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8화 (38/500)

제 5장

순간의 판단이 평생을 좌우한다 (2)

부산에 살고 있는 고모와 고모부가 왔 다. 고모부는 자동차 부품 공장을 운영하 신다. 대기업 하청이기는 해도, 자동차 서 스펜션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 사업은 잘 되고 있었다.

작은아버지 가족까지 모이니 꽤 들어찼

다. 요즘은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 편이라, 예전처럼 20명이 넘는 대가족은 찾아보 기 힘들다. 국가에서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해서 복지정책을 내놓지만, 정권이 바 뀔 때마다 바뀌고 현실적이지 않아 효과 가 미미했다. 그래도 인구 자체는 부족하 지 않았다. 동남아시아는 물론, 중동아시 아에서 노동자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니까: 고모의 근황 토크가 시작되었다.

“정우도 유니크 전문학교에 입학한다면 서?”

“예, 고모.”

“등급은 잘나왔고?”

“3급나왔어요.”

가족이 모이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부 담스러울 때가 많다. 특히 애들이 학교를 들어가기 시작하면 더욱 그렇다. 유니크 가 전문직종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등급 비교는 일상처럼 다가왔다. 친척이 모이면 자식들 등급을 물어보고 비교하기 일쑤 다. 의도가 있든, 없든 듣는 입장은 고려하 지 않았다 세배를 올리고 난 후 정우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3급이라며?’

“그런데?”

등급을 물어본 것은 고모의 아들 조민 수다. 정우보다 1살이 많다. 극성맞은 고 모의 관심을 받고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성격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상 친척 이니까 말을 섞지 남이었으면 받아주지도 않았다. 어쨌든 남자애들이 그렇듯 가까 울수록 주목을 받으려고 애를 쓰기 마련 이다.

민수에게 정우는 라이벌이었다.

정우의 속성이 3급이라고 하니, 4급을 받은 민수는 부둣함을 만끽했다 1년 전에 등급을 판정받고, 정우가 몇 등급일지 노 심초사했었다. 사촌끼리 왜 그렇게 경쟁적 이냐고? 그럴 만도 한 게 이놈은 예전부터 재수가 없었다.

민수는 공부를못 하지 않았다. 정우와 비슷했기에 더욱 경쟁심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 매번 졌다. 뭘 해도 정 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성질이 나서 덤 빈 적이 있었는데, 돌진하다 돌멩이를 밟 는 바람에 발목이 접질려서 허무하게 끝나 고말았었다.

“마법학과에 지원했다며?”

“ 맞。]:”

“언제 치고올라가려고?”

심초사했었다. 사촌끼리 왜 그렇게 경쟁적 이냐고? 그럴 만도 한 게 이놈은 예전부터 재수가 없었다.

민수는공부를 못 하지 않았다. 정우와 비슷했기에 더욱 경쟁심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 매번 졌다. 뭘 해도 정 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성질이 나서 덤 빈 적이 있었는데, 돌진하다 돌멩이를 밟 는 바람에 발목이 접질려서 허무하게 끝나 고말았었다.

“마법학과에 지원했다며?”

“ 맞。]:”

“언제 치고올라가려고?”

“반경 10미터야”

민수의 속성은 중력으로 나름 자부심 을 가지고 있었다. 별거 아닌 투로 말하지 만 100kg의 중력이면 전투에서 효과적이 었다. 공간에 100kg의 중력을 가하면 본 인 체중을 감안해서 180kg의 이점이 생 긴디: 반면에 상대는 100kg을 등에 진 상 태로 싸워야 한다.

“ 대단하네.”

정우의 건성에 민수는 미간을 찌푸렸 다

“믿지 못하는구나.”

“ 믿어.”

“못 믿는거 같으니까, 보여줄게.”

“ 믿는다니까.”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있었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민수는 성취를 자랑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중력조절 로 정우의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40kg 이면 되겠지.’

민수는 쌀 반 가마의 무게면 충분하다 고 봤다. 공간조절을 통해 반경을 최소한 으로 했다. 이만하면 몸이 쇳덩어리보다 무거울 것이다. 뉴턴이 발견한 만류인력의 무시무시함을 깨닫게 되리라 기대감이 잔뜩 실려 있는 민수의 표정 에 정우는 응대를 해줘야 하나, 고민했다. 뭐라도 바라는 간절함이 있었다. 노력이 가상해서 티를 냈다

“아 무겁네.”

“진짜로무거운 거 맞아?”

“무겁다니까.”

“안무거운 거 같은데.”

“오해야 무거워.”

감정이라고는 실리지 않은 성의 없는 감 탄에 민수는 인상을 썼다. 초보자가 연기 를 해도 이보다는 잘하겠다. 어쩌면 무심 한 표정으로 혼란스럽게 하는 것인지도 몰 기대감이 잔뜩 실려 있는 민수의 표정 에 정우는 응대를 해줘야 하나, 고민했다. 뭐라도 바라는 간절함이 있었다. 노력이 가상해서 티를 냈다

“아 무겁네.”

“진짜로무거운 거 맞아?”

“무겁다니까.”

“안무거운 거 같은데.”

“오해야 무거워.”

감정이라고는 실리지 않은 성의 없는 감 탄에 민수는 인상을 썼다. 초보자가 연기 를 해도 이보다는 잘하겠다. 어쩌면 무심 한 표정으로 혼란스럽게 하는 것인지도 몰 야겠는데, 딱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발휘 되지 않았다. 중력은 분명 훌륭한 능력이 지만, 그뿐이었다. 그럴수록 더욱 무심하 고 싶은 장난기가 발동한다.

“너무너무 무거워.”

“정말이지?”

“그렇다니까”

“아닌것 같은데.”

“의심도 병이야.”

80kg의 중력이 작용했음에도 정우는 좀 전과 다르지 않았다. 눈썹을 일부러 찡 그리는 듯한 어색함이 있었다. 그에 반해 중력장을 유지하고 있는 민수는 땀을 뻘 뻘 흘렸다. 최고치에 다가갈수록 소모되 는 속성이 상당하다. 100kg까지 가능하 다고는 말했지만, 실상은 끝까지 올려본 적이 없었다

“충분히 무거우니까, 무리하지 말지.”

“무……리라니. 하나도 안 힘들거든!”

힘들지 않다는 것치고, 얼굴이 시뻘겋 게 달아올라 곧 터져 죽을 것 같았다. 조 금만 더 강도를 높이면 위험할 수도 있었 다. 그런데도 오기가 발동한 민수는 기어 이 한계치를 넘어 120kg에 도달했다. 자 랑하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잠재 력을 격발했다고 볼 수 있었다. 마치 죽기 직전 꽃을 피우는 회광반조가 상기된다.

“어이구! 무거워라. 허리를 펼 수가 없 네.”

허리를 못 펴긴. 정우의 등은 반듯하기 만 했다. 의자에 앉는 바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발가락을 자유자재로 꼼지락거리 는 센스를 발휘했다.

민수는 죽을 맛이었다. 말로는 무겁다 고 하는데, 와 닿지가 않았다. 저리 안 무 겁게 무겁다고 해도 되는 것인가? 살아 있 지 않은 무미건조한 무거움이 전해진다. 전혀 감흥이 없다. 뭐랄까? 내 마음을 울 리는 통쾌함보다는 불쾌함과 거북함이 교 차한다.

드륵!

문을 열고 수연이 들어왔다.

“오빠, 밥 먹으라는 말 못 들었어?”

“못 들었다고 하면 안 믿을 거지?”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해!”

“민수형이 할말 있다고 해서.”

수연은 1층 주방에서 음식을 나르다가 사운드를 볼륨 1로 조절해서 오빠를 불 렀다. 볼륨 1이 얼마냐고? 바로 앞에서 들 어도 잘 안 들리는 수준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빠다. 내공으로 체중을 조절해 소리가 거의 나지 않음에도 기척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오빠가 못 들었을 리 만무했다.

‘바다를 가를 줄 누가 알았겠어.’

수연은 아직도 그때의 충격에서 벗어나 지 못했었다. 실력을 보여 달라고 해서 보 여줬을 분이지만, 상식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수평선 끝까지 순간적으로 갈라진 바다. 홍해의 기적을 보는줄 알았다. 그런 엄청난 짓, 만행을 저지르고도 오빠는 태 연했다. 그것도 전력이라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최강의 여전사로 만족할 수밖에 없잖

아’

지상 최강의 전사는 오빠가 있는 이상 불가능했다.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 호 칭이다. 밖에 나가서는 최고라는 말을 식 상할 정도로 많이 듣는다. 그러나 오빠하 고 있으면 항상 2인자에 불과했다. 그리고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 다. 평소에는 다정다감한 오빠지만 맘 상 하게 하면 그땐 상상도 못할 참혹한 상황 이 벌어진다. 일명 지옥훈련, 비무대련을 빙자한 오빠의 화풀이다.

“민수 형, 다했지‘?”

..

“더 있으면 기다려줄게.”

있고, 자시고. 민수는 말할 기력도상실 해 가고 있었다. 게다가 어이까지 상실하기 직전이었다. 수연이 들어와서 한 행동이 더 어이없다. 협소한 방 안이라 수연이도 영향을 받아야 마땅했다. 그런데 영향을 받기는커녕 뭔 일이 있는지도 모르는 눈치 였다. 아니면 아예 신경을 쓰지 않거나.

“중력이란 거 무섭네. 그렇지 수연아?”

“당연하지, 손에 꼽히는 속성이잖아”

“민수 형이라면 훌륭한 유니크가 될 거 야”

“나도 민수 오빠라면 잘 될 거라 확신

해.”

“가자, 밥 먹으러.”

정우와 수연은 보란 듯이 밥 먹으러 내 려갔다. 남겨진 민수는 한계치를 넘어선 대가로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넋 이 반쯤은 나갔다. 정우와 수연의 칭찬이 전혀 칭찬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부러운 능력이라고 치켜세우고 있지만, 덕담이 아 닌 악담처럼 들렸다.

그렇게 대단하면 영향을 받아야지, 말 로만 무겁다고 하면 난 뭐가 되냔 말이다

“내……가 뭐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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