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59화 (59/500)

제 4장 언니가 잘못했네 (3)

유니크 전문학교는 방학기간이 길지 않 다. 일주일을 휴일로 정해 정비하는 시간 을 주는 정도다. 일반적으로 여름이나 겨 울의 경우 날씨의 영향을 받아 학습효과 가 떨어진다고 판단을 하지만, 유니크 전 문학교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케이브는 인간이 겪어 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을 설정해 놓고 있 다.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것도 훈 련의 일종이었다 환경에 관계없이 최적화 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물 론 전투수행학과가 아닌 경우엔 평범한 학교와 방학기간이 같다.

3개월 동안 정우는 마법에 대한 기본 이론과 훈련을 병행했다.

리차드 교수에게 배운 마나 컨트롤은 공용으로 사용되는 5가지의 원소마법을 토대로 한다. 범용이기에 각자의 능력을 완벽하게 끌어내기보단, 마법에 대한 기본 적인 스킬을 발휘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개인의 속성을 보다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서는 마법사의 수제자가 되거나, 마탑 에 소속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쉽 지가 않다. 마법사의 수제자가 되기도 힘 들분더러, 마탑에 소속이 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능력이 되거나, 자금에 여유 가 되지 않으면 마법사가 되지 못하는 이 유다.

정우는 윤정에게 받은 아토믹 컨트롤과 리차드 교수의 오피셜 컨트롤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운용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꽤 크다.”

오피셜 컨트롤은 삼재공과 비슷하다. 심공을 익히고 있으면 다른 심공을 익히 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나, 삼재공은 범 용성이 강해 나중에 다른 심공을 익혀도 된다. 정순한 마나를 얻는 대신 시간 대비 공력을 축적하는 속도가 느려 실용성은 떨어진다.

정우는 오피셜 컨트롤로 기반을 다지 고, 아토믹 컨트롤을 쌓아갔다.

“예상대로 마나가늘었어.”

흑호문과 분쟁 중이었던 지역을 금강문 에서 관할하면서, 정우와 혹금단의 역할 이 중요해졌다. 관할 지역이 넓어진 데다, 근래에 들어 케이브 오픈 빈도수가 늘어나 고 있었다 케이브 상향 속도 역시도 빨라져, 5급 이상의 유니크가 아니면 진입이 어렵다. 문파에서도 상급의 무인으로 구성을 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정우는 속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6급 이 상의 케이브에 지속적으로 출입을 해 왔 다. 3개월 동안 15번이나 들어가서 마물 을 사냥하고, 케이브 코어를 찾아냈다.

발견한 케이브 코어의 경우 아이템으로 조합해 부착할 수 있는 용도로 활용이 되 는데, 그가치가상당했다.

“아공간으로도 훌륭하고.”

정우는 찾아낸 케이브 중에서 환경적 으로 괜찮은 곳을 골라 활용하고 있었다. 아공간은 7륜이 아니면 만들어 내지 못한 다. 아직은 케이브 코어를 활용하는 편이 효과적이었다. 실상 물건을 쌓아 놓기에 케이브만한 장소도 드물었다. 침입자를 대 비하기 위해서 마물을 몇 마리 살려 놓기 도 했다. 동생을 위한 훈련장소로도 적합 하다. 다만 케이브를 다루는 능력도 속성 에 따라 달라져서 완벽하진 않았다

“3륜의 깨달음에 5륜의 마나라.”

속성 증가에 비례해서 마법 실력도 늘

었으면 좋겠지만 정우는 현재 3륜에 머물 고 있었다 아토믹 컨트롤이 리차드 교수의 마나 컨트롤보다는 효과적이긴 하나, 최상위의 마나 컨트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당장 윤정이 익히고 있는 헥시온 컨트롤 에 비해 차이가 컸다. 알아봤더니 헥시온 컨트롤은 마법계에서도 7대 마나 컨트롤 에 속한다고 했다. 윤정의 신분이 범상치 않음을 실감하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정우는 아토믹 컨트롤을 운용하면서 마나, 육체, 공간의 흐름을 동조화시켰다. 마법이 무공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이기는 한데, 진의에 다가갈수록 만류귀원이었다. 굳이 마법이라는 틀에 얽매이진 않아도 될것 같았다 이는 확립된 이론하고는 거리가 먼, 주 관적인 사견이다. 또한 굉장히 위험한 사 상이었다. 마나 컨트롤은 운용의 작은 실 수로도 폐인이 될 수 있다. 하물며 확립되 지 않은 이론을 바탕으로 변용을 한다면 목숨을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나는다르지.”

정우는 마나의 속성을 공력으로 끊임 없이 자극, 분해, 분석하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운용이 되는지 공력과 육체로 시 험하고 있는 중이다

조금씩 마나 컨트롤을 보다 효율적으 로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시행착오로 인해 마나 폭주가 일어난 적이 있기는 해 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였다. 지금 당장 마나가 꽤 늘기는 했으나, 무공의 깨달음 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무공은 수백 년의 시 간을 함축한 천재의 깨달음이다.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되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하 다

“오빠!”

심상을 활용한 마나 컨트롤 강화 프로

젝트를 깨우는 수연의 목소리.

일요일, 현재 시각9시

동생의 일요일 기상 시간이 10시인 걸 감안하면 예상치 못한 일이기도 하다. 미 인은 잠꾸러기가 되어도 괜찮다, 라는 김 여사는 평소 소신을 따르는 동생이기에 의외였다. 세수도 하지 않은 부은 얼굴에 부스스하게 펼쳐진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흔들리고 있음에도 수연은 신경 쓰지 않 았다.

“무슨일인데?”

“엄마가나와보래.”

일요일은 항시 12시에 기상하시던 김 여사가 거실의 소파에 턱을 괴고 앉아 심 각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시선을 피하는 아버지의 낌새가 겸연쩍다.

“아들, 이리 와서 앉아봐”

근래에 보지 못한 김 여사의 진지함이 었다.

목소리까지 내리까셨다.

정우는 거실 바닥에 앉았다

김 여사의 날카로운 시선이 정우를 훑 었다. 실토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담겨 있 었다.

하나, 정우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엄마한테 할말 없니?”

“ 없습니다”

김 여사는 침통한 듯 눈을 감았다. 사 춘기의 아들이기는 하나, 이토록 큰 비밀 을 끝까지 감추고 있었다니. 엄마로서 무 척이나 서운했다. 특히 남편이 알고 있는 데,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 아들에게 대한 배신감이 크게 다가왔다. 언제나 믿음으 로 신뢰를 구축했다고 여겼건만, 아들이 엄마를 믿지 못한 것이다. 참으로 통탄을 금치 못할 일이었다.

“정말로 없니?”

“ 없어요.”

자초지종을 알지 못했다면 꼼짝없이 속아 넘어갈 만큼, 정우는 완벽했다. 그러 나 진실을 알기에 김 여사에게 뻔뻔하게 다가왔다.

“실망이구나.”

“그렇군요.”

김 여사는 아들의 시큰둥한 대꾸에 큰 층격을 받았다. 이렇게까지 말을 하면 알 아서 토설을 해야 하건만, 끝까지 모른 척 하고 있었다.

반면 관전 중인 아버지와 동생은 감탄 을 금하지 못했다. 기세가 실린 김 여사의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우의 배짱에 찬사를 보냈다. 보통은 도둑이 제 발 저려 없는 죄도 실토하게 되건만, 정우의 완강 함은 배워둘 만했다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알고계셨잖아요.”

정우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 었다.

“금강문의 호법이라며.”

“예.”

“3억을 받는다며.”

“그런데요?”

확실히 보통의 엄마들과는 사고방식이 다르긴 하다 일반적으론 금강문의 호법이 라고 하면 위험하지 않느냐고 걱정을 하는 데, 연봉부터 거론하셨다. 한편으로 당연 하기는 했다. 정우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 다는 뜻이 되니까. 아들을 믿는 어머니의 굳건한 신뢰?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지만 돌아가는 정황은 그렇지가 않았다.

“어째서 엄마에게 말하지 않은 거니?”

“말해야 하나요?”

김 여사는 통탄했다. 그런 큰돈을 받으 면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니. 아들이 명절마다 꼬박꼬박 내놓은 세뱃돈이 티끌 처럼 다가왔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이었다. 예로부터 자식의 돈은 엄마가 관 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무분 별하게 썼다가 탕진하면 큰일이지 않은가.

나중에 목돈으로 돌려받을 수 있고, 아들 을 위한 엄마의 부지런한 노력과 숭고한 희생이었다.

“당연하지. 그 큰돈을 네가 어떻게 관 리를 해.”

“나름 잘 관리하고 있어요.”

어어 어디서 구라를!

도리도리!

김 여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들을 믿고 있지만 돈 관리를 잘할 거라고는 보지 않 았다. 저 나이 땐 쓰고 싶은 것이 무척이 나 많다. 수중에 돈이 있으면서 모으기는 커녕 다 써버리고 만다. 한두 푼도 아니고

3억이나 되는 돈을 개념 없이 쓰도록 놔 둘 수는 없다 이는 아들의 장래를 망치는 일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맡기라고 할 수 는 없다. 조목조목 따져가며 아들에게 돈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 줄 심산이다

“어떻게 관리하는데?”

“금강문의 총관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개인자산 프로그램을 추천하더라고요. 최 근에 출시된 인공지능 자신관리 프로그램 이라서 그런지 수익의 예측이 꽤나 정확하 던데요.”

김 여사는 순간 멍해 있었다. 자산의 축 적은 수입보다 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야 한다. 따라서 가계부를 꾸준히 작성해 왔다. 하루하루 쌓아 1달, 1년의 시간을 들여 수입과 지출의 효율적인 관리를 나 름 잘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한데, 아들의 입에서 모르는 단어와 수 식, 관리 프로그램이 거론되었다. 경영학 과를 나오지 않은 이상 알아듣기 힘든용 어의 나열이었다. 그러나 아들 앞에서 짧 은 지식을 드러내기에는 꺼내놓은 말들이 무안해진다

“주식을 아무나 하니. 자칫 잘못하다가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어. 길거리에 나앉은 노숙자들이 너보다 못해서 그렇게 된 줄 알아?”

“안전자산운용 프로그램이라, 크게 손 실은 발생하지 않아요. 혹, 손실이 발생하 더라도 포트폴리오를 세워 분산투자를 하 기에 전체 수익률은 큰 차이가 없어요.”

“포트폴리오, 그거 나도 알아. 계란은 여러 바구니에 담으라는 거잖아”

“맞아요. 투자대상의 경우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 재무제표를 꼼 꼼히 확인하고 있으니까 도박성 투자하고 는거리가 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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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세하게 파고들수록 김 여사는 아들

의 해박한 금융 지식에 실어증이 걸린 사 람처럼 입을 다물어야 했다. 걸고 넘어가 려고 해도 그녀의 지적 영역을 안드로메다 로 보내 버린 지 오래다. 물어보면 볼수록 본인의 자산운용이 주먹구구식 이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실상 가계부 내에서도 새는 현금이 곳곳에 있었다. 여 가 생활을 위한 친구들과의 담소는 계산 에 넣고 있지 않았다.

이쯤 되니 김 여사는 오기가 발동했다. 아들에게 엄마의 위대함을 가르쳐 주어야 만 한다. 아직은 엄마의 품이 필요한 나이 니까

“그래서 얼마나모았는데?”

분산투자고, 인공지능이고, 재무제표 고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를 모아 놨는지 가 중요했다. 지식을 자랑해도 돈을 모으 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개소리를 한 것이 된다.

김 여사는 상대가 비록 아들이지만 어 른으로서 승자이고 싶었다. 투자에 실패 했다면 엄마에게 맡기라고 종용할 것이다.

“2 천억이요.”

“거 봐, 2천만 원으로 뭘 할?…?”

엄마가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려 는 찰나, 방금 정우가 내뱉은 단어의 금전 적 표식이 잘못되었음을 복기했다 그럼에 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액수의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3억의 연봉을 10년 간 모으면 30억이 된다. 이것도 많이 모았 다고 볼 수 있다.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 야 가능한 액수였다

“방금 뭐라고 했니?”

“2천억밖에 못 모았어요.”

“?…밖에라고?”

“안전하게만 투자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김 여사는 아들의 돈에 대한 개념이 넘 사벽임을 체감해야 했다. 2천억을 고작이 리고 말하다니. 돈 만 원에 쩔쩔맸던 세월 이 야속하게 다가온다. 그렇다 해도 2천억 이란다. 이제 막 17살인 아들이 2천억을 모은 것이다. 아들이 금수저로 태어나 상 속을 받았다면 이해라도 하지, 자신과 남 편은 재벌이 아니었다. 현 시점에서 로또 를 맞아도 2천억의 갭은 컸다. 로또 되어 봐야 10억 내외였다. 그걸로 2천억을 모 으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대체 어떻게 투자를 했기에 2천억을 모을 수 있 는 건지, 도리어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멍!

김 여사는 한참동안망부석이 되어 있

었다, 아들 불러 놓고 그 앞에서 제사 지 내는 형국이다. 이는 아버지와 동생도 마 찬가지였다. 다들 2천억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현실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무던한 노력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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