖에.
“공간이 협소한데, 괜찮을까?”
“충분해.”
옷장과 책장이 빠지면서 공간이 더 생 기기는 했어도, 무공을 수련하기에는 좁 아 보였다 집으로 오라기에 좀 사는 줄 알 았는데. 이럴 거면 밖에서 수련을 하는 편 이 나았다.
“네 동생 있잖아”
“수연이, 걔가왜?”
“잠재 등급이 몇인지 알려줄 수 있어?”
“6급이야.”
“역시 높구나.”
수연에게 가볍지 않은 기운이 느껴졌었 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등급이 높을 거라 판단은 했는데, 예상보다 더 높았다
“각성도 한 것같은데.”
“바람을 좀다루더라고.”
“혹, 네 동생도 무공을 익힌 거야?”
“그럭저럭.”
잠재 등급이 유니크 등급을 결정하는 척도이기는 하나, 절대적이진 않다. 타고난 재능만 믿고 노력을 게을리 하면 결국에 는 이도 저도 아닌 존재가 된다. 또한 재능 이 있다고 해도 보좌해 줄 스승이 있어야 했다. 그렇게 볼 때, 수연은 정말 복 받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