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장 인원 보충 (1)
속성을 발휘해 마물을 제거할 수 있는 수준의 유니크는 여전히 부족하다. 케이 브 등급 상향과 오픈되는 수가 매해 증가 하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발전하지 못하 면 도태되는 현실이다. 유니크가 유망 직 종인 것은 분명하다. 위험도가 높기는 해 도 고수익이 보장되고 국가의 지원도 많 다. 그■럼에도 유니크가 되어 명성을 날리 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낮은 등급의 유니 크는 케이브에서 죽을 위험이 컸다. 그래 서 마물과 싸우기보다는 다른 분야로 눈 을 돌리는 경우도 꽤 있었다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3개월 무이자로 빌려드립니다!
- 무한캐쉬(부자되세요)!
상호를 걸고 문을 연 지 6개월이 되어 가는 금융회사 보다시피 대부업체다
제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면 대출이자
가 7% 내외지만 신용등급이 높고 보증이 확실해야만 가능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업체 는 신용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자금을 융 통해 주는 보배로운 집단이었다.
당장죽지 않게 연명시켜드린다
사무실엔 검은 양복을 입고, 짧은 스포 츠머리를 한 덩치들이 모여 있었다. 이렇 게 입으라고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교복 처럼 정장을 입었다. 전화대출은 자동머 신이 대신했다. 미성의 아름다운목소리만 믿어선 곤란한 현실적인 광경이다.
후우우우!
책상에 거드름을 피우며 앉아 있는 중 년인.
실내 흡연을 당당히 하고 있었다. 대부 업체의 사장, 진만득이다. 그는 항시 민생 경제의 현금 흐름을 위해 애쓴다고 자부 했다.
“슬슬 돈이 들어올 때가 됐구나.”
“그렇습니다. 형님!”
“형님?!”
진만득이 눈을 후리자, 2인자인 강만호 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사장님이라고 정 정했다. 직속만 아니면 바로 깠을 것이다. 진만득의 성질을 알기에 강만호는 고개를 숙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번듯한 회사에 형님이 뭐냐. 너도 부사 장이면 그에 걸맞게 행동을 해.”
“예, 사장님!”
진만득은 기세가 있었다. 190의 키에 120킬로그램의 거구로, 한때는 전국구에 서 놀았었다. 이후 혹웅파의 허락을 받아 동생들을 데리고 회사를 차렸다. 해본 게 도둑질이라고, 놀던 물을 벗어나진 못했 다. 그러나 전국구에서 밀려난 건달이다. 다른 파에서 선점한 구역을 넘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물색 끝에 주변과 마찰이 없는 자리를 찾은 것이다. 이 일대의 대부 업체는 전국구와 관련이 없어, 나중에 문 제가 된다 해도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었 다 드륵!
문이 열렸다
쿠다당!
열린 문으로 공깃돌처럼 던져진 50대 중반의 사내가 바닥을 굴렀다. 볼썽사납 게 널브러진 사내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 다.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은 멍 자국이 가 득했다. 오기 전에도 폭력이 있었던 것이 다
“살?…려 주십시오! 제발!”
그는 한겨울에 찬물을 뒤집어쓴 개처럼 벌벌 떨었다. 생전 처음 당해보는 폭력과 위압에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어이구 이것들아! 손님한테 이게 무슨 짓이야”
동생들에게 인상을 썼던 진만득은 곧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50대 중반의 사내 를 달랬다.
“자자, 앉으세요. 고 사장님!”
겁을 잔뜩 집어 먹은 50대 중반의 사 내, 고성관은 진만득의 권유에도 망설이 고 있었다.
그러자 동생들 중 하나가 나섰다.
“이 새끼가 형님 말씀 못 들었어?! 앉으 라잖아!”
“앉?…겠습니다! 그러니 때리지만 말아 주세요!”
진만득의 실눈이 얄팍하게 변했다.
부지불식간 이었다.
자리에서 번개처럼 일어나더니 끼어든 동생 놈의 면상을후려쳤다.
퍼억!
산적처럼 생긴 동생이 맥없이 날아가 구석으로 처박혔다. 쓰러진 녀석도 덩치가 있었는데, 진만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 니었다. 나이가 들었다 해도 전국구에서 제법 알아주는 주먹이었다.
원-펀치로 유명했다.
“사장님이라고 그랬지. 꼭 맞을 짓을 해!”
“죄……송합니다! 형…… 아니! 사장님!”
“우리가 깡패도 아니고, 손님 계시는데 이 무슨 개 같은 상황이야 얘들아 품위 있게 좀 살자”
고성관은 두려움에 벌벌 떨어야 했다. 자신을 팬 조직원보다 진만득이 훨씬 무 서웠다. 사정이 어려워 대출을 했지만, 후 회가 밀려왔다. 이런 곳인 줄 알았으면, 다 른 방법을 알아봤을 것이다.
계약서류를 훑어본 진만득이 넌지시 말 했다.
“홈 꽤 밀리셨네요. 고객님.”
“밀……리다니요. 이자는 제때에 냈습니 다!”
“한 달이 지나면 이자가 더 오르는 걸 모르셨습니까, 고객님?”
“계약엔 6개월까진 단리로 하기로 했습 니다!”
“허허, 그런 대출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 나요. 쯧쯧!”
짐짓 안타깝다는 투인 진만득. 그러나 눈빛은 달랐다. 고성관은 빨아먹을 게 많 아 보이는 영양가 높은 먹잇감이었다. 그 도 그런 것이 이자를 꼬박꼬박 낸다는 것 은, 벌이가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적당히 받고 퉁친다? 그래서는 장사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계약서엔 복리 로 적혀 있었다 법정 이자로 해도 30%다
“따님이 서글서글하고 참하게 생겼네 요. 제가 아는 근사한 술집이 있는데, 보 수가 괜찮습니다. 한번 소개해드리겠습니 다”
“안?… 됩니다!”
어느 부모가 딸이 술집에서 일하기를 바라겠는가. 돈을 빌린 이유도, 딸이 장학 금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급전이 필요했 던 것이다.
“선입견이 이래서 무서운 거라니까. 나 쁜 일을 하자는 것도 아니잖아요. 또 누가 입니까. 일하다가 캐스팅이라도 되면 연예 인 될지. 그럼 팔자 피는 겁니다”
“꼭…… 갚겠습니다! 그러니 제 딸만은!”
“정 그렇게 노력하신다면야, 저야 바랄 게 없지요. 하지만 몸 상하지 않게 조심히 일하셔야 합니다. 몸도 다 자산이거든요. 안 그렇습니까, 고 사장님?”
진만득의 사근사근함이 고성 관에게는 저승사자의 울림처럼 다가왔다. 돈을 제때 에 갚지 않으면 딸은 물론 자신의 몸까지 팔아버리겠다는 협박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린 시세보다 잘 쳐주는 편이니까.”
“반드시 시일 내에 갚겠습니다!”
진만득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전 국구에서 일할 때도 돈을 받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더욱이 빨아 먹을 수 있을 때까지 채무자를 달달 볶았 다
“동호야, 병원에 연락해서 곧 기증자가 나올 것 같다고 전해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진만득을 비롯한 조직원들 전부 유니 크 자격증을 받았다. 그러나 필드에서 일 하진 않는다. 등급이 낮아서 필드에서 뛰 다가는 저세상으로 직행이었다. 그럴 바에 는 돈놀이를 하는 편이 안전했다. 정보화 시대라 돈 떼먹고 도망치기란 이 좁은 땅 덩어리에서 불가능했다 어딜 가도 사로잡 을 수 있으며, 전국구 조직망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았다 해외로 튄다고? 그건 쉬울 것 같냐
‘상급유니크만 아니면 되지.’
유니크 등급이 높은 경우, 대부업체를 찾지도 않는다. 은행권에서 대출이 얼마든 지 가능하다.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만 으로 유니크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의 미했다. 게다가 아무나 조지지는 않는다. 빌려줄 때 사전조사는 필수였다.
고성관을 보내고, 몇 사람이 더 찾아왔 다 돈을 빌리고 나서 제때 갚는 사람도 있 겠지만, 아닌 경우도 꽤 있다. 특히 사치와 향락에 빠져 흥청망청 쓴 젊은 것들은 아 주 좋은 상품이었다. 이번에 들어온 계집 이 그렇다 나이는 21살 대학생이다. 딱 봐도 견 적이 나왔다. 얼굴선은 돌려서 갈아엎었 고, 눈 밑엔 파브르 곤충기를, 가슴엔 충 돌 시 안전을 위한 에어백을 착용했다. 저 나이엔 화장 안 해도 예쁜데, 두꺼운 화장 에 향수 냄새가 진동한다. 어쨌든 성형을 하든, 안 하든 예브면 그만이다 데리고 살 것도 아니고.
“참 예쁘네. 훌륭한재목이야.”
“아 …저씨! 굶는 한이 있더라도 꼭 갚 을게요.”
“아냐, 몸 아프지 않게 잘 먹어야지. 몸 이 재산이라고. 많은 사람이 널리 사용해 야 하니까. 잘 간수하도록 해. 혹시라도 병 이 나면 연락하고.”
“제발! 곧 갚을게요!”
갚지 못할 빚은 세상에 없다. 쥐어짜 다보면 다나온다. 간혹죽는일도있지 만 상관은 없다. 우리나란 유교적 마인드 가 강해서 한 식구였다 가족이 대신 값을 치르면 된다.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 봐라, 어떤 일이 벌어지나. 그리고 감방 가는 거 무서웠으면 이 일 시작도 하지 않았다.
밤 10시가되었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냈으니, 힘찬 구호로 마무리를 했다.
“준비는 되었겠지?”
“물 좋은 애들로 물색해 놨습니다.”
건달이 뭐 있나? 인생 마구즐기면서 살
면 된다. 집에 박아둔 부인이나 자식은 안 중에도 없다. 돈 주면 알아서 큰다. 말 안 들으면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패면 되고. 원래 여편네와 애들은 3일마다 패줘야 한 다 그래야 말을 잘듣는다.
‘틀린 말은 아니지.’
잘 맞고 자란 녀석이 나중에 나처럼 훌 륭한 사람이 되겠지. 나도 아버지한테 맞 으면서 자랐다 이거야. 나중에 아버지도 죽기 전까지 패드렸지만. 내가 좀 설맞아 서 개길 생각을 한 모양이다. 아버지라는 새끼를 교훈 삼아 나는 보다 더 강하게 훈 육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싶으면 하라 이거 야. 그런다고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으니 까 지나가다 우연이라도 칼빵 맞고 싶지 않 으면 모른 척 하는 게 이로웠다. 알다시피 우리나란 신고한 놈 신상명세 확인이 간 단하다. 그래서 이 나라가 X같이 좋다. 나 만큼 이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이 거야 그러고 보면 애국자라니까
“물좀 빼 볼까”
“쌔끈한 애들입니다. 확실하게 빼드릴 겁니다”
“그래, 그래. 노곤해질 때까지 질퍽하게
놀아보자고.”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사장님!”
애초에 폼 나게 살려고 건달을 택했다. 구질구질한 인생들을 정리해주는 편이 세 상을 위해 이로웠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 고 있는데 세상이 몰라주니 섭섭하다.
모두가 잠든 시각, 행여나 깼다가도 어 둠에 취해 있어야 할 새벽 4시다 겨울이 지나지 않아 해가 떠오르려면 꽤걸렸다.
크응!
쑤시는 삭신에 신음이 절로 나온다. 늘
어져 버린 무거운 육체는 섭취한 술의 양 에 비례했다. 숙취가 가시지를 않는 가운 데 목이 탔다. 작정하고 노는 와중에 필름 이 끊겼다 나이가들어서 그러나, 몸이 예 전 같지는 않았다.
“야물가져와!”
눈이 떠지지 않을 만큼 눈꺼풀이 천근 만근이었다. 일단 정신 좀 차리게 갈증을 해소해야 했다.
불렀음에도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다.
“이것들이 처맞지 않았더니 돌았나! 내 가 눈뜨면 다 뒈진다!”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도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일 분이다. 되레, 자신의 목소 리가 울린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진만득은 눈을 떠 주변을 살폈다.
“뭐야이거?”
눈을 떴는데도 어둡다. 노안이라도 왔 나? 아니면 유전질환인 녹내장이 악화됐 나? 빌어먹을 새끼가 줄 게 없어서 아들한 테 녹내장을 주나. 속성이 개화되면서 감 각이 예민해지지 않았으면 삶이 불편했을 것이다
“가만!”
진만득은 움직이지 못했다. 밧줄에 몸
이 감겨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을 듣지 않는 다
딸깍!
정황을 파악하려는 사이 불이 들어왔 다.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동생들이 한 자리에 전부 모여 있었다. 배신이 의심되 려는 찰나, 볼품없이 처박혀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강만호가 눈에 들어왔다.
“어떤 놈이 장난치는 거야? 내가 누군 줄 알아?! 다죽고 싶어?!”
진만득은 술이 확! 깼다. 전국구에서 활동할 당시 척을 진 놈들이 복수하러 왔 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이 바닥에선 초장에 기가죽으면 끝난다.
“저 새끼 봐라. 독기로 철철 뭉쳤네.”
“그러게 말이야 좋은 시절이다”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안면이 없는 자 들이 서 있었다. 하지만 안면이 없을 뿐이 지, 풍기는 냄새는 동류였다. 얼굴만 봐도 너와 나는 친구라는 의사표현이 가능했 다. 이쪽 계통에서 일하는 자들만이 가지 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다
“뭐 하는 놈들이야! 날 건드리고 무사 할줄 알아?!”
“그러는 넌 뭔 배짱으로 이 구역에서 장
사를 한거냐?”
“너희 어디 소속이야?”
“이런 말하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우 린 너희를환영해.”
진만득의 안면이 흉포하게 일그러졌다. 몸이 무겁기는 해도 곧 일어날 수 있을 것 이다. 자신감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밧줄 로 묶어 놓지 않은 걸 후회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왜 덤비게?”
“그래도 되고.”
일어서려던 진만득은 움찔했다. 놈들의 여유가 거슬렸다. 그러나 이제 와서 뒤를 돌아보기에는 늦었다. 바지춤에 숨겨 놓은 비수도 그대로였다. 힘만 믿고 자만하는 병신들, 여럿 저세상으로 보낸 전적이 있 었다.
“죽엇!”
거구의 움직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진만득은 빨랐다. 감각을 개방해 상 황을 살폈다. 놈들을 처리하고 애들을 깨 우면 된다.
휘익!
진만득의 칼은 허공을 그었다. 나름 칼 잡이로서 명성을 떨친 솜씨였다. 검법이라 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어도, 실전에선 통 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었다.
놈들의 움직임이 비상했다. 자신과 동 생들이 허무하게 당한 이유가 납득되었다.
진만득은 재차 칼을 찌르고 휘둘렀다. 각을 줄여 최단거리로 칼을 썼건만, 상대 는 가볍게 회피했다 실력 차가 있었다 이 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도발했다. 건 달이 언제 대인배인 적이 있었나. 속은 좁 고 자존심만 강하다 그것을 활용했다
“쥐새끼처럼 피하지만 말고 덤벼 새끼 들아!”
“살다 보니 병신 같은 소리를 다 듣네.”
진만득은 놈들이 보통이 아님을 실감
했다 아슬아슬하게 칼의 궤적을 읽고, 두 려워하지 않았다. 도발조차 통하지 않는 상대다
“인생이 불쌍해서 참아준 거야 그러니 객기는 이쯤해.”
칼을 피하던 사내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