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반전의 반전 (3)
‘이런 무식한 짓을!’
기가 차다 못해 허탈함이 밀려왔다. 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한들, 공력은 시간의 작품이다 세월을 뛰어넘어 도 한계가 뚜렷하건만, 이건 정도가 지나 쳤다. 놈의 공력이 자신을 상회하다 못해 거대한 벽처럼 다가왔다.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공력의 한계를 벗 어난 공령지체가 아니고서야 정우의 만행은 시작에 불과했다.
박영천의 논리적인 사고력을 여지없이 흔들어 놓았다.
“솔직히 말해서 위치는 모르겠어, 그러 니 별수 있어? 이제부터 무작정 날릴 거 야 알아서 피해라”
사전경고 방송과 동시에 정우의 칼이 사방으로 뿌려졌다. 무작정 뿌린다고 만만 히 봐선 안 되었다. 심도(心刀)의 영역에 올 라서 있었다. 육방으로 미친 듯이 심도를 뿌렸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사생결단의 무지막 지한 패도의 극이었다. 미친개는 건드리지 말라는 속설이 있듯, 정우는 건드려선 안 되는 존재였다.
슈아아아앙!
꽈아아아앙!
보이지 않는 장막을 향한 정우의 닥치 고 필살기의 향연이었다. 맞든지 맞지 않 든지 상관하지 않는. 공력을 전부 소모할 때까지 미친 듯이 공격하고, 또 공격한다.
“저…… 미친놈!”
“도?…망쳐!”
강력한 패도가 실린 도강에 혹호문은 잘게 잘게 부서지고 있었다 범주에 속한 무인들은 베어나가며 고 깃덩어리가 되었다. 이는 혹호대도 마찬가 지였다. 충분히 거리를 벌렸음에도, 여전 히 영역 안에 있었다. 미친놈한테 물리면 약도 없다고 하더니, 그 말 틀리지 않았다. 하물며 절대고수가 미치면 피바다는 필연 이었다.
크아악!
사방팔방에서 선혈이 난무하고, 울부 짖는 비명이 토해졌다.
3명의 빈객은스치듯이 날아온무형도
강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전력을 다해 부 딪친 결과 30m를 튕겨져 나가야 했다.
쿨럭!
폐부를 관통하여 올라오는 핏물을 겨 우 진정시켰다. 정통으로 맞은 것도 아니 고, 빗맞았을 뿐이다 각을 재고 밀어내려 다가 되레 휩쓸릴 뻔했다. 단순히 강력한 힘을 동반한 강기가 아니라 응집력과 파괴 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옆에서 보는 것과 달리 체감하면 할수록 차원을 달리했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3공자! 감탄할 때가 아닙니다, 거리를
더 벌려야합니다!”
“이런 젠장!”
대륙에서도 저런 상종 못 할 괴물은 좀 처럼 보기 힘들다.
3공자는 반도의 소국을 잘못 판단했음 을 인정해야 했다. 자신이 닿지 못한 공간 에 있었다 게다가 이 말도 안 되는 무대뽀 는 뭐란 말인가?
한국 특전사의 구호가 안 되면 되게 하 라 라지만 이건 정도가 지나치다
‘대공자에 필적한다!’
‘어쩌면 그이상일지도.’
필사적으로 거리를 벌리며, 방어에 급
급한 박영천.
무너져 내리는 문파를 멀뚱히 지켜봐야 했다. 암천에 걸리면 조급함을 이기지 못 해 폭주하다 지쳐 버린다. 놈도 다르지 않 았다.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폭주했다. 하 지만 간과한 점이 있었다. 놈이 날리는 무 형도강이 상식을 불허했다. 사방으로 부려 대는 도강의 폭우에 문파가 폭삭 가라앉 고 있었다. 이건 이겨도 이겼다고 하기 힘 들다. 게다가 지치지 않는 무한 배터리도 아니고, 파워를 더욱 늘리고 있었다.
오싹!
상식을 가뿐히 초월하는 무지막지함. 자신조차도 제대로 막지 못하면 잘려 나 갈 판국이었다. 수하들을 챙길 여유 따위 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도 대화를 잃지 않는 정우다. 흥이 많아도 너무 많다. 전투를 즐기는 사 나이다운 배포다.
“어이, 죽었냐? 보이지 않아서 모르겠 다 죽었으면 죽었다고 말을 해라”
박영천은 울화가 치밀었다.
유리한 상황이면 또 몰라. 이놈이 갇혀 있는 주제에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 같았 다. 그렇다고 부정할 수도 없다. 그럼 암천 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제 스스루. 능력을 깎아 먹는 짓이었다. 이 것도, 저것도화병을 부추겼다
“뭐 이런 게 다 있지? 안 보여도, 너무 안보여.”
다급함과는 거리가 먼 쾌활한 말투, 박 영천의 심기를 무지하게 괴롭혔다. 절망적 인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 좋아 보이기는커녕 얄밉기까지 했다.
저 지랄 맞은 주둥이를 닫자고, 무형검 강을 연이어 사용하기도 벅찼다. 놈의 호 신강기에 부딪칠 때마다 기혈이 진탕되었 다. 찰나에 반진력을 역으로 되돌리는 수 법을 사용했다. 위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 어, 섣불리 무형검강을 펼쳤다가 도리어 당할수도 있었다.
그래서 더 억장이 무너진다
“이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이!”
갇혀 있는 주제에 자신보다 더 여유로 웠다. 차라리 전력 고갈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허장성세면 이해를 하겠는데,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박영천의 자존심을 지속적으로 긁어댔다.
“이놈의 어둠, 언제 사라지는 거야? 속 성이 되게 기네!”
순간 박영천은 뜨끔했다.
그의 유니크 등급은 8급이다. 일반적인
기준이라면 속성력의 소모가 크지는 않았 다. 하지만 지금은 잠깐의 방심도 위험했 다. 마구잡이로 무형도강을 뿌리는 듯 보 여도, 실상 그렇게 만만히 볼 수도 없다. 사각을 배제하고, 공격을 억제했다. 자신 의 공격을 예측한 공수의 합일이 이루어 져 있었다. 오감을 벗어나 초감각의 영역 인, 육감이 예리했다. 가벼운 주둥이는 허 세를 담지만 실력은 무시 못 할 영역이다.
“쪼까, 목이 타네. 공력이 줄어 드려나.” 미세한 비틀거림.
무작정 무형도강을 부리던 정우가 흔들
렸다.
‘그럼 그렇지.’
박영천은 그제야 정우가 공력이 줄어들 기 시작했다고 판단했다. 제 아무리 대단 한 놈이라도, 무형도강을 이토록 무식하 게 뿌려대고 멀쩡하긴 어렵다. 틈이 보?여 야정상이다.
“징그러운 놈 곧 최후를 장식해 주마!”
암천혈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검에 전달했다.
차작!
흑호살검의 최후 초식, 혹호멸살참(黑虎 滅殺抑을 펼쳐냈다. 분노한 혹호가 무차별 한 살육을 그렸다. 궤적은 중요하지 않았 다. 집중된 무형검강이 공간을 차단해 버 린다. 설령 막는다 해도 타격을 받게 될 것 이다.
슈아아앙
어둠을 머금어 더욱 강화한 암천혈공 의 강기.
주변의 어둠이 나선을 그리며 위력을 더했다. 암천이 동조해 혹호멸살참의 시야 를가렸다.
꽈아아앙!
무차별 난사하던 정우의 호신강기와 충 돌했다. 격렬한 파장이 어둠을 뒤흔들며, 휘몰아쳤다. 가늠하기 어려운 격돌의 현 장이었다.
소요가 가라앉기 전.
휘청!
놀랍게도 비틀거리며 물러선 상대는 박 영천이었다. 파고들어 오는 반진력이 여전 히 내부를 휘감아돌며 진탕시켰다 콰득!
크게 허리를 폈던 박영천이 내부를 진 탕시키는 공력전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안 간힘을 썼다. 암천혈공으로 공력을 분산, 장력으로 분출하고 나서야 진기가 안정을 찾아갔다.
“치……졸한 짓을 하다니!”
아무렇지 않으면서, 위태로운 척했다는 사실이 박영천의 억장을 무너뜨렸다. 놈의 간계에 홀라당 넘어갔던 것이다. 본인이 똑똑하다고 자부한 만큼, 화는 더 팽창되 었다.
“위장도 전술이잖아 속은 놈이 병신이 지.”
“결코 편히 죽이지 않겠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이런 짓을 했는 데 편히 죽이면 그게 더 이상하잖아”
“네놈도 충격을 받았을 터, 언제까지 버 티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는 너는? 이 어둠이 걷히면 그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박영천은 속이 탔다. 속성력의 소모가 어마어마했다. 이대로 가면 누가 더 우위 에 있다 자신하기 어렵다. 내공의 한계가 측정이 되지 않기에 애가 탈수밖에 없다.
다급함이 극에 이를 시점에 박영천의 안광이 차갑게 빛났다. 수가 남아 있는 자 만이 가질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어쩔수 없지.’
가급적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으나, 암천 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를 상기하자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인정하기 싫어도 놈의 전투력이 한 수 위다. 속성을 활용해 야만승산이 있었다
결심을 굳힌 박영천은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흔들
정우는 시야를 차단하는 암천의 흐름 이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방금까지만 해 도 견고한 형태였건만, 빈틈이 보인다
‘이렇게 나오신다?’
박영천은 범의 기세와 여우의 두뇌를 지닌 자다. 섣불리 패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수를 펼쳤다면 속성의 소모가 크다는 의미가 된다. 무공과 무공의 대결 이 된다면 결과는 뻔했다.
스륵!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공간에 흐릿 한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기감에도 잡 히고 있었다 정우는 무차별적으로 난사하 지 않았다 신중히 흐름을 읽은 후에 반응 했다. 뻗어오는 무형검강을 쳐내면서 박영 천을 향해 무형도강을 휘둘렀다.
채애앵!
쇠의 부딪침이 들렸다.
암천이 흔들렸다 제자리를 찾았기에 정 우는 더 나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 으로도 충분히 효과는 봤다. 암천이 흔들 리는 타이밍을 계산해 연이어 무형도강을 뿌리며 승기를 잡아갔다.
“끝이야.”
정우는 재차 확인한 후, 전생에 공력을 실었다. 베어야겠다는 의지가 극에 이르 며, 공간을 절단해 버렸다. 암천이라도 소 용이 없다. 베어낸 공간이 제자리를 찾아 가지 않는다. 혼이 실린 베기는 만상의 무 엇이라도 벨 수 있었다.
크윽!
거대한 압력이 발생, 박영천을 옥죄였 다. 도저히 빠져나가지 못할 그물망이다. 암천혈공의 극의를 폭발시켜야 했다.
푸아아아앙!
천지사방을 뒤흔드는 거대한 폭풍이 원을 그리며 퍼져 나갔다. 반경 100m 이 내가 영역에 포함이 되었다. 거죽이 견디 지 못하고 벗겨져 나가고, 건물은 그 형태 를 유지하지 못한 채 가루로 화했다.
처적!
후퐁풍이 지나갔을 때 박영천은 무릎 을 꿇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때마 다 핏물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 분출되었 다 한데.
“크크크크, 걸려들었구나.”
패색이 짙은 박영천의 형편과는 어울리
지 않는 득의 가득한 미소였다.
어찌 된 연유일까?
까닭은 곧 밝혀졌다.
암천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까지 속성을 시전해 공간을 가로막았다. 단순히 오감을 차단하지 않고, 기감을 열 어 인기척으로 분산시켰다. 자신을 위주로 마지막 일격을 가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정우가 보여 왔던 허허실실의 계책을 역으 로이용했다 윽
정우의 등 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사 내가 있었다. 그는 어둠을 뚫고 들어와 정 우의 사각을 점하고 목을 잡아챘다. 암천 속에서도 견고한 방어를 해 왔던 정우의 제공권을 무용지물로 만든 것이다. 실로 놀라운 은영술이었다.
“크크크크, 아버지를 궁지에 몰다니, 대 단하구나!”
오랫동안 해를 보지 않은 창백한 낯빛 에 서릿발처럼 차가운 안광 혹호문의 대공자 박기철.
그가 지금까지 숨어 있다가 박영천의 명을 받고 암천을 활용했다. 만약을 위해 서 귀식대법과 기진까지 사용했었다. 부자 의 연수가 돋보이는 암수였다.
두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웠던 박영 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찢겨졌던 피 부는 어느새 원래의 상태로 돌아와 있었 다. 그의 또 다른 속성, 재생이었다. 시간 만 주어진다면 어떤 상태에서도 완전 재생 이 가능했다. 체력 역시도 빠르게 차오르 고 있었다.
“잘난 체를한 대가를 확실하게 치르게 주마.”
“강탈…능력.”
정우는 자신의 속성이 빨려 들어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체내에 남아 있는 마나 가 마치 밑이 깨진 둑처럼 새어 나가고 있 었다.
속성을 빨아들이는 자는 박기 철이었다.
“한?…방 먹었네.”
“곧 네놈의 모든 것은 내 아들의 거름이 될 것이다! 크하하하하!”
정우의 속성을 빨아들이던 박기철은 의아함을 느꼈다. 속성력이 예상보다 적었 다. 많아 봤자 4급을 넘지 않는다. 아버지 를 밀어 붙이고, 공력을 끊임없이 소모해 도 바닥을 보이지 않기에 속성이 무한공 력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공력은 놈의 순수한 능력이다.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동생과 같은 나이에 자신을 넘어서고 있었 다
“상관없다! 네놈의 공력도 다 내 것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