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9화 (49/500)

박영천은 문을 박차고 나갔다. 어떤 놈 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존심에 상처 를 받은 만큼,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 줄뿐이다 제 2장 반전의 반전 (1)

부르르르!

현장에 도착한 박영천은 기가 찬 광경 을 목도해야 했다. 사방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 겁에 질려 떨고 있는 무인들이 눈 에 들어왔다. 코를 찌르는 비릿한 혈향이 공간 전체를 도배해 놓았다.

하나, 그의 눈을 집중시키는 요인은 따 로 있었다. 이 모든 만행의 근원, 직접 보 기 전까지는 설마 했었다. 일어날 수도, 일 어나서도 안 되는 현실을 마주한 것이다.

침입入}는 1명이다.

단신으로 혹호문의 정문을 부수고 들 어와 수백의 무인을 도륙하고, 녹여냈다. 문도의 허무한 죽음보다, 간단히 본문의 심장을 뚫고 들어왔다는 사실이 분노를 더욱 부추겼다. 살아생전 이토록 자존심 이 상하는 경우는 단연코 처음이다. 작금 의 명성을 쌓아 올리기 위해 노력했던 세 월이 부정당한 것이다.

“늦었네 난 또 더 죽여야 나오는 줄 알 았지 뭐야”

습격자의 면박이 박영천의 고막을 파고 들어왔다.

왜 이제야 나오느냐는 질책이다. 너 때 문에 수백의 애꿎은 수하들이 죽었다는, 다분히 고의적인 면박이다. 게다가 저 아 무렇지 않은 듯 내 안방처럼 편안하고 건 방진 자세는 분노를 부추기기에 차고 넘쳤 다

“아차, 실수. 어차피 다 죽일 거니까, 희 망은 갖지 마. 나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니 하는 말도 재수 없는 놈의 표본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나이는 많아 봐야 20을 갓 넘었을 정 도다. 유니크라 해도 전문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어야 할 햇병아리가 혹호문 역사상 최악의 치명상을 입혔다. 하도 어처구니없 다 보니 손을 써야 한다는 생각마저 잊고 말았다.

불난 데 기름을 붓는 상황은 이어졌다. 빈객으로 와 있었던 자들이 나타났다. 그 들에게는 보여줘선 안 되는 장면이다. 빠 른 시간 안에 정리를 해도 모자랄 판국에 본문의 무력대가 무기력하게 당하는 꼴을 보여주었다.

“본 세가가 흑호문을 너무 과대평가한 모양이야.”

빈정거리는 투의 사내, 강인한 인상에 상당한 거구다. 그는 이 상황을 재미난 구 경거리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수백의 무인 이 죽었음에도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그 저 능력되지 않은 자와 손을 잡은 것이 불 쾌한 모양새다.

빠득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얄미운 법. 문파의 귀한 손님이라고 해도, 선을 넘어서는 안 되었다.

스윽!

낮게 가라앉은 박영천의 시선이 사내를 관통했다.

오싹

그건 정제된 살기다.

“말을 삼가지 않으면, 손님이라도 험한 꼴을 보게 될 거다.”

박영천의 사나운 기세에 거구의 사내는 더 말하지 못하고 한 걸음 물러서고 말았 다. 그것이 못내 자존심이 상했다. 소국의 문주 따위가 감히 자신을 욕보이고 있었 다. 자신은 대국의 세가를 책임질 고귀한 직계혈통이었다.

“3공자, 그만하십시오.”

“하지만 이자가 나에게 살기를 보냈다 고!”

“가문의 대업을 그르치실 작정이십니 까.”

사내가 나서려는 것을 두 중년인이 만류 했다. 여기는 세가가 아니다. 게다가 상대 는 자존심이 심하게 상한 상태다. 눈빛에 서린 차가운 살의와 무형의 기세는 예사 롭지 않았다. 선을 넘지 말라는 일종의 경 고다. 당장의 자존심과 체면을 따지려 하 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었다.

‘역시 만만히 봐선 안 될 자구나:

박영천은 일문의 문주다. 그의 패도는 한순간이지만, 자신들을 압도했다. 저런 자는 대국에도 많지 않았다. 3공자가 세 가의 진전을 이어받은 무인이라 하나, 반 도의 마제로 불리는 자와 대적하기에는 아 직 어리다. 예로부터 사자는 노쇠해도 건 드리지 말라 했다. 게다가 상처받은 맹수 는 어떤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작당 모의가 잘 안되나 봐.”

정우가 끼어들었다.

박영천과 사내의 불협화음을 조롱하는 투였다. 그 일련의 상황을 즐기는 듯해서

‘역시 만만히 봐선 안 될 자구나:

박영천은 일문의 문주다. 그의 패도는 한순간이지만, 자신들을 압도했다. 저런 자는 대국에도 많지 않았다. 3공자가 세 가의 진전을 이어받은 무인이라 하나, 반 도의 마제로 불리는 자와 대적하기에는 아 직 어리다. 예로부터 사자는 노쇠해도 건 드리지 말라 했다. 게다가 상처받은 맹수 는 어떤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작당 모의가 잘 안되나 봐.”

정우가 끼어들었다.

박영천과 사내의 불협화음을 조롱하는 투였다. 그 일련의 상황을 즐기는 듯해서 이 주저앉는 이유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박영천도 굳이 말을 가리지 않았다. 이 지경이 된 마당에 감추고 있을 이유도 없 었다.

“잘 아는구나?”

“하고 싶으면 해. 살아나갈 수 있다면 말이지.”

무시도 이런 무시가 없다. 다른 곳도 아 니고 혹호문의 안마당이었다. 이곳에서 살아나가지 못한다고 호언장담한 것이다. 주객이 제대로 전도되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네 아들이 내 손에

잡혀 있다고.”

정우의 발아래 쥐 죽은 듯이 누워 있는 물체, 1방으로 기절해 버린 기호였다. 엎어 져서 바동거리지도 않기에 죽은 시체인 줄 알았겠지만 살아 있었다.

명색이 반도의 마제로 불리는 자다. 명 성을 감안해 어쭙잖은 수는 가급적 삼가 려고 했건만, 상투적인 수법으로 나온다 면 똑같이 해주는 수밖에

“아들을 살리고 싶으면 단전을 폐하고, 두 팔을 잘라”

이런 종류의 협박은 굉장히 진부하기는 한데 부자의 정이 오붓한 관계일수록 거 의 대부분 먹힌다. 게다가 상당히 효율적 이기까지 하다. 아들을 인질로 잡고, 힘을 뺀 후 둘 다 제거해 버리면 그만이니까.

다들 알잖아 인질범의 신용 등급은 10 등급이라는 것을 믿는 놈이 병신이지. 순 순히 들어주는 인질범도 병신이고.

“네 아들이 살려달라고 몸부림치는 게 불쌍하지도 않아?”

정우는 협박의 정석을 태연히 보여주었 다.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고서는 나오 기 어려운 자연스러움이 몸에 가득 배였 다. 생활 연기의 달인이라고 할까? 하긴 태 생이 어디 가지를 않는다. 연기란 모름지 기 실전을 경험해 봐야 몰입이 되는 법이 다. 이보다 더 잘하기 어려운 진정성이 묻 어나왔다.

부들부들!

박영천의 눈가에 잔 경련이 일었다. 전 혀 생각도 해 보지 않은 얼토당토아니한 전개다. 본문의 안마당에 쳐들어와 아들 을 인질로 잡고, 협박을 하고 있었다. 기가 차다 못해 머리 뚜껑이 폭발해 버릴 지경 이었다. 자신을 어떻게 봤기에 이런 황당 무계한 짓을 벌인단 말인가.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마제잖아 설마 내가 모를까 봐 확인시 켜주는 거야? 지금은 자기 명성이나 자랑 할 때가 아니라고. 혹, 아들보다 제 한목 숨이 더 중요한 거야? 그럼 실망인데.”

얼음처럼 차가운 성정의 박영천조차도 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는 폭언이었다.

아들의 목숨이 중요하지 않은 건 둘째 치고, 자기 목숨밖에 모르는 소인배 취급 을 하고 있었다. 일국의 대통령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모?멸과 치욕에 분 노를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박영천을 중심으로 뿜어져 나오는 가 공할 기세가 공간을 휘몰아쳤다. 그 엄청 난 살의에 주변에 있었던 빈객도 물러서야 했다. 범인의 경지를 아득히 넘어선 절대 자의 맹렬한분노였다

‘역시 세간에 알려진 대로 7급은 아니 군.’

도발을 통해 전력을 가늠해 봤는데, 이 호극과 대등한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실 제 전투력은 싸워봐야 알겠지만, 어설프 게 상대할 자는 아닌듯하다. 실력은 인정 해야했다.

그러나 동생을 납치하려던 단체의 수 장이다. 자존심을 세워줄 마음은 전혀 없 다. 가장 비참하게 망가뜨려야 직성이 풀 린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뚜껑부 터 열리면 이후에는 견디기 힘들 거다.

꾸물꾸물.

정우는 발밑에서 지렁이처럼 꿈틀거리 는 존재를 재차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 대로 묻히면 억울할 것 같았다.

“들었지, 기호야?”

‘크으으윽!’

기절해 있었던 기호, 사실은 혈을 제압 당한 채 귓구멍은 열려 있었다. 사로잡혀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야 했다. 게다가 몸 을 구속하는 고통은 지속되고 있었다. 그 간의 분노가 허무하게 다가왔다.

‘악?…마 같은!’

정우는 금강문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 과 거리가 멀었다. 이강천조차 정우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호는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부터 건드리지 말았 어야 했다. 단 1격으로 제압당한 걸 감안 하면, 철저하게 자신을 농락한 것이다. 정 우에게 자신은 길가에 아무렇게나 굴러다 니는 돌멩이나 다름이 없었다.

고수를 앞에 두고 깝죽거렸으니 죽어도 쌌다. 그러나 인간이 어찌 죽음에 달관할 수 있으랴. 성인군자도 마지막에 와서는 삶을 소망한다. 하물며 박기호는 능력에 비해 야심이 컸다. 삶에 대한 소망이 누구 보다 강렬하다

‘난?… 죽고 싶지 않다고!’

기호는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희생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설령 혈육이라 도 목적에 방해가 되면 가차 없이 버릴 것 이다.

“죽이진 않을거야”

정우의 위로가 기호에겐 악마의 속삭 임이었다. 무차별 구타하고, 이제부터 친 하게 지내자고 하면 어떤 미친놈이 믿어줄 까 가해자였던 기호에게 피해자의 처절함 을 뼛속 깊이 새겨주었다. 가해를 하고도 뻔뻔할수록 울화가 치밀거든.

‘스1중한증거인데, 살아있어야지.”

살아 있는육체가 중요했다. 단 어떤 상 태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기호는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을 했어야 했다. 자신으 로 인해 혹호문은 앞날이 불투명해질 테 니까.

지금도 우환을 불러들인 주요한 원인 제공자였다. 이번 기회에 자신이 왜 천재 (天災)인지를 절실하게 알려줄 작정이다.

뼈가 으스러졌다.

태연히 기호의 사지를 밟아주는 정우였

‘으아아아악!’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발버둥치고 싶 어도 기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맘대로 가지고 노는 장남감이 되어 정우 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푸들푸들!

박영천의 검미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 다. 자신을 앞에 두고, 태연하게 아들의 사 지를 부러뜨렸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란 말인가. 도저히 봐 줄 수가 없는 만행이었다.

“이놈!”

그로서는 많이 참았다

참을 인(忍) 자를 몇 번이나 되새긴 것 이다 제 주제를 모르는 놈이 설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았다. 자신이 왜 마제 라 불리는지를 깨닫게 해줄 것이다.

꽈아아앙!

박영천의 의지가 공간을 집어삼키자 폭 발이 일어났다.

고막을 찢어발기는 굉음에 이은 거친 파장이 사방을 흔들어 놓았다. 무지막지 한 위력, 그의 성명절기인 굉천창解天掌)의 경력이었다. 공간 전체를 갈가리 찢어발기 는 장법으로, 아들의 생사는 연연하지 않 았다.

그. O O Oj

장력의 발출한 손바닥, 붉게 달아올랐 다

박영천은 손바닥을 타고 올라온 반진력 에 이를 갈았다. 장법을 뻗는 순간, 전달 된 느낌은 거대한 암반이었다. 비록 전력 은 아니더라도, 이만한 반진력은 흔치 않 았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강자의 반탄력이 다 휘이잉!

장력으로 인해 바닥의 거죽이 터져 나 가며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돌가루가 바 람에 흩날리며 시야를 가렸다.

“이를 어째.”

정우는 무척이나 미안한 마음을 전했 다

부르르르!

바닥에 엎어진 채 사지가 부러졌던 기 호.

골절은 치료가 가능한 부상인데, 이젠 두 다리를 영영 쓰지 못하게 되었다. 장력 의 범위에 닿은 두 다리는 무릎까지 찢겨 져 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 다. 생생한 고통을 느끼고 있어서 그런지 기호의 면상이 실감나게 일그러졌다. 핏 발이 잔뜩 선 동공과 육신이 안타까운 현 실을 대변했다.

“쯧쯧쯧, 이젠 두 번 다시 걷지 못하겠 네. 개처럼 기면서 살아야 하겠다. 아버 지란 작자가 너무 매정하다. 그렇지, 기호 야?”

미안하다고 보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가 지고 놀다 싫증이 난 장난감처럼 안타깝 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다. 장난감이 야 다시 사면 그만이니까. 실제로 아이들 은 전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의 최후를 걱 정하진 않는다.

“평생 자기 이름도 모르고 살아야 하는

데, 다리까지 불편해서 어쩌냐.”

정우의 발이 기호의 백회혈과 뇌호혈을 찍었다. 이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기호의 살아 있는 몸뚱이가 필요할 뿐이지, 멍청 한 사고력은 필요 없었다. 생각하지 않아 도 되는 단순한 삶이라 편하기는 하겠다. 고깃덩어리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걱정하 지 않아도 되니까.

퍽!

바동거리던 기호는 전류에 감전된 사람 처럼 부르르 떨다가 기절했다.

정우는 기호를 허공섭물로 잡아채 문 파 밖으로 던져 버렸다. 거리를 감안해서 힘을 조절했으니, 나이스 캐치가 가능할 것이다 못 잡으면 그걸로 핑계 삼아 벌을 주면 된다. 그것이 흑금단의 창립 목적이 니까

“정체를 밝혀라?”

“호오, 흥분해서 달려들 줄 알았는데 8 대 무문의 문주다워.”

냉철과 열정이 조울증 수준이다.

낙폭이 상당하다

“이제와겁이나는것이냐?”

“그럴 리가 없잖아, 혹시 내가 왜 이러

는지 모르는 거야? 좀 실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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