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장 납치 ⑵
채윤정은 정우의 왼쪽에 앉았다
정우와 학기 초부터 말을 트는 유일한 동기가 되어, 은연중 남자친구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그로 인해 마법학과 남학 생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지만, 박기호 구 타사건으로 인해 건들지는 않았다. 박기호 가 대참사의 주인공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기는 해도, 혹호문의 후계자다 찌릿!
윤정과 하라의 눈빛이 교차했다. 순간 적으로 불꽃 튀는 광경이 연상되었다.
고개를 돌린 사람은 윤정이었다.
‘어쭈!’
아는 체를 하지 않고 먼저 고개를 돌리 는 바람에 하라만 무안해졌다. 하지만 괜 찮다. 연예인과 일반인을 같다고 보면 오 산이다. 창피하다고 얼굴 붉히는 건 초짜 나 하는 짓이다. 하라는 연예계에서 구를 대로 구른 노숙한 국민 여동생이다. 요즘 타이틀을 넘보는 애들이 많아 신경 쓰이 기는 했다
“우리 친하게 지내.”
하라는 대수롭지 않은 척 윤정에게 먼 저 손을 내밀었다. 맘에는 안 들지만 대승 적인 관점에서 스타인 자신이 숙이고 들어 가 주었다. 국민 여동생다운 아름답고 고 결한 배려였다 일반인은 어서 빨리 나의 손을 받으라
“나는 모르는 사람하고 악수 안 해.”
“뭐?”
윤정의 담담한 대꾸에 신안이 발동했 다. 자신은 모두가 알고 있는 국민 여동생 이다. 텔레비전이 집에 없다면 모를까
그런 집이 있는 거야? 세상에? 정말로 모르는지 알기 위해서다.
“얼굴 빨개졌다?”
“아니거든.”
“한방 먹었네.”
“아니라니까:”
하라의 목소리가 유난히 커졌다. 감정 조절이 빗나가 버리고 말았다. 의외의 사 태다. 윤정이 진짜로 모르고 있었다. 모두 가 안다는 전제하에 손을 내밀었건만, 손 바닥에 땀이 흥건히 들어찬다. 그런 와중 에 정우가 기름을 부었다. 도와주지는 못 할망정 초를 치니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윤정아 1승축하해.”
“이윤 모르지만 고마워.”
하라의 귀에는 알면서 고맙다고 한 것 처럼 들렸다. 진짜로 패배한 것처럼 찝찝 했다.
‘너 정말이럴 거야?’
‘내가 뭘?’
‘몰라서 물어.’
‘아니.’
하라는 이 인간에게 기대를 한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놈인 줄 알면서도 10년 동안 관심을 기울인 것이 다
‘내가 미친년이지.’
하라를 이렇게나 막 대하는 남자애는 정우가 유일했다. 그렇다고 잘 해 주지 않 는 것도 아니다. 신안이 통제되지 않아 고 통스러울 때, 컨트롤하는 법을 알려주었 다. 지금처럼 신안을 컨트롤 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물량 지원도 있었지만, 정 우가 시기적절하게 도와준 것이 컸다. 아 버지가 구해온 컨트롤 방법보다 뛰어났던 것이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정우 의 천원일기공(天元一氣功)은 뛰어난 정신 무공이었다
‘후후:
정우는 하라가 싫지 않다. 예전에는 조 금 차가운 면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여리 기 짝이 없다. 그리고 요즘 대세는 츤데레 였다. 앞에서는 츤츤거려도, 뒤에서는 챙 겨주는 남자에게 마음이 간다고 했다.
‘순수한 사랑을 해 보고 싶기도 하고.’
전생의 자신은 사랑을 해 보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랑보다는 육체관계에만 얽매였다 대다수의 여인이 사랑을 하기보 다는 힘을 승배했다. 나를 배경으로 권력 을 남용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탓하 진 않았다. 힘을 승상하는 인간의 욕망은 당연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잘 모른다. 과연 순수한 사랑이 존재할까? 어린 시절 구해주지 않았다면 하라와도 인연이 닿지 않았을 수도 있었 다
‘아니라면 좋겠지.’
당시의 열병 때문에 얽매여 있는 것이 라면, 놓아주는 것도 미덕이었다 하나, 그 반대라면 하라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설령 그녀가도망친다 해도.
‘난내 것을놓지 읺아’
한 달은 리차드 교수의 마법이론을 들
어야 한다. 마법의 기초를 확립해 놓고 난 후에 마나 컨트롤을 가르쳐 준다 특히 마 법이론에 관한 자기만의 철학이 중요했다. 이에 대한논술이 필수였다.
과에서 정우 하라 윤정이 탑 쓰리였다. 마법이론에 관해서는 윤정이 위에 있기는 하지만, 배운 범위 내에서는 대등했다.
“마법은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 하구나.”
“동양에서나 마법이 천대를 받지, 서양 에서는 대세야. 그래서 서양이 우리보다 문명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해.”
정우는 윤정의 의견에 일정 부분 동의
했다. 마법은 수학이나 과학과 연관이 있 으며, 연금술과도 이어진다. 과학적인 증 명이 되지 않는 현상을 마법으로는 설명 이 가능했다. 그래서 마법을 단순히 속성 으로 구분 짓지 않고, 마법학으로 두고 있 는것이다.
‘확실히 무공은 현대문명과 어울리지 않기는 하지.’
지금까지의 문명이 과학을 기반으로 했 다면, 앞으로는 마법이 그 자리를 대체할 거란 주장이 서양의 마법사에게서 나왔 다. 현시대의 마도를 대표하는 대마법사, 매지션킹의 주장이었다. 나름 설득력은 있 었다. 그가 내놓은 연구결과로 미국은 세 계 최강국임을 증명했으니.
그와 달리 무공은 개인의 성취에만 얽 매여 있었다. 무공을 배워서 강해질 순 있 어도, 문명의 발전을 이룩하긴 어렵다.
범용성 면에서 무공은 마법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마법은 광역기에 비해 근접전에 너무 약해.”
“하급 마법사나 그렇지, 중급이 넘어가 면 알려진 것만큼은 아닐걸.”
“너는어떤데?”
“난 아직 리차드 교수님에 비해 부족
해.”
윤정이 겸손할 따름이지, 그녀는 뛰어 난 마법사였다. 발전 속도만 놓고 보면 리 차드 교수를 넘어선다. 동일한 시간이 주 어진다면 그녀는 충분히 누구도 닿지 못 한 경지에 올라설 수 있었다.
“무공을 알고 싶다고 했지?”
“응, 마법이 궁극에 이르려면 마나를 담 을 그릇을 완성해야 한다고 했어.”
“육체단련법을 알려줄게, 대신 마나 컨 트롤을 알려줬으면 해.”
“독문 컨트롤은 탑의 허가를 받아야
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알려줘.”
타인의 비기를 탐할 만큼 염치가 없지 는 않았다. 정우는 윤정이 알려주는 마나 컨트롤과 교수님이 가르치는 프로토타입 의 마나 컨트롤을 비교해서 장단점을 봅 아낼 생각이다 서로 다른 속성의 마나 컨 트롤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포기하진 않는 다
“그런 거라면 내게 맡겨. 아빠한테 말하 면 마나 컨트롤을 구할 수 있을 거야.”
하라도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마법 에선 윤정에게 뒤쳐질지 몰라도, 신안을 이용해 마법을 빠르게 홉수하고 있었다.
‘보통이 아냐’
윤정은 하라를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6륜에 도달해 가고 있음에도 하라의 능력 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어쩌면 그녀가 자 신보다 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또래 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자신했는데, 정우 와 하라는 노력하지 않으면 추월당할 수도 있는 천재들이었다. 동기라 해도 두 사람 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목표는 매 지션킹에 버금가는 대마법사다. 동양에서 는 절대 나올 수 없다는 편견을 깰 것이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이었다
정우는 학교에서 유명세를 떨치게 해
준 매개체를 만났다.
“치료술을 받았나 보네.”
“잘난 체도 오래가지 않을 거다”
박기호는 치료를 하느라, 한 달간 학교 에 나오지 못했었다. 치료술사를 고용하지 않았으면 기간이 더 길어졌을 것이다. 팔 다리가 부러지고, 얼굴이 짓뭉개졌는데도 원상태로 돌아왔다. 깨지고 나니 얼굴이 좀더 잘생겨졌다.
‘감이 많이 무뎌졌구나.’
기호의 눈빛이 살아 있었다. 온실 속에 서 오래 살았더니 예전의 날카로움이 떨어 진듯하다.
마법학과와 기호의 전공학과와는 거리 가 있었다.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쳤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
“한판 더하게‘?”
“인사차 온 것뿐이야.”
“그래, 그럼 이제 꺼지시지. 가는 길 막 지말고.”
“이 자식이!”
기호는 울화통이 터지는 것을 겨우 참 아냈다 당장 이놈을 손봐주고 싶지만 일 대일로는 이기지 못했다 게다가 테스트장 에서 벌어진 일생일대의 굴욕을 안겨준 범 인은 강천이 아니라 이놈이 분명하다. 독 력을 개방했음에도 통하지 않았고, 오히 려 당했었다.
‘강천 그놈이 문제가 아니었어!’
강천보다 정우가 훨씬 위험한 놈이었 다. 그리고 결코 한 하늘 아래 같이 할 수 없었다. 이번 일이 아버지에게 알려지면서 가문에서도 찬밥 신세였다. 확실하게 되 갚아 주지 않으면 후계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다.
“설마 내 뒤를 캐고 다니는 건 아니겠 지?”
속내를 알고 있다는 정우의 물음에 기 호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
게다가 순간적이지만 오싹했다. 처참하게 깨진 그날이 상기되었다. 한편으로 조사 를 하면 할수록 납득이 가지 않았다.
‘대체 뭐지 이놈은?’
금강문과 관련이 있다고 하기에는 애매 하다. 강천과 친구라는 걸 제외하면 연결 고리가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그날 사용 한 무공은 금강문의 금강팔격과 형과 식 이 달랐다. 금강문에서 비밀리에 키우는 병기라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 면 실력을 드러내선 안 되었다 연결고리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정하 기 싫지만강했다.
“곧 후회하게 될 거다!”
“겁 많은 개가 잘 짖는다고 했지.”
정우는 냉랭하기만 했다. 시비를 거는 기호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었다 기호 는 참지 못하고 달려들 번했다. 일전의 패 배가 없었다면 인내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자”
주먹을 쥔 채 부르르 떠는 기호를 내버 려두고, 정우는 하라와 윤정을 데리고 학 과로 향했다. 멀어져 가는 정우를 보며 기 호는 이를 갈았다. 한 번도 아니고 벌써 세 번째다. 정우를 만난 이후로 매번 굴욕을 당했다.
‘오늘의 일까지 더해 만 배로 갚아주마! 빠드드득!’
기호의 화를 더욱 부추기는 것은 정우 의 옆에 있는 두 여자애도 포함이 되었다. 그중 한 명은 익히 알고 있는 국민 여동생 유하라였다. 잘난 거라고는 조금 강한 것 밖에 없는 놈이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다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참을 수 없을 만 큼 부러워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쟤가 그 똥맨이었어?”
“나 같으면 집에서 나오지 않았을 거다.
어떤 면에서는 대단한 녀석이지.”
하라는 정우의 날선 태도에 이질감을 느꼈었다 평소의 정우는 장난스럽기는 해 도 예의는 발랐다. 예의 없이 행동할 애가 아니라서 의아해했는데, 그럴 만한 사유가 있었다.
하긴 나의 정우가 그렇게 예의 없이 굴 리가 없지. 사람이 아닌 똥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똥맨 주제에 감히 정우한테! 안 그래, 윤정아?”
“나는 모르는 사람은 험담하지 않아”
“얘는 끝까지 객관적이고 지랄이네. 팔
은 원래 안으로굽는 거야.”
“정우가 내팔은아니니까.”
“그건 옳은소리니까 인정.”
어쨌든 기호는 하라에게 똥맨으로 기억 이 되었다. 나중에 본다면 행여나 밟지 않 도록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침 댓바 람부터 새 신을 신고 걸어가는데 똥 밟으 면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고가의 메이 커일수록 박침은 크다
“밥을 먹은 후라 그나마 다행이지.”
“그것도 맞아”
단순히 웃고 지나가는 하라와 달리 정 우의 속내는 달랐다 제법 잘근잘근 밟아 주기는 했다. 보통은 그 정도만 해도 기가 죽어 다시 개기지 못한다. 그런데 다시 달 려든다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 다
‘ 훗.’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본인 딴에는 자 존심을 세워보려고 경고를 보냈는지 몰라 도, 그건 명백한 실수다.
정우는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