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장 납치 (3)
“하아아, 막판에 실망했어.”
“남편은 진우일줄 알았는데.” 스토리를 그렇게 꼬아 버리니.”
“내 순결한 정서를 테러당한 기분이네.”
“그래도 진우는 정말 멋있었어.” 수연은 친구들과 함께 저녁에 상영하는 영화를 봤다. 제목은 그녀의 남자로 신세 대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로맨스다. 초반 부터 몰입감이 좋아서, 남자 주인공의 감 정선을 따라갔다가 엮이지 않고 끝나 버려 서 허탈감에 빠졌다. 모든 감정을 남자 주 인공에게 주었는데, 그 망할 놈의 우정 때 문에.
“만약 우리가 한 남자를 두고 사랑하면 어떻게 할거야?”
“사랑한다면 직진해야지.”
“우정을 버리겠다는 거야?”
“속이지만 않으면 되지.”
감정이 이입된 수연과 친구들은 티격태
격했다. 친구 남자를 두고 경쟁해선 안 된 다는 의리파와, 사랑을 쫓는 애정파로 나 뉘었다. 둘 다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열띤 논쟁이 일었다. 영화끝나고 카페에서 10 시가 되도록 시간을 잡아먹었다.
영화를 1시간 반을 보고, 아메리카노 4 잔으로 열띤 논쟁을 했다. 그래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시간 때문에 내일로 미루었 다. 주변에선 초딩들이 재밌게 논다고 봤 다
“내일 만나서 결론짓자.”
“그래.”
금세 불불이 흩어졌다. 우정보다 엄마
의 성난 잔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 중요했 다
집으로 가는 최단 코스에 골목이 있었 다
응?
걸어가던 수연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 다. 뭔가 뒤틀리는 기분이 들었다. 공간이 바뀌었다 멀쩡한공간이 바뀔 리 없다. 결 계가분명하다.
스&스스M
1111 =5기
예상치 못한 비틀림에 당황하던 수연 은 쇄도해 들어오는 그림자를 봤다. 상당 히 빠른 움직임이다. 일반인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거리를 축약하는 발걸음 보법이었 다. 그림자는 공간을 축약 정면을 장악했 다
“에잇!”
멍하니 당하지는 않았다. 수연의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뻗어오는 손길을 마주하며 정면을후려쳤다.
파아아앙!
충돌의 여파가물결처럼 퍼져나갔다.
공기를 회전시키는 와류를 타고 물러선 수연은 잔뜩 경계했다. 이런 경험이 처음 이라 당황한 빛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두등
복면을 한 10명의사내들.
조금 전 기습을 가했던 자의 눈빛이 차 갑게 빛나고 있었다.
‘어린 계집이 보통이 아니구나?’
명령을 받았을 때만 해도 어려운 임무 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평범한 가정의 소녀를 잡아오는 일 정도는 간단했다. 하 지만 부딪쳐 본 결과 만만치가 않았다 겪 어 보지 않은 생경한 상황임에도 불구하 고 대응을 해 왔다. 육체가 무공을 기억할 만큼 단련되었음을 증명했다
“당신들 뭐야? 백주대낮?…은 아니구 나. 어쨌든 이런 짓을 하면 곧 경찰한테 잡 힐 거라고요!”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 고안되었다. 밤이라고 해도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기에 범죄율 이 대폭줄어들었다.
“케이브 오픈 시 발생하는 파동은 전자 장비를 교란하거든. 그 비슷한 효과를 연 출했지.”
그들은 이런 일에 전문가였다. 거울의 장막을 이용하여 결계를 치고, 파동을 인 위적으로 발생시켜 주변 CCTV를 교란했 다. 이를 확인하고 정비할 시간적 타이밍 까지 계산에 넣었다.
‘뭐야 이 사람들? 난 착하게 살았는데.’
수연은 이 사람들이 보통이 아님을 직 감했다. 오빠의 말대로라면 일대일로 자신 을 이길 사람이 많지 않다고 했다. 당황해 서 힘이 제대로 쏠리지 않았다고 해도 막 아냈다면 저들은 무공을 제대로 배운 자 들이 틀림없다.
“꼬마야 반항해봐야 너만 손해다!”
“내가 쉽게 당할것 같아요?!”
수연은 최대한 마음을 냉철하게 가다 듬었다. 오빠가 전수해준 현천공은 최강의 무공이다. 그 어떤 무공보다 뛰어나다 자 부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했어.’
4단에 이른 현천공을 개방했다. 단전에 서 꿈틀대는 공력이 전신으로 퍼져 나가 육신을 강화하자, 자신감이 생겼다.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결계를 친 이상 빠 져나가려면 저들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
° ■으우I
n?‘r- 6 ?
피어오르는 공력의 기세를 느낀 복면인 들의 눈빛이 또다시 바뀌었다. 고작 13살 의 나이에 이 정도의 존재감이라니, 실로 놀랍다 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이흐!]가 되 지 않는다. 무문도 아닌 평범한 가정의 소 녀가 이토록 놀라운 공력을 쌓다니, 이해 불가해의 천재가 분명하다
‘하지만 시류를 잘못 만난 천재는 범인 보다 불운한 법이다.’
복면인들은 처음부터 합공을 펼쳤다.
10명이 한 덩어리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였 다
어린 나이임에도 수연은 침착함을 유지 했다. 평소 오빠의 살벌한 훈련을 이겨낸 결실이다.
퍼퍼펑!
충돌이 연이어 부딪쳤다. 수연은 치고 들어오는 정면을 밀어내며, 반사적으로 틀 어 사각을 만들어 내었다. 무조건 물러서 서는답이 없다
‘오빠라면?’
보통은 합공 시 정면이 아닌 후방 아니 면 사각을 돌파구로 여긴다. 하지만 이는 모두가 생각하는 방향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적의 합공에 걸려드는 것이다. 이 럴 때는 오히려 정면을 부수는 편이 이롭 다. 몇 번의 부딪침으로 수연은 자신의 공 력이 이들에 비해 약하지 않음을 체감했 다 꽈아아앙!
현천의 흐름으로 중첩이 된 수연의 권
격은 강기를 형성했다.
크윽!
정면을 막아섰던 복면인이 충격을 받고 튕겨나갔다
수연은 멈추지 않고 합공의 사각지점을 찾아내며 취약부분을 공격했다. 이대로 결판을 내야 한다 시간을 주면 결코 이롭 지 않음을 느꼈다 멈칫!
수연이 회심의 일격을 펼칠 때였다. 육 체의 제어가 흔들렸다. 멈추어선 안 되기 에 내질렀지만 타이밍이 반박자 느리다 챙그랑!
주먹이 나아간 공간이 깨져버렸다. 그 뿐이 아니다. 몸의 통제가 좀 전보다 더 어 려워졌다. 현천공을 최선으로 끌어올려 저항했다
‘위험했다.’
거리를 벌린 복면인들은 놀람을 애써 감춰야 했다. 문파의 뒤처리를 도맡아 해 왔던 그들이다 한 번도 실패를 해 본 적이 없으며 완벽했다. 오늘 같은 경우는 흔치 않았다. 무공 대결로 갔다면 낭패를 당했 을 것이다.
3호가 꼭두각시의 춤을 펼치고, 7호가 거울의 장막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위험했
다. 무공에 이어 속성까지 끄집어냈던 것 이다. 어린 계집을 상대로 애를 먹었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했다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속성을 발휘하는 3호를 남겨두고 9명 이 전력으로공격했다.
치익!
비수를 꺼내든 자들은 수연을 공격하
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죽이지만 않으면 되었다
날카로운 예기에 닿은 수연은 아찔했 다. 칼에 베인 고통은 참을 수 있었다. 오 빠와 대련을 하면 이보다 더한 상처도 입 었었다. 하지만 상처 부위를 타고 들어오 는 무언가에 아찔함을 느꼈다.
“칼이 닿은 이상몸이 마비될 것이다.”
꼭두각시의 춤과 마비독을 동시에 사 용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벗어나지 못한다.
“이…… 치사한!”
수연은 억울해서 그냥은 못 당하겠는 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폭발시켰다. 그러 자 잠자고 있던 바람의 정령력이 현천공과 결합해 강력한 권풍을 발생시켰다.
푸아아앙
부지불식 폭발한 격렬한 파워에 복면
인들은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막아선 3명이 튕겨졌고, 남은 6명도 상처를 입었 다. 쓰고 있던 복면도 찢겨져 나가 얼굴이 드러났다 허
무리를 이끌고 있는 혹영 1호는 기가 찬 듯 위태롭게 버티고 선 수연을 바라봤다.
‘무공에 이어 속성까지.’
13살에 절정의 공력도 말도 안 되는 일 인데, 속성까지 개방을 한 것이다. 천재라 는 수식어도 부족했다. 괴물 같은 계집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도 이런데 시간이 흐 른다면 과연 누가 감히 이 계집을 이길 수 있겠는가.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현재를 반영한다. 과거나 미래는 중요하지 않았 다
“네 운도 여기까지다.”
흑영 1호의 명령에 단원들이 치고 나갔 다
수연은 속성까지 발휘하는 바람에 육 체가 받은 충격이 상당했다. 움직이려고 해도 저들의 속성에 속박당해 질긴 거미 줄을 입고 싸우는 격이었다. 첫 실전에서 이만큼이나 버틴 것도 대단한 일이다
‘오빠!’
수연의 간절함을 들었을까
고함이 들렸다.
“ 멈춰맛!”
고개를 돌렸을 때 검은 정장을 입은 사 내들이 난입했다.
수는 30명이었고, 하나같이 범상치 않 은 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들은 재빨 리 수연의 좌우로 헤쳐 모여 방벽을 세웠 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 저요?”
집에서는 공주지만, 밖에서는 초등학생 인데.
수연으로서는 생뚱맞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부르지 않았는데요.”
와달라고 간절히 소망했던 오?빠는 오지 않고, 낯선 아저씨들이 떼로 몰려와서 주 변을 막아섰다. 솔직히 흉악한 면상에 저 들 편인 줄 알고 긴장을 했었다. 다행히 복 면인들의 반응을 보니 같은 편은 아니었 다
“감히 우리 일을 방해하고 무사할 성 싶으냐!”
“무사?! 이미 우린 무사하기 글렀거든. 너희 다 죽었다고 복창해야 할 거다!”
그의 이름은 강태산. 혹금단 1조 조장
이다.
단주의 명을 받고 아가씨의 경호를 맡 고 있었다. 아가씨에게 들키지 않고 은밀 하게 경호를 해 왔다. 하지만 워낙 아가씨 의 무공이 출중하고, 눈치가 빨라서 거리 를 둘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놈들이 펼친 결계를 발견하지 못했다. 결계를 찾 고, 뚫는데 시간이 걸렸다
“이걸 어째. 아가씨의 팔에 피가 나잖 아. 이 개쌍놈의 새끼들 다 죽었어! 아니 지, 의사를 납치해 와야 되나!”
“이거 그냥 스친 거예요. 침 바르면 돼
요.”
공격적인 아저씨들의 호들갑에 오히려 수연은 뻘쭘했다. 좀 전의 공격으로 지치 기는 했어도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우아아아! 아가씨의 얼굴에 피가! 우 린 이제 죽었다!”
“다친게 아니라묻은 거예요.”
흑금단 1조는 격렬히 분노했다. 수연의 대꾸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피가 났다 는 사실 하나만으로 지옥이 기다릴 것이 다. 그리고 만행을 일으킨 놈들이 저 앞에 있었다
“아가리 꽉물어야할거다!”
“다 뒈졌어 조져!”
수연은 어리둥절한 기색이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아가씨라고 하지 않나. 생긴 것 만 봐서는 자신을 납치하려는 복면인들이 더 착해 보였다. 현직에 있는 잘나가는 깡 패들만 모아 놓은 압도적인 낯짝을 소유 하고 있었다.
빠드득!
혹영단을 이끌고 있는 흑영 1호는 화가 치밀었다 계집을 납치하는데 시간이 걸린 것도 부족해 동네 양아치 새끼들이 주제 도 모르고 설치고 있었다 오늘 일이 잘못 되면 단순한 질책으로 끝나지 않았다
“계집을빼고모조리다죽여!”
결계는 뚫으려고 하면 뚫을 수 있었다. 혹영 1호는 건달 새끼들한테 질 거란 생각 은 하지 않았다. 공력을 끌어올려 단숨에 승부를 봤다.
꽈아아앙!
격돌이 일어났고, 튕겨져 나갔다
“아니?”
검을 내지른 흑영 1호는 허공을 붕! 떴 다. 믿어지지 않게도 첫 충돌에서 나가떨 어진 건 혹영단이었다. 이어서 벌어진 충격 적인 광경에 혹영 1호는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예상과는 정반대, 아니 그 이상 이다.
“엎어졌다!”
“ 밟아”
튕겨져 나가 바닥을 구른 흑영단이 채 일어서기도 전이었다. 깡패 같이 생긴 놈 들이 일어나지 않은 단원들을 마구잡이로 밟아대고 있었다. 그것도 1명에게 3명이 붙어서 잘근잘근 밟는다. 흑영 1호도 정신 없이 밟히고 있었다. 어느 쪽으로 피해도 발바닥이 얼굴을 가리키고 있었다.
퍼퍼퍼퍽!
밟는 데는 천부적인 놈들이었다. 일어 설 타이밍이 주어지지 않았다. 피하는 곳 곳마다 6개의 발이 천변만화(干變萬化)를 이루었다.
“이놈들…… 무인으로서 자긍심도?… 없느냐!”
“쓰벌! 말할 시간도 있고, 제대로 밟지 못해?!”
혹금단은 무공을 배웠지만, 무인 집단 하고는 거리가 멀다. 생 양아치를 모아 놓 았을 뿐이다. 그런 흑금단에게 애초에 정 정당당함을 바라선 안 되었다. 게다가 이 놈들도 무인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인신매 매나 일삼는 놈들이다. 정상적으로 싸울 생각도 없지만,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 았다. 그리고 수연에게 상처가 난 이상 이 놈들을 제대로 밟아 놓지 않으면 자신들 이 밟힌다.
퍼퍼퍼퍽!
30명이 10명을 다구리치고 있었다. 그 럼에도 거리끼지 않았다. 감히 사랑스럽 고, 아리따운 수연 아가씨의 용체에 손을 댄 이상 죽음도 달게 받아야 했다.
“이런……다고 말할 성싶으?…냐!”
“알고 싶지도 않아, 새끼들아! 그냥 죽 엇!”
수연은 눈만 껌뻑거리며 돌아가는 상황 을 지켜봐야 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납 치하려던 사람들이 불쌍할 지경이었다 어 찌나 심하게 밟는지, 찢겨진 복면 사이로 사람 얼굴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부풀어 오른 안면은 어느새 시커멓게 죽어가고 있 었다 충격적인 장면의 연속이다.
‘오빠, 나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