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3화 (33/500)

제 3장 케이브 코어 (4)

주추

마물은 머뭇거렸다. 이 자리에 있는 인 간 중에서 정우가 가장 강하다는 사실을 대형 박쥐를 제물로 확인했다. 멀리 유인 했던 정우가 다시 돌아온 줄 몰랐다는 것 도 주저하게 만든 요인이다.

“혹시 쫀 거야? 좀 전에는 제 세상처럼 날뛰더니.”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는 정우 특유 의 미소가 작렬했다. 오랜 삶을 살아본 자 만이 지니는 연륜의 비틀림이다. 나이 먹 으면 철든다고 하는데, 안들 수도 있다.

부르르르!

인간과 마물의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 고알려졌다.

마물이 말을 해봤자, 크어어엉! 크아아 앙! 크어어엉! 크르르릉이 대부분이다. 해 석은 어렵지 않지만, 정작 인간의 말을 마 물이 알아듣지 못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정석이다. 그러나 모든 생명체 에게는 만고불변의 의사소통수단이 있기 마련이다 풍기는 분위기, 말의 톤, 행동에 따라분석이 가능해진다.

빠드드드득!

마물은 정우의 비아냥거림을 알아들었 다 이빨을 갈며 살기를 풀풀 풍겼다. 위험 한 인간임에는 분명하지만 진다고는 생각 하지 않았다. 마물은 케이브 안에서 왕이 다. 박쥐의 왕으로서 프라이드가 있었다.

‘저놈은 마물도 빡치게 하는구나!’

강현은 인정해야 했다. 정우는 사람을 뛰어넘어 모든 생명체를 화나게 만드는데 천부적인 자질을 갖추었다. 자기 딴에는 조용히 산다고 주장하나, 그거야말로 개 소리다. 천성적으로 시비와 다툼을 몰고 다니는 녀석이다. 오랫동안 함께 했음에도 빡칠 때가 있는데 초면이면 말 다했다.

크아아아앙!

귀를 찢어발기는 마물의 가공할 포효.

T三 XZ: 드 두三지

기?"I I I?-r'

며칠 굶은 성난 멧돼지처럼 돌진해 들 어오는 것만 봐도 견적은 딱 나온다. 지금 까지 인간을 가지고 놀았던 마물이, 격변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갔다. 흥분하면 사 리분별 못 하는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얼마나 재생이 뛰어난지 볼까?”

정우의 의지를 받은 칼이 허공을 유영 했다. 손에서 멀어져도 심령의 끈은 연결 되어 의사를 전달했다.

손쉽게 펼치는 듯하나, 극강의 이기어도 다

스왁!

한없이 가벼워 보였던 칼이 마물의 팔 을 싹둑! 잘라냈다. 흑금단이 수라대검진 으로 부딪쳤을 때도 끄떡도 하지 않았던 마물이 지나치게 간단히 썰려나가니, 현실 감각이 흔들린다. 여태 애를 먹은 걸 떠나 생명의 위기를 느꼈던 강현을 부끄럽게 만 드는 칼질이었다. 모든 행동에서 격의 차 이를 증명했다.

쌔애앵!

마물은 잘려나간 팔을 무시하고 정우 를 덮쳐왔다. 이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확실히 기존의 마물과는 달랐 다 머리를 쓸 줄 아는데다가 노련했다. 팔 이 잘린 것은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 였다. 여러모로 대가리를 잘 굴렸다 포효 를 내지르고 서둘렀던 것도 연기였다.

“그래, 이쯤 되어야 박쥐의 왕이라 할 수 있지.”

정우는 마물도감에 나오지 않는 마물

을 박쥐왕으로 지칭했다 마물이라고만 부 르면 듣는 마물 기분 나쁠 수 있기에 조정 해주었다.

부르지 않기 전에는 그냥 그런 마물이 었지만 불러주니 박쥐왕이 된 것이다.

박쥐왕의 잘려나간 팔을 대신하여 순 식간에 재생된 팔이 정우의 정면을 가득 메웠다 슈아앙!

살이 찢겨져 나갈 풍압이 먼저 강타했 다. 박쥐왕이 내리찍은 공간이 움푹! 파이 면서 사방으로 균열이 퍼져 나갔다. 그러 나 박쥐왕의 두 눈엔 의아함이 깃들었다.

있어야 할 목표물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 다

“여기야.”

박쥐왕의 등 뒤에 정우가 있었다. 순간 이동을 했다고 해도 믿을 만큼 빠른 속도 였다.

애꿎은 지면을 두드렸던 박쥐왕이 돌아 서며 팔을 휘둘렀다 처어엉!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 다. 궤적이 길어진 박쥐왕의 팔꿈치에 3m 가량 날카로운 반곡선 형태의 뼈가 돋아 나있었다.

“인풋, 아웃풋이 월등하네.”

뼈가 저처럼 길어지기란 일반적으로 불 가능하다. 하지만 마물은 가능했다. 육체 의 컨트롤이 자유자재였다. 상식적인 선에 서 이해를 하려고 한다면 답이 나오지 않 는다. 보는 그대로 인정을 하고 받아들여 야만 해결책이 생긴다.

채애애행!

정우의 칼과 박쥐왕의 뼈가 격돌했다. 박쥐왕의 두 팔은 수많은 뼈로 이루어져 있는 듯하다.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뒤에서 앞으로, 관절이 자유자재로 꺾였 다 인간의 팔로서는 나올 수 없는 궤적을 형성했다. 게다가 팔꿈치분만 아니라 온몸 에서 날카로운 뼈를 뿜어냈다. 공격 도중 뼈가 암기처럼 날아와 박힐 수도 있었다.

‘이건 뭐, 뱀 같은 뼈네.’

강철처럼 단단하다가도, 뱀처럼 유연할 때가 있었다 의도했는지 몰라도 박쥐왕의 골검(骨劍)은 패검과 유검을 이루었다. 강 과 패는 함께하기 어렵다는 속설을 신체 적인 장점으로 메웠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건 분명하다. 게다가 파괴력도 만만치 않 았다 꽝꽝

거친 굉음이 토해지며, 기파가 사방을

흔들어 놓았다 한 번 부딪칠 때마다 일대 가 흔들렸다. 충격의 여파에 닿은 공간은 어김없이 부서져 나갔다 다다다다다!

단주가 전투를 벌이는 동안, 양용익과 흑금단이 대공자와 이 공자를 들쳐 메고 통로로 냅다 튀었다. 공간을 무시하고 펼 쳐지는 대결의 양상이었다. 파편이라도 잘 못 맞으면 저세상으로 직행한다. 맘 같아 서 파편에 맞아서 골로 가고 싶으나, 그럴 수 없다.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강제 되었다. 혹금단이 된 이후, 죽음마저도 단 주의 결정에 따라야 했다.

‘이들도 보통은 아니야!’

강제로 등에 업힌 강현은 흑금단을 다 시 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곧 죽을 듯 숨을 헐떡거렸던 자들이, 쌩쌩하게 움직이 고 있었다. 마물에 비견되는 믿지 못할 회 복력이다. 게다가 자신과 동생을 업고 도 망치는 솜씨가 초일류 수준이다. 한두 번 도망친 솜씨가 아님을 증명했다.

처어어어엉!

변수는 변수일 뿐 전력의 차이는 극복 하기 어렵다 극을 향해 치닫는 전투가 지 속될수록 손해는 박쥐왕이 일방적으로 보고 있었다. 정우의 칼은 요소요소 마물 을 꿰뚫으며 나아갔다 타이밍을 교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박쥐왕이었으나, 틈이 존재하지 않았다. 사각에서 발출된 뼈로 된 날카로운 비수는 정우의 육신을 감싸 는 탄강에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다변적 인 검로도 칼에 막혀 튕겨졌다.

“끝내자”

정우는 결정타를 먹였다.

추아아아앙!

허공에서 추락한 박쥐왕이 대지에 분 화구를 만들어 냈다. 밀려버린 땅거죽이 산봉우리처럼 치솟았다 사뿐

정우가 내려섰다.

충격을 받았던 박쥐왕이 일어섰다. 상 처가 벌어진 육체에서 핏물이 멈추지 않고 흘렀다. 극강의 회복력을 보였던 좀 전과 는상황이 달랐다.

박쥐왕이 허둥지둥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이걸 찾는거야?”

정우의 손에 가로세로 3cm 크기의 연 분홍빛을 내는 조각이 들려 있었다 흔들!

박쥐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소 중한 것임이 틀림없다 현실의 인지보다 되 찾으려는 본능이 더 강했다.

크어어엉!

박쥐왕의 포효가 쩌렁쩌렁 울렸다. 귀 를 뚫고 들어와 심령을 파괴할 소름 돋을 포효다.

그러나 어쩌랴, 정우에게는 통하지 않 았다

파아앗

지면의 거죽이 찢겨지면서 흩어졌다 박 쥐왕이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이어서 날카로운 뼈가 대지와 함께 수직을 그었 다 슈아아앙!

날카로운 기운이 공기를 가른다.

정우는 박쥐왕의 공격을 받아내며 밀어 냈다.

채채채챙!

연이은 충돌이 일어났다. 그러나 정우 의 방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자리에 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은 채 받아내 고 있었다.

“속도는 물론, 파괴력도 현저하게 줄어 버렸잖아”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빠르고 강력해 보이지만, 정우를 속이진 못했다 스적!

정우는 방어와 동시에 반격을 했다. 칼 은 무정하다. 박쥐왕의 옆구리와 오른쪽 대퇴부를 갈랐다 휘청!

단 두 번의 칼질에 마물이 물러섰다 팔 이 잘리는 것도 무시하고 달려들었던 때 와는 사뭇 달랐다. 갈라진 피부가 아물기 는 하는데, 그 속도가 현저히 느렸다

“재생력도 느려지고, 체력도 떨어졌네.”

그렇다면 예상대로다.

분홍빛을 내는 조각의 용도를 짐작하게 해주었다. 박쥐왕을 태도를 보니, 심증은 확신이 되었다 단순한 에너지스톤이 아닌 마물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매개체다. 공 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마공과 비슷 했다.

주춤!

전투력의 차이를 실감한 듯 박쥐왕이 겁을 먹고 물러서기 시작했다 정우는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손바 닥에서 맴돈 칼이 수평을 가르자, 예기를 가득 품은 무형도기(無形刀氣)가 박쥐왕의 두 다리를 잘라냈다.

꽈당!

다리가 잘린 줄도 모르고 도망치던 박

쥐왕이 균형을 잃고 고꾸라졌다

정우는 엎어진 박쥐왕을 뒤집었다.

번쩍!

돌아선 박쥐왕의 두 눈에서 붉은 안광 이 쏘아졌다. 남아 있는 모든 생명력을 불 태운 회심의 카드였다.

피식!

자신을 제압하려는 박쥐왕의 발버둥이 귀엽기만 했다. 혹금단의 제혼마공도 제 압하지 못한 주제에 너무 큰 걸 바라고 있 었다. 게다가 박쥐왕은 남은 전력을 쥐어 짰는지 몰라도, 좀 전과 통제력이 비교되 지 않았다.

“돌려주마”

정우의 눈에서 귀기를 잔뜩 머금은 절 대 마안이 번뜩였다.

쩌어어엉!

수라의 마안에 관통당한 박쥐왕의 붉 은 동공이 맥없이 터져 버렸다. 그와동시 에 정신마저 붕괴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크아아앙!

바동거리는 박쥐왕의 숨통을 가차 없 이 끊어냈다. 확인은 끝났고, 마물의 가치 는 여기까지다. 보다 창의적인 반격을 원했 는데 식상해서 흥분이 가라앉았다 뎅강

박쥐왕의 대가리가 맥없이 잘려나가 허

공으로 떠올랐다. 그것으로 끝내지 않고 주변에 널브러져 버린 마물을 모조리 다 수거해 불살랐다.

화르르르르!

염화가 마물의 혼적을 지워냈다

마물이 죽자, 공간이 변화했다. 어둠이 사라지고, 청명한 하늘이 자리를 잡았다. 조금 전의 어두컴컴했던 분위기와는 180 도달라졌다.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강현은 정신 지배에서 거의 벗어났다. 현기증이 나기는 했지만 운신은 불편하지 않았다. 마물에 게 마인드 컨트롤을 당한 꼴사나운 모습 을 보였으나, 강현은 강자에 속했다. 정우 가 비정상적으로 더 강했을 뿐이다

“해치운 거냐?”

“보는대로.”

부상을 입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괜 한 기우였다. 마물과 전투를 치렀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우는 멀쩡했다. 여전 히 진짜 실력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케이브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아”

“그건 또 무슨소리야?”

정우는 박쥐왕에게서 빼앗은 조각을 보

여주었다

강현이 알고 있는 형태의 조각이다

“케이브 코어잖아”

“마물의 몸에 있었어.”

“뭐라고?”

코어는 케이브를 유지시켜 주는 매개체 다. 마물이 품고 있었던 사례는 나오지 않 았었다. 케이브의 중심에 있어야 할 코어 가 마물의 몸에 있었다니. 이제까지 알려 졌던 케이브와 마물의 연관 관계를 새롭 게 인식해야했다.

“그래서 시간을좀끈 거야.”

“그래서라니?”

“코어를 가진 마물은 가진 능력 이상을 보였어.”

“코어가 마물의 능력을 증폭시킨다는 뜻이야?”

“마물만이 아닐걸.”

정우가 죽인 마물의 능력은 정신지배와 재생력, 흡수력이었다. 본래의 역량도 6급 의 마물답게 뛰어난 데다가, 코어를 품자 7급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했다. 발군의 재 생력과 홉수력에 마인드 컨트롤까지 증폭 되었다. 코어가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비교 하면 족히 3배에서 5배 이상의 차이가 난 다. 그뿐인가? 코어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역할 케이브 내의 환경을 조절하는 기능 까지 주어졌다 정우가 기감을 열었음에도 마물의 탐지 가 어려웠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환경 설정에 있었다. 박쥐왕이 능력을 과신했다 면 모를까 대형 박쥐를 내보내 탐색을 하 고, 유인책까지 썼다. 자신이 움직이지 않 았으면 시간을 계속 끌었을 것이 분명하 다

“케이브의 환경을 조절해 기척을 죽이 고, 내 기감을흩트려 놓았던 거야.”

“그렇다 해도 충격파가 멀리서 전해졌

잖아”

정우는 제자리에 있었다고 하지만, 사 방에서 충격파가 전달되었다 마법을 써서 공간이동을 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빠르 게 움직여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 그거. 격공기였어.”

.2**

격공(擊功), 허공을 격해 물체를 가격하 는 수법. 무공을 배운 무인이라면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왜 말문이 막혔을까? 이유 는 간단하다 격공기를 펼치려면 최소한이 1갑자의 내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 도 거리가 10m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조 금 전엔 수 킬로미터도 더 떨어진 공간에 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분이면 말을 안한 다. 시차를두고 폭발이 일어났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선, 간단한 일로 치 부하다니. 강현으로서는 어처구니없는 기 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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