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9화 (39/500)

제 5장

순간의 판단이 평생을 좌우한다 (3)

정우의 작은아버지, 하윤성은 유니크 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보다는 싸우는 데 소질이 있었다. 데미지를 증폭시킬 수 있 는 속성을 지녔다. 기술을 쓰면 마물의 방 어력을 무력화하고 치명타를 입혔다. 공격 이 상당히 강한 축에 속하지만, 방어에 취 약한 편이라 혼자서는 마물 사냥이 어렵 다. 반드시 방어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 다. 그래도 치명타를 극대화해 능력을 인 정을 받고 있었다 하아아!

윤성은한숨을 푹 푹! 쉬었다.

“땅 꺼지겠다. 뭔 한숨을 그렇게 쉬어. 왜 그러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 작은아버지가 한자 리에 모였다. 식사 후, 설거지까지 끝내고 나니 시간이 좀 남았다. 남자들만의 그나 마 한가로운 티타임이었다. 정우도 엄마와 고모, 숙모, 수연의 시끄러운 수다를 피해 왔다. 민수는 밖에서 나가서 열심히 중력 조절을 시험하고 있었다. 아까의 일이 좀 처럼 믿어지지 않는 듯하다. 부지런히 노력 하는 것 하나는 알아줘야 했다.

“형도 알잖아. 내가 화려한 공격기 빼면 시체라는 거.”

“그런데?”

“나이가들었는지, 예전처럼 몸이 움직 이지 않더라고.”

“속성은 꽤 늘었잖아”

“치명타를 입히려고 해도 몸이 따라줘 야 하지. 과거에 비해 마물도 상향 조정되 는 바람에 타이밍이 조금씩 늦어. 그래서 전투 등급이 떨어졌다고.”

유니크의 현장 전투 연령은 대략 20대 부터 40대 초중반이다. 반백년을 산윤성 도 이제는 현장에서 뛸 때가 지났다고 봐 야 했다. 속성을 개화해 등급이 오르면 그 나마 다행이긴 한데. 슬슬 전투력이 떨어 질시기였다.

“꼭 현장일 필욘 없잖아”

“사무직으로 가면 페이가 준다고. 그 돈 가지고 뭘해.”

전투력을 인정받아 진급을 한다면 모를 까 실력이 떨어져 유니크 지원 업무로 빠 지면 연봉이 배 이상으로 줄어들어 버린 다. 영업과 영업지원을 예를 들면 딱 들어 맞는다. 안정적이지가 않아서 그렇지, 현 장에서 활동을 하면 페이가 센 축에 속한 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었다. 애들도 있 고, 노후준비도 해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 이다.

“배부른 소리 하지 말거라”

“그래도 너는 네가 돈 관리하잖아.” 작은아버지의 투정에 할아버지와 아버 지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그것이 야속해 서운해하는 작은아버지

“우린 돈을 통장으로만 봤다 이놈아!”

“용돈 타서 쓰는 심정을 네가 알아?!”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했던가. 할 아버지와 아버지의 의기투합이 돋보였다.

‘쩝 할말 없네.’

윤성이 비록 현장에선 치고 올라오는 젊은 유니크들에게 퇴물 소리 듣기는 해 도 자금줄을 손에 쥐고 있어 가정에선 권 위가 있었다. 그에 반해 아버지와 형은 ATM기계였다. 하지만 현실에 만족하고 산다고 그랬다

“좋다며?”

“마냥 좋을수 있겠냐.”

정우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말을 듣고 살짝 충격을 받았다. 전혀 그런 내색을 하 지 않고 있기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 줄 알 았다. 할머니와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배 신감에 치를 떨지도 모르겠다

“떠나려는 엄마를 잡은 건 아버지라면 서요?”

“잡지 말았어야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호흡이 척척 맞는 다

“가는 여잔 잡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

“맞습니다 아버지.”

평소에는 안 그랬는데, 명절이라 스트

레스가 폭발한 할아버지와 아버지다. 명 절이 지나면 이혼율이 급증하는 이유를 알것도 같다.

“정우야 순간의 판단이 평생을 좌우하 는 거다 생각잘 해야한다.”

“예, 할아버지.”

“결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란다.”

“새겨들을게요.”

손자와 아들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잡 혀 산 세월의 한이 느껴진다. 그렇게라도 한풀이를 하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움찔 했다. 목소리가 좀 컸던 것 같았다. 혹시라 도 할머니와 엄마가 듣지 않았을까, 동공 이 지진이 난듯 흔들렸다. 잠시간의 일탈 로 인해 1년을 고생할순 없었다.

“괜찮아요. 기막 쳤어요.”

“기막? 그게 대체 뭐냐?”

할아버지의 물음에 정우는 공력을 이 용한 기의 막이라고 설명했다 공력이 3갑 자에 이르면 누구나 칠 수 있다는 부언을 보태서. 아직은 할아버지를 비롯한 친척에 게는 능력을 보이지 않았었다. 능력을 자 랑하는 것 같고, 그게 은근히 재수가 없 다

“기……막을 쳤다고?”

윤성은 유니크다. 5급이면 결코 낮지

않았다. 기막을 모르진 않았다. 그러나 무 문에 속한 무인들 가운데서도 기막을 이 토록 자연스럽게 칠 수 있는 자는 손에 꼽 힌다.

“속성이 마나라면서?”

“각성 전에 금강문에서 무공을 배웠거 든요.”

“그 꼴통 문파?”

“잘 아시네요.”

금강문이 다른 무문이나 길드에 비해 대외활동이 부족한 편이나, 유명하긴 하 다. 특히 강력한 전투력을 동반한 무식함 의 대명사로 불린다. 어디에 갔다 놔도 금 강문의 무인은 눈에 띄었다

무인을 뽑을 때 두뇌나 속성이 아닌 튼 튼한 몸만 보고 봅■는다는 소문이 회자될 정도다. 그렇다 해도 윤성은 납득하기 어 렵다. 금강문은 탁월한 외공을 공력이 받 쳐주지 못한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정우는 3갑자는 되어야 가능한 기막을 쳤 다. 이게 상식으로 말이 되는 일인가? 어 미 뱃속부터 공력을 쌓지 않고서는 불가 능한일이었다.

‘게다가 기막을 이럴 때 쳐도 되는 거 냐?,

아버지와 형님의 뒷담화가 어머니와 형

수의 귀에 들릴까봐, 기막을 치다니.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를 않는다. 고수와 하 수의 갭이 느껴진다. 한편으로 시험해 보 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여줄수 있겠니?”

“ 얼마든지요.”

집 안에서 먼지 날릴순없어 밖으로나 갔다. 펜션 앞에는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 었다. 명절이라 다들 고향에 내려갔기에 해수욕장 일대는 한산했다.

“오거라”

정우는 마다하지 않았다

슈앙!

백사장의 모래가 휘날리기도 전에 윤성 의 제공권이 정우에게 잡혔다. 윤성은 헛 바람을 삼켜야 했다. 언제 뚫고 들어왔는 지 보이지가 않았다. 몸이 예전 같지는 않 아도 경험이 쌓여 안목은 자신했건만 눈 뜬장님이 되었다.

정우는 손바닥으로 살짝 밀었다.

추우웅!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손바닥을 막았 던 윤성은 허공을 날았다. 지상에서 5m 의 높이로 붕 떠버렸다. 쳤다기보다는 밀 었기에 모래사장에 볼썽사납게 처박히지 는 않았다.

휘리릭!

허공을 돌아 바닥에 착지한 윤성은 현 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넋이 나갔다. 눈 앞에 있는 녀석이 형의 조카가 맞는지 의 구심이 들 정도다. 형은 예전부터 싸움하 고는 어울리지 않았다 전형적인 모범생의 공처가 타입이었다. 속성이 부모의 유전으 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나, 정우의 전투력 은 이해범주를 넘어섰다.

납득을 못한 윤성은 형을 다그치듯 따 져 물었다.

“이 녀석 뭐야?”

“왜 신통치 않아?”

“신통치 않은 정도가 아니잖아 이건 상 식적인 레벨이 아니라고.”

“그럼 잘됐구나.”

말조차 더듬는 윤성에 비해 윤철은 덤 덤했다. 평소에도 보여줬던 능력 중에 하 나였고. 비교 대상이 마땅치 않아서 정우 가 얼마나 강한지 잘 몰랐던 것이다. 학교 에서 사고치거나, 말썽을 부린 적도 없는 모범생이었다. 집에서 보여준 허공섭물로 마물 사냥이 가능할지 걱정이 되었었다. 동생의 말을 들으니 조금 안심했다

“한번 막아보겠니?”

“오세요.”

윤성의 장기는 방어가 아닌 공격에 있 다. 필살기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공격 기가 있었다. 피의 십자가(Blood-Cross)라 고 부르는 생체력을 강화한 순삭(群®, 절 명기 (絶命技)다.

운용과정은 공력 운용과도 비슷하지만, 분류하면 일종의 선천진기다. 본래 사람이 란 선천진기를 가지고 있다. 이를 자주 사 용하면 생명력이 쇠락하게 된다. 그에 반 해 윤성은 선천진기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속성이 선천진기의 자가 생산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체적으로 원 래의 양으로 돌아오고, 순간적으로 파워 를 급상승시킬 수 있었다. 최소 10발의 치 명타를 입힐 수 있으면, 원킬(One-Kill)이 가능하다.

‘어디.’

윤성은 전력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6 급의 마물에게 사용하던 필살기라 위험할 수도 있으나, 좀 전에 보여준 정우의 실력 이 정말이라면 별다른 피해는 입지 않을 것이다. 3갑자 공력이 뻥이 아니라면 충분 히 막는다.

생체력을 극대화해 전신으로 돌려 증

폭시킨 후 한 점에 모아 극대화했다. 윤성

의 육체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온몸에 핏줄이 돋았다 파아아앙!

허공을 긋는 윤성의 블러드 크로스가 정우를 직격했다. 백사장의 모래가 출렁거 리며 홑날렸다. 사방으로 파장이 번지며 흔들렸다.

“정우를 죽이려는 거야?”

윤성에겐 형의 질책이 들리지 않았다. 흩어져 버린 모래가 바닷바람에 휘날리며 사라졌을 때 정우는 모습을 드러냈다. 엄 청난 굉음에 다들 걱정했는데, 상처의 흔 적은커녕 지나치게 멀쩡했다

“어떠냐?”

“위력은 나쁘지 않지만 준비가 늦어요. 필살기치곤 집중도도 낮고요.”

“바로 봤구나.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생체력은 공력과 달리 육체와 상관관 계가 있어요. 술, 담배를 줄이고 선식을 하 면 나아지진 않아도, 약화되진 않겠죠.”

“쯧, 살맛 안 나는 말을 골라 하는구 나”

마물을 사냥하고 삼겹살과 함께 하는 소주 한잔과 담배가 윤성을 위로했었다. 이 맛에 사냥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 도 아니고 모두를 끊으라니, 윤성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나와함께일해보지 않으련?”

윤성은 정우가 욕심이 났다. 함께 일을 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도 이런데 시간이 더 지나면 상대할 자가 많 지 않다. 최소한 정우의 미래에 도움이 되 도록 길을 제공해 줄 능력은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시간이 없 어요.”

“아르바이트를 해서 얼마나 번다고?”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3억가량 받고 있어요.”

3억이 보통 사람에게는 크게 다가오겠

지만, 전생의 정우는 대륙을 일패도지할 패자였다 시대와 차원이 다르다 해도 3억 이 많다고 여기진 않았다. 당시에 맘만 먹 으면 100억은 우습게 당길 수 있었다 정우의 대수로움과 달리 윤성은 거리감 을 느꼈다 유니크 5급이면 보수가 괜찮은 편이긴 해도, 3억이 작아보이진 않는다.

“?…대체 뭘하기에?”

“금강문의 호법이에요.”

윤성은 아연실색했다. 금강문에서 자 질을 알아봤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호법 을 하고 있다니. 호법이면 문주 다음의 실 세다. 아르바이트로 자신보다 더 벌고 있 는 녀석에게 함께하자고 했으니 무안하기 짝이 없다. 금강문이 비록 꼴통 소리 듣는 문파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8개의 문 파 중하나였다.

‘쩝,좋다 말았네.’

윤성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보다 더 크게 키워줄 수 있다 장담하지 못했다. 시 간이 더 지나면 정우에게 부탁을 해야 될 지도 모르겠다.

숙부의 아쉬운 기색을 읽은 정우는 제 안을 했다

“요즘들어 팀을 이루기 힘들죠?”

“팀은 호흡이 중요한데, 체력이 떨어지

니 짝을구하기가 힘들구나.”

“사람을 빌려 드릴게요. 몸빵으로는 제 격이니까, 맘대로쓰세요.”

공짜는 아니다. 대여료로 1사람당 150 만 원을 받겠다고 했다. 팀을 이루려면 최 소한 5명이 필요하니 4명분이 된다. 450 만 원을 받고 사냥으로 생기는 부수입을 성과급으로 주면 된다 그렇다고 과하지는 않았다. 보통 유니크가 받는 액수에 비하 면 현저히 낮다

“나야 좋지만, 네가 부담이 되지 않겠 니?”

“괜찮아요. 대신 제가 알려준 계좌로

돈을 넣으세요.”

“그러마”

정우는 혹금단을 늘려가고 있었고, 불 사수라기공을 익히고 있으니 탱커 역할은 잘 해 줄 것이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녀석 들의 수련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숙부에 게 보내 실전 테스트를 하면 된다. 파견근 무 형식으로 돈을 벌어오면 전체적인 수익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저자식 대체 뭐야? 3급 맞아?’

중력을 수련하던 민수는 숙부와 정우 의 대결을 지켜봤다. 5급의 유니크인 숙부 는 민수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전문학교 를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 오면 숙부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다. 숙부와 대등한 대결을 벌이는 정우의 놀라운 능력에 힘 이 빠져 버렸다.

‘그만두든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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