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장 언니가 잘못했네 (1)
금강문의 이권과 영역이 확장되었다. 혹 호문이 괴멸되면서 분쟁 구역에 대한 권 한을 흡수했다. 그것만 해도 금강문에게 막대한 실익을 안겨주었다.
혹호문과 금강문의 분쟁 구역은 교차점 이 상당히 많았다. 각자 맡고 있는 구역의 절반 이상이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 와중 혹호문이 괴멸되면서 무주공산이 되 었고, 자연스럽게 금강문에 귀속되었다.
그러나 영역이 확장되었다고 무작정 환 영하지는 않았다. 혹호문의 멸문을 예상 하지 못했기에 대비가 미흡했다. 준비를 부랴부랴 하고 있었다.
-관계자 외출입금지.
금강문은 내부 회의 중이다
늘어난 구역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금강 문의 조직 개편이 시급했다. 구역이 넓어 진 만큼 인원을 보충하고, 이를 효과적으 로 관리할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 지금처 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문주 호법, 총관, 장로가 한자리에 모였 다
부들부들.
해결책을 모색하려 할수록, 김 총관의 머리 뚜껑에서 스팀이 올라오고 있었다. 답답함이 머리끝까지 차오른 상태다. 자신 이 나서지 않으면 진도가 아예 나가지 않 아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문주의 무식함 이야 예상을 하고 있지만, 장로들도 믿을 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 냥 탓할 수도 없다. 금강문의 무공을 익히 면 대부분이 근육 바보가 되고, 그 정점에 있는 자들이 문주와 장로들이다. 생긴 대 로 논다는 말이 이토록 와 닿는 문파는 여 간해선 없을 것이다.
“보다 확실하게 주장을 했어야지요.”
“늙은 너구리들 여럿이 있는데 무슨 말 을해!”
무문에선 몇 차례 더 회합을 가져야 했 다 혹호문의 사태를 수습하고, 흉수의 습 격에도 대비하기 위한 모종의 합의가 있었 다
“먹는 데만 정신이 팔리니까, 말을 못
하지!”
“김 총관 말 가려서 안 해?!”
“하긴, 당신은 식성을 가리지 않지! 좋 겠수다!”
“거 정말참는 데도한계가 있어!”
“참지 마 자르라고!”
김 총관의 말투에 평대와 존대가 뒤섞 일 때는 가만히 있는 편이 이로웠다.
장로들도 입을 닫은 채 얌전히 상황을 주시했다. 괜히 문주의 편을 들었다가는 한 달 급여가 깎여 나갈 수 있었다. 총관 이라면 그리하고도 남을 위인이며, 티가 나지 않도록꾸밀 능력이 되었다.
“무문에서 합의된 안건을 공문으로 보
내왔다고요. 그러게 좀 읽어보고 사인을 했어야지!”
“사태 해결이 날 때까지로 명시를 했다 고. 누가? 내가!”
공문에는 사태를 수습하고, 흉수를 찾 아낼 때까지로 단서조항을 달아 놓았다. 호극은 나름 생각을 하고 결정을 했기에 뿌듯함을 느꼈다. 이만하면 괜찮은 조건 이라는확신이 담긴 얼굴이다 이를 마주해야 하는 김 총관의 안면은 붉으락푸르락했다 .
“왜 그래? 이 정도면 잘한 거잖아”
“아! 진짜 때려치우던가 해야지. 이 나
이 먹고 내가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짓을하는 건지, 원!”
김 총관의 답답함을 정우는 이해했다.
확실히 그럴 만했다.
문주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수습이 언제 된답니까?”
“흉수만 찾으면 끝나는 문제잖아?”
“길드는 둘째 치고, 하북팽가라면서 요.”
“그게 뭐?”
흔적과 증거자료만 놓고 보면 하북팽가 가 유력했다. 하지만 유력할 분, 확실하다 고 단정 짓지 않았다. 무문연합이 세워지 면서 만장일치제를 첫 항목에 적어 놓았 다. 1개의 문파라도 승낙하지 않으면 의결 은 통과되지 않는다. 이번 일도 여러 가지 핑계를 대어 시간을 끌게 분명하다. 게다 가 하북팽가와의 마찰을 무문에서 원하 지 않는다. 중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만 들지 않으려고 할 텐데. 그럼 사태는 해결 되지 않은 채 시간만 잡아먹게 된다.
“정우야, 너 같으면 어떻게 할거 같으 냐?”
“시간을 질질 끌어 사사건건 훼방을 놓 을게 분명하겠죠.”
금강문이 흑호문의 영역 전부를 먹어
치우게 되면 서울과 부산을 제외하고 가 장 큰 힘을 갖게 된다. 이를 좋게 볼 문파 가 많지 않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힘을 약 화하고, 이권을 챙기기 위해서 적절한 타 협을 종용할 게 분명하다
“혹호문이 사라지고, 다른 6개의 문파 를 끌어들인 데다 하북팽가까지 나선다면 여러모로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김 총관의 논리 정연한 설명에도 문주 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애초에 문파의 세력 확장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종자였 으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건드리면 박살내 버리면 되는 거지, 뭐
가 걱정이야?”
“말이 쉽지, 그게 가능해?!”
일대일이면 또 몰라
자칫 조금이라도 꼬투리를 잡으면 6대 문파의 공적이 될 수 있었다. 그나마 금강 문이 흉수에서 제외되어 다행이지. 아니었 다면 진작 6대 문파가 합심해서 금강문을 쳤을 것이다. 무인은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고 하지만 실익 앞에 장사 없었다.
“아무리 잘나도 다구리엔 장사 없는 법 입니다!”
“싸워 보지 않으면 모르지. 요즘 들어
내가좀 많이 강해졌다고!”
“속 편한소리를 잘도 하네 하북팽가가 흉수가 아니면 길드일 가능성이 큰데 사 방에 적을 만들어 놓을 셈입니까!”
하북팽가가 확실해도 문제지만 아니라 고 해도 문제다. 혹시라도 길드가 관여했 다면, 문주의 해결 방식은 전혀 도움이 되 지 않는다. 연이어 사방팔방에 화를 키우 는 격이다.
은밀하게 움직였다는 점도 주목해야 했 다
“정우야, 네가 이 인간 좀 말려봐라”
“생각 없이 내뱉은 면이 없지 않아 있기
는 해도, 틀린 말은 아니죠.”
“너……마저!”
“도발하면 짓밟아 주면 됩니다.”
은연중 그나마 정상적인 판단을 해주리 라 기대했던 김 총관은 뒷목을 잡고 쓰러 질 뻔했다. 정우마저 이러면 문파에 희망 이 없다.
그나마 강현이 합리적인 지성을 갖춘 편이긴 한데, 영향력에서 문주와 정우를 따르지 못하고 있었다. 둘이 저러면 문파 는 언제, 어느 때 어찌 될지 장담하기 어려 웠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
진정 문파의 안위가 걱정이 돼서 저런
다면, 홀가분하게 내려놓으면 그만이다. 혹호문과의 분쟁 구역을 굳이 흡수하지 않아도 금강문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현재에 만족해서는 미래가 없 다는 사실을 김 총관이 가장 잘 알고 있 었다. 현상유지라는 말은 빛 좋은 개살구 에 불과하다, 실상은 도태였다. 모두가 나 아가고 있는 시점에 제자리를 유지해서는 문파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다.
“사태 수습에 관계없이 분쟁 구역을 공 고히 한다면 설령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 도 견뎌낼 수 있을 거예요.”
정우의 의견에 호극은 흐뭇해했다.
“역시내 사위.”
“아직 아니라니까요.”
김 총관도 수긍해야 했다. 현재로선 가 장 모범적인 답변이다. 이제와 무문연합의 합의된 내용을 걸고 넘어가 봐야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된다. 지나가 버린 과거에 연연해하기보다는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럼에도 답답함이 밀려오는 것은, 밝 혀지지 않은 흉수가 걸리기 때문이다. 흑 호문을 단시간에 괴멸시킬 세력은 많지 않았다. 등 뒤에 숨겨진 비수를 놔두고 일 을 진행해야 하기에 완벽주의자인 김 총 관의 가슴을 뜨끔하게 했다.
“총관님이 걱정하는 바는 알지만, 배제 하셔도 무방해요.”
“흑호문을 괴멸시킨 자들이다. 배제하 라니, 대체 뭘 믿고 장담을 하는 것이냐?”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정우의 태 도에 김 총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정우가 비록 금강문의 호법이기는 하나, 소속감 이 투절하다고 보긴 어렵다. 언제든 마음 에 들지 않으면 연을 끊어 버릴 녀석이다. 막말로 자기 일 아니라고 쉽게 말하는 것 같아서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왜냐하면 흉수는 이 자리에 있으니까
요.”
“.
김 총관은 말문이 닫혔다. 장로들도 어 리둥절해하는 기색이 완연하다. 흉수가 이 자리에 있다니, 다들 자동반사적으로 문주를 쳐다보았다.
마제 박영천과 불패금강 이호극의 감정 대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손속을 겨루지 않았을 뿐, 사사건건 마찰을 빗어 왔다.
“뭐야? 왜 날쳐다봐.”
문주는 가만히 있다가 날벼락을 맞고
말았다
“혹시?”
“그 시간에 난 여편네와 같이 있었다 고!”
김 총관과 장로들은 혹시나 하는 의심 을 했지만 곧 평정심을 찾았다. 문주가 비 록 대책 없이 저지르고 보는 기분파이기 는 하나, 단신으로 흑호문을 칠 정도로 무 모하진 않았다.
“정우야, 지금은 농담할 때가 아니구 나.”
“누가 문주님이라고 했나요? 여기 있다
고만했지.”
“말장난을 하자는 것이냐!”
“그럴 리가요. 답은 이미 나왔는데.”
“답이 나왔다고? 문주가 아니고서야 이 자리에서 그런 미친 짓을 누가?…?”
예전부터 문주는 미친놈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또라이 짓을 버젓이 저 지르고 다녔다. 하지만 그가 아닌 이상 쌍 벽을 이룰 만한 미친놈은 한 사람뿐이다.
7살에 금강문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 고, 현재의 금강문을 만들어 놓은 녀석.
“설마?”
“ 헤헤.”
정우의 천진한 미소에 김 총관과 장로
들은 소름이 돋았다. 다른 이가 말했다면 면전에서 부정해 버리면 그만이나, 정우라 면 얘기가 달라진다. 7살에 전투력에선 문 주를 넘어섰다 이후로 얼마나 강해졌는지 짐작이 되지도 않는다 각성된 속성의 등급은 고려 대상이 아 니다. 무공만으로도 정우는 한국에서 상 대할 자가 많지 않을 것이다. 장로들도 한 꺼번에 덤볐다가, 전원 튕겨져 나가곤 했 었다. 그것도 몇 년 전이었다. 작금의 정우 는 대적할 자가 많지 않은 괴물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 한국에서 탄생한 불세출의 괴물이다.
그렇다 해도 8대 무문의 한 축이었던 혹호문이다
“정말이냐?”
“제가혹호문을 박살냈어요.”
허세라고 하기에는 정우의 태도가 지나 치게 담담했다. 혹호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 분명하다
“혹금단을 동원했느냐?”
“예.”
문주와 총관, 장로들은 혹금단을 다시 봐야 했다. 금강문의 호방함과는 거리가 먼 동네 양아치들을 긁어모았기에 큰 기 대를 하지는 않았다. 무공을 배웠다 해도 양아치의 본성이 어디 가지 않는다고 생각 했다. 하지만 혹호문을 단시간에 전멸시켰 다면 결코 만만히 봐선 안 될 전력이었다.
“어째서냐?”
“제 동생을 납치하려고 했거든요.” 그때의 일이 상기되었는지 정우의 분위 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