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6화 (36/500)

제 4장 인원 보충 ⑵

진만득은 물러서지 않고 칼을 휘둘렀 다. 하지만 사내의 무릎이 더 빨랐다. 배 를 치고 들어온 무릎은 오장육부를 흔들 어놓았다.

크어어억!

바닥에 쓰러진 진만득은 마셨던 술과

안주를 토해냈다

그들은 신속히 진만득을 구석으로 던 져 버리고, 바닥을 깨끗하게 닦았다. 토사 물을 치우고, 걸레질과 왁스칠까지 완벽하 다 언제 토사물이 있었는지 모를 깔끔함 이 남겨졌다. 한두 번이 아닌 능숙한 솜씨 가 인상적이다 스륵!

문이 열렸다

문틈으로 늘어진 그림자가 진해졌다. 진만득을 쓰러뜨린 사내들은 급히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도배도 하지 않은 허름 한 창고와는 어울리지 않은 황금색으로 치장된 쿠션 의자였다. 흔들림이 좋은 의 자의 틸트가 인상적이다.

저벅저벅!

고요한 침묵을 깨우는 발자국이 멈췄 다

그는 의자에 앉았고, 단원들은 바동거 리는 진만득을 데리고 와 무릎 꿇렸다.

빠드득!

이가 부서져라 악무는 진만득이다. 눈 앞의 새파랗게 어린놈이 자신을 잡아오라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에 치가 떨렸다. 아 픔보다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붙잡힌 현실을 받0}들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 다. 무턱대고 화를 낸다고 달라지지 않았 다

“무슨 억하심정으로 나에게 이러는 것 이냐?”

“몰라서 묻는거야?”

진만득의 물음에 오히려 되물었다.

“나를 건드리면 혹웅파에서 가만히 있 지 않을 거다!”

“호오, 대가세네.”

정우는 히죽거렸다. 기가 살아 있는 녀 석들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았다. 초반 부터 고분고분하면 재미가 없다: 다스리는 재미, 즉 조련은 반항에서 시작된다. 처음 부터 바짝 엎드리면 성취감이 떨어진다.

“일단 버텨 봐.”

손짓은 허공을 두드렸고, 진만득의 육 신을 제압했다.

헉!

헛바람이 새어나갔다. 이어서 고통이 밀려왔다. 상상하는 범주를 벗어나 있었 다. 피부가 가려우면서, 힘줄이 당겨졌다. 통제 불능의 상태에서 뼈가 어그러지는 생생함이 뇌리를 강타한다.

“들어는 봤을 거야 분골착근이라고. 무 협소설에 자주 등장하지. 말로는 되게 아 프다고 하는데 실상 사람은 겪어보지 않으 면 모르더라고.”

뼈를 부수고, 근육을 찢어발기는 고문 수법.

단순한 분골착근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분골착근에도 상중하가 나뉜다. 마냥 아 프고, 고통스럽기만 하면 하급이다. 지속 적으로 고통스러워야 하며 대상이 적응되 지 않아야 한다. 또한 망가지지 않게 조절 해야만 했다. 보기엔 쉬워보여도 상당한 고급 기술에 속한다.

부르르르!

고통에 익숙하다고 여겼던 진만득도 참 기 어려웠다. 망치에 찍혀 발가락이 뭉개 진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의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크아아아악!

누군 주고, 누군 안 주면 불평공하다

정우는 잠에서 깬 조직원들에게도 분 골착근을 새해 선물로 주었다. 피는 같지 않아도, 형 동생 사이니 동참해야 했다. 그것이야말로 이놈들이 말하는 아름다운 동료애다. 나만 빠지겠다는 개인적인 이기 주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비명이 창고 안을 부술 듯이 두들겼다. 사운드가 최상으로 끌어올려 졌다. 남자 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음역대가 3옥타브 레#이라고 하는데, 충분히 3옥타브 솔# 이상이다. 다만 정돈되지 않아 어둠이 가 시지 않은 시각에 소음공해를 일으켰다. 이는 주변에 상당한 민폐다.

“괜찮아 기막쳤어.”

공력의 막(膜)을 친 이상 맘껏 소리 질러 도 된다.

너희에게는 그럴 만한 자유가 있어, 라 고말하는듯하다.

정우는 발악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해 주었다.

“어때 새록새록 떠오르지?”

이 자리에 있는 20명의 흑금단은 당시

를 상기했다. 그땐 죽을 것처럼 아팠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면 분골착근은 조족지혈 이었다.

10분이 흘렀다

정우는 혈맥을 두드려 분골착근을 풀 었다.

부르르르!

독기로 무장했던 진만득과 조직원들의 눈빛은 두려움과 공포로 점철되었다

“기대가 컸나? 끈기가 부족하네.”

그러지 마 제발

말이 좋아 10분이지, 지옥을 경험하고 있었다. 당하는 대상은 칼 물고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정우는 혀를 깨물지 못하도록 혈을 조 절해 놓았다. 앞으로 중히 쓸지도 모를 재 료가 허무하게 죽어 버리면 안 되었다. 잘 갈고 닦아 요기하게 써야 했다

“우리……한테대체 왜이러는거요?”

진만득의 말투가 달라졌다. 어떤 수를 썼는지 모르지만, 상대는 의자에 앉아서 50명의 조직원을 전부 제압했다. 이런 능 력은 유니크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채무 자 중에 유니크와 관련이 있었는지를 상 기했다.

“몰라? 그럴 리가. 전화를했는데.”

“전화라니? 나는받은 적이 없소!”

“잘 생각해 봐.”

“설……마?”

진만득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통 의 전화. 발신자가 익명이라 받지 않으려 고 했는데 계속 와서 받았다.

그러고서 한다는 소리가.

-시중 은행의 대출금리로 장사를 하세 요. 아니면 꽤나 곤란한 일이 벌어질 거예 요. 진 사장님을 위한 층고니, 새겨들으세 요.

미치지 않고서야 은행금리로 이자를 받

으라니, 그게 말이나 될 법한 소리인가? 대부업체에서 그렇게 했다가는 망하는 지 름길이었다. 인건비는커녕 식비도 나오지 않겠다. 당연히 욕을 퍼붓고 다시 전화하 면 찾아가서 주리를 틀어주겠다고 했다

“어느 대부업체가 4%로 대출을 해줍니 까! 그럼 우린 뭘 먹고 살라는 거요?”

“그건 그쪽 사정이고. 난 분명히 충고를 했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강요하고선, 내 알 바가 아니라니.

부글부글.

진만득은 화가 치밀다 못해 터져버릴

지경이었다. 어린놈이 능력만 믿고 설치고 있었다. 풀려나기만 하면 놈은 물론 주변 까지도 다 죽여 버릴 것이다. 능력을 가졌 다고 해도 가족과 지인을 인질로 삼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게 아니더라도 6개월 동안 사람들의 피를 말리고 등골을 빼먹었잖아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 나무라는 건 아니니까. 내 말은 함께 일할 수 있게 돼서 좋다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분노가 조절이 되지 않은 진만득은 분 골착근의 고통도 잊고 으르렁거렸다 세상 에 대한 증오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섬뜩 한 독기였다. 보통 사람은 오금이 저릴 만 도 한데, 상대 나름이었다. 정우에겐 씨알 도 먹히지 않았다 화를 내는 모습이 마냥 귀엽기만 했다. 마치 예전의 활기찼던 전 생이 상기된다.

정우는 이런 종자를 원한다. 보통은 배 우다가 뒈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럼 헛 수고를 한 게 된다. 얼마나 비효율적이야. 먹고, 입히고, 가르친 보답을 받고 뒈졌어 야했다

“죄를 졌으면 벌을 받는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난 그런 걸 신뢰하진 않아 까놓고 말해서 당신이 내 주변에서 알짱거려서 이 리된 거야 실상 인력이 좀 부족한 편이었 거든. 행여나 건실하게 장사를 하면 어쩌 나, 얼마나 걱정했다고.”

20명의 혹금단은 과거가 상기되었다. 자신들도 진만득과 다르지 않았다. 장사 할 만한 장소를 물색했고, 구역 다툼이 없 기에 조직을 만들었다 정확히 6개월 후에 개처럼 끌려와서 혹금단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말했다. 착한 사람이 아니라서 정말 좋다는.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열 받 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가 없 다 단주는 보통 사람과 생각하는 관념이 다르다. 보기에는 사회정의 실현처럼 보이

나, 전혀 다른부류다.

“이제부터 내 말을잘들어야 할 거야.”

“싫다면, 날죽일 심산이냐?”

“죽이다니, 그럼 너무쉽잖아.”

사람 죽이는 게 쉽다는 말은 처음 들어 본다

“뭐? 쉬워?”

“당신 말대로 현실이 지옥이라면서. 그 리고 죽일 거였으면 뭐 하러 여기까지 데 려왔겠어. 목 따서 분쇄기로 갈아버리면 되지. 참고로 나는 삼매진화가 가능해. 시 체가 남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삼매진화를 시전하며 차분히 미소를

짓는 정우였다.

오싹!

진만득은 폐부를 찌르는 소름을 애써 부정했다. 그러나 허풍이라고 보긴 어렵 다 놈의 눈빛은 사람을 죽여 본 자의 것이 었다. 섣불리 행동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달 았다. 저토록 어린놈이 어떻게 이런 눈을 가질 수 있을까? 조직, 아니면 길드, 무문 에서 길러낸 자일수도 있었다.

“이해할 필요 없어. 당신이 뭘 하든 난 내 맘대로 할 테니까. 저항하고 싶으면 해. 당신에겐 그럴 권리가 있으니까.”

삼매진화를 태연히 펼치는 놈을 상대

로 저항이라니, 턱도 없는 짓이었다. 자존 심도 중요하지만 굽혀야 할 때는 굽혀야 했다. 그것이 이 바닥에서 살아남는 방법 이다.

“시키는 대로 할 테니, 목숨만 살려주시 오!”

“이거 배짱뿐만아니라, 현실감각도좋 네. 하긴 계속 뻗대던 분들은 다 같은 곳 으로 갔으니까”

칭찬이 아니다. 살고 싶으면 상황파악 똑바로 하라는 강요된 협박이다. 태어난 때는 다르다 해도 까불면 죽을 때는 같은 곳으로 가는 법이다

“무얼하면 되는것입니까?”

“어렵게 생각할 필욘 없어. 지금부터 무 공구결을 알려 줄 테니 하나도 빼지 않고 외우면 돼. 참고로 토시라도 틀리면 좀 전 의 분골착근은 가벼운 애교가 될 거야.”

분골착근보다 무공이라는 말에 진만득 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유니크가 아닌 삼 류건달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공을 비롯한 특별한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속 성을 제대로 훈련받지 못했고, 설령 받는 다 해도 발전하지 않았다.

‘저 새끼 영혼도팔기세네.’

‘우리도 그랬지. 잠깐은.’

배우고 난 후 후회막심이었다 저 때 구 결을 외우지 말고 그대로 자결했어야 했 다. 그랬으면 인세의 지옥에서 살아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배우지 않을 도리 가 없다. 왜? 라는 의문은 오래가지 않는 다

“우릴 무인으로 만들려는 겁니까?”

“맞아, 그것도 제법 강한 무인으로. 다 만, 무공을 배우면 혼이 제압되니까, 다른 마음을 품으면 그 즉시 죽음에 이르는 고 통을 받을거야.”

?*..2”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한데

혼이 제압된다니 인형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무공이면 아무도 배우지 않을 것이 다 저항이 예상이 되는데도 정우는 무공 구결을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당연하게도 진만득은.

“익히지 않겠다!”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하는데 괜찮겠 어?”

제 의지대로 살지 못하는 삶을 살라니, 로봇이 되는 건가.

“절대 배우지 않겠다!”

“이걸 보면 달라질 거야 조교 앞으로.” 흑금단의 단원이 걸어 나와 진만득과 조직원들 앞에 섰다 오훈, 혹금단의 서열 마지막이다. 그는 허리춤에서 칼을 꺼냈 다 스르렁!

서늘한 쇠의 울림에 모두는 소름이 돌 았다. 담그려는 것인가? 하지만 아니다 그 의 행동에 모두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뎅강!

손가락이 잘려나갔다

꿀꺽!

진만득과 조직원은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칼을 휘둘러 손가락을 잘랐다. 그것도 본인의 손가락 을. 어느 누가 저럴 수가 있을까? 야쿠자 의 조직원도 인간인 이상 손가락을 자를 때는 망설이기 마련이다.

“?…손가락을 자를 셈이냐?”

“일단 잘봐”

보긴 뭘 보라는 건가?

오훈이 떨어져 나간 손가락을 잘린 부 위에 놓았다. 그러자 그들이 믿지 못할 광 경이 벌어졌다. 잘려진 손가락이 원래대로 돌아가면서 움직였다. 마치 처음부터 잘려 지지 않은 것처럼. 믿어지지 않을 회복력이 었다.

“제혼마공과 함께 배울 무공이 불사수

라기공이라는 건데, 목이 잘려도 1분 안에 응급조치 하면 살수가 있어. 대단하지?”

비현실적인 광경에 그들은 말문이 막혔 다. 이놈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제야 상 대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안 되면, 손목을 자를 거야. 그것도 안 되면 알아서 상상을 해 봐.”

...

“표정들이 왜 그래? 설마 억울한 거야? 알 만한 사람들이 참 세상은 원래 억울한 거잖아 언제는순리대로 돌아갔나. 다 이 러고 사는거지.”

“조……직에서 결코 용서하지 않을 거

다!”

볼이 절로 실룩거린다. 희극 배우도 아 니고, 정우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이 사람들은 볼 때마다 귀여운 말 을 잘도 내뱉는다.

“흑웅파라고 했지?”

“그렇다!”

“전국구면 강하긴 하겠네. 그래도 내 뒤 엔 이 동네에서 침 좀 뱉어본 문파가 있거 든. 금강문이라고 혹시 알아?”

“?…그 금강문?”

정우는 금강문을 파는데 주저함이 없 다 이들이 안다고 해 발설할 수 았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 안에서 살아 나가 려면 제혼마공과 불사수라기공을 익혀야 한다. 익히지 않은 자는 살아서 저 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다 알려주는 이유를 돌이켜 보면 답이 나온 다

“후임이 들어와서 좋지?”

“그렇습니다 단주님!”

정우는 이런 자들이 좋았다. 양심의 가 책을 갖지 않아도 되고, 죄는 이미 지었다. 그에 대한 판결을 해 줬을 뿐이다.

“내 앞에서 피해자의 인권 같은 개소리

는 하지 말고.”

진만득과 동생들은 깨달아야 했다. 자 신들도 사람들에게는 악당이지만 세상엔 그보다 더한 악당이 있음을. 그것도 하필 이면 이 좁은 동네에 있었다.

“동네에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더라”

“곧 잡아오겠습니다?”

“아 강간범도 있었지. 죽이면 안 된다.”

“물론입니다 생채로 데려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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