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장 시각의 차이 ⑴
각이 선명한 이목구비로 인한 짙은 음 영이 돋보이는 중년인. 그림자를 관통하여 비추는 눈빛은 흡사 호랑이의 눈처럼 날 카롭다 가려진 그림자로 인해 빛의 흐름이 일 정하지 않게 흔들린다. 검은 호랑이를 연 상케 하는사내다
혹호문주 박영천.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인물로 평 가를 받지만 어둠 속에 웅크린 채 먹이를 노리는 흉포한 범처럼 잔인한 성정을 지녔 다. 마제(魔帝)의 별호만으로도 성향을 충 분히 짐작을 하게 한다.
“꼴이 말이 아니더구나.”
잔잔히 흘러나오는 박영천의 묵직한 질 책.
박기호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부자라기 보다는 주종관계처럼 느껴졌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박기호에게 아버지는 하늘보다 더 높은 절대자이며 지배자다.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박기호는 주저하지 않고 바짝 엎드렸다
“다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네가 문제를 일으키든 아니든 상관은 없다. 단, 시작을 했다면 끝을 봐야 하는 법이다”
섬뜩함이 박기호의 뇌리를 강타했다. 아버지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설령 혈연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득이 되지 않으 면 가차 없이 버리신다. 자신은 그저 아버 지의 피를 이어받은 씨앗 중에 하나일 뿐 이다.
“버러지조차 맘대로 하지 못한다면, 너 역시도 버러지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라. 그건 나를 모독하는 행위다.”
내 피를 이어받았으니, 너도 나 못지않 은 능력을 보여라 그것이 박영천의 지론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박기호는 심령을 파고들어 오는 위압감 에 안간힘을 써야 했다. 조금이라도 흐트 러지면 그 즉시 모든 것이 허물어져 버릴 것 같았다. 그처럼 아버지는 도저히 범접 하기 어려운 태산이었다.
“가봐.”
무심한 축객령.
박기호는 극진히 예를 올린 후 물러났 다
박영천은 이를 못마땅하게 바라봤다. 자신의 피를 이어받았음에도 멍청한 짓을 했다. 문파의 미래를 맡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쯧쯧, 어리석은놈:
이번 일은 단순히 아들의 굴욕을 갚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잠재 등급이 높은 아이들을 보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은 계약이었 다. 그러나 잠재 등급이 6급에 가까운 인 재는 많지 않다. 특수성이 개화한다면 충 분한가치가 있다.
‘조금만 있으면 완성된다. 그땐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지.’
꽈득
집무실을 벗어난 박기호의 안면은 투박 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형에 비해 부족하 다는 세간의 평가에도 굴하지 않고 노력 했다. 강해지기 위해 금지된 무공에도 손 을 댔다. 이제야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는 데, 그놈만 아니었으면 이토록 차가운 대 접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학교를 간 판으로 문파를 책임질 역량을 갖추려고 했건만, 모든 계획이 망가져 버렸다
‘네깟놈이 나를?…(빠드득)!’
버러지만도 못한 것들이 자기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는 꼴이 역겨웠다. 천한 것들은 바닥에 바짝 엎드려 제 주제에 맞 게 살아。% 한다. 하지만 그 벌레에게 처참 하게 당했다. 도저히 닿지 못한 간극, 꼭대 기에서 내려다보며 자신을 비웃었다 그 표정, 그 말투, 그 분위기를 도저히 잊을수가없었다.
‘네놈의 모든 것을 철저하게 부셔주마!’
그놈 하나로 끝내기에는 분이 풀리지
않는다. 연관된 모든 인연들을 끊어내고, 그 계집들은 반드시 손에 넣을 것이다. 보 고 있는 것만으로도 음심이 끓어오르는 계집들이었다. 비천한 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품격에 어울리는 자를 만나야 했 다. 버러지와 어울린 대가는 비참할 뿐이 다
‘혈육이 고통받아도 당당할 수 있을 까?’
강하다 해도 혼자다. 개인이 인정을 받 을 수 있는 세상과는 거리가 멀다. 세력이 곧 힘이다. 제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도 세력을 능가하진 못한다. 놈과 달 리 자신은 한국을 대표하는 8대 무문의 후손이다.
‘내가 받은 굴욕 그 이상으로 돌려주 마.’
박기호는 놈과의 악연을 해결하고 난 후, 회포를 풀기로 약속했다. 시간과 장소 를 물색하고 전화를 한다고 했는데, 연락 이 없었다.
‘이 새끼들은 뭐하고 있는 거야‘?’
학교에서 당한 망신이 상기되었다. 그때 의 일로 데리고 다니는 놈들까지 무시한 다 생각하니 열이 확 뻗쳤다. 자신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었 다
뜨느뜨뜨느뜨 I
. I _ I _、j _ > J -J
전화를 걸었다.
한데, 신호가 가지 않는다.
“ 뭐야?”
1명도 아니고 전부 다 되지 않았다. 수 신 상태를 보니 통화 가능지역이 아니라 고 나오고 있었다. 문파에는 통신사의 전 용선과 무선 통신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었 다. 게다가 요즘엔 오지의 산골에서도 통 화가 가능하다 도심에서 벗어난 지역이라 고하나, 이상한일이다.
그때였다.
꽈아아아앙!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파동이 문파 전 체로 번졌다. 흡사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거센 파장에 밤의 고요함은 처참하게 부 서졌다.
위이이잉!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렸다.
박기호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했 다. 한편으로 어처구니없었다. 본문은 한 국의 8대 무문이다. 무문, 길드, 연합이 아니고서는습격이 불가능하다. 어떤 미친 놈들이 본문을 겁도 없이 습격했단 말인 가?
“유-무선통신 끊었지‘?”
“그렇습니다.”
“통신교란 장치는?”
“작동시켰습니다.”
“뚫리면 죽는 것도 알지?”
“ 당연하죠.”
180명의 인원, 동일한 무복을 착용했 다. 가슴에는 혹호문을 상징하는 포효하 는 혹호가 그려져 있었다. 그들은 혹호문 전체를 감싸는 진형을 취하고 있었다. 포 위망을 좁히며 결계를 촘촘하게 이어나갔 다. 또한 간격을 두고 각각에 표시를 해두 었다.
-야간 케이브 오픈 모의 훈련을 실시합 니다.
-도로와 인근 지역의 인도를 통제합니 다
-소음과 소란이 일어날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혹호문으로 진입하는 4개의 길을 통제 하고 차단해 놓았다. 인적이 드문 구역이 라 보고되지 않은 이가 올 가능성은 희박 하지만, 만약의 사태까지도 대비했다.
케이브 오픈 훈련은 무문이나 길드, 연 합에서 일례 행사처럼 해 오고 있는 일이 기도 하다. 실전을 대비한 훈련이기에 사 람들도 의심하기보다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긴다. 시끄러운 소음이 발생한다 해도 무문에 항의하러 찾아올 간 큰 인간은 드 물다
“아무리 그래도 혹호문이지 않습니까?”
“누가 그걸 몰라! 우리가 말린다고 들을 분이시냐?”
“만약 잘못되기라도 하는 날엔?”
“불길한 소린 하지도 마라!”
부단주 양용익과 1조 조장 강태산.
그들은 슬쩍 불안한 심경을 드러냈다.
200의 정예 중 180명은 결계와 통신 교
란, 탈출로를 차단했다. 흑금단의 임무수 행 치고는 초라하지만, 허투루 여기지 않 았다. 혹시라도 뚫리게 되면 지옥은 그나 마 안락한 공간이 된다. 무문이고, 길드 고, 연합이고 단주가 제일 무섭다. 혹금단 에게 단주는 절대(악)신이었다.
“그나저나 엄청나게 빡치신 것 같다!”
“그러게요.”
“안빡쳐도 무서운 분인데.”
“상상만으로도 오금이 저려 옵니다”
양용익과 단원들은 단주의 웃는 얼굴 에도 소름이 돋았었다. 무시무시한 악마 의 화신임에도 화를 낸 적이 거의 없다. 그 렇기에 무서웠다. 한편으로 단주의 화를 돋운 혹호문의 새끼 호랑이가 불쌍하게 다가왔다. 건드릴 사람이 따로 있지, 단주 는 가만히 놔두어도 자동적으로 폭발하 는 시한폭탄이었다. 이건 인질구출을 위 해 폭탄을 해체하려다가 엄한 선을 잘라 전원 몰살당하는 구도다.
“우린 주어진 일이나 하면 돼.”
“그래서 더 답답합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흑호문을 박살내든, 박살내지 않든 우 리 인생은 암울하기만 하지 않습니까.”
단주의 저주에서 벗어나기란 요원했다.
케이브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무력과, 가공 할 금제를 상기하면 앞날은 깜깜하기만 하 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도 있으면 좋으련 만, 악업을 씻어내기 전까진 요원했다
“악업이라니, 단주가할말은 아니지 않 습니까?”
“됐어, 인마! 인과를 따지지 마!”
단주는 철두철미함의 대명사다. 한 치 의 오차도 없이 목적을 수행한다. 그러나 수틀리면 전후사정을 따지지 않는 무식함 으로 돌변했다. 그땐 아무도 말리지 못한 다. 말리다가 같이 엮이면 X되는 거다.
뜻하지 않은굉음
혹호문은 당황했다. 누가 감히 예상이 라도 했을까. 설령 침입을 했다 해도 상주 하는 무인의 수만 해도 500명이 넘었다. 조용히 은밀하게 침투를 해도 모자랄 판 국에 모두를 깨웠다. 상식을 깨버리는 무 모함이었다.
그리고분노했다.
“어떤 놈들이 감히!”
수가 적진 않을 것이다 소수로 이런 미 친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 단정했다. 반드 시 군대 단위의 무인이나 유니크여야 한 다. 그래야수지 타산이 맞는다.
뜻하지 않은굉음
혹호문은 당황했다. 누가 감히 예상이 라도 했을까. 설령 침입을 했다 해도 상주 하는 무인의 수만 해도 500명이 넘었다. 조용히 은밀하게 침투를 해도 모자랄 판 국에 모두를 깨웠다. 상식을 깨버리는 무 모함이었다.
그리고분노했다.
“어떤 놈들이 감히!”
수가 적진 않을 것이다 소수로 이런 미 친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 단정했다. 반드 시 군대 단위의 무인이나 유니크여야 한 다. 그래야수지 타산이 맞는다.
“나를 따르라”
적호대의 대주 장세진은 대원들을 이끌 고 굉음의 진원지, 정문으로 향했다. 겁도 없이 혹호문의 정문으로 침입한 자들. 응 징은 당연했다 스스스스 I
TT II II 少己
무인들은 신법을 전개해 정문에 도달했 다. 수백의 무인이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였다. 8대 무문의 한 축을 담당하는 문 파다운 신속함이다. 개개인의 역량이 상 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준다 두둥!
강철로 된 정문은 뜯겨져 나가 볼품없
이 뒹굴었다.
그 앞에 월광을 오롯이 받았음에도 어 둠을 그리는 흉포한 그림자가 있었다. 빛 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어둠이었다. 무 심한 시선을 간직한 두 눈이 시리도록 차 갑게 빛났다.
허
침입자를 응징하려던 무인들은 일제히 허탈한탄성을 토해냈다. 이 어이없는상 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혼자라니!”
주변에 더 있어야 했다. 자신들의 수와 필적하거나, 그 이상의 수효가 포진해 있 어야 했었다. 하지만 홀로 선 사내 이외에 는존재하지 않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