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2화 (42/500)

제 7장 납치 (1)

‘내가 왜?’

그녀는 유니온 길드 소속의 특급전투대 원인 5급의 유니크 길소연이다. 비록 8대 길드에 들지는 않았지만 중소 길드 중에 서도 나름 명성을 날렸다. 길드에서 연락 이 와서 케이브에 들어갔다가 의식이 끊어 졌다. 마물을 처리하고 돌아가는 와중에 불의의 기습을당한 것이다.

‘헉! 상원 선배!’

소연의 눈에 들어온 자는 1년 먼저 길 드에 들어온 윤상원이다. 급수는 좀 낮지 만 서글서글해서 주변과 잘 어울리는 사 람이었다?

부르르르!

윤상원의 목을 한 손으로 잡고 들어 올 린 사내.

날카로운 눈매에 창백한 인상, 키가 크 고 호리호리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 의 손에 잡힌 윤상원은 150kg의 거구였 다. 그런 그를 공깃돌처럼 들어 올린 사내 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비명을 지르며 발 악을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급격하게 붉 어진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가며 탈색이 되어갔다. 이어서 온몸이 쭈글쭈글해지고 생기를 잃었다

‘죽?…였?…어’

소연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혈맥이 제압당한 상태였다

“이번엔 귀여운 계집이군.”

침을 홀리는 사내의 눈빛에는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잔뜩 흥분해 있는 얼 굴이 마치 사정하기 직전처럼 느껴졌다.

“몸부림쳐 봐라!”

사내는 그녀의 혈을풀었다.

“죽엇!”

혈이 풀리기가 무섭게 소연은 달려들었 다 바람을 다루는 그녀다. 바람이 날카로 운 칼이 되어 사내를 덮쳤다.

스왁

바람의 칼이 사내의 몸에 닿았다. 그러 나 그녀가 원하는 결과는 일어나지 않았 다. 사내의 육신은 그녀의 속성이 범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도 소연은 좌절하지 않고 전력을 끌어올렸다.

“그래 그렇게 전력으로 날뛰어야지.” 전력을 끌어올리자 사내가 움직였다.

꽈악!

소연이 속성을 극대화시키는 찰나를 뚫 고 들어왔다. 그녀의 눈에는 순간이동을 한 듯 보였다 이어서 목이 잡혀 버렸다 바동바동!

팔다리를 휘저으며 안간힘을 쓰지만 사 내는 요지부동이었다. 마치 소연의 발악을 즐기듯 웃고 있었다.

크어어어어!

소연은 자신의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 가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시원하면 서도 극렬한 쾌락에 절정을 맞이하지만 곧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극에 이를수 록 머릿속이 새하얗게 타 버리는 것 같았 다 추욱!

그녀의 발악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혈 이 모조리 다 빨려버린 소연은 거죽만 남 은 채 덜렁거렸다. 그는 그것으로 만족하 지 못하고 다음 대상을 찾고 있었다. 쾌락 에 젖어 있는듯 반쯤 미쳐 있는 상태였다 이를 반사 유리를 통해 지켜보는 자들

이 있었다. 특히 중년의 사내가 붐어내는

기도는 범상치가 않았다

“까딱 잘못했으면 노출될 뻔했다”

“송구합니다. 다음에는 실수 없이 처리 하겠습니다.”

“두 번은 없다는 것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주군!”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거의 다 되어가는 와중이었다. 한순간의 빈틈으로 인해 자칫 공적이 될 번했다.

“그보다 그 녀석은 어떻게 된 거야?”

“학교에서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변변치 못한 녀석.”

학생 간에 일어난 싸움 치고는 과한 면

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시작했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자가 되었어야 했다. 낙오자는 살아갈 자격이 없는 세상 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법칙인가. 힘이 곧 법이었다. 자신의 피를 이었으면 응당, 그에 걸맞은 능력을 보여야 한다

“세상의 법도를 가르쳐주는 것도 어른 의 몫이지. 안그런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첫날부터 화려한 신고식을 한 정우, 예 상보다는 소문이 잔잔했다.

학생자율위원회의 입김이 생각보다 상

당한 모양이다. 그렇다 해도 학생들 사이 에서 입소문 타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워낙 공개적으로 했고, 8대 문파의 후계 자를 묵사발 낸 사건이었다. 유니크 전문 학교는 마물 사냥을 위한 훈련기관이다. 암묵적으로 서열 다툼이 존재했다. 이름 이 있는 자들이나 단체에서 관심을 기울 였다.

주변에서 웅성거릴 분, 정우는 한가롭 게 마법에 심취해 있었다

“첫날부터 화려했다면서.”

“네가왜 여기에 있는 거야‘?”

수업 7일째.

정우의 옆자리를 여인이 차지하고 있었 다. 예상치 못한 뜻밖의 등장이었다. 다른 애들보다 7일을 늦게 나왔음에도 거리끼 지 않았다

“어쩐 일이라니, 바늘 가는데 실은 당연 하지.”

“속성이 다르짆아”

마법도 아니고 무공을 익히고 있는 주 제에 겁도 안 나는 모양이다. 천재라는 부 류에 대한고찰이 필요했다.

“모르는 소리. 마법이야말로 신안에 최 적화된 분야라고.”

현시대의 슈퍼스타이자 전 국민이 알고

있는 국민 여동생 유하라. 생머리에 대충 입은 옷에도 불구하고 아우라가 있었다. 학교의 홍보 모델이기도 하고, 수업일수를 교수와 상의해 놓았기에 일주일 결석도 무마되었다. 단, 절대평가인 마법시험에서 평균 60점을 넘어야 했다

“안 바빠?”

아역 때보다 지금이 한창 전성기다. CF 계에서 하라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이 미지가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매출 상승 의 일등공신이다.

“바빠도 학교는 나와야지.”

“유니크가 되지 않아도 유명하잖아”

“한가한 소리하네. 이 바닥에선 하나 라도 더 희소성이 있어야 해. 조금만 방심 해도 치고 올라오는 새파랗게 어린년들이 얼마나 많다고.”

“너도 아직은 어린년인걸로 아는데.”

데뷔가 10년이 넘은 베테랑인 건 맞지 만, 그래봤자 17살에 불과했다. 예전부터 애늙은이짓을 하더니 말투만 봐서는 도저 히 국민 여동생이 상기되지 않는다. 이 사 실을 모든 국민들이 알아야 했다. 국민 여 동생의 뻔뻔한 실체를. 모르니까 다들 천 사인 줄 알고 있었다. 천사가 아니라 능구 렁이 수천 마리를 품고 있었다.

“그만 좀 달라붙어, 날 죽일 심산이 야‘?”

“죽이긴, 내맘알면서.”

정우는 첫사랑의 열병을 선사한 유일한 남자다. 그때의 강렬함은 아직도 잊히지 가 않았다. 위험에 빠진 국민 여동생을 구 해주고 유유히 사라진 행방이 묘연한 스 마트 레인저 1호. 그가 바로 정우였다. 뒤 늦게 사실을 안 후 얼마나 속이 상했던지. 한편으로 멋있기도 했다. 공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함이. 어쨌든 열병에 빠진 소녀 의 마음을 외면한 천벌을 내려주었다.

“뽀뽀는 식상해. 진도를 좀 빼야 되지

않을까, 우리.”

“시끄러워. 농담은 그만하지.”

“농담하는 거 아니거든. 무지 진지하다 고.”

“애들본다”

“보긴 누가 봐;”

상상도 못 할 능청스러운 대화에도 주 변은 잠잠했다. 국민 여동생의 적극적인 대시, 이것 하나만으로도 큰 이슈가 될 텐 데 하지만 당연한 일이다. 하라는 속성을 개방한 지 6년이나 지났다. 개방된 신안은 주변을 통제하고, 마인드 컨트롤이 가능 했다. 방송에선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 돌아다니지 못한다고 하는데, 실상은 다 르다. 마인드 컨트롤을 펼치면 지척에 있 어도 하라를 알아보지 못한다. 강의실에 서도 하라를 동기로만 보았다.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 하는 거 아니 다”

“나 때문에 애들도 공부에 방해될 거 아냐. 막말로 나처럼 매력 넘치고, 몸매 죽이는 국민 여동생이 옆에 있는데 집중 이 되겠어? 그리고 일할 때는 사용하지 않 아”

하라의 등급은 7급이다 신안을 개방하 면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잠 재력 6급의 천재라 해도 굉장히 빠른 성 취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가 재계 서열 다섯 손가락 안에 드 는 대한그룹 산하 대한전자의 사장이다. 무공을 익히고 있어 당시엔 무문의 후손 인 줄 알았건만 예측이 빗나갔다. 어쨌든 막대한 물량 지원을 스펀지처럼 흡수했으 니 어쩌면 당연한 성취였다. 줘도 못 먹는 병신들도 있기에 하라를 무조건 금수저라 고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

“등급만 높다고 다는 아닐걸.”

“실전 경험도 해 봤다. 이거 왜 이래.”

“가드가 100명은 있었겠지.”

등급만 놓고 보면 하라와 대적할 만한 상대는 많지 않다. 하지만 실전에서 제 실 력을 발휘한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경험이 적으면 돌발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다행이라면 그녀의 능력이 신안이라는 점 이다. 아무래도 상대의 마음을 읽고 대응 을 하기에. 경험이 적다고 만만히 봤다가 는 큰코다친다.

“내가 금수저라서 부담 느끼는 거야?”

“그럴 리가 있나. 내가 아까운데.”

“나한테 그런 말 하는 사람은 네가 처 음이야”

촉촉하고 또랑또랑한 눈망울이 마치 청

정한호수처럼 반짝거린다. 첫사랑의 열병 에 빠진 아름다운 소녀 같았다. 어느 누구 라도 사랑에 빠지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 할 극강의 순수함이 뿜어져 나왔다.

“지랄”

“안 통하네.”

새침하게 혀를 살짝 내밀어 입술을 핥 는 하라의 농염함에 정우도 살짝 흔들렸 다. 사내라면 흔들릴 만한 가공할 매력이 었다

‘진실은 모르는거지.’

하라의 쾌활한 모습만 봐서는 답을 찾 기 어렵다. 신안이 완전히 개방하면서 그 녀의 속내를 알기란 간단하지 않았다. 알 아보려고 애를 쓴다면 모를까, 철벽을 쳤 다. 간혹 내비친 속내가 진심이라고 단정 할수 없다.

“내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아.”

“불장난은 적당히 해. 그리고 나는 임자 가있는 몸이라고.”

“그 쪼그만 애를 말하는 거면 가만 안 둬.”

서로 사랑한다는 말이 나오면 경찰서에 신고해 버릴 기세다. 하라는 그리하고도 남을 뚝심을 지녔다.

“효린이도 이대로만 크면 너 못지않을

걸.”

“당치도 않은 소리. 이 몸은 역변이라는 무시무시한 이차성징을 이겨냈다고. 나만 큼 원판 불변의 법칙의 혜택받은 유전자 는흔치 않아”

이것이 하라의 인기비결 중에 하나다. 얼음공주처럼 도도하게 생겨가지고, 수더 분하다. 방송에서 짓궂은 부탁을 해도 빼 지 않고 열심히 했다. 생긴 것은 천생 공준 데, 하는 행동은 옆집 동생처럼 애교 넘치 니 안 빠지고 배기겠는가. 재벌 신분이 밝 혀진 것도 뜨고 난 후였으니, 모두에게 사 랑을 받았다

“성형이 나쁜 건 아니지. 예뻐지고 싶은 건 여자의 본능이니까.”

“그래도 나 같은 자연미인을 따르진 못 해.”

정우는 성형미인과 자연미인을 구분하 지 않는다. 속된 말로 그냥 예브면 된다. 마음씨가 곱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첫인상 에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기란 말처럼 간단치 않다. 열 우물 속은 알아도 한 명 의 사람속은 모른다고 했다. 하물며 여자 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를 만큼 난해하다.

“내게 장가오지 않겠니? 멋지게 살게 해

줄게.”

“난 집에서 조신하게 살림 잘하는 전업 주부가 좋0E”

“늙다리 같은 생각 그만 좀해. 그런구 태의연한 사고방식 때문에 나라가 발전하 지 않는 거야 요즘 세상에 그런 거 받아 줄 여자가 어디 있어. 그리고 가사는 원래 부부가 분담하는 거야.”

맞는 말만 골라하는데, 들어주기가 싫 다. 정우의 고약한 심보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선택은 자유야 강요하지 않아”

“젠장!”

“말곱게 써라 안 어울려.”

“됐거든.”

하라는 정우를 물고 늘어졌다. 정우와 의 대화가 좋았다. 다른 이들과 달리 맘을 숨기지 않아도 되었다. 신안을 개방해도 속마음이 보이지 않았고, 예리하며 솔직 했다. 그 점이 마음에 든다.

“아 남주소식 알아?”

“유치원 때 공남주를 말하는 거냐?”

“맞아, 네가 깨버린 동심파괴의 희생자. 그때 이후로 얘가 너무 현실적으로 변했 어. 꿈과낭만을 잃었다고.”

“꿈과현실은다르니까?잘됐네.”

수업 시간이 되어갔다

신입생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보유한 채윤정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선을 한 몸에 받아 챙길 만한 외모다. 마인드 컨트 롤을 하지 않은 하라와 엇비슷한 인기를 받았다.

“과제는다했고?”

“ 다했어.”

마법학과 얼음공주, 채윤정이 유일하게 말을 트는 동기가 정우다. 내어 준 마법과 제를 토론하는데, 대화가 되는 사람이 정 우를 제외하고 없었다. 채윤정의 경우 과 외를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마법이론에 관 해서는 해박했다 하라의 날선 전음이 정우의 귓속을 시 끄럽게 했다.

‘뭐야? 저불여시는.’

‘불여시라니, 채윤정이야’

‘흥,벌써이름튼 거야?’

‘동기잖아’

‘시끄러, 생긴 대로 불여시네’

일주일을 수업한 애들은 다들 고만고만 해서 별다른 경계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력한 마인드 컨트롤을 사용하진 않았 다 해도 채윤정은 통제에서 벗어나 있었 다 그것이 신경을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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