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4화 (34/500)

제 3장 케이브 코어 (5)

정우는 강현의 감정변화에 일회일비하 지 않았다. 그보다는 사태를 보다 명확하 고,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주어진 현실을 두고, 감상에 빠지는 짓 은어리석었다.

“조금 전불길 봤지?”

“네 말대로 별거 아닌 삼매진화잖아.”

무시무시한 무형격공(無形擊功)에 비하 면, 사방을 불태운 삼매진화가 크게 와 닿 지 않았다. 그런 정도는 누구나 해야 급이 맞아 보였다

“힘을 많이 들이진 않았어. 그런데도 불길이 치솟더라고.”

“잠깐, 설마코어를 이용해서?”

“맞아 코어를 매개체로 활용했어.”

“헐 그게 말이 돼?”

강현은 놀라움과 충격을 받았다. 삼매 진화의 범위를 감안하면 케이브 코어의 가 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유니크로서 탐이 나는 보물이었다. 반대로 보물을 가지고 있으면 화를 불러온다고 했다.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코어를 탐하는 자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호들갑은 떨 필요 없어, 한계치는 있으 니까”

코어를 살펴본 정우는 한계치를 파악했 다. 정확히 어디까지인지는 연구를 더 해 봐야 알겠지만, 케이브 등급과 비슷할 듯 싶다.

“얼마나되는데‘?”

“7급 정도에 불과해.”

“그것만 해도 엄청난 거다. 너나 되니까

담담히 말할 뿐이지. 유니크라면 욕심이 생기지 않고선 배기지 못할걸.”

가지지 못한 자는 가진 자의 것을 탐하 며, 가진 자는 더 가지고 싶어 한다. 이것 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이자, 욕망이 다 정우는 케이브 코어의 실전적 용도를 가늠해봤다

“아이템처럼 착용하거나, 무기로 사용 하면 괜찮을 것 같기는 해.”

“괜찮은수준이 아니라니까.”

강현은 그제야 정부를 비롯해 각국에 서 케이브 코어를 얻으려고 혈안이 된 이 유를 알 것 같았다. 케이브 코어가 가진 무 궁무진한 잠재력을 감안하면 당연한 현상 이다 7급 이상의 속성증폭이라니, 상상만 으로도 두근거렸다. 한편으로 악용될 소 지가 있어 두렵기까지 했다.

“그뿐이 아냐.”

“또 뭐가 있는데‘?”

코어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했다는 것만 으로도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또 다른 것 이 있다니, 강현은 받아들이기도 벅찼다

“속성이 늘었어.”

“코어 때문이라며.”

“그게 아냐, 마물을 퇴치하고 나니까,

마나가 2배는 더 증가했어.”

조금 전보다 더 충격적이다. 마물을 죽 인다고 해서 속성이 늘어난다는 사례는 이제껏 보고되지 않았다. 케이브가 변하 면서, 속성도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 다면 유니크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게임 의 레벨업처럼 마물을 죽이고, 또 죽이면 등급이 올라갈 테니. 저렙에서 허덕이고 있는 유니크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될 소식 이다.

정우는 현재의 진실을 원하지, 추정은 하지 않는다^

“단순히 마물을 죽인다고 늘어나는 건

아닐 거야. 본인의 속성 수준과 비슷하거 나 강해야 해.”

하급 마물을 죽여 봤자 속성의 증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개개인의 전투력 에 걸맞는 마물을 죽여야만 속성이 올라 갔다

“강한 마물을죽여야 속성이 강화된다 는거야?”

“그렇지. 정부에서 케이브등급을조정 하고 보안을 강화한 이유는 이 때문일 것 같아”

올바르게만 활용이 된다면 인간의 삶 을 발전시키는 훌륭한 도구가 되겠지만, 악용될 소지가 충분했다. 더욱이 마물이 아닌 인간에게도 영향이 있다면 그 파장 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날 것이다.

‘힘은 가질수록 탐하거든. 나도 그렇고.’ 누구보다 감각이 뛰어난 정우가 눈치채 지 못했던 원인은 각성하지 않았기 때문 이다. 강현도 자신보다 등급이 낮은 마물 을 상대했기에 속성이 늘어난 걸 깨우치 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등급이 비슷하 거나 높아야만 강화된 속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필적하거나 그 이상의 마물이면 죽기

딱 좋을텐데.”

“인간이 언제 혼자 싸웠었나. 단체를 이 루면 사냥은 얼마든지 가능해.”

“한 손이라도 담그냐, 마냐로 차이가 나 겠구나?”

“독식하고 싶을수록 싸움 나기 딱 좋 지.”

마물을 홀로 해치울수록 속성의 증가 폭은 크다. 싸우는 도중 전투력과 스킬이 느는 것처럼. 인간은 강한 힘을 놓고 양보 하지 않는다. 양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기에 나서지 못할 뿐, 팀의 단결력이 조 금이라도 느슨해지면 서로가 적이 되기도 한다.

‘통수는 쳐도, 맞으면 병신이지.’

정우도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것 이 현실이었다.

강현은 부작용이 걱정되었다.

“당분간은 우리만 알고 있는 게 낫겠 어.”

“굳이 그럴 필욘 없어.”

“필요가 없다니! 외부로 알려지면 큰 혼 란이 벌어질 거야”

정우는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알면서 모른 척하진 않을 텐데.

강현은 분명 뛰어난 인재다. 사태를 객 관적으로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도 갖추었 다. 그러나 가문을 대입하면 안목이 현격 히 좁아진다

“형의 문제가 뭔 줄알아?”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그리고 문제라 니?”

“금강문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는 점이 야”

“내가 나고 자란 문파야. 당연히 자부 심을 가져야지.”

“근래에 들어 본문의 정보력이 많이 좋 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8대 문파와 길드, 유니크 연합에 비하면 부족해. 지금 우리 가 아는 걸 다른 이들이 모를까?”

“?…그건!”

납득하고 싶진 않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는금강문의 정보력 부재다 정우가 들어와서 그나마 정보력이 많이 좋아졌다 10년 전엔 지닌 무력에 비해 안 목이 굉장히 좁았다. 시대에 뒤떨어져 살 고 있다는 평판이 자자하다. 8대 문파에 서도 금강문 하면 상종 못할 똘아이로 취 급받았다.

“이번에 회합이 열린 것도, 아마 케이브 의 변화 때문일 거야”

“하긴 어지간해선 움직이지 않는 분이

니까.”

금강문주 이호극은 방콕으로도 유명하 다

‘김 총관이 사람 정말!’

정우는 김 총관이 부탁을 한 이유를 파 악했다. 아마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 확실 하다. 6급 이상의 케이브였다 전력을 내보 내 손해를 보기보다는, 자신을 보내 사태 를 보다 면밀히 파악하는 편이 효율적이었 다 이씨 형제의 현장 실습도 겸하고. 문주 를 비롯한 문파의 장로들 대부분이 금강 문의 본질에 충실하기에 이런 일을 하는 데는 정우가 안성맞춤이었다. 만일의 사태 에도 대비를 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어쩐지 소금물도 울고 갈 짠돌이 총관 이 쉽게 승낙을 하더라’

정우는 김 총관이 보통은 아님을 인정 했다. 그럴 만도 한 게, 대책 없이 무책임 한 문주를 보필하며 문파의 살림살이를 하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했을 것이다. 매일 부수고, 깨 먹는 문주의 열 받는 행 위를 참고 넘어가려면 화병을 조심해야 했 다

‘자릴 물려주려는 느낌이 강하단 말이 야’

요즘 들어 문파의 재정 상태를 보여주

며, 방법을 찾아보자고 은근슬쩍 떠보고 있었다. 김 총관도 나이가 있다 보니 물러 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것이다. 집에 서 손자의 재롱이나 보며 살고 싶다는 김 총관의 푸념이 늘고 있었다.

아마 ‘너도 X되어 봐라.’라는 억하심정 도없진 않을거다.

‘안 되지. 나도 X되긴 싫거든요.’

정우는 총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물려준다고 해도 차 버리고 나갈 것이다. 강현이 금강문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해 도, 잠시 몸담고 있는 직장에 불과했다 남 다른 자부심이나 애사심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자”

“어, 그래.”

정우는 얼른 케이브 코어를 강현에게 넘겼다. 케이브 코어가 가진 증폭 능력이 마음에 들지만, 한계치를 벗어난 자에게 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욕심을 냈다가 김 총관이 엮을지도 모르기에 과감히 포기했 다 세상은 주고받음의 미학으로 구성된다, 절대 공짜는 없다.

‘9급이라면 또 모를까:

유니크 9급에 올라선 자가 9급의 코어

를 가지고 있다면 그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만나보진 못했지만, 까다로울 거라고 본다 스윽!

뒤처리를 강현에게 맡긴 정우는 혹금단 을 보았다.

움찔!

양용익과 단원들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샘솟듯이 흘러내렸다. 단주에 비하면 마 물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드코어 공포물 을 찍는 기분이다.

“꼭 죽으려고 발버둥치는 것 같단 말이

야. 내가 그렇게 싫어?”

당연히 싫지. 골백번도 더 죽이고 싶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지 않다고요.

남자답게 내뱉고 싶으나, 객기는 아무 한테나 부려선 안 된다. 양용익과 단원들 은 본심마저도 감추어야 했다. 생각만으 로도 지옥이 기다렸다

“저희는 단주님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 을 따름입니다!”

“평생? 과연 그럴까?”

알아서들 열심히 수련하라는 무언의 협 박이었다. 엄하게 죽으려고 하면 고통은 배가 된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그때였다.

크어어엉!

괴성이 들렸다:

혹, 마물이 아직 남아 있었던 것인가?

다행히 그런 건 아니다.

시선을 집중시킨 장소에 강우가 있었다. 의식을 회복하기는 했는데, 마물의 통제 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약간 미쳐 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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횐자위를 드러낸 채 침을 질질 흘렸다.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싶다. 마물이 죽으 면 끝날 거라고 봤는데, 아무래도 치료가 시급해 보였다

“어쩌지?”

강현은 난처했다. 정신 치료에 관해서 는 문외한이나 다름이 없었다. 사람 구별 못 하고 적의를 뿜어내고 있는 동생이 걱 정되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어머니한테 필 시 좋은 소리를 못 들을 게 분명했다. 동 생 하나 간수못한못난 형으로 낙인찍힌 다 강현이 걱정하자 정우가 나섰다

“걱정하지 마.”

“혹 치료법이 있는거야?”

“그럼.”

만병통치약이 있지.

단주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혹금단 은 움찔했다. 상상만으로도 오금이 저려 오는 끔찍한 말로가 상기되었다

‘설마?’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정우는 나아갔다.

퍼퍼퍼퍼퍽!

백팔번뇌(百八煩®라고 했던가. 일격에 쏟아낸 권격이 108번을 그렸다. 궤적을 벗 어나려고 발악을 했던 강우의 몸부림은 헛수고였다. 단숨에 눈, 귀, 코, 혀, 몸, 마 음을 흔들어 놓아 좋고, 나쁨 슬픔마저도 사라지며 번뇌의 무아를 이루었다. 잘하 면 실로 잘 꿰어 염주를 만들어도 될 극강 의 타격기다

끼요요요욧!

알아서 처맞는 서비스. 어디를 가도 주 먹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주먹을 향해 온몸을 내던지는 형국이었다 철퍼덕!

뒷걸음질하다 밟힌 개구리를 연상케 하는 강우의 상태였다.

바르르르

온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눈자위가 돌아오지를 않았네.”

돌아오지 않았다고? 돌아오려다가 다시 돌아가 버린 것 같은데. 분명 20번을 맞 았을 때 강우의 동공에 검은자위가 형성 되었었다. 그런데 다시 1방을 더 맞고 108 번에 이르자 횐자위로 돌아가며 게거품을 질질 흘렸다.

휙!

정우의 손짓에 강우가 허공으로 들렸 다

“정신 돌아오면 말해.”

말을 하라니!

저렇게 맞고 돌아올 정신이 있기는 하 단 말인가? 광기의 번뇌에서 벗어나 무아 의 경지에 오르라는 정우의 직언이 악마 의 속삭임처럼 들려왔다.

“잠깐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보면 몰라? 열심히 치료하잖아.”

“치료라니? 내 동생을 죽일 셈이야?!”

“내 솜씨 알면서. 절대 안죽어.”

소름이 돋는 주먹질이었다. 자신이 맞 는 게 아님에도 강현은 오금이 저려왔다.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미친놈에게는 몽 둥이질이 최고라니! 그렇다고 말리기도 두 렵다. 저 무지막지한 폭력이 동생이 아닌 자신한테 미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 습했다. 삶에 당당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씀도 이 자리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강우야 견뎌 내거라 아미타불!’

살아남기를 바라기보다는 극락왕생 쪽 으로 기울고 있어서 불안하기는 하다. 저 렇게 처맞고 가면 염라대왕도 신상 내력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을 듯싶었다.

퍼퍼퍼퍼퍽!

정우는 전혀 거리끼지 않았다

“괜찮아 보약이야.”

이씨 가문은 대가 세고, 기질이 굳세서 치는 감각이 참 좋았다. 주먹질을 하고 싶 게 만드는 육체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래 서 동전 넣고, 펀치를 친다는 심정으로. 추궁과혈은 덤이다. 한번 받고 나면 내외 공이 굉장히 발전할수 있을 거다.

“나?… 정신 차?… 꾸웩!”

이런, 말하는데 입을 쳤네.

“실수야, 괜찮지?”

정우는 사죄를 하는 김에 다시 물어봤 지만 그 한 방으로 강우의 정신이 날아가 버렸다.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주먹질이 이 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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