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50화 (50/500)

제 2장 반전의 반전 ⑵

박영천은 주변을 살폈다. 적호대와 청 호대가 괴멸 지경에 처한 이유를 방금 공 방으로 깨달았다. 만만치 않은 정도가 아 니라 아주 위험한 상대였다. 그래서 답답 하다. 놈의 얼굴이 눈에 익지 않았다. 무 문, 길드, 연합의 간부와는 거리가 멀다.

누가 이런 위험한 병기를 키워 냈을까? 의 문이 들었다. 한데 놈은 마치 기호를 알고 있는 듯이 농락했다.

‘아들과관련이 있다는건가?’

기호와 연이 있는 경우라면, 학교에서 마찰을 빗었다는 그 애송이뿐이다. 정황 상 인과는 확실한데, 말도 안 되는 전투력 이 인과를 부정했었다.

“설마?”

“맞아”

정우는 부정하지 않았다. 확인 사살까 지 시켜주는 뜻하지 않은 친절을 베풀었 다 나름 선을 지킨 ‘알고는 뒈져라’라는 의 미다.

박영천은 실소했다. 아들이 학교에서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해서, 뒷조사를 시 켰다.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잠재 등급도 3급에 미치지 않은쓰레기였다. 별것도 아 닌 쓰레기에게 아들이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울화가 치밀기까지 했다.

한데, 쓰레기의 동생이 의뢰인의 조건 에 딱 맞았다. 생각지도 못한 보물을 발견 한 것이다. 해서 흑영단을 동원해 동생을 잡아오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놈은 이제 고작 17살의 애송 이란뜻이 된다.

“개소리를 잘도 늘어놓는구나.”

“강요는 하지 않아”

“험한 꼴을 당하고도 헛소리를 지껄일 수 있다면 칭찬해 주마”

“됐고, 같잖은 폼 그만 잡고 덤벼.”

말꼬리를 잡아 오래도록 시간을 잡아먹 고 있었다 누가 능구렁이 아니랄까 봐, 말 하는 도중에 암수를 썼다.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실력보다 잔꾀가 늘고 있었다. 원거리 에서 장법을 날려 시선을 분산, 교란시키 고틈을 노렸다.

휘익!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곧 실체가 드러났다

혹영대주 공손형이 자리하고 있었다.

“부러운 속성이네.”

공손형의 속성은 투명화다. 인체를 반 사시키는 투명화와는 다르다. 환경에 따라 동화가 가능하다. 환경에 적응한 카멜레 온 같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기척을 숨기 는 능력을 특화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암 살자였다.

박영천이 날렸던 굉천장은 공손형의 암

수를 위한 위장 전술이었다. 진심을 다한 분노마저도 이용할 줄 알았다. 까다로운 상대임은 분명하다 바동바동

살려고 발버둥치는 공손형의 눈이 말하 고 있었다

어째서?

하지만 실패는 당연했다.

정우는 공간을 주시하고 있었다. 박영 천과 대립하고 있는 중에도 주변의 움직임 을 읽었다. 흐름 속에 공손형이 사라졌음 을 파악하고 있었다. 반경 5m 내외로 무 형의 거미줄을 깔아 놓고 흔들림을 강제 로 만들어내었다. 거미줄보다 미약한 흐름 이기는 하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득!

시간을 주진 않았다. 암수를 쓴 대가 는 명확했다. 공손형의 목이 기이하게 꺾 이고, 한 바퀴를 돌았다. 제자리로 돌아와 고정이 되기는 했지만, 영혼은 육체를 벗 어났다. 안타깝게도 공손형은 닭 모가지 가아니었다.

“어릴 때는좋았겠어.”

남성설문조사 결과, 투명인간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것 1등이 여탕 엿보기란 다. 한창 성욕이 왕성할 때라면 충분히 부 러운 능력이기는 했다. 그래서 그런지 몰 라도 공손형은 나이보다 늙어 보였다.

“흑호문답다고 해야하나.”

암수밖에 쓸 줄 모른다는 신랄한 비난.

박영천은 혹호대주의 죽음보다 수가 읽 혔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놈의 손바닥 안 에서 놀아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어지간 하면 전력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편이 이득이다. 능력을 과신하는 것은 어리석 은 짓이다. 그러나 인내심의 범위를 벗어 났다. 압도적인 힘으로 놈을 단죄하지 않 으면 혹호문은 한국에서 얼굴을 들고 다 니지 못한다

“날 화나게 한 대가를 반드시 치러주 마”

“좀 전에는 아니었던 모양이야.”

누가 들으면 봐주면서 싸운 줄 오해할 만한 발언이었다.

“끝까지 잘난 체를 하는구나.”

“말은 똑바로 해야지. 잘난 체가 아니라 잘난 거야”

박영천은 가면을 벗었다. 분노를 겉으 로 드러냈던 좀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한층 무겁고, 강력한 위압감이 뿜어졌다.

처저저적!

정우와 박영천의 제공권이 부딪치자 격

렬한 파장을 일으켰다. 마치 칼날과 칼날 이 맞부딪치는 것처럼. 둘을 제외하고 누 구도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장악했다. 범위에 속했던 무인들은 고깃덩어리가 되 어 잘려나갔다.

빈객과 혹호대는 재빨리 사정권 밖으로 물러나야 했다.

‘꽤 하네.’

정우는 물러서지 않고 대적해 오는 박 영천의 공력이 만만치 않음을 실감했다. 과거에도 이만한 강자는 흔치 않았다. 천 기개문 이후로 속속 등장했던 절대강자에 비견되었다. 게다가 실력을 감추는 여우 같은 노련함까지 갖추었다.

‘하긴 일문의 문주라면 이쯤은 해야지.’

살을 저미는 살기의 향연, 숨죽이고 있 던 정우의 본성을 깨우고 있었다. 죽고, 죽 이는 전장이야말로 정우에게는 편안한 휴 식처와 같았다. 한마디로 그동안 성질 많 이 죽이고 살았던 것이다: 이 좋은 기분을 만끽하지 못해서 목이 말랐었다. 무작정 억누른다고 답은 아니었다. 쌓이면 언젠가 는 폭발하기 마련이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라도, 명분을 만들어 놓기로 다짐 했다.

“건방진!”

정우가 웃고 있다는 것을 느낀 박영천 은 마제의 본성을 드러냈다. 감추고 있었 던 공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발현되었 다. 마법으로 감추어져 있었던 특수 제작 된 검을 꺼내들었다 검신에서 손잡이까지 검게 칠해져 있어 섬뜩함이 한층 강렬했 다 슈슈슈슉!

나아간 쾌검(快劍)이 공간을 가득 메워 만검(萬劍)이 되었다.

쾌에 변(變)과 환(幻)이 더해진 결과다. 극강의 쾌검은 변화를 하지 않는다고 하 는데, 경이로운 검형이었다. 한데, 그분이 아니다. 만검의 변화는 공간의 미혹에 그 치지 않고, 진체를 담았다. 만검에 살의가 담겨 실(實)과허(虛)의 경계가사라졌다.

“ 일검만변(?劍萬變)!”

빈객 중 중년인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 져 나왔다. 검으로서 절대의 경지에 이르 지 않고서는 감히 시전조차 하기 힘든 극 의다. 마제라 불린다 해도 변방의 무인이 다. 3공자를 만류하긴 했지만 한편으로 경 시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보여 주는 검형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3 공자도 이때만큼은 경악을 담지 않을 수 없었다. 장로가 만류하지 않았다면 흐된 경험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일로일도, 찾아가는 서비스.”

정우의 도집에서 벗어난 전생이 역린을 드러냈다. 이어서 펼쳐낸 도의 극의는 검 형을 마주했다. 일도에 만변의 진체를 심 었다 진심을 담은 일도가 만도로 화했다.

퍼퍼퍼퍼펑!

검형과 도형이 격돌하며 파장을 일으켰 다

만검(萬劍)에 만도(萬刀).

단단한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바닥이 생 거죽처럼 돋아나며 창처럼 솟구치고, 영역에 닿은 건물이 속수무책으로 잘려나 가고 있었다.

만검을 전부 다 받아쳤다 뒤늦게 출수 한 도가 공간을 장악한 검을 막아낸 형국, 완벽한 후발제인(後發制人)이었다. 실로 경 이로운 광경이 연출되었다 그것도 잠시 격돌은 시작에 불과했다

투꽈꽈광

눈으로 쫓기도 힘든 충돌이 일어났다. 거리의 제한이 사라져 버렸다. 혹호문 전 체가 정우와 박영천의 공간이 되었다 파아아앙!

중구난방의 결전으로 인해 피해를 보 는 것은 경지에 이르지 못한 자들이다. 그 들도 나름 강자로 인식되었지만, 이 순간 양민에 불과했다.

정우와 박영천은 주변 따윈 상관하지 않았다.

“꽤 하는데.”

정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홍이 돋았 는지 즐기고 있었다. 동생을 걱정하는 오 빠라기에는 살육의 광기에 젖어든 핏빛 도 기로 무장했다

“죽어랏! 혹호의 포효!”

검에서 뻗어 나왔다고는 믿기 힘든 검 형, 그물처럼 펼쳐진 검기가 호랑이를 형성 했다.

크어어엉!

포효하는 호랑이가 정우를 가로막았 다. 보법으로 사각을 점했을 때 발휘되었 기에 시간차가 분명해 보인다.

“그림 그리기는.”

검기로 그린다 한들,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정우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해도 어설퍼 보였다 검이든 도든 결과적으로 베어야만 하는 살육의 병기일 분이다. 현란함에 치 우쳐 근본을 잃어버린다면 병기라 할 수 없다.

하나 절대의 경지에 든 박영천이 검의

기본을 모를까.

“맘껏 비웃어라 암천!”

정우의 전생이 뻗어 나가려는 찰나.

장막이 덮쳐왔다.

스와악!

빛과 어둠이 교차하던 공간이 완전한 어둠으로 변했다. 일반적인 어둠과는 거리 가 멀다. 소리, 향 체온 바람 만물이 차단 된 어둠의 무저갱이었다.

일정한 공간, 즉 정우와 박영천을 중심 으로 어둠이 자리했다.

“이런!”

방향을 잡고 전생을 휘둘렀지만, 감각

에 잡히지 않는다. 어둠은 오감은 물론 육 감마저도 통제했다. 이것이 박영천의 속성 으로, 어둠을 제 맘대로 운용할 수 있었 다. 또한 암천혈공을 운영하여 어둠을 빨 아들인다. 어둠 안에서는 무적의 포스를 자랑했다.

쿠아아앙!

완전한 사각 그 안에서 뻗어 나오는 검 기는 전과 확연히 달랐다. 속도와 위력이 몇 배는 더 빨라졌다. 스치고 지나갈 때마 다 정우는 힘겹게 막아서야 했다.

“어둠을 공간에 퍼뜨려 결계를 형성했

구나:’

“안다해도 소용없다!”

정우를 궁지에 몬 박영천이지만, 속내 는 편치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느 껴지지도 않는 공간에서 빈틈을 막아내 고 있었다. 위기의 순간 보이는 반응속도 는 상상을 초월했다. 자신이라도 무허무각 (無虛無角)의 암천에 갇히면 저리 움직일 수 있다자신하기 어렵다.

‘이런 괴물은 대체 누가 만들었단 말인 가?,

일로만검을 후발제인으로 막아낼 때부 터 범상치 않다고 봤지만, 그 이후는 더욱 놀라웠다. 고작 17살의 나이에 자신에 필 적하는 존재,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지금도 이럴진대, 후일은 어찌 될지 소름 이 돋는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실력을 과신해 홀로 들어온 것이 오히 려 기회였다. 만개하기 전에 제압한다면, 아니 저 힘을손에 넣을수 있다면한반도 를 넘어서 대륙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천의 눈빛에 탐욕이 출렁거린다

‘까다로운속성이네.’

암천이 현천의 흐름을 잠식하고 있었다. 현재로선 무각에서 치고 들어오는 공격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속성을 예측하고 끌어내기 위해서 빈틈을 보였는데, 역으 로 한 방 제대로 먹었다

‘어디.’

이럴 때일수록 조급해선 안 된다. 당장 의 피해에 서두르면 낭패를 면치 못한다 현천안을 개방해 암천의 흐름을 읽었 다. 생소한 속성이라 당장은 파훼가 어렵 다. 어둠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분석하 고, 이해해야한다.

암천과 현천은 같은 어둠을 잇고 있었 다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것이 더 짙은 어둠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결과를 알면 재미없지.’

도기가 강기를 뛰어넘어 무형도강으로 변했다. 일방적인 흐름을 끊어내려면 예측 하기 어려운 수를 내야 하는 법.

정우는 정석과 변칙을 섞었다.

“부질없는 짓이다”

“ 거기냐.”

정우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반격을 가했다.

어둠을 뚫고 날아간 무형도강은 흉험했 다. 공기마저 잘라내는 예리함을 지녔다.

그럼에도 박영천은 여유가 있었다. 왜 냐? 전혀 다른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목소 리를 듣고, 반격을 가한 시도는 좋았으나 예측 가능한 범위다. 단순히 오감을 차단 한다고만 생각했다면 명백한 오판이다.

“오감을 제멋대로 조정하잖。E”

정우의 반격 공간에서 박영천은 한참이 나 벗어나 있었다. 마제의 의지가 어둠을 통제하며 소리를 열기도, 닫기도, 퍼뜨리 기도한다.

‘문주하고는 상극이네.’

힘을 빼기도 전에 멧돼지처럼 달려드는 이호극은 박영천과 같은 상대를 만나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박영천은 세간의 소 문과 달리 치고 빠지는 데 일가견이 있었 다. 끝까지 전력을 감추면서, 방심하지 않 는자다.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오른단 말이야.”

정우도 이호극의 호전성에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다. 못지않게 호전적인 성향이 었다. 부부가 평생을 하려면 3년을 잘 버 텨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무려 10년이었 다 유유상종, 끼리끼리라는 말이 괜히 나 오지 않았다.

정우는 시간을 끌지 않고 공력을 끌어 올렸다

우웅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진력이 끊임없이 순환, 가속, 팽창되었다 차오른 기운의 파 장이 공간을 흔들어 놓았다. 기의 방벽이 형성되자 치고 들어오는 박영천의 무형검 강을 차단해 버렸다.

꽈아앙! 쿠아앙!

연이은 폭음에도 정우는 흔들리지 않 았다. 조금 전까지의 열세가 거짓말처럼. 육감을 차단한 암천의 흐름을 호신강기로 차단해 버린 것이다.

올 테면 와 봐라 다 부셔줄 테니.

기세가 어마어마하다.

크윽!

회심의 수를 부렸던 박영천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조금 전까지가 거친 암반이었다면 지금은 금성철벽이었다. 그 런 철벽을 검 한 자루로 두드린 격이다. 층 격이 고스란히 되돌아와 암천혈공을 흔들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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