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1화 (41/500)

열이 뻗친 기호는 공력을 끌어올리며 정 우를 압박했다. 공력생성파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감각이 민감한 학생들이 감지한 것이다 제 6장 마찰 ⑵

웅성웅성!

테스트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린 기호로 인해 한동안 시험을 치르지 못했 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기호를 모르는 애 들도 검색을 통해 알고 있을 정도가 되었 다. 어쨌든 기호의 바람대로 들어오자마 자 가장 유명한 신입생 중에 하나가 되었 다

“또야?”

“진짜 튀고 싶어서 안달이 났나 보다”

“지나친 관심도 병이라던데!”

“쉿! 듣겠다!”

똥맨으로 널리 사람들의 메마른 감성 을 자극했지만, 기호는 혹호문의 후계였 다. 실력만 놓고 봐도 올해 신입생 중에서 도발군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그날과는 정반대였다. 힘을 제대로 주지 못했던 테스트 당시와 달리 굉장히 빠르 고 강력했다. 주먹과 발을 내지를 때마다 기류가 형성되어 주변을 휩쓸었다

“근데 저 애는누구야?”

“표시를 보면 마법학과 같은데.”

“에이, 설마!”

공력이 실린 기호의 공격을 잘 피해내 고 있었다. 무공을 배우지 않고서는 불가 능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 거 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흉악하게 일그러 진 기호의 기세가 살벌했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공력이 권각술에 실리니, 칼바람 이 불었다.

“젠장! 쥐새끼처럼 도망치지 말란 말이

다!”

“원한다면.”

맹렬한 기세를 발산하는 기호의 주먹이 허공을 쳤을 때, 정우는 회피하지 않고 파 고들었다. 단 한 번의 보폭으로 기호의 제 공권을 뚫어버렸다 이어서 돌진해 들어오 는 기호의 힘을 이용, 명치에 팔꿈치를 꽂 아 넣었다 커어억!

숨이 턱! 하고 막혔다 최적화한 카운터 어택이었고, 명치는 급소였다. 단련된 무 인도 제대로 맞으면 한방에 골로 간다.

풀썩!

기호는 무릎이 풀리면서 주저앉고 말았

“너…… 이 새끼……!”

불의의 일격에 화를 내던 기호는 채 말 을 잇지 못했다. 정우의 발이 무릎을 꿇은 기호의 얼굴을후려쳤다 퍼억!

정우는 솟아오르는 기호의 발을 잡아 채며 바닥에 내리찍었다. 돌로 되어 있는 바닥이 파이면서 균열이 번졌다. 기호의 찢겨진 얼굴에서 핏물이 사방으로 튀어나 갔다.

차악!

맥을 못 추고 쓰러진 기호의 머리카락 을 우악스럽게 잡아들어 올렸다. 연이은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기호는 발 이 들린 채 발버둥을 쳤다. 강천에 비해서 작을 뿐이지, 정우도 190cm에 달하는 거 구였다. 표식을 보지 않았다면 마법학과 다니는 줄 몰랐을 것이다:

“더 할 거야?”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러고도 무사할우?… 줄 알아! 죽?…여 버릴 거야!”

활기 넘치는 기호였다.

정우는 친히 얼굴을 바닥에 비벼 버무 려 주었다. 몇 번 바닥을 찍으니 찢겨진 얼 굴에서 뼈가 드러났다. 속성 중에 치료술 이 생겨나면서 어지간한 상처는 원상복구 가가능했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치료술사 가 의사보다 더 각광을 받는 이유다

“더 할 거야?”

.2”

발악을 하던 기호는 찰나 정우의 눈을 봤다.

오싹

소름이 돋았다. 마치 재미난 장난감을 만난 듯 웃고 있었다. 말로는 하지 말라고 권유하지만 속내는 아니다.

더 해보라고, 더 재롱을 떨어보라고.

망가뜨리고 싶은 짙은 파괴성이 꿈틀거 린다.

“너?… 대체 누구야?”

“이제야 궁금한 모양인데, 중요한 건 그 게아니지. 할거야 말거야?”

“본문에서 널 가만히 둘 것 같아?!” 정우는 고민이 되는지 생각에 빠졌다.

‘이때다!’

그 타이밍에 기호는 독을 사용했다. 현 재 사용할 수 있는 5급의 독력을 모조리 다 쏟아부었다. 이쯤 되면 코끼리도 단숨 에 즉사시킬 수 있을 만큼 위험했다.

‘예상대로네.’

정우는 몸을 파고들어 오는 독력을 감 지했다. 사실 이럴 줄 알고 궁지로 몰았다. 마지막에 사용하는 수법은 결국 속성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독처럼 치명적인 속성일수록.

주춤!

핀치에 몰렸다고 여겼을 때 힘이 풀린 정우가 물러섰다. 자연히 기호는 정우의 손에서 빠져나올수 있었다 하지만 충격이 상당해 바로 움직이지

못한 채 숨을 몰아쉬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잠깐, 저거 봐!”

기호를 개 잡듯이 잔인하게 패던 정우 가 주춤거리며 물러서자, 모두가 의아해했 다.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정우의 얼 굴과 몸이 검게 물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 다

“설마?”

“독? 저 미친!”

전문학교 내에서 전투는 허용을 하는 편이지만, 목숨을 끊어서는 안 된다 이는 법적으로도 처벌을 받는다. 아무리 화가 나도 사람을 죽여선 안 된다. 그것이 인류 가 정해놓은 만고불변의 규칙이었다. 이를 무시하고 살수를 펼친다면 세상은 혼란스 러워질 수밖에 없다

“맞을 짓했네!”

“돌지 않고서야!”

기호의 행동에 규탄을 하다가 정우의 잔인한 손속에 야유를 보냈던 학생들은 경악했다.

잔인한 것과 살수는 엄연히 차이가 있 었다. 기호가 받았던 작은 동정론마저 독 을 사용함으로써 사라져 버렸다. 마땅히 죽어도싼놈이 되었다 푸아아앙!

독이 온몸에 퍼질 때쯤, 정우는 몸을 털었다. 그러자 사방으로 검은 기운이 홑 날리듯이 퍼져 나갔다. 검은 안개가 퍼지 자 몰려들었던 학생들이 뒷걸음을 치며 거리를 벌렸다. 시야를 가리는 검은 독무 (毒쩌) 였다

“무……슨 짓올?”

기호의 동공은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 다. 독을 쓰기는 했지만 무색무취였다 겉 으로는 티가 나지 않는다. 화가 나기는 했 어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독을 쓸 만큼 어 리석지는 않았다 그런데 정우의 몸이 검게 변해 버렸다.

이건 의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더군다나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보란 듯이 독을 사 방으로 뿜어내 공간을 가렸다.

“이럼 좀 많이 맞아도 괜찮겠지.”

“?…너 설마?… 일부? 쿠웩!”

정우의 주먹질은 무차별적이며, 궤적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형과 식이 깃들지 않 은 주먹질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신적, 육 체적 충격을 받은 기호는 투로(閱路)마다 걸려들었다.

퍼퍼퍼퍽!

손짓, 발짓을 해가며 발악하지만 무용 지물이었다.

크아아악!

기호의 비명이 쩌렁쩌렁 울렸다. 폐부를 찌르고 들어오는 주먹질을 버티기 힘들었 다 죽이지 않을 거란 안전장치가 풀리면서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만!”

독 안개로 둘러싸여 있는 공간을 울리 는 강렬한 음성이 있었다. 그는 독 안개를 아랑곳하지 않고 돌진해 들어왔다.

파아아아앙!

충돌이 일어나며 독 안개가 홑어져 나

갔다. 단숨에 공간을 제압하는 강렬한 일

수였다. 실로 놀라운 수준에 이른 권격이 다

‘이럴 줄 몰랐는데.’

거리를 내어준 정우는 기습을 가한 상 대를 보았다. 독 안개는 한동안 지속되도 록 조절을 해 놓았다. 독 때문이라도 뚫고 들어오기 어려웠을 텐데, 망설이지 않았 다 붉은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가 인상적 인 사내다. 곧 사내의 적발과 홍안은 원래 의 자리를 찾아 검게 변했다.

‘이 수법은?’

정우의 미간이 좁혀졌다. 비슷하기는

한데, 성질이 좀 다르다. 속성이 가미되었 다고 봐야했다

‘약한데.’

만약 내가 짐작하고 있는 녀석이 맞는 다면 이 정도로 끝내지 않았다. 조금 전의 진의를 꿰뚫어 보고도 남는다. 실력분만 아니라두뇌도 만만치 않았으니까. 그렇다 해도 경지의 차이일 뿐이지, 형과 식은 발 전되었다. 운공행로를 살펴보면 좋겠지만, 이는 금기였다. 알려달란다고 알려줄 것 같지도 않고.

부르르!

人]내는 전문학교 6학년의 백경수다. 그

는 학교 내 학생을 자체적으로 통제하는 학생자율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었다. 학교 에서 벌어지는 일을 감시하고, 수위를 조 절하는 역할을 맡았다

‘막았어!’

내색하진 않았지만 백경수의 놀람은 생 각보다 컸다. 전력은 아니더라도 갓 입학 한 신입생이 막아설 만큼 녹록하지 않았 다. 게다가 기습적으로 내질렀음에도 밀 려나간 것은 자신이었다 주먹에서 전달된 반진력이 내부를 진탕시켰다.

“방해하시는 건가요?”

“대결은 자유지만 도가 지나쳐.”

기호는 찢어진 걸레처럼 널브러져 있었 다. 얼굴은 피투성이였고, 전신은 피멍으 로 가득했다. 게다가 사지가 전부 부러졌 다 결과만 놓고 보면 지나친 감이 없지 않 아 있었다.

그러나 정우는 태연히 반박했다

“독을사용했습니다.”

“중독된 것같지는 않은데.”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 를 죽이기 위해 독을 사용했다는 점이 중 요하지요. 그리고 그 독은 제 몸 안에 고 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주도권을 잡은 건 신입생이다. 백경수

는 압박을 받았다. 말로는 상대가 되지 않 았다. 게다가 쓰러진 신입생이 독을 사용 했다면 과민한 대응이라고 해도 탓할 수 가 없다. 이번 일을 외부에서 안다면 학교 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 하필.’

처맞고 쓰러진 신입생은 대문파의 후예 인 반면, 이 녀석의 신분은 일반 학생이다. 갑질논란이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지나친 대응이 분명함에도 벌을 주기가 어렵다. 혹호문과 연관이 있다고 여길 것 이다. 보는 눈이라도 적으면 모를까, 시선 이 너무 많았다. 증거까지도 명백하게 가 지고 있었다. 독의 성분이 정말로 치명적 일 경우 도리어 역풍을 맞게 된다 데구루루!

정우는 기호의 머리를 발로 살살 굴리 며 백경수의 반응을 기대했다. 마치 무엇 이라도 해 보라는 듯. 당연하게도 기호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수틀리면 밟아 서 터뜨려 버리면 그만이다.

“발부터 치우고 대화를 하도록 하지.”

“또 독을 쓰면 곤란해서요.”

“기절한 녀석이 독을 쓸수 있을까?”

“하도 척을 잘해서 또 모르죠.”

기절한 척 있다가 달려들면 곤란하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네가 어떻게 할 거냐고 다그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속을 긁는구나.’

백경수는 왠지 모르게 쓰러져 있는 기 호의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정황은 둘째 치고 놈은 화를 돋우는데 천부적이었다. 상대의 체면 따위는 봐주지 않았다. 자신 이 끝을 내야 직성이 풀리는 놈?이 분명하 다

“나를 상대해야 할 텐데 괜찮을 것 같 나?”

“그러는 선배는 이후의 사태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선배일 때와 적이 되었을 때의 구분이 확실했다. 백경수는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느꼈다. 서늘한 한기가 심중을 찌르고 들 어왔다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엄포 였다. 의도와는 달리 속성과 공력이 꿈틀 거리고 있었다

‘위험한 녀석이다:

자신의 공격을 막은 것보다 주변을 컨 트롤하는 능력이 소름끼친다. 지극히 유 리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지배했다. 한데, 위화감을 주는 근본적인 원인은 망설임이 없다는 사실이다. 수틀리면 주변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무법자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멈춘다면 없던 일로 하겠다.”

“현명한분이시군a.”

“이름을 알고 싶은데?”

“마법학과 1학년 하정우입니다.”

이름을 밝힌 정우는 미련 없이 돌아섰 다

‘파란을 일으키겠군.’

백경수로서는 처음 겪는 곤란지경이었 다. 잠재력을 인정받아 유니크가 되었고, 탄탄대로였다. 한 번도 실패의 쓴맛을 본 적이 없다. 그런 자신이 이제 막 입학한 신 입생으로 인해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회장하고 같으면서도 달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